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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생 식물 협회

'우리 화단에 우리꽃을 가꾸자'

"척박한 곳, 건조한 곳을 가리지 않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 야생화는 우리 민족 특유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꽃입니다."

한국자생식물협회(회장 김창렬)는 우리의 산과 들에 자생하는 식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자생식물의 생태와 번식, 육종 재배기술 등을 연구 개발, 사라져가는 자생식물을 보존하고 증식해 우리 강산을 우리 꽃으로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같은 모임의 기본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4월 30일 한국자생식물협회는 '93자생식물(야생화)전시회를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특별전시장에서 10일동안 개최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이번 전시회는 야생화 및 지피식물 2백80종 4천여 점과 야생화사진 60점을 선보였다.

호평받은 세번째 야생화전시회

특히 올해 전시회는 몇 가지 특색을 보여주어 관람객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다. 먼저 관람객들이 전시회를 보고돌아가 취향에 맞게 야생화를 활용할 수 있도록 모범답안을 제시한 것을 들 수 있다.

1백 80평 전시장을 분야별로 나누어 여러 종류의 자생식물로 꾸며진 동산, 자생식물을 이용한 조경, 식용 및 약용작물화단, 자연학습용 화단, 분경작품, 자생화훼, 꽃꽂이작품 형태로 다채롭게 꾸몄다. 전체적으로 흙 이끼 인공계곡 등으로 만든 작은 동산에 야생화를 식재, 마치 야외에서 야생화를 감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전시기간동안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우리꽃 이름 알아맞추기 경연대회' '자생식물 사진촬영대회' '자생식물 분경만들기 특별강좌' '꽃사진 카메라촬영법 특별강좌' 등을 열어 사람들에게 우리 꽃에 대한 사랑을 고취시키는 한편 학습의 장을 제공했다.

이밖에 대량재배에 성공, 분양이 가능해진 구절초 원추리 붓꽃 백리향 비비추 금낭화 옥잠화 할미꽃 등 20여종과 일정량 분양이 가능한 속새 은방울꽃 양지꽃 개불알꽃 앵초 괴불주머니 등 10여 종을 일반에게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

"할미꽃이나 보리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 자생 식물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김창렬 회장은 "우리나라 자생종의 좋은 꽃들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외래종 꽃들이 더 사랑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사실 그동안 우리 야생화는 그 재배법 및 화훼용으로 가꾸기 위한 연구가 제대로 안돼 왔다. 따라서 야생화는 아름다움을 뽑낼 기회를 잃고 시골이나 야산에서만 피고 질 뿐 실제 도시의 화단들은 외국꽃으로 장식돼 왔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외국꽃을 심지어 우리꽃으로 알고 자라는 등 어른들의 우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꽃을 살리려는 이들의 노력으로 대전 엑스포 전시장에 지금 한창 심고 있는 63만 그루의 초화류 중 20%가 감국 구절초 꽃향유 벌개미취 용담 등 자생식물로 채워지고 있다. 또 창경궁 용인민속촌 올림픽공원 서울 한강시민공원 등의 화단에도 자생식물이 점차 보급되고 있다. 마침 농림수산부 등 관계기관에서도 이를 자각하고 우리 꽃으로 금수강산을 바꾼다는 계획 하에 국토공원사업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려는 중이다.

그러나 김창렬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 집무실 장식용 화분마다 외래수종 소철야자 등으로 꾸며져 있던 현실을 꼬집었다. 또 지금도 고궁이나 박물관 서울대공원을 비롯한 시민공원과 녹지공단 등 조경을 필요로 하는 공사에 팬지 피튜니아 샐비아 메리골드 등 국적 불명의 외국꽃이 90%가 넘는 실정을 개탄한다.

"외래 식물의 침투를 막고 우리 화단에 우리꽃을 심는 노력이 전국민적으로 확산돼야 합니다. 우리꽃이 양화(洋花)보다 못할 게 조금도 없습니다."


꽃모양이 주머니처럼 생긴 금낭화, 관상용으로 이미 재배되고 있다.


