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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인공위성」으로 부각되는 무인비행선

EXPO 기간중 대회장과 주변지역을 샅샅이 훑어 교통혼잡을 방지하고 관람객들의 흐름을 유연하게 조절할 무인비행선. 이후에는 이동통신과 CATV등의 전파 중계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1903년 라이트형제가 최초의 동력비행기로 하늘을 날기까지는 수많은 '창공 도전의 역사'가 응어리져 있다. 날틀 열기구 비행선, 그리고 글라이더는 오늘날 첨단 항공기가 탄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탄생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비행선은 역사적 유물로 사라지지 않고 현재 시점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항공기나 인공위성이 할 수 있는 원격탐사나 지역통신 중계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93년 8월 대전EXPO가 펼쳐지는 대전 한밭벌에서는 UFO모양과 고구마 모양을 한 두대의 비행선이 고도 1~1.5km 상공에 떠서 관람객과 차량의 흐름을 파악해 지상통제소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EXPO장에 들어오는 차량들은 비행선이 지시하는 대로 별다른 혼잡없이 가장 교통량이 적은 곳으로 안내를 받게 된다. 교통사고 등 돌발적인 사고가 나도 큰 무리없이 소통된다. 장내의 관람객들도 혼잡하지 않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EXPO에서 활약한 무인 비행선의 크기는 길이와 폭이 18m이며 높이가 8m인 UFO형(일명 찜빵형)과 비행선 모습으로는 가장 고전적인 고구마형 두가지(크기는 UFO형과 엇비슷). 고구마형이 무게도 가볍고 공기저항도 적으며 CCD카메라 등 고가의 영상장비도 안전하게 실을 수 있어 가장 실용적이나, 대전 EXPO를 대외적으로 홍보하는데 극적효과를 살리기 위해 위험부담이 따르는 UFO형을 선정했다.

UFO형은 돌풍에 취약하며 원반형의 기낭제작이 용이하지 않아 과거 몇나라에서 개발을 시도한 것이 있으나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개발책임자인 항공우주연구소 비행제어실 김종철 실장은 "그동안 비행기 자세 제어기술을 꾸준히 연구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에 도전해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우주연구소 비행제어실팀이 시험중인 UFO형 비행선


고감도 센서를 채용

비행선의 구조는 매우 간단하다.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가 들어가는 커다란 기낭이 대무분의 부피를 차지하며 하단 중앙부에 추진장치와 항법장치, 그리고 위치와 자세를 측정하기 위한 센서 등이 달려 있다. 탑재 장비로는 고해상도 CCD카메라와 야간탐지 카메라, 카메라 원격조종 수신장치, 영상정보 송신장비, 공중전파중계기가 실린다. 특히 위치와 자세를 측정하는 센서는 일반 항공기에 실리는 것보다 감도가 더 좋아야 한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내는 UFO형의 경우 자주 쓰이는 고구마형보다는 자세를 제어하는데 있어서 훨씬 수준 높은 기술을 요구한다. 기낭에 들어가는 기체는 초기에 수소가 주로 쓰였으나 요즘에는 폭발 위험이 적고 가격이 싼(수소의 1/6수준) 헬륨이 쓰인다.

