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와 흰구름,그리고 산호초와 뜨거운 모래 그 아름다운 산호초는 어떻게 생기는가.
산호초. ―그것은 얼마나 로맨틱한 이름인가. 강렬한 태양아래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를 내다 보고있으면 암초(reef)에 부딪쳐 부서지며 흩어지는 파도소리가 상쾌하게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흰산호는 없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면 기념품 가게에서 팔고있는 흰 산호는 거의없고 살아있는 산호가 녹색이나 다갈색을 하고 있는데 놀라게 된다. 기념품 가게에서 팔고 있는 흰산호는 탈색된것이다.
산호는 겨우 1mm 정도의 산호충이라는 강장동물(腔腸動物·Coelenterate)이 수없이 많이 쌓여 이루어진 살아 있는 바다속의 건조물이다. 그것은 수천m나 되는 깊은 바다밑이나 북극과 남극에 가까운 차가운 바다에도 있다. 그중 석회질의 골격을 만드는것을 '조초(造礁)산호'라한다. 남쪽의 여러 섬에서 사람들을 매료하는 산호초는 이 조초산호의 유해가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조초산호는 푸르고 맑으며 염분이 짙은 수온 섭씨 22도정도의 바다에서도 1백m깊이의 곳에서 밖에 살수없다. 그래서 남·북회귀선(回歸線·적도를 중심으로하여 남북 각 23도27분이되는 위도선)사이의 해역에 많다고 하는데 한류가 흐르는 곳에서는 볼수없다. 따라서 반대로 남북회귀선 밖일지라도 난류가 흐르고 있는 곳에서는 생겨나고 있다.
일본 연안이 그런 예에 속한다. 흑조(黑潮·해류의 하나로 대만 남쪽에서 일본열도 근해를 북으로 흐르는 난류인데 소금기가 많고 검은빛을 띠고 있다)가 휩쓸고 있는 오가사와라(小簽原) 오키나와(沖繩) 이즈(伊豆)제도에서도 아름다운 산호초가 다이버들을 즐겁게해주고있다. 특히 미야케(三宅)섬의 토가(富賀)해변에는 폭 약 30m 길이 약 50m정도의 테이블 산호 군락(群落)이 있어 산호군락의 북쪽 한계가 아닌가 보인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라의 동해안에 펼쳐져있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도 남회귀선 부근에서 남쪽으로 2천km나 연이어 있는 대산호초로 남적도해류의 따뜻한 바닷물이 이루어 준 선물이다.
달 밝은 밤의 향연
오랜동안 산호는 태생(胎生·Viviparous·알이 수정한뒤 모체 안에서 자라 성체가 되는것)이라는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다가 1983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제임즈 쿠크'대학 생물학자들이 산호충이 난자와 정자를 물속에 방출해서 수정하여 탄생되는것을 발견했다. 이 조사팀이 만든 영상기록을 보면 그너무나 황홀한 신비함에 그냥 망연해질 따름이다.
그들의 조사에 의하면 산호충은 1년에 한번, 봄의만월에 산란한다. 그것도 저녁 6시부터 8시까지에 걸친 2시간 남짓한 동안이다.
수온과 달빛이 그 신호가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지만 어쨌든 산호충은 이때 일제히 난자나 정자가 가득찬 주머니를 방출한다. 단단하게 보이는 골격 속에서 1mm 정도의 둥근 주머니가 밀려 나오듯 떠오르는 것이다. 그것은 산호충이 부풀었다고 느껴지는 순간 튕겨나듯 물속으로 뛰어나오는 것이다.
난자나 정자가 가득찬 주머니는 해면에 떠오르면 찢어지면서 엉퀴고섞여 며칠 뒤에는 유충이 탄생한다. 그 유충은 자신이 착생(着生·다른물체에 붙어사는것)할 장소를 찾아 며칠이고 바다 속을 떠돈다. 그러는 동안에 플랑크톤으로서 다른 생물에게 먹혀버리는것이 대부분이고 그 중 일부가 겨우 산호초에 도착하여 새로운 산호충이 된다. 혹은 적당한 장소에 착생하여 산호충이 되어 다음에 올 유충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렇게 겹쳐쌓여 골격을 키워가는 것이므로 1m의 테이블산호가 되기까지는 적어도 1백년은 걸린다는 것이다.
산호의 싸움
돌처럼 단단하게 움직이지않는 산호. 한번 착생하면 일생을 그곳에서 끝내는 산호에도 살기위한 싸움이 있다. 그것은 같은산호 끼리의 싸움과 천적과의 싸움의 두가지다.
종(種)이 다른 산호끼리 어쩌다 접근하게되면 긴 촉수를 서로뻗어 상대에게 유독분비액을 주입하려한다. 그래서 생명력이 강한 산호가 이겨 살아남아 차츰 그와 같은 종의 커다란 산호초로 성장해간다.
