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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에서는 중국으로부터 백두산호랑이 한 쌍을 들여올 계획인데, 중국쪽 백두산에서 잡은 것이거나 그 후예라면 우리 국토의 최근 거리에서 얻은 개체란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호랑이는 생존지역 접경을 넘나들며 살기 때문이다.

약4천3백만년 전(제3기 시신세)에 번영해 있던 미아키스(Miacids)는 고양이 사향삵 하이에나 족제비 래쿤 곰 및 개류 등 모든 육신동물(肉食目)의 조상이었다. 이 미아키스로부터 진화한 고양이류의 직접조상은 님라부스(Nimravus)다. 이 님라부스는 현생의 고앙이류와 달리 검은 어금니가 아직 맷돌모양(臼齒)인 채 미발달상태였다. 이것이 다시 진화해 3천7백만년 전(제3기 점신세)에 현생 고양이류의 원형이 형성되던 무렵에는 송곳니(犬齒)가 발달하고 어금니가 고기를 자르기에 편리한 모양(裂肉齒)로 바뀌어 갔다.

고양이류는 그 진화과정에서 하나는 현생의 고양이류로, 또 하나는 검치호(劍齒虎)류로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그 후세에 나타난 검치호의 일종인 스밀로돈(Smillodon)은 오늘날의 호랑이와 거의 같은 크기였다. 윗턱의 송곳니는 17-2Ocm나 되고 입을 크게 벌릴수 있는 데다가 힘이 세서 큰 초식동물들을 잡아먹는 데 매우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그리 민첩하지 못했기 때문에 굼뜬 코끼리나 코뿔소 따위의 큰 동물들을 먹이의 대상으로 사냥했다.

그 후 차차 대형 초식동물들이 줄어들고 그보다 작고 발빠른 초식동물이 번성하게 되자 검치호류들은 이들을 사냥하기가 어려워 멸망하고 이번에는 고양이류가 번영하게 됐다. 이 일족은 주로 2백만년 전서부터 등장했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오늘날의 호랑이 사자 표범따위다. 이들은 송곳니도 작고 힘도 검치호만은 못했지만 유연한 몸놀림과 기민한 순발력을 지니게 된 것이 강점이었다. 그것은 민첩한 작은 초식동물들을 효과적으로 사냥하기 위한 필요성에서의 진화였다.


우리나라에 드어올 것으로 알려진 백두산 호랑이
 

호랑이는 아시아에만 산다

오늘날 호랑이는 아시아에만 퍼져 살고 있는데, 아시아의 어디에서 발상한 것일까. 현재는 남쪽인 인도나 인도지나에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여기를 중심으로 퍼졌다는 남방기원설도 있지만 북방설이 유력하다. 시베리아산의 화석종은 수십만년 전의 것으로 가장 오랜 것이기도 한데다 확실히 현생의 호랑이와 연결이 닿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화석동물을 동정(同定)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기타의 이론(異論)도 없지 않으나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적어도 시베리아산 화석이 현생의 호랑이와 동일종으로 인정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몇가지 논거를 들면 첫째 더운 동남아시아의 호랑이는 낮동안 깊은 숲숙이나 물가에서 지낸다. 숲에 숨어드는 것은 잠복대기를 하고 있다가 기습사냥을 하는 생존상의 필요에서일지도 모르나 그렇게 어두운 숲속을 좋아하는 것이 습성이라 가정해도 북방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때문에 남방에서의 이와 같은 행동은 피서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호랑이가 더운 데보다는 추운 지방의 동물이란 것을 시사하는 것인데, 실제로 추위보다는 더위를 못 참는다.

둘째 호랑이는 인도에는 있고 스리랑카에는 없다. 본래 스리랑카의 포유동물은 인도 대륙과는 공통종 또는 근연종(近緣種)이어서 코끼리 멧돼지 늘보 곰 표범 따위는 두 곳에 다 있는데, 호랑이만 없다.

보르네오는 스리랑카보다도 포유동물상(相)이 특수하고 지사(地史)적으로도 오래인데, 여기에도 호랑이는 없다. 같은 섬이라도 월리스선(Wallace's line)의 서쪽인 수마트라 자바 발리섬에는 호랑이가 있지만 이것은 대륙에서 이동한 것이다. 동부 및 동북 아시아대륙도 그에 딸린 섬인 해남도 대만 일본 및 사할린에는 호랑이가 없다.

