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사람을 너무 닮아 슬픈 운명에 오랑우탄

오랑우탄


꽤 높은 IQ를 가진 '산림속의 사람'은 그 모습이 달마대사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실험용 애완용으로 마구 잡혀가 이제 멸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영장류라고 하면 원숭이와 유인원 그리고 사람을 포함한 생물의 집단을 일컫는다.

영장류는 다른 포유류보다 훨씬 복잡하고 진보된 뇌를 가지고 있어 고등생물로 치부되고 있다. 현존하는 영장류는 크게 2개 그룹으로 나뉘고 있는데 하나는 원원류(原猿類)라는 하등한 영장류이고 다른 하나는 진원류(眞猿類)라는 고등한 영장류다.

원원류란 쉽게 말하면 원시적인 원숭이를 뜻하며 식충동물과 진원류 사이의 중간적인 단계에 위치하고 있다.

이 원인류는 다시 트리 쉬류(tree shrew·남방아시아와 그 인접한 섬에 사는 다람쥐 비슷한 동물) 여우원숭이 인드리여우원숭이 다람쥐원숭이 늘보원숭이 안경원숭이등 6개 과(科)로 나뉘어진다. 주 서식지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동남아시아 등지.

반면 진원류는 5개 과(科)로 갈라진다. 이중 꼬리감기 원숭이와 마모셋은 남아메리카에 살고 있어서 신대륙 원숭이라고도 부른다. 신대륙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좀처럼 나무를 떠나는 일이 없다. 몸의 크기도 구대륙원숭이들보다 작다.

구대륙원숭이는 모두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사는 1개과(科)에 속하는데 다시 2개의 아과(亞科)로 갈라진다. 그 하나는 캐논원숭이 마카크원숭이 맹거베이원숭이 비비 등이고 다른 하나는 동남아시아의 랭구르원숭이 아프리카의 콜로부스원숭이등이다. 그런데 후자는 나뭇잎을 먹기 때문에 '잎먹는 원숭이'로 불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꼬리가 없는 원숭이인 유인원을 꼽을 수 있다. 유인원은 2개과(科)로 나뉘는데 하나는 긴팔원숭이고, 다른 하나는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 몸집이 큰 유인원이다.

'빚을 진 사람'이란 뜻
 

조용한 성품을 가진 오랑우탄


유인원은 약 2천5백만~3천만년 전에 나타났다고 한다. 따라서 넓은 시야로 본다면 유인원의 출현시기는 인류와 종이 한장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그리스 의학자 '갈레노스'는 일찍이 제자들에게 사람의 몸을 해부해 공부하는 대신 원숭이 몸을 해부하라고 했다. 그만큼 원숭이가 사람과 흡사함을 간파한 것이다. 그후 유인원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계속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1951년 영국의 등반대에 의해서 알려진 설인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듯이 중국에서는 성성이(猩猩)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다.

이 동물은 얼굴모습이 사람과 비슷하지만 온몸이 주홍색의 털로 싸여있고 사람의 말을 이해하며 또 술을 좋아한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오랑우탄을 보고 그와 같이 부르지 않았을까? 현재 우리가 실제로 보고 있는 오랑우탄을 성성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상상의 동물이 바로 우랑우탄일 것이라는 짐작이 유력해진다.

18세기초 '다니엘 베크맨'선장은 오랑우탄이 사는 지방을 방문한 최초의 서양사람이 되었다. 그의 저서 '보르네오 항해'에서 보면 "원숭이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나 그중에서 가장 흥미있는 녀석은 오랑우탄이다. 이녀석은 털이 사람과 같은 부분에만 나 있고 골이 나면 돌이나 몽둥이를 던지며 대든다"고 했다.
또 "원주민들은 오랑우탄이 옛날에는 인간이었으나 신의 노여움을 사 천벌을 받고 야수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믿고 있다"고 적고 있다.

오랑우탄은 학명이 Pongopygmaeus이며 아프리카의 고릴라에 대비되는 아시아의 대형 유인원이다. 서식처는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인데 전체 면적이 불과 13만km²도 안되는 열대우림속이다.

'오랑우탄(Orang-utan)'은 원래 말레이어로 '산림속의 사람'이란 뜻인데 보통은 '빚을 진 사람'이란 용어로 쓰이고 있다. 성장한 수컷의 경우 신장은 1.36m, 몸무게는 69kg정도 되며 암컷은 신장이 1.15m, 몸무게가 37kg정도된다.

전신에 거칠고 긴 털이 나있고 털색깔은 적갈색이지만 암수에 따라 또는 나이나 서식지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늙으면 점점 붉은 보라빛과 오렌지빛의 수염이 나 있다. 주둥이는 성장하면서 앞으로 튀어나오는데 턱이 발달해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다.

