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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왜 같은 비율로 태어나나?

유성생식의 수수께끼

왜, 암수가 따로 떨어져있다가 짝짓기를 해야 자손을 증식시킬 수 있는 불편한 유성생식 방법이 존재하는 것일까?

사람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들에서는 암수의 새끼가 거의 같은 수로 태어난다. 이처럼 1대 1의 성비(性比)는 X, Y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같은 수만 만드는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옳지 않다. 사람의 경우도 수정시의 성비는 남자 쪽에 편중되어 있다. 남자 태아쪽이 여자 태아쪽보다 유산되기 쉽고, 출산후 사망률도 높기 때문에 성비는 성장함에 따라 1대 1에 가깝게 되어가는 것이다.

현대의 생물학에서는 진화의 결과, 성숙한 다음의 암수비율이 1 대 1이 되도록 생리적 메커니즘이 계획되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생벌(寄生蜂)이라고 하는 작은 곤충의 성비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기생벌의 생활사는 간단하다. 암컷은 다른 곤충의 유충과 번데기를 숙주(宿主)로 삼아 그 몸에 알을 낳는다. 새끼는 숙주의 체내에서 자란 다음 나온다. 벌과 개미의 종류에서는 수정란은 모두가 암컷이 되고, 미수정란은 모두 수컷이 되는 성결정방식이다. 때문에 암컷은 저축해놓은 정자를 산란 때에 사용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서 새끼도 암컷으로 만드느냐 수컷으로 만드느냐를 뜻대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생벌 역시 태어날 때의 성비는 1 대 1에 가깝다. 그런데 한개의 숙주에 많은 알을 낳아 놓는 기생벌중에는 1백 개에 가까운 알중에 겨우 한 두개가 수컷이고, 나머지는 모두 암컷인 편중된 성비를 갖는 것이 있다

그 까닭은 '자손을 증식시키는데 어미가 짜낼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전략은 무엇인가'하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곧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벌들의 경우 수컷은 같은 숙주에서 자란 자매와 짝짓기를 한다. 수컷은 자신의 자매외에는 암컷을 얻을 기회가 없다. 그러나 수컷은 한마리가 다수의 암컷을 수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컷알을 가능한 한 적게, 즉 암컷알을 가능한 한 많이 낳는 것이 어미벌에게 있어서 가장 유리하다.

수컷은 쓸모없는 존재

이처럼 증식의 측면에서 보면 수컷은 쓸모없는 존재인 것이다. 어떤 동물에서나, 수컷을 적게 하고 가능한 한 암컷을 많이 만든다면, 그것이 증식률을 높이는 지름길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생물에서, 수컷과 암컷이 동수에 가깝게 태어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 이유는 다른 어미로부터 태어난 것들과도 짝짓기를 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개의 숙주에 여러마리의 어미가 중복해서 산란하고, 여기서 자란 암컷과 수컷이 서로 섞여서 교미한다면 어떻게 될까. 같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자매와만 짝짓기를 하는 수컷 기생벌의 경우와는 달리, 수컷은 다른 어미에게서 태어난 암컷과도 짝짓기를 하여 새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모든 어미가 수컷을 최소한으로 줄인다면, 수컷은 다수의 암컷과 교미해야 한다. 어미중에 다른 어미보다 수컷알을 많이 만드는 것이 있다면, 이 어미는 아들의 활약에 따라서 많은 자손을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수컷을 보다 많이 낳는 암컷이 무리 가운데 퍼지고, 이 벌은 증식에 기여하지 않는 수컷을 수없이 만들도록 진화될 것이다. 그러나 수컷의 수가 불어감에 따라 수컷 한마리당의 번식성공도는 저하된다. 때문에 수컷알의 비율은 저절로 감소, 50%까지 떨어진다. 즉 성비가 1 대 1이 된다.

이처럼 다수의 개체로부터 태어난 새끼들이 서로 섞여 짝짓기를 할 경우, 각 개체가 각각의 번식성공도를 최대로 높이려 할 때, 성비가 1 대 1로 진화한다는 것을 '피셔의 원리'라고 한다.

어려서는 암컷, 자라서는 수컷

동물중에도 실로 여러가지 성표현을 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새우의 일종은 어려서는 수컷이었다가 성장함에 따라 암컷으로 바뀐다. 이것과는 반대로 산호초 곁에서 서식하는 고기중에는 어려서는 암컷이었다가 자라면 수컷으로 변하는 것이 많다. 성전환은 어느 방향으로 또 어떤 시기에 생기는 것일까? 게다가 갯지렁이와 권패류 등에서 볼 수 있는 한개체가 정자와 난자 양쪽을 동시에 만드는 암수동체는 어떻게 해서 생기는 것일까. 이 질문에도 역시, 각각의 개체가 환경적응에 알맞는 성표현을 선택하도록 진화한 결과라고 답할 수 있다.

