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에 이어 17년만에 재재된 미국의 화성탐사 계획. 21세기 인간의 화성 착륙을 실현하기 위한 전초전이 시작됐다.
"미국은 17년만에 붉은 행성, 화성으로 돌아간다."
지난 9월25일 화성탐사선(Mars Observer)을 쏘아올린 미국항공우주국(NASA) 태양계 탐사 책임자 웨슬리 헌트 리스박사의 말이다. 1975년 여름 바이킹 1,2호를 화성표면에 연착륙(soft landing)시켜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최종 판단(채취된 흙을 분석한 결과 화성 표면에 생명체의 씨앗 이라고 할 수 있는 유기물질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내린 바 있던 미국은 21세기 유인 화성탐사를 대비한 보다 정밀한 관측을 위해 17년만에 새로운 탐사선을 발진시킨 것이다.
타이탄3 로켓에 의해 발사된 마르스옵서버의 주요 목적은 화성의 지도를 작성하는 것. 지난 89년에 쏘아올린 마젤란이 금성 주위를 돌면서 금성의 지형에 대한 3차원 영상자료를 계속 보내오듯, 순조롭게 계획이 추진된다면 마르스옵서버도 내년 10월부터는 상세한 화성 지도를 우리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마르스옵서버가 활동할 기간은 화성이 태양을 한바퀴 도는, 화성의 1년에 해당하는 6백87일. 이 기간 동안 정밀관측기기를 실은 마르스옵서버는 화성 주위를 돌면서 각종 탐사를 실시한다.
일곱가지 정밀관측기기
마르스옵서버는 크기가 2.3X1.1X1.6m이며 무게는 약 2.5t인 상자형 위성. 해상도가 10m(10m 크기의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인 고성능 카메라와 감마선분광계 적외선측정기 레이저고도계 자기측정계 등 일곱종의 관측기기를 탑재하고 있다. 이 탐사선이 화성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11개월이 걸린다. 마르스옵서버가 돌 화성궤도는 화성의 양극을 지나는 극궤도 처음에는 긴 타원궤도에 진입해 서서히 타원궤도를 줄이면서 93년 12월부터 본격적인 관측에 들어간다.
마르스옵서버가 파악할 주요 지형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태양계 최대의 화산인 올림푸스 몬스. 화산의 지름이 6백㎞나 되며 주변 평원을 중심으로 약 25㎞나 솟아 있다. 화산의 면적은 한반도를 덮을 정도며 에베레스트산보다 3배 이상 높은 셈이다. 이 밖에도 화성에는 여러개의 대협곡이 있는데 그랜드 캐년도 감히 명함을 못내밀 정도로 장대하다. 마르스옵서버의 활약으로 이 장대한 협곡들이 곧 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화성 연구가들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역시 양극을 덮고 있는 얼음덩어리. 극관이라 불리는 이 얼음덩어리는 여름에 줄어들어다가 겨울에는 커지는 묘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주성분은 물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로 알려져 있지만(드라이아이스를 연상하면 된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 수분이 들어있는 가도 연구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만약에 물 성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앞으로 인간이 화성기지를 건설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의 대기는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희박하며(1백분의 1 이하) 이산화탄소가 95% 이상. 나머지는 질소 아르곤 산소 등으로 이루어졌다. 지표면의 온도는 보통 -50℃ 이사지만 어느 때 따뜻한 곳은 30℃까지 올라가는 곳도 있다. 과연 이 온도 변화의 원인이 무엇일까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대기가 없어 온도변화가 심하지만 먼지가 움직이면서 기상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추측하는 학자도 있다. 화성에는 2년에 한번 정도 먼지폭풍이 일어 난다. 그 원인을 밝히는데 마르스옵서버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898년에 발표된 H.G. 웰즈의 과학소설 '우주전쟁'에는 화성인이 점점 추워지는 화성을 탈출하여 지구로 쳐들어오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같은 시기에 로웰일는 사람이 화성표면에서 운하와 같은 것을 발견하고 이는 화성인이 북극과 남극을 뒤덮고 있는 얼음으로부터 물을 끌어 쓰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해 화성인의 존재를 당연시 했다. 실제로 화성표면을 자세히 관찰하면 사람 형상을 한 조각과 피라미드와 같은 구조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국제협력시대
화성탐사선을 처음 발사한 것은 옛소련이지만(1962년 마르스1호) 탐사에 성공한 것은 미국의 마리너4호다(1964년 11월 발사). 달 탐사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이라 별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마리너4호는 2백28일 동안의 긴 여행끝에 화성으로부터 약 1만㎞ 거리를 두고 지나가면서 22장의 사진을 지구로 전송해왔다. 이 사진 결과 화성 표면도 달과 같이 분화구로 뒤덮여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1971년 발사된 마리너9호는 화성궤도에 진입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최초의 '화성 달'(인공위성)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화성의 위성이 된 마리너9호는 화성표면 전체의 70% 가까이를 6천장의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에는 화성의 진짜 위성인 못생긴 감자 모습을 한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모습이 실려 있었고 로웰이 운하라고 불렀던 계곡의 모습이 선명하게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화성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옛소련은 마리너9호가 화성의 인공위성이 되기 바로 전에 마르스 2, 3호를 연속해서 발사, 착륙선(랜더)을 화성표면에 연착륙시키려 했으나 두번 다 실패하고 말았다.
화성 탐사는 바이킹 계획으로 절정을 맞았다. 미국은 1975년 8월과 9월 보름 간격으로 바이킹 1, 2호를 발사했다. 이들은 10개월 간의 비행 끝에 궤도 모선에서 분리돼 화성에 착륙하는데 성공했다. 두 우주선은 이로부터 4년 동안 화성에 머물면서 표면온도 대기밀도 바람속도 토양분석 등 각양각색의 실험을 수행해 그 결과를 지구로 전송했다. 특히 이들은 화성에 과연 생명체가 존재하는가를 알아내는데 주력했으나 결과는 'NO' 였다. 바이킹 1,2호는 이미 생명이 다했으나 (임무 수행 불가) 아직도 화성표면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채 지구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르스옵서버 이전 인류는 화성에 모두 19번에 걸쳐 탐사선을 쏘아올렸다. 옛 소련이 마르스 7회, 존드 1회, 포보스 2회 등 10회를 발사했으며 미국이 마리너 6회, 바이킹 2회 등 8회를 발사했다. 이중에서 성공이라 할 수 있는 것은 6회로 모두 미국측에 의한 것이다. 이상할 정도로 옛소련측은 화성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지만 번번히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88년) 야심차게 시작한 포보스계획도 2호가 화성 도착 2개월만에 통신이 두절되는 좌절을 겪고 말았다.
90년대의 화성탐사는 마르스옵서버를 시작으로 미국과 옛소련 양국 중심에서 본격적인 국제협력 시대로 발전할 전망이다. 소련이 붕괴됨에 따라 러시아가 화성탐사의 맥을 잇고는 있지만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가고 기술도 정밀해야 하므로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이러한 사정은 미국도 마찬가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투자만은 할 수 없는 일.
결국 미국과 러시아에다 우주기술이 발달 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우주기구(ESA)가 가세하고 일본이 참여하는 형태로 화성탐사계획이 추진될 전망이다. 현재 잡혀 있는 계획을 살펴보면 옛소련이 1994년에 마르스94를 쏘아 화성표면과 대기를 탐사할 계획이며 96년에는 일본도 플래닛B를 발사해 화성탐사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