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평상시에 호흡할 때 출입하는 공기의 양은 약5mℓ. 그러나 이 공기가 모두 허파에서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⅓정도는 아무 쓸모없이 들어왔다 나가버린다.
우리 몸속에는 4백59g짜리 풍선이 두개 있다. 그것은 바로 허파다. 허파는 풍선처럼 아무런 근육이 없기 때문에 수동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속은 가벼운 진공 상태로 되어 있어 숨을 들이 마시면 늘어나고 숨을 내쉬면 줄어든다. 풍선과 다른 점은 속이 비어 있는 것이 아니고 마치 고무 스펀지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런데 오른쪽 풍선이 왼쪽에 비해 약간 크다. 그 이유는 폐 가운데 있는 심장이 약간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호흡기는 코 기관 폐로 구성돼 있으며 기관은 두 가닥의 기관지로 나뉘어 좌우 폐로 들어간다(그림1).
오른쪽 폐는 3개의 폐엽, 왼쪽은 2개의 폐엽으로 되어 있으며 가는 기관지의 끝에는 포도송이처럼 생긴 폐포가 있다. 폐포의 총수는 약 3억개에 달하며 각 폐포의 지름은 1백~2백㎛정도다. 그리고 폐포의 총 표면적은 1백㎡로 체표 면적(2㎡)의 약50배나 된다. 이 폐포들은 쫙 펴 놓으면 테니스 코트의 절반쯤 덮을 수 있다.
폐포 하나하나는 모두 거미줄 같은 모세혈관으로 덮여 있다.
심장으로부터 공급되는 혈액은 이 모세혈관 끝까지 빠짐없이 스며든다. 적혈구가 이 혈관을 지나면서(혈액이 머무르는 시간은 약0.7초) 싣고 온 탄산가스를 폐포 속에 퍼뜨리고, 대신 산소를 받아 가지고 나간다. 그것은 마치 가스 판매점에서 가스를 바꾸어가는 것과 같다.
허파는 어류의 부레가 진화해서 생겼다고 생각된다. 열대의 늪에 사는 폐어류는 평소 물호흡을 하지만, 건기가 되어 늪이 마르면 부레로 공기 호흡을 한다. 그러나 부레는 전체가 하나로 되어 있어 그 표면적은 별로 넓지 않다.
부레가 많은 방으로 나누어질수록 방벽의 총면적이 커지게 된다. 양서류의 어미에서 파충류에 이르면 그 방의 수는 많아진다. 이렇게 해서 생긴 방이 폐포인데, 사람은 그 표면적을 전부 합하면 1백㎡나 된다. 따라서 그 얇은 벽을 통하여 모세혈관과의 사이에서 교환되는 가스의 양은 대단히 많다.
1ℓ의 물에 들어 있는 산소의 양은 수온 15℃에서 7㎖, 25℃에서 5.8㎖뿐이다(공기 중에는 약 1백30㎖). 따라서 아가미는 이 적은 산소를 아가미를 통과하는 동안에 최고 80%나 흡수된다. 이에 비해 허파에서는 공기 중 산소의 25%도 채 흡수하지 못한다(그림4).
호흡량과 폐활량
사람이 호흡하고 있을 때 출입하는 공기의 양은 약5백㎖정도다. 이 양을 호흡량이라 한다. 한편 사람이 최대로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내뿜을 수 있는 양은 남자가 약3천5백㎖, 여자가 약2천5백㎖인데 이를 폐활량이라고 한다.
침대에 가만히 있을 때에는 1분에 약9ℓ의 공기가 필요하고, 앉아있을 때는 약18ℓ, 걸어갈 때는 27ℓ, 그리고 달릴 때는 55ℓ의 공기가 필요하다. 평상시에는 1분 16회 정도의 호흡을 하면서 한번에 약0.5ℓ의 공기를 들어마시는데, 이 때 허파는 일부만 부풀어 오른다. 허파는 이 호흡량의 8배까지도 흡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0.5ℓ의 공기도 모두 허파에서 이용되는 것이 아니고 3분의 1 정도는 기관과 다른 공기 통로의 안팎으로 아무 쓸모없이 들어왔다가 나가버린다.
다른 신체 기관들은 아늑한 곳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살지만 허파는 사실상 신체 밖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각종 환경적인 위험요인과 오염 물질들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황산가스 납 이산화질소 벤조피렌과 같은 독물질이 들어오면 공기 정화과정은 코안에 있는 털에서부터 시작된다. 코털이 큰 먼지 입자를 걸러내고, 다음에 코와 목, 기관지 통로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점액이 파리잡이 끈끈이 구실을 하면서 미세한 먼지 입자를 잡아낸다.