그러면 모든 생물이 환경에 따라 수시로 성전환을 할 수 있거나 암수동체라고 하면 얼마나 편리할까. 그러나 이런 '경제적인'사고방식으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유성생식이다. 왜 이처럼 암수가 따로 떨어져 있다가 짝짓기를 해야 자손을 증식시킬 수 있는 불편한(?) 생식방법이 존재하는 것일까. 번식이란 스스로 유전적으로 닮은 개체를 생산하는 것인데, 유성생식으로 만들어진 새끼는 어미와 유전적으로 꼭 같지는 않다. 꽃가루로 운반된 타개체의 유전자와 어미의 유전자가 반씩 혼합되어 다양한 새끼가 만들어진다.

어미와 유전적으로 꼭 닮게 복제를 하는 무성생식으로는 말미잘의 분열과 진디물벼룩의 단위생식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이보다 훨씬 덜 진화된 원생생물에서는 오히려 유성생식을 하는 종이 많다. 동물에서도 선충(線虫)과 담수어, 사막에 사는 도마뱀 등에서 무성생식의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식물에서는 민들레의 일종을 비롯 아주 많은 종이 그러하다.

유성생식은 아주 큰 생산비 부담을 안고 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개체마다 암수로 따로 떨어져 있고 1 대 1의 성비로 새끼를 만드는 생물들을 생각해 보자. 여기서 암컷에 돌연변이가 생겨 수컷의 정자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유전자 세트를 그대로 가진 새끼를 만들게 되었다고 하자. 이 경우 종의 증식률에 기여하지 않는 수컷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생존율 출산율이 동일하다면 이 돌연변이는 세대당 두배의 속도로 퍼진다. 그대로 두면 아마도 이 종은 무성생식종으로 변신해 버릴 것이다.

무성생식은 한개체로도 번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것은 서식 밀도(棲息密度)가 낮은 생물과 새로운 장소에 침입하여 정착하는 생물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이처럼 무성 생식의 이점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생물에서 불편한(?) 유성생식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일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겠는가.

유성생식에서는 유전적으로 부모와 다른 다양한 구성을 가진 새끼가 생긴다. 이 유전적 조직의 변환이 어떤 이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여러가지 이론적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지금까지 따로따로 일어났던 유리한 돌연변이가 한개체의 유전자세트 중에 하나로 합칠 수가 있기 때문에 개량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유해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현재 가장 유망한 설은 '병원체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벼 등의 농작물에서는 병에 대해서 저항성을 가진 품종이 만들어졌다해도 넓은 면적에 심어지면 몇년 지나지않아 이 품종에 꾀어드는 새로운 병원체가 나타난다. 때문에 농업연구원들은 새로운 품종을 잇따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된다. 미생물에 의해서 일어나는 병은, 거기에 감수성이 큰 숙주가 많을 때는 급속히 퍼져 큰 피해를 가져온다. 그 때문에 부모의 세대에서 번식에 성공한 종은 다음 세대에서는 새로 생긴 그 종 특유의 병원체에 걸리기 쉽고, 전세대에서 번식성공도가 낮았던 종이 오히려 병에 안걸리는 경향이 있다.

이 상황에서는 번식을 통해 자신과 다른 유전자의 조직을 가진 새끼를 만드는 유성생식이 유리하다. 그러나 그 이익이 무성생식이 갖는 두배의 증식률을 능가할 정도로 많은가 적은가는 아직 모른다.

덧붙여 무성생식종의 비율을 생식환경에 따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막 극지 등 물리적으로 혹독하고 불안한 환경과, 일시적으로 영양분이 풍부했다가 없어져 단시간내에 번성하지 않으면 안되는 장소 등에서는 무성생식 종이 많다. 한편 열대 다우림처럼 다수의 종이 공존하고, 경쟁자와 병원체 등 각양각색의 생물과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며 살고있는 종과 기생성이 강한 종 중에는 유성생식이 많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간접적으로 '병원체설'을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종의 유성생식으로 만든 개체와 무성생식으로 만든 개체를 여러가지 조건 아래에서 생육시키는 실험이 수행돼왔지만 유성생식의 개체가 2분의 1의 증식률 밖에 되지않는 불이익을 감수할 정도로 또 다른 이점이 있는지, 아직 그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점은 현재 진화생물학의 초점이 되어 있고, 여러가지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나비의 번데기에서 성장한 벌의 애벌레
 

199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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