중생대를 풍미했던 공룡들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데는 당시 대륙분열의 영향이 컸다. 초대륙이 존재하던 시기에 탄생·진화한 공룡들은 걸어서 분포를 확대했다.
지구 위에 최초의 대륙이 나타나 오늘날의 대륙과 마찬가지로 분열, 표류 그리고 합체의 사이클을 시작한 이래, 지구 생명의 진화에는 플룸의 움직임이 음과 양으로 영향을 미치며 생명역사의 분기점을 만드는 원동력이 돼 왔다.
가령 캠브리아기 시작(5억7천만년전)과 함께 다세포생물이 폭발적으로 적응방산(갖가지 환경, 생활양식을 향한 다양한 진화) 되기 시작했다. 이 또한 초대륙 곤드와나의 분열에 의해 태양 에너지가 풍부하고 영양분이 많은 얕은 바다가 광대하게 형성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는 약 2억5천만년 전 초대륙 판게아를 안쪽에서 찢어내는 플룸헤드에 의해 시작되었던 대륙분열의 결과물이다.
판게아의 분열과 함께 진화한 공룡들
인도와 남극의 경계 부근에서 튀어나온 플룸의 상승으로 시작된 이 시기의 분열은 결국 아프리카 초플룸의 상승에 의해 한꺼번에 가속화되어 쥐라기(2억1천만-1억4천만년 전)의 시작과 함께 그 기세를 막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 대륙분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입은 존재들이 판게아에서 태어나 판게아의 분열과 함께 진화의 단계를 밟은 공룡들 이었다.
공룡이라 불리는 생물이 이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것은 후기 삼첩기 초반(2억3천만년 전)의 일이다. 탄생지는 오늘날의 남미, 혹은 남아프리카(당시 남미와 남아프리카는 붙어 있었다)라 여겨지고 있다. 이미 이때 판게아의 아래에서는 끓어오르는 플룸헤드가 육박해오고 있었을 터지만, 이 조짐을 지상에서 읽어낼 수는 없었다.
당시는 포유류형 파충류 등의 파충류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공룡은 생태계 속에서 개체수로는 겨우 6%를 점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곧 지구를 덮친 대규모 고온·건조화에 의해 양서류나 파충류 중에서도 물에 의존하는 정도가 큰 종은 사라지고 그같은 환경에 순응력을 가지고 있던 공룡들이 지상의 지배권을 손에 넣은 듯하다.
육지동물인 공룡(익룡이나 바다의 수장룡 등은 공룡이 아니다)에게 있어서 이 탄생·발전기가 초대륙이 존재하던 시기와 일치한 것은 실로 행운이었다. 그들은 걸어서 급속하게 분포를 확대했고 전세계에서 군림 했다.
삼첩기에서 쥐라기에 걸쳐 지층이 보존돼 있는 지역에서는 어디서든 공룡의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이는 당시 지구 전체의 환경이 공룡의 서식에 적합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아마도 이때 공룡과 함께 환경악화를 이겨낸 포유류와의 사이에서 무언가 경합이 일어 났을 터인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으로서는 추측밖에 나와 있지 않다.
쥐라기 초반에는 이미 공룡들이 완전하게 지상의 지배권을 확립하고 있었다. 이 무렵 아마도 판게아에는 분열의 조짐이 일어나 인도와 남극의 경계부근에는 찢어진 틈이 넓어지고 인도 동해안에 해당하는 영역에 플룸헤드의 돌출에 동반한 지구(地溝)가 몇개나 형성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아직 공룡들이 육상을 이동하는데 어떤 방해도 되지 않았다. 점점 커지는 대서양이 남미와 아프리카, 북미와 유럽 사이를 차근차근 떨어뜨리고 남미, 오스트레일리아·남극, 인도, 아프리카 등도 갈갈이 찢어지는 중이었지만, 아직 각 대륙간의 지형상의 연결은 밀접하게 보존돼 있었고 많은 공룡들이 대륙간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쥐라기 말에 곤드와나와 로라시아로 갈라져
이같은 상황은 쥐라기 말기까지 계속됐다. 그 결과 후기 쥐라기의 몇몇 공룡들은 같은 속이 멀리 떨어진 대륙에서 발견되고 있다. 가령 드리오사우루스(작은 조롱)는 북미, 유럽, 아프리카 동부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브라키오사우루스(뇌룡)도 북미와 아프리카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공룡의 역사는 종말을 고한다. 쥐라기 말부터 백악기 초에 걸쳐서는 판게아에서 분열한 남쪽의 곤드와나(판게아의 한 단계 전 초 대륙인 곤드와나와는 다른 것이다)와 북쪽 로라시아의 연결이 끊어졌다.
그와 함께 공룡들은 남북이 각기 다른 동물군으로 나뉘었고 각 그룹이 각 대륙에 격리돼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걷게 된다.
역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까지의 공룡 연구는 북반구에서만 집중적으로 행해져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이라면 서식연대를 막론하고 북반구의 로라시아 동물군에 속하는 것들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르헨티나나 오스트레일리아, 남극에서도 발굴 연구가 크게 진전을 이룸으로써 우리가 몰랐던 곤드와나 동물군의 진화상이 급속히 부각되게 됐다. 이에따라 남반구에서는 북반구와는 크게 구성이 다른 독자적 공룡세계가 존재했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곤드와나 동물군을 가장 강하게 특징짓는 것은 북반구에서 쇠퇴해버린 뇌룡들이 백악기에 들어와서도 독자적인 진화를 하며 왕성한 적응방산을 한 것이다.
