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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엉킨 전선 안녕, 와이트리시티 탄생

자기공명으로 2m 떨어진 전구 켜

미국의 MIT는 매년 ‘10대 유망기술’을 발표한다.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이기에 세계의 과학기술계는 발표 내용에 큰 관심을 보인다. 올해도 MIT는 10대 유망기술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하나인 ‘무선전력전송(Wireless Power)기술’(이하 무선기술)은 실생활에 밀접하고, 특히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무선통신’과 함께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기술이다. 이처럼 무선기술은 요즘 ‘뜨는 기술’로 인정받고 있지만 사실 오래 전에 나온 아이디어다.

19세기 말 미국의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모든 도시, 건물에 전선을 설치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보고 무선기술을 제안했다. 그 당시 테슬라가 제안한 기술은 150kHz의 라디오파에 전기를 실어 보내는 것이었다. ‘전자파에 에너지를 싣는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이런 구상은 전자레인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향해 약 2.5GHz의 고주파를 발사하는데, 이 진동수 대역이 물 분자가 진동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물 분자가 진동하면 서로 충돌하고 이때 생긴 마찰열이 음식을 데운다. 테슬라는 무선 송전탑을 세우고 실험을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자금이 부족해 테스트 단계에서 접어야 했다.
 

와이트리시티 작동원리^1. 왼쪽 발신코일에 전원을 연결해 교류전류를 흘려주면 자기장이 유도된다. 2. 자기장의 진동수와 공명하는 오른쪽 수신코일로 에너지가 흘러간다. 3. 자기장에 유도된 수신코일에서 교류전류가 발생해 전구가 켜진다.


테슬라의 꿈 100년 만에 이뤄

그 뒤 100년이 더 지난 지난해 MIT 물리학과 마린 솔야치 교수는 수 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무선기술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다만 테슬라처럼 먼 거리를 전송하는 대신 핸드폰, PDA, 노트북 같은 휴대용 기기가 충전될 수 있는 적당한 범위에서 무선으로 전력을 보내는 것이다.

솔야치 교수는 처음에는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전파를 이용해 전력을 보내는 방법을 고려했으나, 그렇게 할 경우 에너지 대부분이 공기 중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에너지 손실 없이 직접 전력을 보내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공명 현상에 착안했다. 공명이란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의 진동수가 일치할 때, 물체의 진폭이 커지는 현상이다. 똑같은 힘으로 그네를 미는데도 그네가 점점 높이 올라가는 이치다. 공명은 또 다른 특징이 있는데, 두 물체의 고유 진동수가 같으면 에너지를 교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똑같은 소리굽쇠 중 하나를 때리면 주변에 있는 다른 물건은 진동하거나 울리지 않는데, 나머지 소리굽쇠가 울리기 시작한다. 이것은 공기를 매개로 해서 공명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솔야치 교수는 전기를 전송하기 위해 공명의 매개체로 공기 대신 자기장을 이용했다. 자기장은 주변 환경이나 다른 생물체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야치 교수팀은 공명을 발생시키기 위해 두 개(A,B)의 구리 코일을 천장에 2m 간격으로 매달았다. 이 중 A 코일에 교류 전원을 공급하면 교류전류가 구리 코일에 흘러 자기장의 변화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전원과 연결되지 않은 B 코일도 변화하는 자기장의 영향으로 공명이 일어나 전류를 발생시키고, 결국 전구에 불이 들어온다. 실험 결과 두 구리 코일 사이에 벽이 있어도 전등이 켜졌다. 또 거리가 짧을수록 효율이 좋았는데, 코일 사이의 거리가 2m일 경우 약 50%의 효율을 보였다.

현재 연구팀은 자기공명(Magnetic Resonance)의 효율을 높이고 코일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구리의 대체 물질을 찾고 있다. 솔야치는 이 기술을 무선전기(Wireless Electricity)를 줄여 ‘와이트리시티’(WiTricity)로 이름지었다.
 

와이트리시티 실연 장면. 왼쪽 구리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 공명이 일어나 오른쪽 코일에도 전류가 흘러 전구가 켜진다(1). 중간에 벽이 있어도 불이 켜진다(2).


에너지 해결사 ‘우주 태양광 발전소’

MIT의 와이트리시티가 획기적인 이유는, 비교적 먼 거리인 2m에서 무선기술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기술을 구현한 예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카드 안에는 반도체 칩이 들어 있다. 칩이 동작하려면 기본적으로 내부에 전류가 흘러야 하는데, 이것은 단말기에서 내보내는 자기장의 변화로 유도된다. 즉 패러데이의 전자기유도 법칙을 응용한 것이다. 전동칫솔도 같은 원리로 충전되기 때문에 우리가 욕실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 외국 기업들은 휴대 제품을 위한 무선기술을 잇달아 선보였다. 영국의 스플래시파워사는 마우스패드만한 무선충전장치인 ‘스플래시패드’를 선보였다. 휴대폰이나 MP3 같은 조그만 디지털 제품을 패드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된다. 충전을 하려고 배터리를 분리해 충전기에 꽂아야 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스플래시패드가 전송하는 전력을 수신할 수 있는 장치가 제품에 내장돼 있어야 한다. 앞서 보여준 무선기술 사례들이 전자기 유도를 응용했다면, 미국의 파워캐스트라는 회사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MP3, PDA, 장난감, 이어폰을 충전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진동수가 높은 마이크로파는 일직선으로 가려는 성향이 있어 한곳으로 전기에너지를 보내기가 쉽다. 파워캐스트는 900MHz 진동수를 이용해 최대 70% 전송효율을 보였다.

작은 전자제품에만 무선기술이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미쯔비시자동차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자동차 쇼에서 무선으로 충전되는 친환경 전기자동차를 공개했다.

지면의 송전장치가 차량 하부에 장착된 수전장치를 향해 마이크로파를 발사해 리튬이온 전지를 충전하는 구조로, 충전을 위한 별도의 코드가 필요 없다.

이 뿐만 아니라 무선기술을 잘만 활용하면 에너지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바로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말 그대로 우주에 건설돼 우주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상으로 보낸다. 태양광 발전소는 지구에도 많이 있지만, 낮 동안만 발전하고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하루 24시간, 날씨에 상관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태양빛을 받아 전기 에너지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마이크로파 또는 레이저로 변환해 지상에 보낸다. 그러면 지상에 있는 안테나 모양의 수전소에서는 수신한 전자파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각 가정에 공급한다. 그런데 이런 우주 태양광 발전소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쉽게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건설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일일이 건설 자재를 로켓에 실어 쏴 올려야 하니 아직까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따라서 이 분야의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은 우주 태양광 발전의 효율을 더 높이거나 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이 꿈의 기술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렇듯 실생활에서 편리함도 주고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애용하는 디지털 제품의 전원 걱정을 안 해도 되니 벌써부터 그런 제품이 기다려진다. 아울러 IT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이동통신 분야에서 세계 표준을 만들었듯이 이 분야에서도 표준을 주도해 미래 유비쿼터스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주 태양광 발전소 상상도. 하루 24시간 비치는 햇빛을 마이크로파나 레이저로 변환해 지구로 전력을 공급한다. 아직까지는 천문학적인 설치비용 때문에 실현되지 못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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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욱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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