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공간에 관한 한 인간의 눈은 반(半)장님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파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안경을 껴야 한다.
별이 밤하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빛을 내기 때문이고, 인간이 그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주가 단지 별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만약 전파 망원경으로 우주를 본다면 오히려 별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마치 구름과 같이 생긴 덩어리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게 된다. 그들의 대부분은 암흑성운 등으로 빛은 거의 내지 않는 대신 전파를 주로 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보고 있는 밤하늘은 전체 우주 모습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주의 반쪽을 찾아서
1932년 미국 벨연구소의 잔스키(Jansky)에 의해 처음으로 우주에서 방출되는 전파가 관측되었을 때만 해도 그 결과는 천문학자들의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다. 당시의 천문학자들은 우주에서의 전파 방출 가능성을 거의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잔스키의 연구 결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천문학자가 아니라 전파공학자인 레버(Reber)였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안테나를 이용하여 우리 은하를 관측하였고, 그 결과를 권위 있는 천문학 저널에 투고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당시 논문을 심사했던 저널편집장 스트루베(Struve) 박사의 현명한 결정에 찬사를 보낼 필요가 있다. 후담에 따르면 스트루베 박사는 형편 없는(나중에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 그 논문에 대해 사정없이 거절하고 싶었지만, 혹시 "좋은 논문 한편을 놓치는 것이 엉터리 논문을 게재시키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다"고 판단해 게재를 허락하였다.
레버의 논문은 당대의 위대한 천문학자 오르트(Oort)에 의해 인정받게 되었으며, 오르트는 다시 헐스트(Hulst) 박사의 논문을 인용하여 파장 21cm의 중수소 원자 전파가 우리 은하에서 방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예측하였다. 그 예측은 하버드대학의 천체물리팀에 의해 확인되었으며, 우리 은하의 구조를 규명하는데 획기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이후 전파천문학은 2차 대전의 종결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2차 대전 중에 급격히 발전된 전파공학은 대형 전파망원경과 고주파 전파 수신기의 개발을 가능케 했으며, 그 결과 광학 관측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두 은하 간의 충돌 현상이나 초신성 잔해의 구조 규명 등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또한 캠브리지대학 팀에 의해 발견된 펄사(pulsar)는 그 전까지 이론만으로 존재했던 중성자 별을 확인할 수 있게 하였으며, 펜지아스(Penzias)와 윌슨(Wilson)에 의해 발견된 절대온도 3도의 우주배경복사 역시 우주팽창설의 직접적 증거 제시로 충분한 것이었다.
한국의 전파 천문학
전파 천문학이 천문학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따라 천문대는 1985년 대덕연구단지에 구경 14m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하기 시작했으며, 1990년부터는 연구 관측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 망원경은 3mm 파장대 우주 전파만의 관측과 천문대에서 직접 개발한 7mm 파장대 수신기 및 독일에서 개발된 2mm 파장대 수신기에 의한 우주 전파 관측이 가능하다.
한편 전파 관측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무엇보다 전파는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파망원경은 수천분의 1도까지 정확한 각도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천체의 움직임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 대덕전파망원경은 구경 14m 망원경의 가장자리가 0.05mm 움직인 것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는 마치 일기도의 고기압 저기압과 같이 전파의 강도가 센 곳과 약한 곳이 등고선으로 그려진다. (사진2)는 오리온자리 근처의 한 암흑성운을 전파로 관측한 결과다.
전파 관측에서의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는 우주에서 오는 전파의 세기가 극히 약하다는 것이다. 상상이 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대덕전파망원경으로 감지할 수 있는 전파의 양은 1조 분의 1의 1조 분의 1 와트(watt) 정도까지다. 이를 위해서는 전파 수신기를 영하2백60℃까지 냉각시키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으며, 현재 영하 2백69℃까지 냉각한 초전도체 수신기의 개발도 수행 중에 있다.
이 망원경은 암흑성운에서의 별 생성 과정, 우주 물질의 분자 구성비, 초신성 잔해와 충돌하는 성운의 물리적 성질, 별 진화의 최후 단계에 대한 연구 등에 이용되고 있다. 망원경의 주 이용자로는 천문대의 연구원과 전국 대학의 교수 및 대학원생 등이 있으며, 일본 미국의 연구진과의 국제 공동 연구도 수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