뇌룡은 공룡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몸체와 긴 목을 가진, 일반인이 머리에 그리는 공룡의 상징과도 같은 것으로, 브라키오사우루스나 브론토사우루스 등이 이에 포함된다. 뇌룡은 전기 쥐라기에 모습을 드러낸 뒤 그때까지 같은 생태적 지위를 점하고 있던 원시적 대형초식공룡들 대신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들은 쥐라기 식생의 특징인 거대한 침엽수를 먹을 수 있도록 몸을 거대화하고 목을 길게 늘여 넓은 범위의 잎을 딸 수 있는 쪽으로 진화를 계속했다. 이미 쥐라기 말의 북미에서는 몸길이가 40-50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디플로독스과의 거대한 종도 등장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들은 쥐라기와 백악기의 경계 부근을 마지막으로 로라시아에서는 눈에 띄게 쇠퇴해버렸다. 특히 지금의 북미대륙에서는 완벽하게 소멸되어 백악기말이 되어 다시 곤드와나 쪽에서 이주해 올때까지 장기간에 걸쳐 뇌룡의 공백시대가 계속되게 된다.
여기에는 북미에서 시작된 나자식물과 새로운 피자식물과의 교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진다. 뇌룡의 주식인 거대한 침엽수 대신 번식력이 훨씬 왕성한 피자식물들이 세력을 퍼뜨림으로써, 또 거기에 적응한 신종 초식공룡들이 보조를 맞추어 늘어났기 때문에 뇌룡이 그때까지 점하고 있던 생태적 지위 그 자체가 소멸해 버린 듯하다.
그러나 이미 이때 남북아메리카의 연결은 끊어지고 북미의 동물군과 식생을 덮친 생물 그룹의 대폭적인 교체는 남미에는 전혀 미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남미에서 육지를 따라서 이동할 수 있는 남극,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에도 북반구를 둘러싼 변화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당시 곤드와나 쪽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던 뇌룡은 티타노사우루스과와 디클레오사우루스과가 주류였다. 남반구에 고립된 그들은 이후 백악기에 걸쳐 자꾸 새로운 속을 낳았고 북반구의 뇌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적응양식을 전개하게 된다.
가령 남미의 티타노사우루스과, 사르타사우루스나 라플라타사우루스는 육식공룡에 방어하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등을 각질의 입자와 판같은 갑옷으로 방어하는 등 뇌룡으로서는 매우 독특한 진화전략을 발전시켰다.
이 방어법의 권위자로서 지금까지 유명한 것은 쥐라기 초두에 북반구에 출현한 갑옷룡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남반구에는 거의 진출한 흔적이 없고 겨우 오스트레일리아와 남극에서 백악기의 소형 갑옷룡의 화석이 한 두가지씩 발견되고 있을 뿐이다.
고온 건조 등 환경악화를 이겨내는 갖가지 진화
곤드와나에 살아남은 뇌룡의 또하나 특이한 진화의 예로 들수 있는 것은 디클레오사우루스과의 공룡들이 백악기 중반, 척추에서 등쪽으로 튀어나온 돌기를 늘어뜨리게 된 것이다.
어찌됐건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아마르가사우루스를 보면 목덜미에서 등에 걸쳐 골판이 V자형으로 극단적으로 자라 여기에 피부가 덮어씌워져 큰 '방열지느러미'를 형성하고 있었던 듯하다. 사실 이때에는 곤드와나에서도 로라시아에서도 이 방열 지느러미를 장식하는게 일종의 공룡계의 패션이 되었던 듯하다. 이를 '수검진화'라 한다. 북아프리카에 서식하던 대형육식공룡 스피노사우루스나 조룡인 오우라노사우루스가 역시 등의 격돌기를 길게 늘이고 있었다. 등에 특대의 등지느러미와 같은 '방패'를 매단 공룡의 모습은 도감 등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계통이 다른 공룡그룹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른바 '수검진화'가 일어난 것은 백악기의 중반, 지구가 다시 고온과 건조에 의한 환경파괴에 둘러싸였기 때문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후기 삼첩기에 지구를 덮쳐 공룡이 지배권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던 고온화와 마찬가지로 이 백악기 중반의 고온화도 어쩌면 플룸의 상승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
1985년부터 국제 프로젝트로서 진행되는 '국제심해굴착계획(ODP)'에 의해 백악기 전기와 후기의 경계 부근에 중부태평양의 자바해대 부근까지 매우 대규모적인 화산활동이 일어난 것이 확실해졌다.
지구는 이때 방출된 대량의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로 급속히 온난화했는데, 당시 세계의 바다에서 번성하고 있던 대량의 산호들이 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주었으므로 지구생태계는 파멸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바해대를 형성한 화산활동은 플룸의 상승에 의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고 이 화산활동이 공룡들의 새로운 적응을 이끌어낸 것이라 한다면, 맨틀플룸은 대륙을 분단하여 공룡들을 격리했을 뿐 아니라 보다 직접적인 의미에서도 공룡의 진화에 영향을 준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