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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피어Ⅱ 위기

이산화탄소 늘고 산소 희박

산소결핍증이 나타나 바이오스피어 Ⅱ의 거주자들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외부에서 산소를 공급받고 있다.

1991년 9월 26일 미국 애리조나주의 남부지방 도시 오라클에서는 역사적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1987년 초에 시공하여 무려 4년 이상의 공사를 해 건립된 대규모 실험장치의 운행을 가동하기 위한 행사였다. 실험 장치는 건평 1만2천7백㎡에 달하는 거대한 온실이었다. 4쌍의 과학자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서는 출입문을 밀봉, 외부와 공기이동을 차단함으로써 인류 최초로 지구라는 자연생물권을 거의 완벽하게 축소한 실험이 시작됐다. 우리의 생명부양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생태적 과정을 비롯한 과학적 현상들을 실제로 확인해 본다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우리는 그 온실을 생물권Ⅱ 또는 바이오스피어(Bios phere)Ⅱ라 부른다.

실험이 시작된 다음 심심찮게 부정적인 소문이 들려 왔다. 사실 생물권 Ⅱ의 건립에는 시작부터 몇가지 문제점이 제기되어 있었다. 겉으로는 과학적인 연구를 수행한다고 했지만, 지나치게 관광사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비난이 들리기도 했다. 실제로 1992년에는 무려 23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다녀갔으며, 기념품점에서는 4백만달러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과학적인 측면에서 생물권Ⅱ는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우려하던 문제 발생

생물권Ⅱ에서는 공기 물 폐기물을 재순환시켜 이용하고 태양에너지와 전기 컴퓨터 전화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외부에서 공급받지 않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은 물질순환의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닫힌 계(係)다. 즉 생물권Ⅱ는 물질순환과 에너지 흐름이라는 생태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생물권Ⅰ인 지구와 생물권Ⅱ에서 태양에너지는 물을 순환시키는 원동력이며, 동시에 광합성에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증발된 물은 깨끗하게 정화되어 음료수로 다시 이용될 수 있고, 광합성으로 생산된 음식물은 거주지(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먹여살리는 기반이 된다. 사람들은 음식물을 섭취하고 소화 및 호흡하는 과정에서 그 속에 포함된 에너지를 사용하고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이렇게 생겨난 이산화탄소는 삼림이나 습지, 농경지의 식물과 바다의 플랑크톤의 광합성에 다시 이용된다. 바로 이 과정을 통해 생물권Ⅱ와 외부와의 물질교환이 차단당하더라도 이산화탄소는 계속 충당되기 때문에 태양에너지가 공급되는 이상 연속적인 광합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동시에 생물의 호흡에 필요한 산소는 그 광합성 과정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그것을 기반으로 동물과 사람들이 살아갈수 있을 것으로 가정했다.

그런데 작년에는 생물권Ⅱ 안에서 증가하는 이산화탄소를 비밀리에 제거해야 했다. 지난 2월에는 산소농도가 21%에서 15%로 뚝 떨어졌다. 산소 15% 농도는 고도 3천8백m에서 나타나는 값으로 그 수준에서는 소위 고소증, 즉 산소결핍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바이오스피어Ⅱ의 입주자들과 그밖의 생물들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외부로부터 산소를 공급받아야 했다.
 

(그림2)생물군과 대기의 산소수준 변화 사이의 관계


이산화탄소를 비밀리에 제거하고

사실 이러한 위험성은 생태학을 조금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처음부터 비춰지고 있었다.
생물권의 에너지대사 에너지변환 에너지 호흡 등은 물질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흐름의 대표적인 매체가 탄소라는 물질이다. 생물권에서의 에너지 흐름을 단순화시켜 보면 아래와 같은 화학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수식


여기서 포도당은 대표적인 유기물이다.

이 화학식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는 생산 과정은 유기물질, 즉 에너지가 담긴 탄소화합물의 합성과정을 나타낸다. 반면 왼쪽으로 진행되는 반응은 유기물질을 소비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은 생물권Ⅱ 안에서 화학평형식의 왼쪽 진행반응이 우세하게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생물권Ⅱ에서 생물들이 숨쉴만한 산소수준이 유지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이는 동시에 생물권Ⅱ 안에서 순생산성이 음의 값(이산화탄소 증가, 산소 감소)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생물권Ⅱ 안에 사는 8명의 거주자들은 식사량을 줄여야 했을 것이다.

사실 그들은 작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하루 에너지 섭취량을 1천7백㎈로 제한해야 했다. 보통 어른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하루 2천~3천㎈를 섭취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들이 무척 배고파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굶주림은 생물권 Ⅱ로부터 최초의 과학논문 한편을 발표하게 했다. 곧 로이 왈포드박사가 저칼로리 저지방 음식들이 콜레스테롤 혈압 혈당과 몸무게를 감소시킨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생물권Ⅱ 안에 있는 실험실 동물에서 나타났는데 스파르타식의 다이어트가 노화를 지연시키고 사람들의 건강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게 될지도 모른다.

