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의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이며 고장난 인공위성은 어떻게 처리하나?
지구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 산에만 올라가도 공기가 적어 일반인은 제대로 숨을 쉬기가 힘들다. 해면에서 약 9㎞정도의 높이다.
인공위성은 제일 낮게 도는 것이 지상에서 2백㎞ 높이. 그곳에는 공기가 전혀 없다. 공기가 전혀 없으므로 지상에서 쓰는 엔진이나 비행기용 터빈 엔진을 쓰지 못하고 액체산소와 액체수소 등의 연료를 싣고가 혼합 연소시켜 추진력으로 쓰며 필요한 전력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발전시켜 공급받게 된다.
이렇게 2백㎞의 상공에만 올라가도 지상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극고진공 상태가 된다. 이러한 극고진공은 공기오염이 절대없는 '초청정 상태'를 만들어 무공해라는 낙원같은 환경이 되지만 그 속에 떠다니는 물질은 지상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를 일으킨다. 즉 극고진공 상태는 공기압력이 없으므로 물질의 표면에 부착, 존재하던 각종의 분자가 날아가버리는 일종의 승화작용(실제의 용어는 out-gassing)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튀어나온 기체는 열에너지 등에 의해 돌아다니다가 다시 흡착되기도 하며 특히 가벼운 기체는 쉽게 이온화되어 전기가 통하는 길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체들이 태양전지판 표면에 흡착, 누적되면 태양전지판의 전기발생 효율을 급격히 저하시킬 수 있고 또는 광학카메라 등의 렌즈에 흡착·누적되면 카메라의 성능을 급격히 저하시키게 되어 인공위성 수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예로 1978년 미국에서 쏘아올린 NAVSTAR라는 인공위성이 반알렌대 끝부근인 지구에서 2천㎞ 부근에서 운행하고 있던 중 태양전지 발전량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에 대한 원인을 조사 분석한 결과 반알렌대의 끝부분은 태양섬광(solar flare)의 영향이 커져 이에 의한 방사선 조사로 인공위성 몸체에서 아웃가싱(out gassing)된 분자가 태양전지판에 부착, 누적 되어 발전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 되었다.
스스로 살아가야
인공위성은 우주공간에서 자기 스스로 작동해야 하므로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모든 장치를 가지고 있다. 즉 태양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인공위성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전지판(solar array) 및 축전지의 전력공급 장치, 스스로 자세를 잘 유지하기 위해 위성체의 위치 및 자세를 감지 조정 하는 자세제어장치, 위성체를 움직여주는 추력장치(propulsion module), 모든 부품을 지지 보호하는 구조물과 방송·통신 또는 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탑재장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구조를 이루는 부품수는 대략 10여만개가 되며 고장을 대비해 여유분을 갖추고 있다.
인공위성은 발사체에 실려서 지구로부터 2백~1천㎞까지 올려지며 그후에 자체에 달린 추력장치를 사용해서 좀 더 높은 곳으로 가게된다. 지구관측 또는 과학실험 등의 임무를 가진 인공위성은 주로 지구에서 4백~1천2백㎞의 '지구저궤도'로 약 한두시간에 한번씩 지구를 돌게 된다. 방송 또는 통신 등의 임무를 가진 인공위성은 지구중심에서 3만5천8백㎞의 '지구정지 궤도'를 지구 자전 주기와 같은 24시간에 한번씩 지구를 돌게 되므로 항상 우리 머리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공위성의 수명은 궤도에 따라 다르다. 즉 지구저궤도 위성은 3~5년의 수명이 되고 정지궤도 위성은 7~10년의 수명을 갖는데 이들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추력장치와 태양전지판 및 축전지다.
방사선 손상율 막아라
인공위성의 동력은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태양 전지판에 의존하게 된다. 대부분의 인공위성에 날개처럼 달린것이 이 태양전지판인데 이들은 인공위성 밖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태양의 직사광선과 고에너지의 우주방사선에 의해 심하게 손상받는다. 지구로부터 3만5천8백㎞의 궤도를 선회하는 정지궤도 위성이 받는 방사선 조사량은 7년동안 약 ${10}^{15}$개/㎠의 전자(1MeV 크기)가 부딪치게 된다.