옛날 시베리아의 생물상은 현재와는 달리 기후가 따뜻하고 초목이 무성해 무스(moose-대형사슴의 일종)나 순록 등 호랑이의 먹이감이 많았다. 그러나 호랑이의 개체수가 많아지고 오늘날과 같이 그곳의 기후와 생물상이 변화되면서 먹이감이 줄어들자 호랑이는 타지역으로 이동하며 분포를 확대해 갔다.

티벳고원을 분포의 공백지대로 남기고 주로 중국대륙을 거쳐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남하했는데, 한편으로 중앙아시아를 거쳐 카스피해 주변과 파키스탄으로 서진해 남하한 것들과 인도에서 만났다. 이렇게 퍼진 호랑이들이 지역적 변이로서 고정된 형질(形質)을 가지게 돼 현재의 호랑이에서 보는 지방적 아종(亞種)이 됐다. 물론 그 형성에는 복잡한 조건이나 다양한 과정이 있었을 것이나 각 아종의 형질을 계통적으로 거슬러 봄으로써 그 분포의 확산과정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8개의 아종으로 구분

호랑이는 위와 같이 오랜 세월을 두고 분포역을 확장해 아시아 각지에 퍼져 살고 있는데, 각각 각 정착한 지역에서 아종으로서의 형태적 특징을 지니면서 오늘날과 같은 8개 아종이 형성됐다. 그리고 그 아종의 형성은 다음과 같은 생물학상의 몇 가지 법칙에도 부합된다.

베르그만(Bergman)의 법칙 : 포유동물에 있어서 한냉한 지방의 것은 온난한 지방의 것보다 크다. 즉 체격이 크고 체중이 무거우면 가벼운 것보다 체표면적의 비율이 적어 그만큼 체열발산을 덜 하기 때문에 추위를 이기는 데 유리하다.

호랑이의 경우 북방의 시베리아호랑이는 체장(코끝-보리끝)이 흔히 3m(개체기록으로는 3.9m)를 웃도는 데 비해 남방의 벵갈호랑이의 평균치는 2.85m(수컷)인 것으로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법칙은 같은 벵갈호랑이에서도 더운 저지대의 것보다 네팔과 같이 한냉한 고지대의 것이 다소 큰 모습을 보인다.

알렌(Allen)의 법획 : 추운 지방의 것은 더운 지방의 것보다 귀 목 다리 꼬리 등이 비교적 짧고 작다. 즉 짧고 작을수록 체표면적이 작기 때문에 보온에 유리하고 길고 크면 불리하다. 예컨대 사막여우의 귀는 크고 북극여우의 귀는 아주 작은 것이 대조적인데, 호랑이의 경우는 그리 극단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 법칙에서 예외는 아니다.

글로거(Gloger)의 법칙 : 건조한냉한 지역에 사는 것은 고온다습한 지방의 것보다 체색(體色)이 옅다. 이것은 멜라닌색소의 많고 적음에 따른 영향이다. 시베리아호랑이의 밝은 황갈색과 인도지나호랑이의 어두운 적갈색을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이밖에 더운 지방의 것은 털이 거칠고 짧은 데 비해 추운 지방의 것은 길고 조밀하며 특히 겨울에는 솜털이 뻑뻑하다. 또 섬에 사는 것은 보다 큰 섬이나 대륙에 사는 것보다 체격이 작다. 이는 즉 도서효과(島嶼效果)라는 것으로 발리섬에 사는 발리호랑이가 세계의 호랑이 가운데 가장 작다. 8개 아종의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시베리아호랑이(Siberian Tiger, Panthera tigris altaica) : 전에는 바이칼호에서부터 연해주 일대, 중국 동북부(만주) 및 한반도에 분포했다. 현재는 연해주 시코레(Sichote) 산맥, 아무르(Amur)강 유역, 중국 동북부 길림성(吉林省), 흑룡강성(黑龍江省) 및 목단강성(牧丹江省)과 북한의 백두산 일대에 살고 있다. 한냉한 지역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털의 색이나 길이가 달라지는데, 여름털은 밝은 적갈색, 겨울털은 황갈색이다. 검은 칡무늬는 남방계보다 성긴 편이며 꼬리의 검은 고리무늬수도 적은 경향이다(일설에 북방계는 8-10개, 남방계는 10-13개라고 하나 정설로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1987년 4월 미국 미네소타에서 열린 호랑이보호전략을 위한 국제 심포지움에서 종합된 야생실태는 옛소련(러시아)에 2백90-3백두, 중국에 30-40두, 북한에 2-10두 정도다.