반면 지난 2월 생물권Ⅱ로 산소를 주입한 결과, 콜롬비아대학의 지구화학자 브뢰커가 주장한 바대로 많은 산소가 생물권Ⅱ 내의 열대우림 사바나 습지 농경지에 있는 3만4천t의 진흙으로 흡수될 것인지 아닌지 알아볼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사실 아주 천천히 일어나고 있지만 지금 지구의 산소수준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데, 생물권Ⅱ에 산소를 주입함으로써 자립적인 세계(지구와 생물권Ⅱ)에서 산소가 어떻게 운행되고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문제발생의 근본요인과 교훈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늘날 지구에서 유지되고 있는 산소수준은 오랜 역사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지질학적 연구에 의하면 대략 46억년 전에 생성된 지구는 무려 25억년이 훨씬 넘는 기간동안 환원성 대기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는 질소 수소 이산화탄소 수증기를 포함하고, 또한 일산화탄소 염소 황화수소도 오늘날의 많은 생물들에게는 유독할 정도로 높은 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구대기에서 커다란 변화는 적어도 20억년 전에 최초의 광합성 미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가 출현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 미생물은 태양에너지를 사용하여 간단한 무기물질로부터 음식물을 만들 수 있었는데, 그 부산물로 기체상태의 산소를 방출했다. 그 과정은 앞에서 소개한 화학평형식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는 반응이 우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후로 지구의 순생산성이 양의 값을 가짐에 따라서 대기의 산소는 증가하기 시작했고, 산소가 대기로 확산되어 가면서 에너지효율이 훨씬 더 높은 호기성 생물들이 진화했다. 그리고 오존보호막이 발달되어 생명이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림 1) 에너지 흐름과 물질순환

 

점점 더 복잡한 다세포 생물들의 발달이 거의 폭발적으로 뒤따라 일어나면서 오랜 기간동안 산소의 생산이 소비(호흡)를 초과하게 되었다. (그림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생대에는 오늘날 수준으로 산소가 증가되고 이산화탄소는 감소되었다. 그 수준은 아주 적은 범위 안에서 변화를 보이며 오늘날까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지구 안에서 인류의 출현과 생존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일정한 수준의 산소유지는 지구라는 보다 큰 계 안에서는 대체로 가능했다. 이를테면 도시에서는 광합성이 일어나는 양을 훨씬 초과하여 음식물의 소비로 표현되는 유기물의 산화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열대우림을 비롯한 삼림과 농촌지역에서 그것을 상쇄하는 양의 산소생산이 뒤를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구전체 규모에서 도시는 이산화탄소를 생산하고 삼림 습지 바다 농경지는 그 이산화탄소를 자원 삼아 광합성을 함으로써 도시로 식량을 공급하는 순환과정을 통해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적은 규모인 생물권 Ⅱ에서는 대기의 용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인간거주지에서 조금만 과도한 산소의 소비가 있거나 이산화탄소의 순환과정에서 조금만 이상이 생기면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능력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바이오스피어 Ⅱ의 전경. 과학적으로는 일이 어렵게 꼬이고 있다.


시골과 도시의 공생관계

이제는 지구에서조차 산소-이산화탄소 균형이 깨어지고 있다. 그 까닭은 산업혁명 이후 석탄과 석유를 포함하는 화석연료의 과도한 소비와 삼림의 파괴 때문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 증가와 산소 감소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지구가 생물권 Ⅱ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이기 때문일 뿐이다. 그러나 생물권 Ⅱ가 불가피하게 외부의 산소를 공급받아야 했다는 사실은 지구에서도 순생산성이 음의 값을 계속하는 이상 언젠가는 산소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더구나 생물권 Ⅱ의 경우 산소를 공급해 줄 바깥 세상이 있었지만 적어도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는 생물권 Ⅰ인 지구로 산소를 공급해 줄 바깥세상을 찾을 수 없다.

(그림1)을 다시 들여다 보자. 사실 도시와 시골 모두에서 화학반응식으로 표현되는 생산과 소비과정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시골에서는 식량과 산소의 생산과정이, 도시에서는 그것의 소비과정이 상대적으로 우세할 뿐이다. 그리고 남거나 모자라는 것을 서로 주고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물질교환을 통해서 시골과 도시는 공생관계에 있다. 이렇게해서 시골은 도시의 식탁과 폐기물처리장 기능을 동시에 해 주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도시가 자기의 기능수행에 필요한 음식물(에너지원)을 공급하며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배설물을 처리해 주는 시골의 고마움을 모르고 그에 걸맞는 보살핌을 베풀지 않는 데 있다. 우리가 식탁과 화장실을 돌보아야 생활이 영위되듯이 도시가 시골을 돌보지 않으면 공생관계는 무너지고 자신도 병들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생물권은 도시와 시골이 가지는 기능의 알맞은 안배로 그들의 공생관계가 유지됨으로써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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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도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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