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임상연구에 따르면, 난임 부부에서 여성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와 남성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는 각각 40%로 비율이 비슷하다. 양쪽 모두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10%, 그리고 그 외 원인불명의 난임이 10%를 차지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2015년에 발간한 ‘난임 부부 지원사업 평가 및 난임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원인불명이 51.9%로 월등히 많은 반면 남성의 난임은 8.2%에 불과했다. 2007년과 비교해도 원인불명은 비율이 증가했고, 남성 요인은 감소했다.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남편 분 정액검사 결과는 아무런 이상이 없네요. 아내 분께서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나요? 그러면 수정란이 착상을 못할 수 있어요.”
지금껏 난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웠다
단국대 의대 제일병원 비뇨기과 최진호 교수와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팀은 ‘한국모자보건학회지’ 2016년 1월호에 발표한 ‘임신 전 남성 관리’라는 논문에서 “과거에서 현재까지 대체로 정액검사가 양호하면 남성들에게 ‘불임 면죄부’를 줬다”고 밝혔다(정액검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따라 ‘총 사정액 1.5mL 이상, 1mL 당 정자 수 1500만 이상, 운동하는 정자 비율 40% 이상, 정상적인 모양의 정자 4% 이상’을 정상으로 본다).
그럴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같은 보조생식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부부의 자연임신을 유도하기보다 남성의 정자만을 획득해 이를 난자와 결합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임신하기 위해 필요한 남성의 건강 관리, 그리고 남성 문제의 진단과 치료를 간과해 온 것이다.
이건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정자미세직접주입술(ICSI)로 운동성이 없는 정자로도 수정이 가능해지면서 남성 생식에 대한 기초 연구가 많이 사라졌다”며 “여성 생식에 비해 남성 생식은 문제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자연임신 상황에서는 도태돼야 할 정자를 인위적으로 배아로 만드는 상황이 생긴다. 정자미세직접주입술은 연구원이 육안으로 정자의 모양이나 운동성을 확인해 골라서 난자의 세포질에 직접 찔러 넣어 배아를 만드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계명찬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여성의 자궁에 주입해도 착상이 안 되거나 초기에 유산되는 배아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문제를 가진 배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여성에게 돌아간다. 난임 치료가 여성의 몸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대 임상평가과학연구소 제이콥 우델 교수팀은 1993년 4월부터 2011년 3월 사이에 성선자극호르몬에 기반한 난임 치료를 평균 3회씩 받은, 평균 나이 35세의 여성 2만8442명을 추적 조사했다(doi:10.1503/cmaj.160744). 그 결과, 난임 치료 뒤 임신에 성공한 여성(9349명)에 비해 임신에 실패한 여성은 심혈관질환을 겪을 위험이 19% 더 컸다. 연구팀은 ‘메디컬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난임치료는 눈에 띄지 않는 혈전을 유발하고 혈압을 상승시키거나 난소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피임약은 남성의 몸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단국대 의대 제일병원 비뇨기과 최진호 교수와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팀은 ‘한국모자보건학회지’ 2016년 1월호에 발표한 ‘임신 전 남성 관리’라는 논문에서 “과거에서 현재까지 대체로 정액검사가 양호하면 남성들에게 ‘불임 면죄부’를 줬다”고 밝혔다(정액검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따라 ‘총 사정액 1.5mL 이상, 1mL 당 정자 수 1500만 이상, 운동하는 정자 비율 40% 이상, 정상적인 모양의 정자 4% 이상’을 정상으로 본다).
그럴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같은 보조생식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부부의 자연임신을 유도하기보다 남성의 정자만을 획득해 이를 난자와 결합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임신하기 위해 필요한 남성의 건강 관리, 그리고 남성 문제의 진단과 치료를 간과해 온 것이다.
