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있었던 식사 약속이 떠오릅니다. 어쩌다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학생 때 처음 읽었다, 생명과학과에 진학할 때 꿈을 꾸게 해준 중요한 책이다, 이후에 이타적 유전자라는 책도 나왔다, 하며 책에 얽힌 추억을 떠들었습니다. 그런데 식사 자리의 분위기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자리에서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사람이 저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도 과학 꽤나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는데 괜히 자랑만 늘어놓은 것 같아 뭔가 뻘쭘해졌죠.
이기적 유전자, 코스모스, 과학혁명의 구조…. 돌아오면서 소위 과학 필독서, 과학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의 모습을 생각해 봤습니다. 누구든 그 이름을 들어본 책. 과학의 꿈이 있다면 꼭 한 번은 시도하는 책. 너무 두꺼운 벽돌책. 어려워서 첫 열 장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책. 그러고 보면, 저도 이기적 유전자를 처음 읽던 중학생 시절 친구들에게 잘난 체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꾸역꾸역 읽어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필독서’는 중요하지만 그만큼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책일지도 모릅니다. 과학동아 4월호부터 ‘사이언스 북마크’ 연재와 발맞춰 ‘필독서 레벨업 워크지’를 준비한 이유입니다. 사이언스 북마크는 1월부터 과학 필독서를 독파하고자 야심 차게 준비한 연재입니다. ‘코스모스’로 시작해 4월호의 이기적 유전자처럼, 서울대, KAIST, POSTECH이 추천한 필독서를 한 달에 한 권씩 함께 읽는 기사죠.
필독서 레벨업 워크지는 함께 읽기에서 나아가 함께 쓰고 생각하기를 지향합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해 보고, 책의 내용을 확장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새로운 생각을 해보고, 마지막으로 내용을 완벽하게 흡수해 나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 보는 거죠.
과학 필독서 읽기는 긴 여행과 비슷합니다. 가끔 그 길이 고될 때도 있지만, 끝까지 걷고 나면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경험과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심지어 직접 걷지 않고도 얻을 수 있죠!). 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께는 북마크 연재와 워크지가 든든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바빠서 두꺼운 필독서를 다 읽기 어려운 분께는 지름길이 그려진 가이드가 되어줄 거고요.
확실히 인공지능(AI)이 대세입니다. 변화의 바람이 부는 반도체 업계를 다룬 4월호 특집에서도, 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를 직접 만나 교육의 방향을 물은 시사기획에서도 단연 화두는 AI였습니다.
AI를 두고 저희가 만난 모든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이제는 제대로 질문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고 답했습니다. 과학동아는 기본으로 돌아가, 여러분과 함께 필독서 레벨업 워크지로 이 능력을 함께 길러보려 합니다. 과학이라는 신나고도 먼 여행을 떠나는 여러분의 충실한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