솜다리 재배 성공한 김창렬 회장

김창렬 회장은 자생식물의 '실무'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제1인자로 통한다.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으나 10여년 전부터 야생화재배를 생업으로 삼았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등산을 즐기던 그는 산행 때마다 눈에 띄는 들꽃에 반해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설악산을 자주 오르내리다가 솜다리(에델바이스)를 표구해 관광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마침 이 꽃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인공재배해 대량공급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그 길로 야생화 인공재배에 매달렸다. 지난 84년 봄 경기도 남양주군 축령산 기슭에 스위스에서 구한 종자를 심었으나 경험미숙과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로서는 아무난 생각할 수 없고 선뜻 나설 수도 없는 솜다리의 인공재배였다.

그는 다시 설악산에서 재배할 곳을 물색했으나 국립공원법에 묶여 그와 기후조건이 비슷한 대관령을 택해 재도전했다.

"처음에는 솜다리의 특성을 잘 몰라 비닐하우스와 스프링쿨러를 설치하는 등 법석을 떨었지요. 그러나 1년이 지난후 그런 설비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야생화는 원래 한번 뿌리를 박으면 철따라 스스로 피고 지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을 뒤늦게 안 것이지요."

영상 20℃ 습도 50%를 넘으면 못견디는 고산식물이어서 여름에는 냉장고에라도 넣어두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 끝에 마침내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솜다리의 인공재배에 성공했다.

"비가 내리는 소리만 나면 뛰어나가 비닐을 덮고 비가 그치면 비닐을 걷는 등 여름밤을 꼬박 새웠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는 그 뒤 솜다리 외에 들국화 개불알꽃 등 20여 종의 야생화를 인공재배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줄기에서 8천여 평의 농장을 마련해 2백50여 종의 야생화를 재배하고 있다.

이처럼 야생화 재배의 선두주자가 된 그는 스스로 익힌 야생화 재배기술 및 병충해방제 등에 관한 정보를 혼자만 간직하지 않고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91년 한국 자생식물협회를 설립하는데 앞장섰다.


관상용으로 습한 응달에서 자라는 다년초 바위취


양화보다 관리하기 쉽다.

'우리 화단에 우리 꽃을 가꿉시다' 이러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창립총회를 열 때 회원은 모두 11명이었다. 그러나 1년 후에는 회원이 1백73명으로 늘어났으며 현재는 모두 2백70여명에 이른다. 회원들은 농장경영인 대학원 예과·조경과 교수 사진작가 관공서 원예·조경담당관 대학원생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취미로 즐기는 이들도 다수 있다. 이들은 1년에 4회 정도씩 산행겸 탐사를 나간다.

'우리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는데, 가입금은 2만원, 연회비는 3만원이다. 연락처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71-2 건설회관 2층 한국자생식물협회 전화 515-7069 517-7069.

이 모임은 이번 전시회를 포함해 그동안 세차례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작년 겨울부터는 회보 '한국의 자생식물'을 계간으로 발간해내고 있다. 회보는 4×6배판 40페이지 안팎이나 올컬러 편집이어서 매우 고급스럽다. 꽃이 화려한 것처럼. 내용은 자생식물들에 관한 여러가지 기획물이 게재돼 있어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회원인 사진작가들의 야생화 사진이 모두 압권이다.

이 모임의 회원들은 지난 해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 대구전국체전을 꼽는다.

"정부가 제73회 전국체전의 첫상징화로 산구절초를 지정했어요. 순수 국산꽃중 산구절초가 체전의 상징화로 뽑힌 가장 큰 이유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해요. 척박한 곳, 건조한 곳을 가리지 않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 산구절초는 수많은 외침에도 불구하고 단일민족국가로 살아남은 우리 민족 특유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꽃이죠."

대구 시내에 10만 그루의 산구절초를 심어 놓고 치른 지난 해 전국체전은 마치 자신들이 주인공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하는 회원들은 국가의 중요행사장에 야생화만으로 장식되는 횟수가 많아지길 고대하고 있다.

"야생화는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아 조경용 꽃에서 밀리지만 한번 심어 놓으면 저절로 피고 지고 내년에 다시 돋아나 관리하기가 쉽습니다."

김창렬 회장은 야생화의 단점은 육종기술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늘나리 상사화 같은 일부 자생화는 네덜란드 등에 반출돼 품종개량을 거쳐 역수입되고 있을 정도라고.

한국자생식물협회의 활동이 한층 더 활발해지면 개화기간이 길고 색상 등이 다양한 야생화를 보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 같다.


제비곷과에 속하는 잔털제비꽃
 

199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지재만 기자
  • 김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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