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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을 증진시키려는 인간의 노력, 기억물질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기억력의 본질을 알아낸다는 것은 인류공통의 희망이다. 기억력이 모자라 곤경에 처했던 경험은 누구나 적지 않게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드물기는 하지만 보통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기억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음악가 멘델스존은 17살 때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한번만 듣고 집에 돌아와서 전체 곡을 악보에 옮겨적었고, 19세기 초 최대의 야망가였던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도 프랑스 해안에 설치한 대포의 종류와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는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금세기 최대의 발명인 컴퓨터의 기본 개념을 정립한 수학자 '폰 노이만'도 숫자의 기억에는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덟살 때 상당량의 전화번호부를 한번만 훑어보고도 암기해냈다고 전해진다.
 

천재들의 기억력 연구와는 별도로 보통사람들의 기억력에 대해 실험 연구한 보고서도 있다. 이에 따르면 훈련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 미국의 '카네기 멜론'대학에서는 하루에 한시간, 일주일에 5일씩 정기적으로 기억학습을 시킨 결과, 처음에는 몇자리 숫자 이상을 암기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2년후에는 80자리수까지 암기하게 됐다는 실험결과를 밝혔다.

 

기억물질을 찾아라
 

엄청난 기억력을 소유한 컴퓨터의 탄생으로 기억력에 대한 인간의 소유욕이 상대적으로 감소되기는 했으나, 기억력은 인간생활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인간의 능력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때문에 누구라도 가능하ㄷ면 기억력이 좋아지길 바라며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는 방법이 없을까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1962년 미국'미시간'대학'맘코넬'교수는'플라나리아'라는 하등동물에 빛을 쪼였을 때 특별한 행동을 하게끔 훈련시켰다. 어느정도 훈련이 된다음, 이 동물을 잘게 썰어서 훈련이 안된 동물에 먹이고 빛을 쪼여보니 전보다는 빨리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즉 이는 플라나리아가 갖고 있는 훈련된'지식'을 먹어서 성과를 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후 이러한 실험은 새로운 형태로 발전했다. 미로 빠져나가기 훈련을 마친 쥐의 뇌에서 추출한 화학물질을 훈련을 받지 못한 쥐의 뇌에 주사하고 훈련을 시킨 결과, 학습효과도 뛰어났다는 결과도 나왔다. 즉 학습결과는 화학물질의 형태로 암호화돼 뇌에 저장된다는 가설이 성립되었고, 많은 학자들이 기억물질의 분리에 착수했다.
 

밝은 곳을 두려워하는 쥐를, 반대로 어두운 곳을 두려워하게끔 훈련시켜 양쪽의 뇌에서 꺼낸 물질을 비교한 결과, 구조가 틀리는 한 종류의 펩티드(아미노산이 연결된 것)를 발견해냈다. 이른바 '학습펩티드'가 발견된 것이다.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면 '기억력이 좋아지는 약'이 탄생한다. 물론 인간의 기억과정과 쥐의 기억과정은 많은 차이가 있고 발견된 '학습펩티드'라는 것도 쥐의 기억물질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기억에 관련된 화학물질'이 존재하는 것이 발견된 이상, 기억력이 좋아지는 약은 일단 이론적 근거를 갖게된 셈이다.
 

이를 좀더 발전시켜 보면 기억은 단순히 숫자를 암기하는 것에서 부터 자료암기, 공식암기, 물질구조암기 등 여러종류이므로 각각 기억물질을 따로 제조하여 복용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예 만화에서와 같이 꼭 필요한 지식을 음식화해 먹는 것도 공상해볼 수 있다.
 

기억물질의 발견 및 제조가 성공하면 노화에 의한 기억력쇠퇴도 막을 수 있고 암기를 위주로한 교육도 좀더 창조적인 형태로 바뀔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이 가능하다. 다만 인간의 기억이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일종의 정신작용이기 때문에 이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상상하기 힘든 혼란이 예상된다.

198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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