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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 6대 논란

새 생명 창조에서 암 예측까지

유전자가 화제다. 1865년 멘델이 '유전되는 인자'를 상정한 이래, 유전공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며 생명의 비밀을 밝혀왔다. 유전자를 둘러싼 6가지 화제를 점검해본다.

다른 종류의 유전자 도입에 성공, 유전자 치료에 청신호, 유전자는 이기적이다 등… 유전자를 둘러싼 화제는 풍부하다. 93년 노벨 의학생리학상과 화학상을 유전공학 관련 연구가 석권하는 등 유전공학은 날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분자생물학과 미생물학 생화학 진화학 행동학 등이 발전하면서 인접학문과의 통합과 잠식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류와 함께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같은 '유전자'라는 말을 쓰면서도 그것이 가리키는 바는 정확히 같은 것이라보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유전공학을 둘러싼 몇가지 화제들을 점검해 보기로 하자.

유전자는 본래 멘델이 상정한 '가상적 인자'

유전자는 본래 가상적인 인자로서 멘델이 상정했다. 1865년 멘델은 완두를 사용, 꽃의 색이나 잎사귀 색 등 특징적인 형질이 어떤 규칙으로 자손에게 전해지는 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규칙을 잘 설명하기 위해 그는 각 형질에 대응하는 인자를 가정했다.

가령 꽃의 색에는 붉은 것과 하얀 것 두가지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어 각 개체 속에서 인자는 '붉은것과 붉은 것', '붉은 것과 흰 것', '흰 것과 흰 것'의 쌍으로 돼 있으며 '붉은 것과 붉은 것', '붉은것과 흰 것'의 쌍을 가진 개체는 붉은 꽃을 피우고 '흰 것과 흰 것,의 쌍을 가진 개체는 흰 꽃을 피운다고 생각한 것. 이같은 인자의 쌍은 생식세포를 만들 때 하나씩 생식세포에 부여돼 수정 될 때 부친의 인자와 모친의 인자가 다시 쌍을 만든다는 것이다.

꽃의 색깔을 결정하는 인자는?

1900년대에 들어와 연구가 진척되면서 멘델이 제안한 가상적 인자로 복잡한 유전양식도 설명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하여 이 가상적 인자를 '유전자'라 부르게 됐다.

그러나 '유전자'라는 말은 멘델이 사용한 인자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 변화해 왔다. 언어는 살아있는 것이고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나 유전자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그때그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1] 유전자 조작으로 새 생명체 창조 가능한가

유전자를 둘러싼 오해에는 무엇이 있을까. 비근하게는 '쥐라기 공원'에서 소개된 유전자조작을 통한 고대 생물의 복원 문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호박 속에 갇힌 모기의 위장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 이를 다른 생물의 수정란(주로 악어알)에 주입해 지상에서 절멸된 공룡을 환생시킨다는 이야기는 그 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 많은 이를 흥분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가설은 유전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학자들은 우려한다.

유전자조작을 통해 생물의 성질을 바꾸는 차원의 시도는 이미 많은 성과를 거두었고 산업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 먼저 식물의 경우부터 살펴보자.

인간은 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할 때부터 수확이 많고 맛있는 품종을 얻기 위해 개량을 계속해왔다. 품종개량이나 접붙이기가 그런 사례다. 유전지조작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서로 교배가 불가능한 종이 가진 유용한 성질을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성공을 위해서는 세가지 획기적 기술개발이 필요했다.

먼저 좋은 성질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염색체(DNA) 위에 특정 염기배열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고 혹 필요하다면 발현을 제어하는 염기배열을 연결시켜 그 유전자를 다량 정제하지 않으면 안된다(이를 유전자클로닝이라 한다). 다음으로 그 DNA를 세포에 도입하여 염색체에 집어넣은 뒤 세포가 증식할 때 그 유전자도 증식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유전자를 짜넣은 세포를 증식시켜 개체를 재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식물의 경우 기술적인 장애는 극복되어 실험적으로 바이러스나 미생물, 다른 식물에서 채취한 유전자를 몇가지 식물에 도입해 그 성질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가령 어떤 콩과(科)의 식물이 가진 동물의 소화효소 트립신의 움직임을 저해하는 단백질 유전자를 담배에 도입하면 그 담배에서는 나방의 유충이 살 수 없어 벌레가 먹지 않게 된다.

