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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탄생의 잔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천문학 사상 금세기 최대 발견

빅뱅과 인플레이션 가설, 차가운 암흑물질의 존재, 그리고 별과 은하가 중력수력으로 탄생했다는 가설 등 '우주표준모델' 모두를 입증하는 코비위성의 우주여광(우주배경복사) 관측결과가 발표됐다.

코비라고 불리는 우주여광(餘光, 우주배경복사)탐색위성이 2년반전에 우주공간에 띄워졌을 때, 코비의 눈에 비친 우주는 티끌만큼의 얼룩도 없이 깨끗했다. 빅뱅의 노을과 같은 우주여광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차갑지만 균일하게 비쳐오고 있었던 것이다. 1989년 11월 18일 발사된 이후 코비위성의 탐색결과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측을 넘어선 것이었다.

빅뱅 이후 우주가 1백50억년간 팽창하는 동안, 우주를 채우고 있던 빛은 차갑고 어두워 현재는 촛불의 1억분의 1보다도 어둡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비위성은 관측 시작 후 9분만에 우주여광의 온도가 절대온도 2.735도임을 알려왔다. 더군다나 코비는 이 여광의 온도가 전 하늘 어느곳을 둘러보아도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주여광의 비등방성을 발견

이제 천문학자가 직면한 문제는 그렇게도 잔잔한 우주에서 어떻게 별이나 은하가 생성될 수 있었겠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현재의 은하생성이론에 따르면 태고적에 물질의 분포가 불균일해 물질이 많이 쌓여 있는 곳으로 물질이 끌려 중력수축으로 말미암아 은하 별 등이 생겼다고 한다. 더구나 이때에는 물질과 빛이 하나의 뜨거운 유체로서 같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빛의 분포도 약간이나마 불균일해야 하며, 그것은 오늘날 우주여광에 어떠한 형태로든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만일 우주여광이 완전히 균일하다면 오늘날 은하나 별, 그리고 인간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우주여광온도의 방향에 따른 차이(비등방성)는 10여년간 수많은 측정시도에도 불구하고 발견되지 않았고, 코비위성의 정교한 첨단장비에도 처음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과거 2년반 동안 코비는 우주여광을 전 하늘에 걸쳐 끊임없이 반복하여 관측했다. 자료가 차츰 쌓여감에 따라 처음에는 그토록 완벽해 보이던 우주가 드디어 태초의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1992년 4월 23일 이 코비관측사업 책임자중의 한 사람인 미국 버클리 대학의 조지 스무트 박사는 이 축적된 관측 자료로부터 평균온도에서 10만분의 1의 온도변화를 보이는 태초의 불덩어리들을 발견했다고 학계에 보고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코비위성의 발견을 우주론 사상 금세기 후반의 최대의 발견이라 일컫고 있다.
 

(그림1)코비가 우주여광을 측정하는 과정


우주탄생의 씨앗

그러면 이렇게 온도변화를 보이는 태초의 불덩이들의 존재는 우주의 생성과 진화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이 물리적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현재 과학자들이 집약한 우주기원에 대한 표준모델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우주 역사에 대한 설명은 우주가 탄생한 후 약 ${10}^{-43}$초 되고,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온도(절대온도 ${10}^{32}$도, 태양온도의 1백조배의 1백조배)를 가지고 팽창하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현재 입자물리학자들은 그 이전의 우주의 상태를 기술할 수 있는 이론을 발견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플랑크 시간(우주 탄생후 ${10}^{-43}$초)이라고 불리는 이때는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네개의 힘, 즉 강한힘 약한힘 전자기힘 중력 등이 모두 한개의 응집된 힘으로 통합돼 있다가, 팽창이 계속됨에 따라 온도가 낮아지면서 중력이 나머지 세힘에서 분리된다. 이렇게 힘이 분리되는 현상을 대칭성이 깨진다고 하는데, 이는 물이 어는(액체에서 고체로 되는) 상전이(相轉移)현상에 비유될 수 있다. 액체상태의 물운동은, 그리고 그 상태방정식은 풍부한 대칭성을 갖고 있으나 온도를 서서히 낮추면, 얼음결정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즉 물의 상태방정식은 대칭성을 갖고 있으나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그 방정식의 해는 대칭성을 잃게 되고 물은 고체얼음이 되는 것이다.

우주는 약 ${10}^{-35}$초마다 그 크기가 두배로 커지는 팽창을 한다. 이때 온도는 ${10}^{27}$K로 떨어지면서 강한힘이 약한힘과 전자기힘에서 분리된다. 이 상전이를 거치는 시기에 우주론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플레이션(inflation)이란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즉 우주가 이전의 고에너지 상태에서 저에너지 상태로 상전이를 하는 동안 그 에너지의 반발력은 우주를 약 ${10}^{50}$배 이상의 크기로 급격히 팽창시킨다.

