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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그리니치 물고기자리

11월의 밤하늘


찬바람이 불어오는 11월 겨울의 밤하늘의 모습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찬바람이 이제 겨울이 가까워 졌음을 알리고 있다. 거리에 떨어지는 낙엽들은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고 쓸쓸한 거리의 풍경처럼 밤하늘의 모습도 어둡기만 하다. 밤하늘을 보노라면 가을은 별들이 사색하는 침묵의 시간인 듯한 느낌이 든다.

11월은 인류 역사상 두번째로 초신성이 발견된 달이다. 이 달에는 그 초신성을 발견한 위대한 천문학자의 이야기로 시작하자. 우리가 오늘날 밤하늘을 보며 우주의 신비를 이야기하고 별들에 대한 지식을 알 수 있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많은 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오늘날 우리가 천문학의 아버지로 부르고 있는 덴마크의 티코 브라에(Tycho Brahe, 1546~1601)는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 중의 한 분이다.

그는 굉장한 천재였을 뿐 아니라 대단한 노력가였다. 티코 브라에는 14살에 일식을 보고 감동한 후로 하루에 2시간만 잠을 자며 소년시절의 대부분을 별을 관측하는 데 보냈다고 한다. 17살에 이미 행성의 위치를 정확히 관측해서 이전의 이론들이 틀리다는 것을 밝혀냈다.

26살 때에는 카시오페이아자리에서 '티코의 별'로 이름 붙여진 초신성을 발견하였다. 그날이 바로 1572년 11월 11일이었다. 그가 발견한 별은 역사 이래 지금까지 우리 은하에서 발견된 단 세 개의 초신성 중 하나다(1987년 1987A로 명명된 초신성은 우리의 위성은하인 마젤란 은하에서 발견된 것이다). 일생을 별 관측에만 전념했던 그는 그외에도 많은 관측자료들을 남겼는데 이것은 훗날 그의 제자에 의해 우주와 태양계의 모습을 밝히는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깊어 가는 가을 밤 밤하늘 별을 보며 우리의 미래에 대해 한번쯤은 조용히 공상에 잠겨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패가수스를 길잡이로

자, 이제 하늘을 보면서 이달의 별자리를 알아보기로 하자. 이 달에 알이볼 별자리들은 모두 희미한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 상당히 관심을 갖고 찾지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쉬운 어두운 것들이다. 머리 위에 높이 떠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페가수스자리를 길잡이 삼아 그 주변에 흩어져 있는 늦가을의 희미한 별자리들을 알아보자.

페가수스자리 남쪽과 동쪽에 희미한 별들로 이루어진 비교적 큰 별자리가 있다. 비록 밝기는 어둡지만 춘분점(별들의 위치를 나타낼 때 기준이 되는 하늘의 지점으로 태양이 황도를 따라 남쪽에서 북쪽으로 움직이다 천구의 적도와 만나는 곳이다)에 놓여있는 관계로 오래 전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온 이 별자리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물고기자리다.

태양은 3월과 4월에 물고기자리를 지나게 된다. 수천 년 전 점성술이 발견되었을 때 태양은 3월 하순과 4월 초순 동안, 특히 춘분에는 양자리에 있었다. 따라서 양자리는 황도 별자리 목록의 시작에 위치했다. 춘분점은 '양자리의 시작점'(the first point of Aries)으로 불려졌으며 대부분의 점성술가 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것을 토대로 계산하고 있다. 누가 '물고기자리 아래서' 태어났다면 그것은 그의 생일-지금으로부터 2천년 전! -에 태양이 물고기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점성술가들에겐 거의 무관한 일이지만 실제로 태양은 그가 태어난 날 물병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점성술이 생긴 이래로 지축의 느린 비틀림 운동으로 춘분점은 물고기자리로 옮겨졌다. 그것은 이제 '작은 고리'(circlet) 로 알려진 오각형 모양의 서쪽 물고기 근처에 있다. 이것은 적경을 측정하기 위한 하늘의 '그리니치'(Greenwich)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춘분점은 크리스천 시대(A.D.)의 시작에 물고기자리로 들어섰다. 따라서 크리스천 시대는 '물고기자리 시대'(Age of the Fish)로 불려져 왔고 물고기는 이 종교의 중요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하늘을 나는 천마 옆에 바다의 물고기라니 약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것 같다. 작고 희미한 별들이 넓은 장소에 흩어져 있어 밤 하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물고기자리를 알아보기에는 약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별자리에 대해 그리스 신화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와 그의 아들 에로스(큐피드)에 관련된 것이다. 어느날 아프로디테와 에로스가 유프라테스강 언덕을 거닐고 있을 때 괴물이 나타났다. 깜짝 놀란 두 신은 물고기의 모습으로 변하여 강 속으로 도망쳐 위기를 모면 했다. 훗날 그 모습이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물고기자리라고 한다.
 

