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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는다! 결빙방지단백질



북극 물고기에서 발견한 결빙방지단백질

북극이나 남극은 기온이 영하 수십℃에 이를 정도로 춥지만 바닷물은 영하 10℃ 이내로 비교적 따뜻(?)해요. 하지만 생물은 몸에 수분을 다량 포함하고 있는 만큼 영하로 떨어지면 체액이 얼어버리지요. 그렇다면 극지방 생물은 어떨까요? 해빙을 타고 다니며 수중 포유류를 잡아먹는 북극곰은 두터운 털가죽이나 지방층이 찬 물이 피부에 닿지 않도록 막아 준답니다.




다른 동물은 어떨까요? 과학자들은 북극 물고기가 물 속에서 얼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이유를 찾기 위해 물고기의 체액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1969년 동물학자인 아서 드브리스가 남극 경골어류에서 수분이 어는 것을 막는 ‘결빙방지단백질’을 발견했지요.

그 뒤로 결빙방지단백질은 여러 생물에게서 발견되었어요. 극지방에 사는 플랑크톤이나 규조류 같은 미세조류, 효모, 동물 등 다양한 동·식물에서 나타났지요. 종류도 매우 다양해요. 발견된 생물에 따라 물고기에서 발견된 타입(Type) 1~4, 식물, 곤충, 효모에서 발견된 7가지로 나뉘며 세세하게는 수십 가지로 분류되지요.
 

생체단백질은 1g에 1000만 원 넘어

과학자들이 결빙방지단백질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탁월한 동결보존 효과 때문이에요. 의학이나 연구 목적으로 각종 생체조직을 보존할때 조직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냉동해요. 그러나 그냥 냉동하면 생체 조직 안에 포함돼 있는 수분이 얼면서 뾰족한 결정을 만들어 세포벽을 파괴한답니다.

동결보존제는 이를 막는 역할을 해요. 현재 주로 쓰는 동결보존제는 DMS라는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만든 동결보존제예요. 그러나 이를 줄기세포를 보존하는 데 쓰면 나중에 세포 분화가 과학자의 의도대로 제어가 안 되거나 세포가 사멸해 버리는 등 부작용이 매우 커요. 요즘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처럼 줄기세포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치료에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관이 안되면 말짱‘꽝’ 아니겠어요? 과학자들은 극지 생물에 들어있는 결빙방지단백질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결빙방지단백질을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북극에서 물고기를 잡아 혈액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데 1g에 1000만 원이 넘거든요. 물고기가 잡히지 않을 때는 더욱 비싼 값을 주고도 못 구한다고 해요.




결빙방지단백질 대량 생산의 길 열리다

이런 상황에서 극지연구소 김학준 박사팀은 결빙방지단백질의 효능을 연구하고 대량생산 가능성을 열었어요. 연구팀이 이용한 것은 북극 효모(Leucosporidium sp.)예요. 북극 효모 역시 영하의 얼음 호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약 4.2×10-20g의 결빙방지단백질(LeIBP)을 분비하거든요.

연구팀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사용하면 단백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효모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우선 북극 효모의 유전자를 분석해 결빙방지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고, 이 유전자를 단백질을 잘 생산하는 다른 효모의 유전자에 끼워넣었지요. 그 결과 결빙방지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2010년에는 이 기술로 특허도 출원했어요.

이렇게 생산한 결빙방지단백질의 삼차원 구조를 분석해 단백질이 결빙을 막는 방법도 찾아냈어요. 체내 수분이 얼기 시작하면 물이 뾰족한 결정을 만들어 세포를 파괴하기 전에 단백질이 빙정(얼음 결정으로 자라날 입자)을 둘러싸 결정이 커지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을 밝혀냈지요.

연구팀은 앞으로 더 좋은 결빙방지단백질을 찾기 위해 연구할 예정이라고 해요. 이렇게 연구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보존율 100%의 단백질을 만들 수도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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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 도움 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부 김학준 책임연구원, 이성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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