언젠가는 가능하나 아직은 시기상조

국내에서도 대장균에 사람의 DNA를 도입, 인슐린 등 약제를 개발해 내는 기술이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서 있다. 산업효소 등의 개발도 괄목할 만하다. 동물의 경우도 수정란에 특정 유전자를 도입, 변형된 동물을 만들어내는 실험 등이 행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루어진 바 있는 암 유전자를 도입한 실험용 쥐 등이 그 경우. 이밖에 성장 호르몬을 주입한 슈퍼 쥐 등의 탄생이 고작이다.

그렇다면 완전히 새로운 작물은 만들어낼 수 없는가. 두 종류의 작물이 가진 우수한 성질을 하나로 모은 새 작물을 만드는 일은 실험실에서는 이미 이루어진 지 오래다. 토마토와 감자의 세포를 뽑아내어 세포벽을 제거, 알팽이 세포로 만든 다음 서로 융합하여 만들어낸 '포마토'가 그 대표적 예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는 성공은 했으되 성과없이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완전히 새로운 작물을 만들려는 시도는 유전공학이 출발한 30여년 전부터 수없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렇게 많았던 실험들이 최근에는 거의 시도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가 보잘것 없었기 때문이다. 가령 포마토의 경우 개체는 수확량도 없고 종자도 생기지 않았다"고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홍주봉박사는 말한다.

"토마토건 감자건 모든 생물종은 긴 진화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독자적 유전자조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뒤섞이지 않도록 여러 생식격리기구를 발달시키고 있다. 이 장벽을 인위적으로 깨고 융합시켜도 복잡하게 관계되는 유전자의 제어시스템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유전공학에서 두개의 생물체의 유전자를 섞었을 때는 평균 50만개 정도의 유전자가 한꺼번에 섞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토록 많은 유전자가 뒤섞여 제대로 된 생물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동물의 경우는 더 어려운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다. 동물은 식물처럼 체세포에서 개체를 재생할 수 없으므로 유전자조작동물을 만들때는 수정란을 이용하게 된다. 그 까닭에 유전자 도입서부터 식물처럼 간단하게 효율적으로는 되지 않는다.

동물체는 수정란에서 복잡한 발달과정을 거쳐 조직이나 기관으로 분화돼 가므로 도입한 유전자가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발현되는 것을 제어하는 부분을 짜넣은 유전자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개체발생과정에서 유전자 발현의 제어기구가 해명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연구현황은 아직도 이같은 해명에서 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쥐라기공원'의 실현은 더욱 먼 이야기. 먼저 모기의 체내에 남아 있는 혈액에서 분리, 분석한 DNA파편을 재구성하는 것이 어렵다. 소량의 DNA를 증식시키는 PCR법으로는 길어야 수백 염기쌍의 DNA 단편을 취급할 수 있는데 불과하다. 바이러스나 미생물을 사용한 DNA 클로닝법으로도 수만 염기쌍 길이의 DNA 한조각 정도에 불과하다. 가령 모든 DNA를 조각화하여 클로닝해냈다 하더라도 이를 재구성하는 일이 쉽지 않다. 수억개의 조각을 가지고 그림 맞추기를 하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결국 유전공학의 힘으로 공룡을 되살린다는 논의가 현재 수준으로는 어림없을 뿐 아니라 옳지도 않다는 것이 학자들의 지적이다. 다만 과학의 영역에서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것이라도 앞으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개연성을 버리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런 일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선에서 '불가능'을 못박지 않을 따름이다.

생물의 창조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은 정작 유전공학을 전공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금기'인 듯한 인상마저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새로운 생명의 창조 문제는 사회적 종교적 윤리적으로 많은 논란를 야기할 수 있다. 유전공학은 질병퇴치나 산업 등에 도움을 주는 한계 안에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유전공학계의 불문률"이라고 KIST 유전공학센터 이대실 박사는 말한다. 홍주봉 박사는 "굳이생명체를 만드는 것을 터부시 할 필요는 없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이 문제가 머잖아 크게 대두되는 때가 올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어찌됐건 DNA를 조작하는 기술이 처음 발표된 지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쥐라기 공원'을 신빙성있게 느낄 정도로 생명공학은 성장해 있다.