이때 열적평형상태로 있던 조그마한 부분들이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보다도 더 커진다. 따라서 현재 인간의 관측 범위안에 있는 우주는 과거 열적평형상태에 있었던 부분이었으며 어디를 둘러보아도 우주내의 물질과 빛의 분포가 큰 스케일(scale게서는 균일해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인플레이션 현상은 우주공간을 크게 만들고 그 이전에 있었을지 모르는 에너지 분포의 불균일성을 균일하게 만들어주는 역할과 함께 물질과 빛의 분포에 극미하게나마 불확정성 원리에 의한 독특한 성격의 불균일성을 야기시킨다. 이것이 바로 현재 인간과 지구 별 은하등의 물체를 형성하게 된 씨앗인 것이다.

더욱 확실해진 빅뱅의 입지

이제 인플레이션이 끝나고 우주는 고전적인 빅뱅의 모습으로 진화한다. 우주의 나이가 ${10}^{-9}$가 되어 온도가 ${10}^{15}$K까지 떨어지면 전자기힘과 약한힘이 마지막으로 분리되어, 네개의 힘이 모두 분리된다.

우주는 쿼크(quark) 그리고 렙톤(lepton) 등의 소립자와 빛이 뒤섞인 뜨거운 죽과 같은 상태로 평창을 한다. 곧이어 쿼크 소립자들이 결합해 양성자 중성자를 만들고 빅뱅 이후 3분이 지나면 원자핵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제 고에너지 상태의 소립자의 세계는 끝나고 오늘날 우리가 우주공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질이 이 시기에 생성된 것이다.

우주가 약 2만년 정도 나이를 먹으면 '차가운 암흑물질'이 중력적으로 불안정해져 중력수축을 서서히 시작한다.

이 '차가운 암흑 물질'의 정체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많은 천문학자들은 우주에는 빛을 발하지 않는 암흑물질이 90% 이상의 질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물질은 보통의 다른 물질에 오직 중력에 의해서만 영향을 미친다.

한편 수소나 헬륨핵 그리고 전자는 빛(즉 광자)과의 빈번한 상호충돌작용에 의해 하나의 유체처럼 흘러다니기 때문에 그 불균일성이 성장하지 않는다.

약 50만년의 시간이 더 흐르면 우주의 온도는 이제 3천K까지 떨어지고 전자핵들이 원자에 결합돼 수소나 헬륨 등이 만들어진다.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우주는 이제 갑자기 투명해지고 빛은 전자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무한한 거리를 날아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1965년 미국 벨연구소의 펜지아스와 윌슨이 최초로 발견한 우주여광인 것이다. 이 우주여광의 존재와 온도는 1940년대부터 소련의 과학자 가모프에 의해 이미 예측돼 왔으며, 이 발견으로 말미암아 빅뱅은 그 입지가 더욱 확고해졌다.

이 시기 이후 물질은 1백50억년간 밀도의 불균일정도에 따라 중력수축을 해 행성과 별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은하들과 은하단, 초은하단 은하거대구조 등이 탄생했으며 이 우주의 한쪽 구석 작은 은하를 돌고있던 태양계에서 인류가 발생한 것이다.

차가운 암흑물질

물질의 분포는 이러한 중력 진화과정을 거치면 초기 우주상태의 기억을 거의 잃게 된다. 그러나 우주여광은 우주나이가 50만년이었을 당시 물질과 같은 밀도분포를 하다가 자유스럽게 빠져나가 우리에게 직접 도달했다. 따라서 우주여광에는 초기 우주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간직돼 있다. 즉 밀도분포는 매우 균일한 가운에 인플레이션 특유의 불균일성을 갖게 되는데, 우주여광은 이 초기상태를 우리에게 직접 전달함으로써 인플레이션 가설의 진위여부를 가릴 수 있게 해준다.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우주여광의 불균일성(즉 천구상에서의 비등방성)을 측정하기 위해 노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지난 2년반 동안 코비위성의 관측결과가 우주론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1990년 1월에 발표된 코비위성의 우주여광에너지 스펙트럼 측정결과를 종합해보면 우주여광은 2.735k의 온도를 가진 흑체가 내는 에너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흑체인 태양은 온도가 약 5천8백K로 뜨겁기 때문에 가시광선 영역에서 무지개와 같은 에너지 스펙트럼을 갖는다.

우주여광의 스펙트럼이 흑체의 것과 같다는 것은 두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 이는 바로 빅뱅이 예측하는 사실이다. 현재 팽창하고 있는 우주는 과거 매우 뜨거운 상태에서 열적평형상태에 있었으리라 예측이 되며 이 경우 우주여광의 에너지 스펙트럼은 흑체의 것과 같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주여광의 스펙트럼 측정결과는 펜지아스와 윌슨이 우주여광의 존재를 발견한 성과를 넘어서 빅뱅의 존재를 한층 더 입증해 주는 자료이다. 둘째로 흑체복사의 스펙트럼 확인은 은하나 은하단의 형성 메커니즘이 초신성폭발 등의 고에너지 현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조용한 중력수축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이러한 고에너지 현상이 일어났다면 우주여광의 스펙트럼은 흑체의 것에서 크게 변형되기 때문이다.