중국호랑이(South Chinese Tiger, P.t. amoyensis) : 전에는 복건성(福建省) 및 감숙성(甘肅省)까지 있었으나 지금은 사천성(四川省)성에 1백-2백두 정도가 남아 있다. 벵갈호랑이와 카스피호랑이의 중간형으로 약용과 모피용으로 남획당했다.

인도지나호랑이(Indochinese Tiger, P.t. corbetti) :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의 동부 및 중국 운남성(雲南省)에 있으며 8개 아종중 가장 고온다습한 지대에 살고 있다. 때문에 체색 또한 가장 어둡고 검은 칡무늬도 조밀하다. 현재 야생하는 것은 약 2천두 정도다.
벵갈호랑이(Bengal Tiger, P.t. tigris) : 인도 네팔 부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의 열대 몬순림에 살고 있으며 그 수는 3천-3천5백두로 8개 아종 중 가장 많다. 체색은 적갈색, 검은 칡무늬는 폭이 넓고 성긴 편이다. 소위 백호라 불리는 흰 빛의 변이체는 이 아종에서 흔히 나온다.

수마트라호랑이(Sumatran Tiger, P.t. sumatrae) : 수마트라의 바리산(Barisan) 주변에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리섬으로부터 이 섬으로 개척농민을 이주시키면서 먹이감 동물이 줄어 가축을 약탈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한다. 체형이 작고 몸에는 자바호랑이와 같이 짧은 갈기가 있다. 서식수는 6백-8백두 정도다.

자바호랑이(Javan Tiger, P.t. sondaica) : 자바섬의 극히 한정된 지역에 1-2마리 정도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십수년 전까지는 섬의 동쪽에 살고 있었으나 그 후 고무나무와 커피나무밭으로 개간되면서 급격히 줄었다. 체형은 수마트라 호랑이와 비슷하다.

발리호랑이(Bali Tiger, P.t. balica) : 8개 아종 중 가장 작다. 워낙 작은 섬이어서 처음부터 그 수가 많지 않은 데다 농지개간으로 인해 약 50~60년 전에 절멸했다.

카스피호랑이(Caspian Tiger, P.t. virgata) : 전에는 카스피해로부터 알타이산맥에 걸쳐 넓은 지역에 살고 있었으나 지금은 이란의 북부와 아프카니스탄의 북부에 5-10두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감소원인은 주산지인 옛소련에서 대규모의 개간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크기는 시베리아호랑이에 버금가고 생김새는 벵갈호랑이를 닮았다.

한국호랑이는 시베리아호랑이에 속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동북부와 시베리아 등 동북아시아의 호랑이를 지금은 일괄해 시베리아호랑이(Sibarian Tiger, Panthera tigris altaica)로 부른다. 그러나 금세기 중기까지만 해도 이 세 지역의 것을 각각 별개 아종으로 식별했다. 즉 한국호랑이(Korean Tiger, Felis tigris coreensis), 만주호랑이 또는 동북호랑이(Manchurian or North Chinese Tiger, F.t. manchuricus) 및 시베리아호랑이 또는 아무르호랑이(Siberian or Amur Tiger, F.t. longipilis)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셋은 다만 국경을 달리하는 나라에 있다는 것뿐 그 형태적 특징이나 습성은 다른 것이 없고 실제로 3개국 접경지대에서는 서로가 교류하고 있다. 때문에 별개 아종으로 볼 이유가 없다는 학계의 견해가 정립된 상태다. 또한 구 학설로는 속명(屬名)도 여느 고양이와 똑같이 고양이속(Felis)으로 봤으나 이것도 여느 고앙이는 포효를 못하고 목통에서 "고로록 고로록"하는 소리를 내는 데 비해 호랑이는 그 소리는 못내지만 우렁차게 포효한다는 등 차이점을 들어 표범속(Panthera)으로 이적하게 됐다.