인공위성 설계에서 이러한 방사선 손상을 막기 위해 본체의 외부벽 두께를 최소 10㎜이상으로 하게 되는데 이는 고에너지 입자가 약 10㎜까지 뚫고 들어오기 때문에 내부 전자 부품들의 손상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태양전지판은 그렇게 두꺼운 코팅을 할 수 없으므로 방사선에 의한 손상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우주환경에서 10년 사용하면 25~30% 정도의 전력 발전량이 저하되고 그 후 급격히 저하되는 현상을 보인다. 따라서 10년 이상의 수명으로 사용토록 하려면 태양전지판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커져야 하는데 이는 인공위성의 전체 무게에 제한이 있어 곤란하다.
발사체에 실려온 인공위성은 더 높은 궤도로 진입하기 위해서 자체의 추력장치를 사용하여야 된다. 궤도에 진입된 후에도 지구중력 태양풍 등에 의해 벗어나는 궤도를 보정하고 어느 한 곳을 계속적으로 지향하기 위한 자세제어를 위해 추력장치가 끊임없이 가동되어야 한다. 이러한 추력장치를 가동하기 위한 연료를 인공위성내에 싣고 올라가야 한다. 이 연료의 무게가 인공위성 전체 무게의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인공위성을 오래 작동시키려면 연료를 더 많이 실어야 되고 이는 인공위성 전체 무게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인 7~10년의 수명보다 길어지려면 인공위성 전체 시스템의 설계부터 재고되어야 한다.
고장난 인공위성 수리
인공위성은 한번 발사되면 회수해서 수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모든 부품을 두개씩 배열하여 한개가 고장시 여유분(redundancy)이 작동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인공위성의 부품중에서 여유가 없는 것이 있다. 궤도 진입을 위한 추진기관(AKM, Apogee Kick Motor)과 태양전지 판이다. 간혹 AKM이 점화되지 않아 목표된 궤도에 못들어 가는 경우가 발생되고 태양전지판이 펴지지 않아(발사체에 실려 올라갈 동안은 접혀 있고 궤도에 진입하면서 펴지도록 돼 있음) 전력을 발전시키지 못해 인공위성이 못쓰게 되는 경우가 발생된다.
지난 90년 3월에 발사된 유럽의 통신위성 인텔새트 6호가 타이탄 발사체에 실려 지상 3백60㎞ 상공으로 올라간 후 정지궤도로 진입시키기 위한 AKM을 점화시켰으나 점화되지 않았다.
지상관제센터에서 계속해 수백번 점화를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거의 포기하는 상태로 되고 말았다. 이때 미국의 NASA에서 우주왕복선 엔데버를 발사해 고장난 인텔새트 위성에 접근, 수리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를 위한 엔데버호 승무원(7명)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인텔새트 인공위성은 자체로 회전하는 방식이므로 중력은 미소하나 약 4천5백㎏의 회전하는 물체를 잡아서 고정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상에서의 훈련은 중력보상이 되는 물속에서 수십 차례 시행되었다.
드디어 92년 5월 13일 7명의 승무원을 태운 엔데버호가 발사되고 지상 3백60㎞에서 인텔새트 6호에 접근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돌고 있는 지름 약 3m 크기의 인공위성을 잡아 우주왕복선으로 끌고 오는 것이 훈련보다 훨씬 어려웠다. 결국 예정된 두명의 인원에 한명이 합세해서 체류기간을 2일간 연장한 끝에 인텔새트 6호의 AKM을 새 것으로 교체하여 정지궤도로 발사시켰다. 최초로 1억 5천만달러 상당의 인공위성을 수리 했다는 사실보다 인간이 우주에서 인간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사실이 역사적 진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