[2] 유전자는 생명체의 설계도인가

흔히 유전자를 언급하며 '생명체의 설계도'란 설명을 붙인다. 그러나 이 말에는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한 듯하다. 대개 조직이나 기관의 형성은 설계도에 따라 진행되고, 그 설계도가 유전자라고 말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유전자는 하나의 단백질에 대응하는 유전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만드는 전체 유전자와 그 제어에 필요한 DNA의 영역을 포괄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또 '설계도'라는 말에는 단순한 도면이 아닌 유전자의 제어 순서가 적힌 프로그램이라는 의미가 실려 있다.

생물은 하나의 세포(수정란)가 분열을 거듭하여 만들어진 무수한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인자는 세포분열 이전에 복제돼 있고 생식세포에 한개씩 들어가 수정 때 부친의 것과 모친의 것이 합쳐져 한쌍이 된다. 이 조건을 민족하는 세포내의 구조가 염색체라는 점이 세포분열과정과 생식세포 형성과정의 관찰로 확실해졌다.

그런데 염색체의 수는 생물마다 종에 따라 정해져 있다. 가령 완두콩은 7쌍, 사람은 23쌍으로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반면 몸의 특징을 나타내는 형질은 무수하게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각 형질에 대응하는 유전자는 일정한 염색체의 일정한 위치에 있고 이 유전자가 규칙적으로 부모에게서 자손에게로 전달된다고 여겨졌다.

염색체는 주로 단백질과 디옥시리보핵산(DNA)으로 구성돼 있다. 핵산이 유전자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증거가 속속 확인되던 1953년에 왓슨과 크릭이 DNA 모델을 발표했다. 2개의 사슬이 각 염기마다 손을 잡는 듯이 결합된 나선형 모양 DNA에 아데닌 구아닌 티민 시토신의 네 종류의 염기가 있다.

분자유전학의 진전은 '유전자가 곧 DNA'임을 확인하게 해주었으나 한편으로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동식물의 염색체를 풀면 하나의 이중사슬DNA가 되는데, 그 모두가 유전자일 수는 없다. 가령 사람의 경우 세포핵에 포함된 DNA의 약 5%가 유전자일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유전자로서 활동하지 않는다고 말해지고 있다.

"물론 이 유전자의 역할을 현대 과학이 밝히지 못했을 따름이고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DNA가 RNA로 바뀌는데 그 기능조절을 하는 부분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홍주봉 박사는 말한다. 아무튼 "유전자는 염색체에 들어 있고 DNA 일부를 유전자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라는 말에는 모호성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이대실 박사의 지적처럼 DNA와 유전자의 관계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신비의 영역이 남아있고 이 영역이 유전자의 모호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전공학의 발전은 암이나 유전병 치료에 밝은 빛을 비춰주고 있다. 사진은 2천5백명중 1명꼴로 나타나는 유전병 '낭포성 섬유종'의 유전자 치료 장면
 

세포 상호간 작용도 관여
 

(표)유전암호표


메신저RNA의 세개의 염기가 하나의 아미노산에 대응한다.
U : 우라실  C : 시토신  A : 아데닌  G : 구아닌
 

유전자는 형질과 대응한다. 그러나 그것은 직접 연결돼 있는 형태가 아니라 유전자가 먼저 단백질과 대응하고 단백질의 기능을 중개로 하여 형질과 연결돼 간다. 가령 꽃이 붉게 되기 위해서는 붉은 색소의 합성에 필요한 효소가 세포내에 존재하지 않으면 안된다. 유전자는 이 효소의 생성에 관여하고 있고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정상적인 기능을 가진 효소를 만들지 못하면 하얀 꽃을 피우게 된다.

