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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중국 내륙 지방을 관통하던 고대 동서 교통로


중국의 극서(極西)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짐마차들. 여기에서는 투르크멘족들은 중국으로부터 티베트가 독립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선언해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실크로드는 한없이 먼 길이다. 이 길은 대부분 사막과 초원, 험준한 산맥과 고원, 깊은 계곡을 거쳐야 한다. 또 중간에 유목민들의 기습 때문에 생명을 내걸고 지나가던 길이다.

실크로드는 당나라 이후에 개발된 해로를 제외하면 육로로는 초원루트와 오아시스루트가 있다. 이들 육로도 부분적으로 보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초원루트는 대체로 북위 45˚~50˚부근을 지나는 길인데 흑해와 키스피해 북쪽을 따라 타시켄트 알마타 이닌 칼라코룸 북경 또는 이닌에서 하미 하서회랑(河西回廊)을 거쳐 당나라의 장안에 이른다.

오아시스루트 역시 여러 갈래가 있으나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통로는 북위 35˚~40˚부근을 지나는 천산남로(天山南路)와 서역남로(西域南路)다. 전자는 천산산맥의 남쪽 기슭에 있는 오아시스를 후자는 곤륜산맥의 북쪽 기슭에 있는 오아시스를 각각 거치게 돼 있는데, 어느 쪽 통로든 서역의 관문인 돈황(敦煌)을 거쳐 하서회랑을 빠져나와 당나라의 장안(지금은 서안)에 이른다.

로마에서 장안까지의 길

실크로드의 서양측 종착지는 로마, 동양측 종착지는 옛 당나라의 수도 장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라의 고도 경주에까지 서역의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경우 경주를 종착지로 볼 수 있다.

실크로드는 한없이 먼 길이다. 이 길의 상당부분은 사막과 초원이고, 험준한 산맥과 고원, 그리고 깊은 계곡을 거쳐야 한다. 또 중간에 유목민들의 기습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명을 내건 길이요, 가지가지 애환이 얽힌 길이기도 하다.

실크로드의 자연을 중국영역에만 한정해 특징별로 서안(西安)에서 난주(蘭州)까지의 위수분지(渭水盆地), 난주에서 무위(武威) 산단(山丹) 주천(酒泉)을 거쳐 돈황에 이르는 감숙성(甘肅省) 서북부의 이른바 하서회랑(河西回廊), 그리고 신강성(衡疆省) 위구르자치주에 해당하는 사막지대로 나눌 수 있다.

황토와 황진 속에 묻혀 사는곳

중국 황하유역의 문화는 황토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북경에서 서안 난주를 거쳐 서역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곳 주민들의 생활은 온통 황토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서안중심의 위수분지 일대는 연강수량이 5백㎜ 내외여서 인공관수를 하지 않고는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옛날부터 주민들은 황토에 굴을 파서 기거했다. 가축의 축사, 농기구의 납고, 농작물의 창고도 굴이며, 심지어 밀밭에서 일을 하다가 잠깐 쉬는 그늘도 굴이다.

따라서 '이 지방의 시골에는 도처에 벌집처럼 굴이 있다. 요즘에는 석탄생산이 많아서 벽돌을 구어 전통적인 혈거를 개량하고 있으나, 이곳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황토와 황진(黃塵) 속에 묻혀 산다.

이곳의 황토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약간 회색의 다공질(多孔質) 황토로서 마치 분설(粉雪)이 쌓인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만년 전 홍적세에 북쪽과 서쪽의 고비사막으로부터 실려온 황진이 계곡이나 분지에 계속 퇴적돼 오늘에 이르렀는데, 황토층의 두께는 수백m에 달하는 곳도 있다. 황토층이 가장 두터운 곳은 위수분지와 황하의 본류 사이로서 흔히 '황토고원'이라 일컫는 곳이다.

다공질 황토이기 때문에 비가 오면 쉽게 스며들고 퇴적의 밑부분이 죽처럼 되면서 일시에 수십 수백m의 높이가 붕괴돼 괴상한 모습의 지형을 이룬다. 이러한 황토층을 흐르는 황하이기에 흙탕물인 것은 당연하다. 예부터 '경위(涇胃)가 분명하다'는 말은 중국의 경수(涇水)의 강물은 흐리고 위수(渭水·황하의 지류)의 강물은 맑아서 청탁(淸濁)의 구별이 분명하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중국의 북부에 황토가 쌓이기 전까지 이곳은 광막한 초원이었다. 그것은 황토 속에서 타조의 알이 화석으로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짐작할 수 있다. 중국문화의 젖줄로 알려진 황하는 황토가 어느 정도 쌓인 후에 하천으로 개석(開析)됐기 때문에 중국의 역사는 끊임없이 바람에 의해 황진이 쌓이고, 그것을 다시 황하가 침식하는 대자연의 되풀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인류문화의 가장 오래된 모습이 태어나 오늘에 이르렀다 할 것이다.

광막한 밀밭, 혈거를 개량한 벽돌 집, 그리고 군데군데 보이는 석류나무와 유동(油桐)나무 등은 이 지방의 대표적인 경관이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향할수록 점점 강수량이 적어지고 황량한 모습으로 변한다.
 