이건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정자미세직접주입술(ICSI)로 운동성이 없는 정자로도 수정이 가능해지면서 남성 생식에 대한 기초 연구가 많이 사라졌다”며 “여성 생식에 비해 남성 생식은 문제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자연임신 상황에서는 도태돼야 할 정자를 인위적으로 배아로 만드는 상황이 생긴다. 정자미세직접주입술은 연구원이 육안으로 정자의 모양이나 운동성을 확인해 골라서 난자의 세포질에 직접 찔러 넣어 배아를 만드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계명찬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여성의 자궁에 주입해도 착상이 안 되거나 초기에 유산되는 배아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문제를 가진 배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여성에게 돌아간다. 난임 치료가 여성의 몸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대 임상평가과학연구소 제이콥 우델 교수팀은 1993년 4월부터 2011년 3월 사이에 성선자극호르몬에 기반한 난임 치료를 평균 3회씩 받은, 평균 나이 35세의 여성 2만8442명을 추적 조사했다(doi:10.1503/cmaj.160744). 그 결과, 난임 치료 뒤 임신에 성공한 여성(9349명)에 비해 임신에 실패한 여성은 심혈관질환을 겪을 위험이 19% 더 컸다. 연구팀은 ‘메디컬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난임치료는 눈에 띄지 않는 혈전을 유발하고 혈압을 상승시키거나 난소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피임약은 남성의 몸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여성이 웃으며 독백) “아직은 혼자가 좋으니까, 아직은 둘이 좋으니까” - 000 피임약 광고 中
피임도 마찬가지다. 1960년 세계 최초의 경구 피임약, ‘에노비드10’이 개발된 이후 여성용 경구 피임약은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아직까지 시판되고 있는 남성용 피임약은 단 한 개도 없다. 피임약에서만큼은 6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여성이 그 짐을 지고 있었던 셈이다.
사회적, 정서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핵심적인 이유는 연구 자금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남성 생식은 여성에 비해 연구가 훨씬 덜 돼있다. 남성 피임약을 만들자니, 기초연구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3파트에서 소개할 남성 피임약 ‘바살젤’을 개발 중인 파시머스 재단의 설립자 일레인 리스너는 ‘MIT 테크놀로지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대형 제약회사는 남성 피임약 연구에 관심이 별로 없다”며 “미국국립보건원(NIH)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NIH는 2015년 한 해 동안 피임 의학에 4억2400만 달러(약 4812억 원)를 지원했지만, 대부분의 돈을 여성 생식과 피임 연구에 투자했다.
그 결과, 역설적이게도 여성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체중 증가, 기분 변화, 두통, 성욕 감소, 가슴 통증, 여드름, 구토, 혈전증 등 보편적인 부작용이 있고,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유방암, 심혈관질환, 심근경색 등 심각한 질환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이는 남성도 마찬가지라, 남성 호르몬 성분인 테스토스테론운데카노에이트를 이용한 남성 피임약이 개발됐지만 임상시험 도중 여성 경구 피임약과 유사한 부작용이 나타나 연구가 중단됐다).
사회적, 정서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핵심적인 이유는 연구 자금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남성 생식은 여성에 비해 연구가 훨씬 덜 돼있다. 남성 피임약을 만들자니, 기초연구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3파트에서 소개할 남성 피임약 ‘바살젤’을 개발 중인 파시머스 재단의 설립자 일레인 리스너는 ‘MIT 테크놀로지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대형 제약회사는 남성 피임약 연구에 관심이 별로 없다”며 “미국국립보건원(NIH)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NIH는 2015년 한 해 동안 피임 의학에 4억2400만 달러(약 4812억 원)를 지원했지만, 대부분의 돈을 여성 생식과 피임 연구에 투자했다.
그 결과, 역설적이게도 여성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체중 증가, 기분 변화, 두통, 성욕 감소, 가슴 통증, 여드름, 구토, 혈전증 등 보편적인 부작용이 있고,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유방암, 심혈관질환, 심근경색 등 심각한 질환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이는 남성도 마찬가지라, 남성 호르몬 성분인 테스토스테론운데카노에이트를 이용한 남성 피임약이 개발됐지만 임상시험 도중 여성 경구 피임약과 유사한 부작용이 나타나 연구가 중단됐다).
이런 이유로 1세대 피임약 에노비드10은 에스트로겐 함량이 50μg(마이크로그램, 100만 분의 1g) 이상이었지만, 2세대 피임약부터는 35μg 이하로 양을 줄여가며 현재 4세대 피임약까지 개발돼 있다. 그러나 피임약이 호르몬제인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남성 생식은 기본 메커니즘조차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의 연구자금은 여성 생식 연구에 투자된다』
결국 비호르몬제를 개발해야 한다. 김진영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교수는 “여성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난자를 한 달에 하나씩 내보내기만 하지만 남성은 매일 수천 개의 정자를 새롭게 만든다”며 “단백질과 같은 비호르몬 물질이 관여할 수 있는 단계가 난자보다는 정자에 훨씬 많은 만큼, 비호르몬 피임약을 만들 타깃은 정자가 많다”고 말했다.
수년간 남성 피임약을 연구해 온 호주 모나쉬대 사바티노 벤투라 박사 역시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비호르몬 성분이고, 수술도 필요 없는 남성 피임약은 남성과 여성에게 모두 윈-윈”이라며 “남성 피임약 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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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불임과 피임의 미싱링크 남성 생식
Part 1. 정자의 고된 길
Part 2. 남성 생식 연구를 허하라
Part 3. 사나이 가는 길을 막는 건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