단백질은 많은 아미노산을 연결한 긴 사슬. 분자생물학은 DNA의 염기배열이 단백질의 아미노산배열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는 것, 게다가 DNA의 3개의 염기가 하나의 아미노산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그러면 DNA가 있으면 기능을 가진 단백질이 곧장 만들어지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연구는 DNA의 염기배열이 RNA로 전사된 뒤, 그 정보를 근거로 단백질이 만들어져 기능을 발휘하게 되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유전자란 어버이에게서 전달받은 DNA 분자에 들어 있어서 스위치만 들어오면 즉각 기능을 가진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핵산이나 단백질의 긴 분자사슬의 일부를 없애거나 재결합시키는 등 갖가지 조작에는 다른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효소가 관여하고 있다. 결국 세포는 자신의 형편에 따라 긴 DNA분자의 어느 영역을 골라 그 일부를 기능을 가진 단백질로 만들어내기 위한 정보로 이용한다는 말이 된다.

수정란 분열로 만들어진 세포는 모두 같은 설계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세포는 신경세포, 또 다른 세포는 근육세포 등 서로 다른 활동을 하는 조직이나 기관으로 분화돼 간다. 이 과정의 분자적인 메커니즘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일련의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DNA 염기배열이 있고 넓은 범위의 생물종에서 공통된다고 여겨지고 있는데, 이를 '호메오박스'라 부른다.

여기서 이 배열에 스위치를 넣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각 세포가 전체 중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제때에 스위치가 들어오도록 이미 유전자에 지령이 내려져 있는 것인지 모른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미리 지령서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세포간 상호작용 속에서 위치를 나타내는 정보가 생겨난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이 결과에 의해 새로운 유전자의 스위치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DNA의 일부가 유전자로 작용하는 것은 특수한 염기배열을 인식하여 DNA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단백질도 세포의 대사나 세포간 상호작용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 된다. 유전자가 있기에 세포나 개체가 있고 세포나 개체가 있기에 유전자가 있다. 이런 점에서 유전자는 본래 모호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전된다는 사실이 모호한 상태에서 유전자를 언급하는 일은 유전자를 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 변질되게 한다. 우생학이나 범죄유전학 등과 같이 과학의 옷을 입은 차별론이 끊이지 않게 되는것이다.

[3] 유전자 조사로 암 예측할 수 있나
 

대장암의 발전단계를 밝혀냄으로써 암발생단계 연구의 단초를 제공한 보겔슈타인 박사
 

암은 유전자의 병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DNA에는 모두 약 30억개의 염기쌍이 줄지어 있다. 그 나열방법은 모두가 같은 것이 아니라 생명현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염기배열에서는 인류의 탄생 이래 갖가지 변화가 축적돼 수백개에 한개의 빈도로 타인의 염기와 다르게 돼 있다. 이를 '염기배열다형'(多形, polymorphic)이라 부르는데, 사람마다 얼굴 생김이 다른 등의 차이가 여기서 생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생명현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 염기배열에서의 변화다. 이를 제외하면 사람은 모두 같은 염기배열을 가진 것이 된다.

DNA의 염기배열 중 RNA에 복사되는 영역이 유전자. 이 정보를 근거로 아미노산이 연결되고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암이 유전자의 병이라는 이야기는 정상적인 염기배열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원인이 되는 병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세포는 필요한 수만큼 늘어나면 증식이 정지하도록 제어되고 있지만, 염기배열의 어딘가에서 변화가 일어난 세포는 증식이 멈추지 않고 한없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암이다. 폐에서 일어나면 폐암, 위에서 일어나면 위암이 된다.
 

(표 2) 사람의 암에서 이상이 관찰되는 주요 암유전자
 

"세포증식 제어에는 여러 단백질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 단백질의 어느 유전자에선가 일어난 변화가 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즉 모든 사람은 암을 일으킬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들 유전자는 세포의 증식제어라는 생명현상의 기본이 되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가 여기에 약간의 변화라도 일어나면 암세포의 형성을 일으키는 것이다." 서울대 의과대 생화학교실 박주배 교수는 '암은 유전자의 병'이라고 규정한다.
 