비행선은 가벼운 가스만 채워넣고 공중에 띄우기만 하면 되므로 기술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바람이나 기타 기상조건에 따라 기구가 이리저리 움직여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하므로 어려움이 따른다. 고감도 센서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센서로 위치 변화를 감지했으면 곧바로 원래 위치를 찾아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전통적으로는 화학연료를 사용해왔으나 최근에는 태양열을 이용하는 방법과 지상에서 마이크로파를 쏘아 위치를 찾게하는 방법등이 고안되고 있다. 화학연료는 비행선이 뜰 때 공급해야 하므로 한번에 주입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 보통 5일분 이상은 공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화학연료를 쓸 경우 5일마다 한번씩 비행선이 지상에 착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인공위성의 전원으로 쓰이는 태양전지는 앞으로 유망한 방법이긴 하나 비행선에 채용하기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태양전지는 아직 에너지 변환효율이 20% 이하에 머무르고 있으며 인공위성처럼 태양전지를 몸체 전체에 붙이거나 태양전지 패널로 구성된 날개를 따로 만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 연구가 활발한 것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지상에서의 원격조절방법. 전자레인지에서 음식을 요리하거나 데우는데 활용하고 있는 마이크로파의 에너지를 인공위성에서 수신해 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위치를 제어하는데 사용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이크로파를 발사하는 지상국이 필요하며 비행선에는 마이크로파를 수신하고 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렉테나(정류기와 안테나의 합성어)가 장착돼 있어야 한다.
이번 EXPO에 띄울 비행선에는 화학연료를 쓰는 방법을 채택했으나 EXPO 이후의 비행선 개발에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원격조절 방법을 채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항공우주연구소 비행제어실에서는 원격조절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옛것을 오늘에 되살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비행선은 요즘 새로이 태어나는 '첨단'이 아니라 오늘날의 비행기가 탄생하는데 중간 다리 역할을 했던 역사적 유물이다. 그런데 왜, 서울과 뉴욕을 두시간만에 주파하는 극초음속여객기가 거론되고 인공위성이 지구 상공을 누비는 지금에 와서 역사적 유물에 불과한 비행선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먼저 비행선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1783년 프랑스의 제지업자인 몽골피에 형제는 종이로 열기구를 만들어 사람을 태우고 5백m 상공에까지 떠오르는데 성공했다. 화톳불을 피우고 뜨거운 연기를 만들어 기낭을 채웠기 때문에 열기구라는 이름이 붙었다. 곧바로 공기보다 가벼운 수소가스를 채운 수소배행선이 등장해 본격적인 운송수단으로 사용됐다.

1900년 독일에서 최초의 여객운송용 '체펠린1호'가 등장했으며 1936년에는 대형 점보배행선 '힌덴부르크'가 등장해 비행선시대가 화려하게 펼쳐지는 듯했다. 힌덴부르크는 요즘의 747점보기보다 덩치가 크며 90명 정원에, 피아노까지 있는 오락실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힌덴부르크는 1937년 5월 수소가스 폭발로 많은 인명피해를 냈으며 그로 인해 비행선 시대는 마감됐다.

그후 폭발하기 쉬운 수소를 대신해 안정한 불활성 가스인 헬륨이 등장했으나 비행선은 여객 운송수단으로는 더이상 각광을 받지 못하고 선전용이나 특수목적(캐나다나 브라질에서 목재나 광물을 운반하는데 쓰임. 소음이 없고 에너지가 절약돼 짧은 거리의 수송수단으로는 장점이 있음)으로 활용하는데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일본 등의 유명 항공업체에서 비행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행선의 새로운 쓰임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을 인공위성 시대라 한다. 통신 방송위성이 떠 지구촌 곳곳을 동시생활권으로 묶고 있으며 여러 과학위성들이 지구를 세밀하게 관찰, 해류와 대기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각종 자원의 분포도를 작성하는 등 원격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인공위성은 최소 수백km 이상 고도에 쏘아올려지기 때문에 극히 세밀한 부분의 탐사나 관측에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실례로 3만6천km 상공에서 전파를 중계하는 통신 방송위성의 경우 너무 고도가 높아 통화에 0.5초 정도의 지체시간이 발생한다. 만약에 비행선이 이를 대신한다면 중계할 수 있는 지역은 좁아지지만 통화 지체시간은 발생하지 않는다. 지구 규모의 인공위성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역 단위에서 '간이 인공위성'의 역할을 비행선이 대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CNN과 같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CATV(유선TV)는 절대적으로 인공위성에 의존하지만 우리나라에서 CATV가 방송된다면 두대 정도의 무인비행선으로 전국을 커버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통신혁명을 주도할 이동통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극궤도에 77개의 위성을 띄워 전세계의 이동통신을 장악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지만 (최근66개로 수정) 우리나라 규모에서 이동통신을 경제적으로 운영한다고 했을 때 비행선이 통신중계소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수천억원이 드는 인공위성의 역할을 수십억원대의 무인비행선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외에 근거리 항공탐사에도 저가격의 무인비행선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처럼 원격탐사정보가 중요시되는 시점에서 자국의 위성이 없는 나라는 모든 정보를 위성을 소유한 나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외국으로 중요한 정보가 새나가게 된다. 한반도 상공의 정밀사진이 외국의 위성에 의해서 제공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림1) 비행선 응용 분야