이제 지난 4월 발표된 우주여광 비등방성 측정결과를 음미해보자. 코비는 우주여광이 천구상의 각 부분에서 대략 10만분의 1의 온도변화를 보임을 알아냈다. 즉 하늘의 두곳에서 우주여광온도가 그 두 방향사이의 각거리가 10˚이든 20˚이든 혹은 90˚이든 평균적으로 10만분의 1의 차이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 결과에도 두가지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렇게 각 거리에 상관없이 온도차이가 일정하다는 것은 바로 우주초기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있었고 물질의 불균일성이 이 당시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야기됐을 경우 예측되는 결과인 것이다. 이 가설은 이론적으로 간단하고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20여년전부터 선호돼 왔는데 그 정당성이 코비에 의해 최초로 입증된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고 아름다운 이론은 과학사에서 종종 올바른 이론으로 밝혀지곤 한다.

둘째로 온도차이가 약 10만분의 1을 보임은 바로 우주를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물질이 '차가운 암흑물질'인 경우 예측되는 값이다. 만일 빛과 같이 빠른 속도를 지닌 뉴트리노(neutrino, 중성미자)같은 뜨거운 암흑물질이 우주를 채우고 있다면 이 값은 두세배 더 커야 한다. 한편 뜨거운 암흑물질이 우주를 채우고 있는 경우는 은하들이 빨라야 80억년 전에 생성될 수 있고, 차가운 암흑물질의 경우 1백20억년 전부터 은하들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런데 1백20억년의 나이를 먹은 퀘이사(별처럼 보이며 강력한 에너지를 내는 천체)들이 발견됨으로써, 그 정체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차가운 암흑물질이 우주의 질량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천문학자들은 추측해 왔다. 코비의 결과는 차가운 암흑물질의 존재 가능성을 한층 더 높여주었으며 많은 과학자들이 그 물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연구중이다.
 

우주표준모델의 설명에 따르면 우주공간에 흩어져 잇던 물질은 밀도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뭉쳐 은하를 형성한다고 한다.


네가지 가설을 모두 입증

이제 코비위성의 관측결과를 위에 기술한 우주의 역사와 총체적으로 비교해 보자. 과학자들이 20세기에 이룩한 우주관에는 네개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는 1929년 미국 칼텍공과대학의 천문학자 허블이 발견한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에 기초한 백뱅론이다. 둘째는 현재의 우주가 빅뱅의 팽창속도로는 다다를 수 없을 만큼 매우 크고, 아주 넓은 범위에서 물질과 빛의 분포가 균일한 점을 설명하기 위해 가정된 인플레이션 가설이다. 셋째는 별과 은하를 이루고 있는 물질보다 빛을 발하지 않는 차가운 암흑물질이 우주의 대부분의 질량을 차지한다는 가정이다. 마지막으로 별이나 은하 은하단 등이 중력수축에 의해 형성됐다는 가설이다.

이 네개의 아이디어가 모여 우주의 나이가 ${10}^{-43}$초 이후의 우주의 역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코비의 관측결과는 이 네개의 이론적 가설을 모두 입증해주고 있다. 즉 20세기에 과학자들이 수많은 실험과 관측자료를 집대성해 만든 우주의 생성과 진화에 관한 이 표준이론이 20세기말에 극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문제는 아직도 산적해 있다. 우선 ${10}^{-43}$초 이전의 우주의 상태를 기술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들고 검증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주의 나이가 0초, 즉 빅뱅의 순간과 심지어 그 이전의 우주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어져야 한다. 이런 성공적인 이론이 만들어지면 인간과 우주의 미래도 예측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암흑물질의 정체가 밝혀져야 한다. 이는 현재 천문학에서 최대의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활발한 실험과 관측이 진행되고 있다. 암흑물질의 정체가 밝혀지면 이는 초기 우주연구와 우주진화 전과정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셋째로 우리는 우주의 운동학적 기하학적 성격을 알아내야 한다. 우주는 현재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가? 그 팽창 속도는 어떻게 변하는가? 우주는 유한한가, 아니면 무한한가? 이러한 관측 자료들은 우주진화이론의 가능한 여러 해(解)중에서 실제 우주를 기술하는 답을 찾는데 필수적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현재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 또는 블럭이라 할 수 있는 은하의 형성을 이해하는 문제이다. 각 은하는 수천억개 별들의 주거지이며 인간과 같은 생명체의 산실이다. 또 암흑물질이 덩어리져 모여 있는 곳이며 검은구멍(블랙홀)과 같은 고중력 천체가 있다고 믿어지는 곳이다. 또 은하의 형성 시기는 암흑물질의 정체와 초기 우주에서 생성된 물질의 불균일성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천문학자들은 관측을 통해 또 이론을 통해 은하의 형성 시기와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풀려져 나갈 때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해답이 주어지고, 인간의 우주에 대한 과학적 철학적 인식이 깊어지며, 먼 미래에 인류의 우주진출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빅뱅이후 은하와 별의 형성과정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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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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