(표 3) 사람의 암에서 이상이 관찰되는 주요 암억제유전자
 

유전성 암을 빼고는 예측불가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고려해야 할 점은 있다. 암은 유전자의 변이로 일어나지만 개인의 섭생이나 외적 물리적 환경 등이 여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암유전자'라는 말의 이미지에 따른 오해도 적지 않은 듯하다. 이 말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1969년인데, 오늘날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 유전성으로 나타나는 가족성 암의 경우를 뜻했다. 그 뒤 1976년 헤롤드 바무스와 마이클 비숍이 닭의 레트로바이러스(RNA를 유전정보로 가진 바이러스)에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견, 원암유전자(proto onco gene)라 이름 붙였다. 1982년에 처음으로 사람의 암에서 암유전자가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파악된 암유전자는 70-80여종에 이른다는 것이 박주배 교수의 말이다.

82년 암유전자가 발견된 뒤 인류의 불치병 암이 갑자기 해결될 듯 여러 기대를 몰고 왔다. 그러나 암유전자가 발견됐다고 해서 암 퇴치를 곧장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박주배 교수는 지적한다. "암유전자 발견이 암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많은 진척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연구수준은 어디가 변하면 암유전자가 되는지는 알 수 있으나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증명된 바는 없으나, 발암물질 등의 영향이 여기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암억제 유전자'도 처음부터 이 이름으로 소개됐으므로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이 역시 암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유전자가 아니라 세포의 증식제어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이것이 없어짐으로써 세포에 암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암억제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사람의 암세포를 조사해보면 꽤 높은 빈도로 암억제 유전자의 이상을 발견할 수 있다. 염색체 특정영역의 결실에서 존재가 유추되고 있는 암억제유전자는 1986년 망막아세포종의 RB유전자가 발견된 이래 이미 20종을 넘어섰다.

그런데 정상세포가 암세포가 되기 위해서는 한 유전자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는 몇가지 생체방어기구를 뛰어넘을 필요가 있고, 그 하나하나를 위해 각 유전자변화가 필요하게 된다. 이를 '다단계발암'이라 한다. 이상유전자가 얼마나 축적되야 암이 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80년대 말 존스홉킨스대의 보겔슈타인이 제창한 암발전단계 모델이 많이 인용되고 있다. 그는 암의 진전모습을 비교적 명료하게 구분할 수 있는 대장암을 해석한 결과 각각의 단계에 필요한 유전자변화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암 발생까지는 3개의 암억제유전자와 한개의 암유전자의 이상이 축적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축적이 필요하므로 암 발생까지 시간이 걸리고 노년에 암이 많은 것이다.

그러면 DNA를 조사하면 장래에 암에 걸릴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인가. 유전성암, 즉 어버이의 생식세포에 유전자의 변화가 있어서 태어난 아기의 세포 모두에 이상유전자가 전달됐을 경우, 혹은 그 사람의 수정란에서 암억제유전자의 변이가 생긴 경우 등은 유전자해석으로 장래 암의 출현 여부를 알 수 있다. 가족성망막아세포종의 RB유전자, 대장암이 되기 쉬운 가족성대장폴립시스의 APC유전자, 육종이나 유방암 등이 발생하기 쉬운 리 플라우메니증후군의 P53유전자 등을 대상으로 가족구성원의 백혈구에서 DNA를 추출하여 해석하는 것에 의해 변이를 명확하게 할 수가 있다. 변이를 가진 사람은 암에 걸리기 아주 쉽다는 말이 된다.
 

(그림 1) 대장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의 유전자의 변화(보겔슈타인 모델)
 

[4] 인류의 시조 '아프리카 이브설' 맞는가

'이브가설'은 1987년에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교의 알란 윌슨박사 연구진이 제창했다. 그들은 세계각지 1백47명의 미토콘드리아DNA를 조사, 계통수를 그렸다. 미토콘드리아 속에는 고리모양의 DNA가 들어있는데, 핵만이 전달되는 정자와는 달리 난자는 세포질과 핵이 함께 전달되므로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한다는 것은 현생인류의 모계만을 조사한 것이 된다. 핵의 DNA는 부친과 모친 양쪽에서 반씩 전달되지만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DNA는 보통 모친으로부터 밖에 전해지지 않는다.

