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스위스 베른의 특허국에 근무하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무명의 26세 청년이었다. 특허국에 취직한 것도 친구이자 수학자였던 마르셀 그로스만의 아버지 덕분이었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자리는 보장됐지만 승진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여느 해와 다를 것 없는,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일년처럼 보였지만 1905년은 아인슈타인에게 ‘아누스 미라빌리스(annus mirabillis)’로 불린다. 라틴어로 ‘기적의 해’라는 뜻이다.
그는 1905년에만 네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빛이 에너지 입자로 구성됐다는 가설을 제기한 광전효과 논문에 이어, 브라운 운동, 그 유명한 특수상대성 이론,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E=mc2) 이론을 확립하며 정점을 찍었다. 아인슈타인은 1921년 광전효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20세기의 인물로 기록됐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이런 ‘기적의 해’가 있다고 믿는다. 요행과는 다른 의미다. 학창시절 성적은 형편없었고, 고등학교도 중퇴한(여기까지는 ‘팩트’다) 아인슈타인이 그저 운으로 ‘1905년’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수학과 물리학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고, 사색이 몸에 배어 있었다. 불안정했던 특허국 근무 초창기에도 ‘올림피아 아카데미’를 꾸려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과학과 철학을 논했다. 과학사학자들은 자연 현상들 사이에 근원적인 결합과 통일이 존재한다는 ‘자연의 통일성’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확고한 세계관이 1905년의 기적을 만들었다고도 해석한다. 결론은, 꾸준함이다.
1986년생인 과학동아는 2018년 33세가 됐다. 척박한 환경에서 태어나 경제 호황기와 불황기를 겪으며 풍요와 빈곤을 모두 경험했다. 기복은 있었지만 기본은 놓지 않았다. 과학이 대중에게 문화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꾸준히 애썼다.
21세기의 인물로 불릴 만한 스티븐 호킹은 33세가 되던 해에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로 알려진 논문을 발표하며 이론물리학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한번 기대해본다. 33세를 맞는 과학동아에게 2018년은 그동안 지켜온 꾸준함이 빛을 발해 폭발적이고 획기적인 해가 되길. ‘아누스 미라빌리스’로 기록되기를. 더불어 2018년 새해를 맞는 모두에게 ‘아누스 미라빌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