(그림1)물고기자리와 춘분점


나일의 집

다음으로 알아 볼 별자리는 물고기자리의 왼쪽 위로 보이는 양자리와 삼각형자리이다. 가을 별자리들의 특징이 눈에 띄는 밝은 별이 없는 대신 상당히 넓은 공간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별자리는 다른 별 자리들과는 달리 매우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작은 별자리들은 보통 만들어진 지가 얼마 안되는데 이 두 별자리는 특이하게도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고대의 별자리에 속한다.

이들 별자리에서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별은 각각 3개 정도이지만 하늘에서 이들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변이 어둡고 이들이 비교적 가까이에 모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삼각형자리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누구나 쉽게 알이볼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리는 아무리 맞춰 보아도 양으로는 여겨지지 않는 극히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별들을 이용해서 양자리를 만든 옛 사람들의 추리력이 놀라울 뿐이다.

수천 년 전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춘분점의 위치가 이곳에 놓이게 되었을 때 황소자리와 페가수스자리에서 별들을 떼어 내 양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으로 별자리 중 황소와 천마 페가수스의 하반신이 없는 것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양자리의 으뜸별 하말(Hamal, 2.0등급)은 이 근처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별로 그 이름은 '양'을 뜻한다. 이 별은 오랜지 색 거성으로 지구에서 75광년의 거리에 있다. '신호'를 뜻하는 버금별 샤라탄(Sharatan, 혹은 Sheratan)은 이 별이 한 때 춘분점에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서울하늘에서는 보통 이 두 개의 별만을 알아 볼 수 있다.

삼각형자리에는 특별한 신화나 전설은 없다. 그리스 시대에는 그리스 문자의 네 번째에 해당하는 '델타(△)자리'로 불려졌고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의 델타' 또는 '나일의 집'등으로 불려졌다고 한다. 한편 아라비아에서는 이 별자리를 '저울대'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삼각형자리에 특별히 알려진 이야기가 없는 것과는 달리 양자리에는 아주 유명한 그리스 신화가 전해지고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옛날 신화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대에 그리스의 어느 마을에 아타마스라고 불리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프릭수스와 헬레라는 두 남매가 있었는데, 이들은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의 품에서 자랐다.

이 계모는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몹시 사악한 여자로서 두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하였던지 신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이곳을 지나던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아이들을 보고 그들을 구출할 것을 결심하게 되었다. 헤르메스는 하늘로 돌아가 황금양피를 가진 초능력의 숫양 한마리를 만들어 내려와 아이들을 보다 행복한 곳으로 보내기 위해 양에 태웠다.

아이들이 올라타자 양은 걷는 것처럼 쉽게 하늘로 날아 올라 쏜살같이 동쪽으로 날아갔다. 두 아이는 양의 등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어린 헬레는 그만 붙잡고 있던 손을 놓쳐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헬레가 떨어진 곳은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가 되는 해협이었는데 뒷날 사람들은 헬레의 가없은 운명을 기억하고자 이 해협을 헬레스폰트라고 불렀다.

혼자 남게된 프릭수스는 양을 타고 계속 날아가 흑해의 동쪽 연안에 안전하게 도착 했다. 그는 거기서 그곳의 왕인 에테스에게 후한 대접을 받고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프릭수스는 감사의 뜻으로 황금양을 제우스 신에게 바치고 그 양의 황금양피는 왕에게 선물하였다. 그후 제우스 신은 이 양의 공로를 치하하여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림3)양자리와 기원전의 춘분점


이달의 행성

금성저녁하늘에 보이며 밝기는 -3.5등급이다. 땅꾼자리에서 사수자리로 움직인다.
화성초순에 쌍둥이자리에서 보이며 하순경에는 게자리의 경계를 통과한다. 지구와 가까워짐에 따라 밝기가 0.0등급에서 -0.6등급으로 빠르게 증가한다.
목성처녀자리에 위치하고 밝기는 -1.4등급이다.
토성염소자리에서 보이며 밝기는 0.9등급이다.

이달의 별

포말하우트(Fomalhaut, αPsA, 물고기의 입)
남쪽물고기자리의 으뜸별 포말하우트는 가을 하늘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별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북반구 중위도지역의 관측자들에게는 가장 남쪽 하늘에 보이는 1등별이다. 이 별은 남쪽 지평선 위로 한뼘 정도되는 높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가을의 남쪽하늘에서 홀로 외롭게 빛나는 포말하우트를 가리켜 서양에서는 외로운 별(Lonely Sta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별은 중국에서는 북락사문(北落師門)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락사문은 실제 중국 장안성의 북문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중국의 별이름은 대개 벼슬이나 장소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이 별은 실제로 데네브와 같은 A형의 하얀색 별인데 지평선 가까운 곳의 대기를 통해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붉게 보인다. 이 별은 지구로 부터 대략 23광년의 거리에 위치하며 태양에 비해 그 지름은 2배정도 크고, 밝기는 14배나 더 밝다.

(그림2)는 주요 지역의 위도에서 볼 수 있는 최남단 1등별들을 보여 준다. 그러나 지형적인 영향이나 빌딩, 초목, 도시의 불빛, 대기상태 같은 것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지평선에서 10도 이상 떨어진 별들이라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림2)각지역에서 볼 수 있는 최남단 1등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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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형 총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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