염분과 미세질 토양이 섞여 굳어 있는 아이딘 호수 바닥의 플라야(playa)


초원과 사막지대로 연결

난주에서 하서회랑을 거쳐 서역에 이르는 곳은 초원 아니면 사막이 전개된다. 이곳에서부터 연평균 강수량은 1백㎜를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옛날에 화주(火州)라고 불렸던 '투루판'은 거의 비가 내리지 않고 1년에 40℃를 넘는 날이 50여일이나 계속된다.

난주에서 이곳에 진입하는 통로는 황하상류를 배로 거슬러 올라 유명한 병령사(炳靈寺) 석굴을 거쳐가는 길과 난신철도(蘭新鐵道)로 해발 3천m의 고개를 넘어 진입하는 길의 두 가지가 있다. 황하상류에서 병령사 입구까지는 마치 촛대처럼 생긴 벌거숭이 산봉우리가 강가에 장관을 이룬다. 이는 수백m나 퇴적된 사암(砂岩)이 비바람에 씻기어 만들어진 것인데, 엷은 분홍색을 띄어 홍사암 이라 일컫는다. 병령사는 인도를 오가던 수행승들이 이 바위에 1백80여개의 굴을 뚫고 불상을 새겨 모셨던 곳이다.

하서회랑에 진입하면 지금까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던 황하의 지류가 없어지고 모든 하천이 동에서 서로 흐른다. 하서회랑이란 해발 3천m의 오초령(烏稍嶺)를 말한다.

이 회랑의 동북쪽으로는 몽골고원, 서남쪽으로는 눈에 덮인 기련산맥(祈連山脈)이 이어져 있다. 회랑의 폭은 약 1백㎞에 이르고 회랑 자체의 해발고도는 1천m가 넘는다. 이곳이 만리장성의 서쪽 끝에 해당하며 역대로 중국이 서쪽의 유목민을 다스리기 위해 여러가지로 고심하고 치열한 전쟁도 치른 곳이다.

황량한 사막이라고는 하지만 드문드문 낙타풀이 자라는 자갈이 섞인 땅으로 이곳 사람들은 이를 흔히 '고비'라고 한다. 낙타풀은 잎이나 줄기가 억센 작은 가시덤불 모양의 사막식물인데, 지나가는 낙타가 즐겨 먹는다. 오후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하늘을 가릴 정도의 모래바람이 불고, 한낮의 뙤약볕 아래에서는 용트림과 같은 회오리 바람이 모래를 안고 2백여m나 치솟는다.

기련산맥의 산록에는 눈이 녹아서 수분이 공급되기 때문에 좋은 풀이 자라고 이른바 천마(天馬)로 유명한 군마(軍馬)목장이 있다. 왕소군(旺昭君)의 슬픈 사연이 전해 내려오는 오랑캐의 땅이 바로 이곳 산단의 연지산이고, 여자들의 얼굴에 바르는 연지는 곧 연지산에서 나는 '연지 꽃'에서 온 말이다.
 

드넓은 봉나무밭. 중국실크는 예로부터 세계에 명성을 떨쳤다.


핵실험하는 초생달 모양의 사구들

하서회랑에서 서북쪽으로 가면 트루판분지, 서쪽으로 가면 타림분지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바다와 멀리 격리된 사막이다. 투루판분지는 중국대륙에서 가장 낮은 땅으로서 바닥이 드러난 아이딘 호수는 이 분지의 남쪽에 있다. 호수바닥은 바다수면보다 1백54m나 낮고 염분과 미세한 흙이 섞여 굳은 토양층, 즉 플라야(playa)가 널리 드러나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이를 염피각(鹽皮殼)이라고 한다.

'서유기'에 나오는 화염산(火焰山)은 이곳 분지의 북쪽에 있는 8백 51m 높이의 벌거숭이 산으로서 비바람에 씻긴 침식곡이 뙤약볕에 마치 불꽃처럼 보이기에 쓰인 말이다.

타림분지는 동서 약 1천4백㎞, 남북 약 5백50㎞에 이르는 광막한 사막으로서 북쪽을 천산산맥, 남쪽을 곤륜산맥으로 차단함으로써 바다와 고립된 곳이다. 대체로 해발고도 약 1천m 높이에 해당하는데,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수록 낮아져서 분지의 동쪽 끝은 약 7백60m 고도에 해당한다.

사막에는 땅 속을 흐르는 물이 있지만 외래하천(外來河川) 이외에 하천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중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천산과 곤륜산맥의 눈이 녹아 땅속을 흐르는 물이 산록에서 저절로 스며나와 오아시스를 이루는데, 이곳 주민들은 '카렌스'라고 하는 지하수로를 만들어 사막에 관개한다.

지표면은 바람에 침식돼 마치 버섯모양의 토주(土柱)를 이룬 기기묘묘한 경관을 나타내는데, 이곳 사람들은 이것을 용퇴(龍堆)라고 한다. 이곳에 있는 타클라마칸사막은 이곳 말로 '모래의 바다'란 뜻인데, 여기에는 바람에 운반돼 그 높이가 90~2백m에 이르는 초생달 모양의 사구(砂丘)가 수없이 발달해 있다. 현재 중국정부는 이곳 사막에서 핵실험을 하고 있으며 사막을 개발하기 위해서 남강철도(南疆鉄道)를 부설하고 있다. 이곳 사막의 기후는 건조기와 습윤기가 몇차례 바뀌어 그때마다 사막의 넓이가 확대·축소되고 있으며, 이곳 사막에서 폐허화된 오아시스 도시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장세월에 걸친 기후변동과 연관해 생각할 수 있는 연구과제에 속한다.

199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형기주 교수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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