진짜 작업은 섬모가 담당하는데, 섬모는 미세한 털로서 공기가 들어오는 통로에 수천만개가 돋아 있다. 이 섬모들이 보릿대처럼 1초에 12회 정도 앞뒤로 흔들리면서 점액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쓸어올려 삼킬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을 객담이라 하며 인두에 도달하면 반사운동에 의해 몸밖으로 배출되는데, 이때 일어나는 반사운동을 기침이라 한다.
담배 연기나 몹시 오염된 공기가 섬모 위로 덮일 때, 섬모는 앞뒤로 물결치듯 흔들리는 동작을 중지한다. 일시적인 마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자극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섬모는 쇠약해져 죽게 되고 일단 죽으면 다른 섬모로 대체될 수 없다.
허파는 매일 갖가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들을 들이마신다. 이러한 균들은 코와 목에서 분비되는 라이소자임이라는 강력한 살균 물질에 의해 죽고 만다. 용케 들어온 세균은 순찰중인 식세포가 발견하여 벌떼처럼 둘러싸서 먹어치워 버린다. 그러나 허파는 항체 형성과 같은 꼭 필요한 방위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폐질환에 잘 걸린다.
산소는 물 1백㎖에 0.3㎖정도만 용해되지만 혈액에는 1백㎖에 약20㎖정도의 산소가 용해된다. 이것은 혈액 속에 헤모글로빈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것이 산소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은 철을 함유한 색소인 헴 4분자와 단백질인 글로빈 4분자가 결합한 색소 단백질이다. 헴의 철(Fe) 원자1개는 산소 1분자와 결합하므로 1분자의 헤모글로빈은 최대로 4분자의 산소와 결합할 수 있다(그림5).
Hb+4${O}_{2}$⇄Hb${({O}_{2})}_{4}$
외계 파충류의 피는 녹색?
헤모글로빈은 척추동물의 호흡 색소로 적혈구 속에 들어 있다. 혈액의 색이 붉은 것은 헤모글로빈에 있는 헴의 색깔 때문이다. 물론 파충류도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의 색은 붉은 색이다. 갑각류나 연체동물과 같은 무척추동물에는 헤모시아닌이라는 담청색의 색소가 들어 있다. 헤모시아닌은 철 대신 구리를 함유한 혈색소인데, 산소와 결합하면 청색이 되고 산소가 없으면 무색이 된다. 그리고 헤모시아닌은 산소와의 결합력이 약해 체액 1백㎖당 3㎖의 산소와 결합하므로 헤모글로빈에 비해 1/7정도밖에 산소를 운반하지 못한다.
연탄가스(일산화탄소, CO)는 헤모글로빈과의 결합력이 산소보다 약 2백30배나 강하여 결합 상태에서 쉽게 해리되지 않으므로 헤모글로빈에 의한 산소 운반이 장애를 받아 가스 중독 현상이 나타난다.
공기가 통하는 길(기도)은 코에서부터 인두까지, 즉 식도와 기관이 갈라지는 곳까지를 상기도, 공기가 들어가기 시작하는 후두에서부터 폐포까지를 하기도라 한다. 흔히 감기라 하는 질환은 이 상기도에 일어난 염증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서 그 대부분은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지만 세균이나 그밖의 공해 물질 등에 의해서도 종종 일어난다.
폐암은 해외 각국에서 급격히 늘기 시작하여 지금은 세계 제1위의 암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위암 간암에 이어 제3위를 차지할 정도로 폐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폐암의 발생 원인으로는 방사선에 노출되거나 공기오염 등도 일부 문제는 되겠으나, 무엇보다도 담배 피우는 것과는 관계가 확실히 알려져 있다. 담배를 하루에 한갑씩 10년을 피운 사람에서는 안 피운 사람에 비해 8~15배, 하루에 두 갑을 피우는 사람에서는 10~15배 이상 폐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폐암의 증세로는 특별한 원인이 없이 생기는 기침이 제일 먼저 나타난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기침할 때 피가 올라오는 각혈을 하게 되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기관지 벽에 생긴 암이 자라면 기관지가 좁아져 공기가 드나드는데 장애가 생기고 심하면 아주 막히게 된다. 폐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전이를 일으켜 가슴 속이나 목의 임파선으로 퍼지고 늑막에도 퍼져서 늑막염 증세를 일으킨다. 치료법은 수술로 떼어내는 것이 원칙이나 폐암 세포의 진행 정도에 따라 방사선 치료나 약물 요법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