그 결과, 이들이 하나의 선조(이것이 미토콘드리아의 이브라 불리는 여성이다)에서 먼저 두개의 계통수로 나뉘어진 것이 확인됐다. 한쪽 가지는 아프리카인들 뿐이었으나 또 한쪽 가지는 아프리카인을 비롯, 모든 인종을 포함했다. 이는 현 인류의 선조가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뒤 세계각지에 진출했음을 시사한다.

이 미토콘드리아의 이브가 살있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4만년에서 29만년 전 사이였다고 추측됐다. 모든 인류의 선조가 겨우 20만년 전에 아프리카에 있었다는 가설은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반면, 많은 오해도 낳았다.

먼저 우리의 선조에 해당하는 이브라는 여성이 단 한사람이었다고 받아들여지는 경우다. 그러나 이브가설은 성서의 이브처럼 여성 단 한사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령 유전적으로 대등한 여성이 1만명 있다고 해도 시대를 거치는 사이 계통은 점차 줄어든다. 또 여자이이를 낳지 않으면 미토콘드리아 DNA의 계통은 끊어지고 만다. 이는 무작위한 변동의 결과로서 생겨나고 평균 1만 세대 뒤에는 한 사람의 여성의 계열을 제외하고는 다른 계열은 끊겨버린다. 1세대를 20년이라 잡으면 1만세대는 20만년이 된다. 즉 여러 인류 공통의 조상인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20만년 전에 살아있었다 해도 그 당시 1만명 정도의 다른 여성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만일 동시대에 많은 여성이 있었다고 해도 '이브'는 현생인류의 유전적 기초를 제공한 '특별한'여성이라는 오해가 있다. 현 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두 확실히 미토콘드리아의 이브에게서 유래하지만 사람의 유전적 특징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핵의 DNA 중 '이브'에서 유래하는 부분은 극히 적다.

미토콘드리아 DNA 조사 따른 모계만의 계통도

핵 DNA는 부친과 모친 양쪽에서 유전함과 함께 차세대에 전해지기 전에 다시 짜여지는 과정을 거친다. 즉 미토콘드리아의 이브와 동시대에 산 많은 남녀의 DNA가 뒤섞인 형태로 우리 인류에남아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핵 DNA에 관해서는 이브라든지 아담이라는 특정 선조에게서 모든 것이 유래했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이같이 이브가설은 미토콘드리아 DNA라는 매우 한정된 유전적인 형질에 관한 것인데, 그래도 현재 지구상에 살아가는 50억을 넘는 사람이 가진 미토콘드리아DNA가 모두 겨우 20만년전 아프리카에 살던 한사람의 여성에게서 유래한다는 사실은 인류가 서로 가까운 친척이라는 점을 실감시킨다.

그러나 이브가설은 어디까지나 미토콘드리아DNA의 계통, 즉 모계에 관한 것으로, 북경원인의 남성자손과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진출한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여성자손의 사이에서 교잡이 일어나 현재의 몽골로이드의 핵DNA속에 북경원인에서 물려받은 것이 남겨져 있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이브가설에 대해서는 많은 반론이 있다. 특히 화석인류학자 일부에서 맹렬한 반대가 있는데, 화석 연구에서 밝혀진 약 1백만년에서 30만년 전 자바원인이나 북경원인이 각기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하여 현재의 인류가 만들어졌다는 의견이 상당수 있는 것이다. 가령 북경원인에는 몽골로이드계 인종에서만 보이는 형태학적 특징이 있다는 점에서 북경원인은 몽골로이드의 선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국내 연구자들의 경우도 이브가설이 말 그대로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3년간 KIST 유전공학센터에서 국내인 40여명의 인슐린 유전자를 놓고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혈통은 유전자적으로 80% 이상이 공통될 정도로 순수하며, 유럽인의 유전자와는 크게 다르다고 이대실 박사는 말한다. 서울대 의대의 박주배 교수도 "이 문제는 인류유전학에서 다룰 것이지만, 분석의 방법이나 해석의 차원에서 문제제기나 반론이 심하다"고 밝혔다.
 