다시 정리하면 호랑이의 분류학상 위치는 다음과 같다.

식육목(食肉目, Order Carnivora)
고양이과(猫科, Family Felidae)
표범아과(亞科, Subfamily Panther inae)
표범속(屬, Genus Panthera)
종명(種名, tigris)
아종(亞種, altaica)

따라서 국제동물명명규약상 표기되는 시베리아호랑이의 학명은 Panthera tigris altaica이다. 그리고 이것은 1954년 제15회 국제동물학회(런던)에서 인정됐다. 시베리아호랑이나 Siberian Tiger란 우리말과 영어로 표기된 속명(俗名)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한국호랑이, 중국사람들은 동북호랑이, 러시아사람들은 시베리아호랑이로 부르기를 고집한다. 이것은 학술을 떠나서라면, 그리고 분명히 자국산의 개체에 대해서라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선호랑이나 한국호랑이라기 보다는 백두산호랑이, 또는 금강산호랑이라고 부르는 관습이 있다. 백두산에서부터 뻗어내려 금강산을 거치는 국토의 척추산맥에 호랑이가 많았고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산 이름들을 붙여 부르게 된 것이리라.

서울대공원에서는 이번에 그 백두산 호랑이 한 쌍을 중국으로부터 들여 올 계획을 추진 중인데, 비록 북한지역이 아닌 중국측의 백두산에서 잡은 것이거나 그 후예라면 학문상으로야 어떻든 우선 국토의 최근거리에서 얻은 개체란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호랑이는 그 지역 접경에서 교류하고 있는 것이고 보면 굳이 어디 산이냐를 따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 것이 더 좋다는 당기는 마음으로 시베리아호랑이와는 어디가 어떻게 다르다느니 한다는 것은 좀 우습다.

호랑이 절멸위기


(표1) 일제때의 호랑이 토벌결과
 

일찍부터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하도 많아 인축이 호환에 시달려 왔다는 것은 고문헌(삼국사기, 이조실록, 萬機要覽 등)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바다. 백여년 전만 해도 조정에서는 착호군(捉虎軍)을 편성해 호랑이 잡이를 했을 정도였다.

그렇던 것이 지금과 같이 절멸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일제가 침략해 들면서부터다. 구한말 일제는 자심한 호환으로부터 인명을 구한다는 구실로 군경으로 호랑이 토벌대를 편성하고 고성능총포와 주민을 몰이꾼으로 앞세워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끈질기게 전개했다. 잡힌 것은 호랑이뿐만 아니라 표범 곰 늑대는 물론 사슴 멧돼지 등까지도 마구 잡아 일련의 생태계를 무참히 파괴해 버렸다.

(표1)과 (표2)는 그 때의 성과(?)와 그밖의 포획 상황이다. 이 기록은 물론 조사로서 드러난 것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남한에서의 기록은 종전에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숫놈 1두가 마지막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조선총독부 통계연보는 1936년 경북과 충청도에서 가축이 4두, 1937년 전북에서 사람이 2명, 1942년에 경남에서 가축 1두가 각각 호랑이에게 피해를 당한 것으로 기록돼 있어 적어도 그 무렵까지는 호랑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는 1954년 김용상이 개인통신으로 국제자연보호연맹(lUCN)에 40-50두의 야생수를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1987년 미네소타에서의 국제심포지움에서는 겨우 2-10두 정도로 추계됐다. 그리고 최근의 소식(북한 대중지 '천리마' 6월호)으로는 자강도 화평군 오가산(1천3백60m)에서 길이 3백25cm, 어깨높이 1백2cm, 무게 1백76.8kg이나 되는 한 마리를 잡아 박제표본으로 만들어 김일성대학에 선물했다고 한다.

아무튼 한반도에 있어서의 호랑이의 근황은 전술한 바와 같이 일제의 대대적인 마구잡이 영향으로 인해 절멸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일부에 몇 마리나마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니 그로써 이 강산에 호랑이가 다시 회생되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표2) 기타 호랑이 포획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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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 오창영 동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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