고도를 더욱 높여야

광고 표지판이나 달고 떠다니면서 호기심이나 끄는 무인비행선이 간이 인공위성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면 몇가지 점에서 질적인 비약이 필요하다. 우선 비행선의 고도를 대폭 상승시켜야 한다. 현재 무인비행선의 고도는 대략 2~3km. EXPO를 계기로 만들어질 비행선도 고도 3km까지를 활동영역으로 잡고 있다. 물론 EXPO 기간 중에는 1~1.5km에서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한다.

대류권(보통 지상 12km까지)은 지표면과의 열교환이 이루어지므로 대기의 상하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따라서 최소한 이 권은 넘어야한다는 것이 선결과제. 12km를 넘어서도 제트기류 등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지만 성층권(12-80km)은 대류권보다는 기층이 매우 안정돼 있어 비행선이 활동하기 좋다.

일본에서는 고도 20km 정도의 무인비행선을 체류시켜 전파중계기지로 활용하는 방법을 우정성 주도로 구체화하고 있다. 통신위성보다는 중계범위는 좁지만 전파손실이 거의 없어 수신안테나를 소형화할 수 있고, 발사비용 및 운영유지비용도 훨씬 줄어든다. 일본에서는 이 비행선을 정밀도가 높은 지상관측시스템에도 이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성층권은 온도가 낮고 태양빛도 지상에 비해 강렬하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기낭 재료의 개발이 시급하다. 또 며칠마다 뜨고 내릴 수 없으므로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지상 원격조절시스템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비행선이 급변하는 기상 조건 아래서 얼마만큼 움직이지 않고 정밀한 관측과 탐사를 수행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아무리 고도의 장비를 실었어도 비행선이 흔들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87년 기계연구소에서 8×3m 크기의 무인 비행선3대를 만들어 시험 비행한 바 있다. 이와는 별도로 경찰청(당시 치안본부)에서 88서울올림픽 때 주요 인사를 보호하고 주요 시설을 보호한다는 목적 아래 유인(조종사 4명과 승객 16명을 태울 수 있음) 점보비행선을 영국의 AIL사로부터 사들인 바 있다. 올림픽 이후에는 국민체육공단에서 인수해 운영한 바 있다.

70억원이나 들여 사들인 이 점보비행선은 계류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노천에 방치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연간 운영비가 20억원이나 드는 반면에 뚜렷이 하는 일도 없어 '처치 곤란'이라는 평가를 받다가 최근 미국 광고사인 AI사에 16억원에 매각했다.

이를 교훈삼아 이번에 개발하는 무인비행선은 항공우주연구소 내에 격납고를 설치하는 등 부대시설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무인비행선 개발 예산은 삼성전자에서 10억원을 지원했으며 여기에 항공우주연구소 비행제어실 자체 예산을 합해 개발을 추진 중이다. 내년5월에 개발을 완료할 예정.

내년 EXPO의 무인비행선은 행사의 홍보만을 위한 단순 전시용이 아니며 종합전산망과 연계돼 대회의 효율적인 운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최근 추세가 비행선을 '간이 인공위성'화시켜 한단계 수준을 높이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EXPO 이후에도 지속적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림2) 비행선을 이용한 항공 방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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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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