(그림 2) 윌슨 등이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해 만든 계통도^바깥쪽 숫자는 조사대상자의 번호이고 원안의 숫자는 대표적 가지의 번호다.
 

[5] '이기적 유전자설' 설득력 있나

이기적 유전자란 '자연선택은 어떤 차원에서 이루어지는가'는 논쟁 속에서 영국 옥스포드대 동물행동연구팀의 선두주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제창한 개념이다. 도킨스는 1976년 낸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유전자에 의해 생물의 행동이 조작된다"고 기술했다.

그의 주장은 자연선택의 결과 마지막에 남는 것은 유전자 정보이고, 이같은 유전자 중에는 생물개체의 생존이나 번식에는 불리하더라도 유전자 자체의 복제본을 넓히는데는 유리한 성질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1983년 노벨의학생리학상을 수상한 바바라 맥글린토크의 '뛰어다니는 유전자'(jumping gene)발견을 통해 더 강화됐다. 이 유전자는 DNA사슬의 여기저기에 삽입돼 근처의 유전자에 영향을 주는 DNA 배열이다. 이들은 생물개체의 생존이나 번식과는 상관없이 존재하는 것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또 DNA 속에는 같은 배열이 반복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또한 생물개체의 생존이나 번식과는 관계가 없는 경우가 있다. 결국 그것들이 진화한 것은 자체 DNA의 복제본을 늘여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사회생물학계의 반론 많은 가설에 불과

'이기적 유전자'관은 유전공학을 사회적으로 해석하는 데 많은 단서를 제공했다. 그러나 개체의 번식이나 생존에 영향을 주는 생물의 성질에 대해, 그것들이 진화돼 온 것은 '생물 개체 속에서 자연선택이 일어났다'고 보는 쪽이 정당한지, '유전자 간에 자연선택이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 양자간에 논쟁이 있다. 후자의 입장에 선 도킨스의 생각이 일반적으로 지지되는 것만도 아니다.

최근 국내에도 번역서가 출간돼 나온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Not in Our Genes)에서 로우즈, 르윈턴, 카민 등의 저자들은 생물학결정론의 현대적 종합인 사회생물학을 비판하며 그 주요 타깃을 하버드대 사회생물학자 윌슨의 '사회생물학:새로운 종합'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로 삼고 있기도 하다.

이기적유전자의 문제는 결국 자연선택이 어떤 차원에서 어떻게 일어나며 결과가 어떻게 되는가의 문제와 관련돼 있다. 여기에는 개념적 이론적 실증적인 문제 등이 있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확실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자연선택의 단위의 문제는 의인화된 비유로 말해질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이기적유전자의 기묘한 비유적 해석, 특히 인간의 행동에 짜맞춘 설명은 위험하며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쉽다. 인간의 행동은 모두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고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한다는 생각도, 그리고 행동이나 감정이 모두 환경이나 사회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도 문제가 있다 하겠다.

[6] 지능 결정요인은 유전인가 환경인가

지능을 결정하는 것이 유전인가 환경인가에 대해서는 오랜 논란이 있어 왔다. 우선은 머리가 좋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부터 논쟁이 시작된다.

여기서 '머리가 좋다'는 문제를 놓고 지난 1세기에 걸쳐 과학계에서 벌인 연구내용을 돌아보자. 지능검사라는 형태로 지능을 측정한 창시자는 잘 알려진 바대로 프랑스의 비네다. 그는 교육에 의해 지적 장애아를 개선시킬 목적으로 정신과의사인 시몬과 함께 지능검사를 고안했다.

그뒤 독일의 슈테른이 '지능검사의 심리학적 방법'(1911)에서 '정신연령과 실제연령의 비율'을 제창, 이를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터먼이 취해 저서 '지능의 측정'(1916)에서 '지능지수'(IQ)를 등장시켰다. 이 IQ는 양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평생 변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흑인이나 외국에서 온 이민에게 실시된 지능검사에서는그들의 IQ가 백인보다 낮았으므로 지능은 유전에 의해 지배되며 교육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평생 변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지능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생물학계에서 '멘델의 유전법칙' 재발견(1900)에 이어 유전학이 골격을 갖춘시기와 일치한다. 유전현상의 하나로서 지능연구에 눈이 돌려진 시대적 영향 탓이었다.