산호의 최대의 천적은 도깨비 불가사리이다. 이 불가사리는 13~16개의 맹독을 지닌 예리한 가시를 갖추고있으며 낮에는 햇빛을 싫어하여 산호밑이나 바위그늘에 숨어있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기어다니면서 산호를 뒤덮는다. 그리고 위의 점막을 직접 산호에 밀착시켜 녹여서 빨아먹는다.
도깨비 불가사리에 먹힌 산호는 샛하얗게되어버려 쉽게 부스러진다. 사방 1m정도의 테이블산호일지라도 불과 몇시간 동안에 먹혀버리고 마는것이다.
오키나와 본섬의 산호초는 이 도깨비의 불가사리때문에 거의 전멸했다. 1972년에 도깨비불가사리가 대량발생했고 해양박람회가 있었던 75년에는 거의 손을 쓸수없을 정도로 피해가 커지고있었다. 온나(恩納)촌의 해변에까지 몰려 수영이 금지된 해수욕장까지 생겼다.
도깨비불가사리의 알은 흑조를타고 북상하여 큐슈(九州) 시코쿠(四國) 그리고 미야케섬에까지 큰 피해를 냈다.
그러나 지금은 바다 속에 들어가보면 볼수는 있으나 그전처럼 대량으로 볼수는 없게 되었다. 이런것도 역시 자연의 섭리일까.
도깨비불가사리는 5월경에 한마리가 30만~40만개의 알을 낳는다. 그런데 이 알이 산호초의 식량이기도 한것이다. 또 징그러운 도깨비불가사리에게는 소라고동이라는 천적이 있다. 그래서 산호초가 보호되기도 한다. 이것은 자연계의 먹이 사슬이면서 동시에 순환보호 사슬이라고도 할수있다.
이런 균형을 무너뜨린것은 역시 인간이다. 섬의 개발로 대량의 토사가 유출되어 이것을 덮어쓴 산호초가 질식사해버렸다. 또 소라고동도 남획되었다. 지금 도깨비불가사리가 적어진 것은 산호가 모두 먹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산호초의 혜택
산호초가 잘 발달한 바다는 물이 대단히 맑고 아름답다. 그것은 산호가 부유물을 먹어주기때문이다. 그리고 산호초는 단지 아름다운것만이아니다. 그혜택은 헤아릴수 없을만큼 많다.
단단한 산호의 틈서리는 작은고기들이 살아 가기위한 중요한 생활공간이다. 위험이 닥치면 산호의 틈서리에 몸을 숨기고 또 때에따라 그곳에 산란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작은고기떼를 찾아 대형회유어(回遊魚·해류를 따라 계절적으로 이동하는 물고기)도 찾아온다. 새우나 게도 이곳에 산다. 그리고 이런 모든것을 인간이 잡는 것이다.
잘 발달한 산호초는 천연의 방파제라고 생각해도 좋을것이다. 대양에서 밀려오는 높은파도는 산호초에 부딪쳐 부숴지면서 흩어진다. 그래서 산호초에 둘러싸인 섬은 대게 작고낮은 섬인데도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아가고있다.
이 산호초가 한번 죽어버리면 바다밑바닥으로 허물어져내려 마치 기와조각이나 자갈 무더기가 쌓인 산처럼 된다. 바다물은 흐려지고 작은 고기들은 모여들지않게되어 이윽고 생물이 살지않는 바다가 되어버린다. 방파제로서의 힘도 없어져 지금까지 지켜주던 섬이 격랑에 씻겨가도 아무역할을 못하게 된다.
산호초는 우리 인간을 지켜주는 방파제이기도 한것이다.
산호초의 종류와 생성원인
산호초는 섬의 해안에 달라붙어 발달하는'거조'(据礁)와 해안에서 떨어진 바다에서 생겨 섬을 둘러싸는'보초'(堡礁) 그리고 환상(環狀)의 산호초만이 해면에 나와 있는'환초'(環礁)의 세가지로 분류된다.
'찰즈 다윈'은 이 세가지가 산호초의 진화단계를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대양 밑바닥의 지각변동에 따라 섬은 바다 밑에 잠기고 산호초만이 남아 있다는 설이다. 이와는 다른 또하나의 설은 '빙하제약설' (氷河制約說)이라는 것이다.
최후의 빙하기에 해면이 지금보다 70m나 낮아지고 온도도 내려갔다. 그때문에 죽은 조초성 생물이 쌓여 석회질의 섬이 되었다. 이 섬은 침식작용을 받았으나 다시 온도와 해면이 높아졌을 때 그 섬의 가상사리에 산호가 착생하여 발달했다. 섬 크기에 따라 여러가지 모양의 산호초가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