특히 수컷은 어깨부터 턱밑까지 커다란 지방덩어리인 후낭이 붙어있다. 이 때문에 얼굴이 2배 이상이나 더 커보인다. 이쯤되면 본래에도 작은 눈이 살속에 더욱 깊숙이 묻혀버린다. 귀도 잘 보이지 않고 젖은 축 늘어진 채 배만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어 흡사 움직이는 달마상 같다.

오랑우탄은 어느 유인원보다 지능이 높은 것 같다. 어떤 행동을 할 때는 먼저 신중히 생각한 뒤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 한 예로 1963년 가을 일본의 다마동물원에서 발생한 오랑우탄 '호세'군의 동물사탈출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담당 사육사였던 '미야모토'씨는 지금까지 수년동안 별탈없이 생활해오던 오랑우탄이 어떻게 탈출했을까 궁금해졌다. 이 의문은 탈출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한 관람객의 증언에 의해 풀렸다.

관람객의 증언에 따르면 호세군의 방 한가운데에 마련되어 있던 널빤지 두장을 벗겨 벽위에 기대놓은 뒤 여기에 다른 널빤지를 세워나갔다고 한다. 말하자면 임시 사다리를 만들어서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이때 호세군은 널빤지로 만든 사다리를 타고 일단 올라갔으나 길이가 짧아 철조망을 넘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이를 밑에서 지켜보고 있던 '집시'양이 다른 널빤지를 던져주었다. 이것을 받은 호세군은 널빤지를 하나 더 보태어 걸친 뒤 유유히 밖으로 나간 것이다.

오랑우탄은 땅에서는 느림보지만 나무 위에 오르면 민첩하기 그지없다.

조용한 성품을 가져
 

오랑우탄 가족


원숭이가 리드미컬하게 몸을 흔들면서 가지에서 가지로 옮겨다니는 모습을 흔히 '브래키에이션'(팔그네뛰기) 이라고 부른다. 오랑우탄이 공중산보하는 모습은 사람이 땅바닥을 걷는 것만큼 경쾌하다. 또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과일을 따먹기도 하고 때로는 잠깐 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민첩성은 타고난 재주가 아니다. 어미로부터 훈련을 받아 숙련된 동작인 것이다.

그들은 들판에서 사람을 만나면 다른 원숭이들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요란을 떨지 않는다. 오히려 살짝 나무 뒤로 숨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생태를 자세히 관찰하기도 힘든다.

들판에서 살 때는 하루의 60%를 잠으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밤에는 나뭇가지를 활용, 간단한 침대를 만들어 자는데 침대는 사람이 올라가서 앉아도 밑에서는 보이지 않을만큼 넓고 튼튼하다. 이런 침대는 보통 지상으로부터 6m정도 높이에 만든다.

오랑우탄은 대개 단독생활을 한다. 사회적인 집단이라고도 해도 한마리의 암컷과 몇마리의 새끼로 이루어진 것이 고작이다.

또 퍽 조용한 성품을 갖고 있다. 그들의 음성은 몇가지 밖에 기록된 것이 없을 정도다. 필자도 이들과 오랫동안 대면해 왔지만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따금 '끽 끽'한다든가 '오우 오우'하는 소리를 내지만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주식은 고릴라와 마찬가지로 주로 과일, 특히 망고 오얏 무화과열매 듀리언열매를 즐겨 먹는다.

현재 서울대공원엔 4마리의 오랑우탄가족이 살고 있다. 이들은 과일 이외에도 우유, 때로는 쌀죽까지 먹는다. 심지어 비프스테이크도 주지만 초원에서 맘대로 과일을 먹을 때만 못한 것 같다.

오랑우탄은 대체로 여덟살이 될 때 성적(性的)으로 성숙한다. 암컷은 이때부터 임신이 가능하며 수컷은 성질이 거칠어진다. 암컷의 성(性)주기는 30~32일 전후가 된다. 임신후 보통 2백60~2백66일이 지나면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생후 3~4개월이 지나면서 시력을 얻고 혼자서 걸어다닌다. 아기오랑우탄은 생후 수년 동안 항상 어미와 함께 지내면서 앞으로 생활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익힌다.

오랑우탄의 화석이 아시아의 여러 곳에서 출토되고 있는 것을 보면 옛날에는 오랑우탄이 아시아대륙에 널리 살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오면서 그 수가 급격히 감소, 지금은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지역에서 약 4~5천 마리정도가 야생할 뿐이다. 이처럼 세월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사람들의 남획때문이다.

인간들이 삼림을 벌채하면서 오랑우탄은 살 터전을 점차 잃어야 했다. 또 사람과 너무 닮다보니 의학연구단체의 실험용으로 또는 애완용으로 마구 잡혀 갔던 것이다.

아무튼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상의 야생 오랑우탄은 곧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국제자연보호연합회나 국제동물원연맹의 경고이다.

198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동물부 진료과장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문화인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