대개 가계조사와 쌍둥이 조사에서 지능이 유전한다는 근거가 추구됐다. 1937년 뉴먼과 프리먼, 홀징거가 시카고대학 출판부에서 발행한 '쌍둥이의 유전과 환경의 연구'는 그 전형이다. 이후 비슷한 연구가 속속 보고됐다. 즉 쌍둥이나 형제자매, 친자와 양자 사이에서 IQ 등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심리학자 버트의 것이 있다. 그는 1955년과 58년, 쌍둥이 연구 결과를 보고했고, 66년에는 '지능차이에 있어서 유전적 결정-동거, 별거시켜 자라난 일란성쌍둥이의 연구'를 '영국교육심리학잡지'에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천재아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으로 우월한 남성의 정자만을 취급하는 정자은행이 있다. 비영리 기구인 이 은행을 운영하는 로버트 그래험 박사와 냉동보관되는 정자 콘테이너들
 

지능자체가 정의되지 못한 연구대상

이 연구에 영향을 받고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캘리포니아대 교육심리학자 옌슨에서 시작된 IQ 논쟁이다. 그 무렵 흑인이나 소수민족, 경제적으로 궁핍한 계층의 어린이들에게서 흔한 학업지체를 국민학교 입학전에 개선하려는 '헤드스타트계획'이 있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옌슨은 이 실패의 원인을 검토, 1969년에 'IQ와 학업성적을 어느 정도 올릴 수 있나'라는 논문을 '하버드교육시평'에 발표했다. 그의 주장은 "IQ에는 상당한 안정성이 있고 인종이나 사회적계층간에는 분명한 지능의 차이가 존재하며 이들은 유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중에는 "흑인의 IQ는 백인모집단의 평균보다 15점 적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었다.

교육환경의 개선보다는 신체적 생물학적 요인의 개선을 주장한 옌슨의 생각은 당시 닉슨대통령의 각의에서 화제가 되었고 세계 생물학자나 심리학자로부터 반대론과 옹호론이 동시에 나왔다. 그 근거의 하나인 버트의 통계에 대해서는 프린스턴대 심리학자' 카민이 'IQ와 정치의 과학'(1972)에서 그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지능수준'의 일부를 해명하는 대뇌생리학이나 산경생리학의 연구로 1960년대부터 주목된 것이 '기억물질'이다. '기억의 분자설'이라고 불린 이 연구를 증명하기 위해 실험동물에 특정 학습이나 기억을 시키고 뇌 안의 물질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 등이 정력적으로 행해졌다. 이 연구에서는 기억물질의 실체로 처음에는 RNA가 주목받았으나 결국 펩티드라고 결론이 났다. 이 연구는 당시에도 논란을 불러일으켜 미국의 과학지 '사이언스'에 과학자 23명이 연명으로 의혹을 선언했을 정도였다. 그 뒤의 연구에서 이같은 연구의 전제가 된 '지능의 항상성' '유전적 규정성' '측정가능성' 모두에 의문이 제기됐고 '기억의 분자설'은 거의 신용을 잃게 됐다.

머리가 좋다는 것이 기억력이 우수하다는 뜻만은 아니라는 점은 일반적으로 많은 동의를 얻고 있는 대목이다. 순간적인 판단력이나 두뇌회전의 속도 등만이 해당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찌됐건 머리가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대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지능' 이나 '머리가 좋다'는 데 대한 엄밀한 정의는 내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지능이 유전되는가 여부를 알려해도 알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머리카락 색이나 눈의 색 등 특정화된 유전형질과는 달리 지능 그 자체는 특정화가 불가능한 것이다. 물론 아이가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물려받고 이것이 발현되어 살고 있는 한, 정의는 없더라도 '어떤 선천적인 요인'이 지능에 관계한다는 점을 깡그리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머리가 좋아지는 음식'이랄지 '두뇌훈련법'에 의해 머리를 좋게 한다는 많은 주장이나 가설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때, 많은 이들이 지능이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실질적으로 믿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표 4) 상관관계로 본 지능의 유전성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유전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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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서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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