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최근 길이 30m 속도 8노트를 지닌 초전도 시험선 야마토를 진수했다.
선박은 프로펠러에 의해 추력을 발생시켜 추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프로펠러가 없는 획기적인 추진장치인 전자추진장치가 초전도 물질의 발달과 더불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선박의 전자추진은 전자기학의 기본법칙인 '플레밍의 왼손법칙'에 기초를 둔 것으로 1961년 미국의 라이스가 제창했고 1960년대에 주로 미국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1966년에는 웨스팅하우스사의 웨이가 모델선(EMS-1)으로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주행실험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당시 실험은 초전도 전자석을 이용하는 기술이 아니었고 상전도(常電導) 코일을 사용했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그렇지만 높은 자장(磁場)을 발생시키는 초전도 코일에 의해 추진효율 90% 이상인 전자추진선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후 1976년 일본 고베상선대학 사치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초전도 코일을 사용한 소형의 전자추진모델(SEMD-1)로 수조시험을 실시했고, 1979년에는 길이 3.6m의 본격적인 초전도추진모델선(ST-500)을 완성해 수조실험과 이론해석을 병행하였다.
8노트 속력낸 「야마토」
초전도 선박을 개발할 목적으로 일본조선진흥재단은 1986년에 초전도 전자추진선개발 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선박 추진장치용 초전도 코일의 개발, 실험선의 건조, 항행실험 등 연구개발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지난해 미쓰비시중공업이 전장 30m, 폭 10.39m, 총톤수 2백80t, 계획속도 8노트, 10인승의 시험선 '야마토-1'을 건조하여 지난 1월 진수하기에 이르렀다.
야마토는 세계 최초의 초전도 추진 선박으로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발판으로 21세기는 초전도선의 실용화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초전도선에서 가장 중요한 전자추진의 원리는 플레밍의 왼손법칙을 직접 선박추진에 적용한 것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추진방식이다.
즉 선체에 고정시킨 전자석에 의해 해수중에 자장을 형성시키고, 전류를 자장과 직교시켜 흘려보내면 자장과 전장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해수에 전자력(Lorentz force)이 발생하고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전자추진의 최대 특징은 프로펠러와 같은 회전체를 두지 않고 직접 해수에 힘을 미치게 하는 점이고, 그 결과 전자추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기계적인 회전기구가 없고 해수의 흐름이 층류적이므로 프로펠러에서 기인하는 진동이나 소음이 없다.
둘째 유효추진력은 해수전류(또는 자장)의 강도에 비례하므로 후진을 포함한 속도제어가 용이하고 또한 순발력 있는 운전도 가능하다.
셋째 전자력이 작용하는 구역을 쉽사리 크게 할 수 있으므로 높은 추진효율을 얻을 수 있다.
넷째 선체 외부에 프로펠러와 같은 돌출물이 없기 때문에 구조가 간단하고 보수도 용이하다.
이와 같은 장점을 활용하면 고속의 쌍동여 여객선, 수중작업선, 잠수함, 쇄범선, 고속호화여객선, 파도에 따른 동적 위치제어가 필요한 시추선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초전도코일을 절대온도로 유지해야
초전도선을 좀더 이해하기 위하여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건조한 야마토-1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면 선형의 개발은 미래선박의 형태, 합리적 기기배치, 선형의 저항성능에 주안점을 두고 여러차례 선형설계를 거쳐 두개의 추진장치를 갖는 선형으로 결정하였다.
또한 약칭 스러스터(thruster)라고 부르는 초전도 전자추진장치는 설치 방법에 따라 전자력을 배 밑부분 주변의 해수에 발생시키는 방법과 선체 내부를 전후로 관통해서 설치한 덕트(duct)의 해수에 전자력을 발생시키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전자를 외부 자장방식, 후자를 내부 자장방식이라 한다. 여기서는 여러가지 조건과 실험을 거쳐 정비가 용이하고 무게를 줄일 수 있으며 설계가 비교적 쉽고 해양환경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가격에서도 유리한 내부 자장형 추진방식을 선택하였다. 따라서 이 스러스터는 6개의 덕트를 원주 방향으로 구성하였고, 각 덕트는 자장을 발생시키는 초전도 코일로 만든 자석과 해수에 전류를 걸어주는 전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전도 코일은 25개의 가닥으로 꼬인 직경 약1mm의 케이블로 되어 있고, 각 가닥들은 직경 27μ인 2백94개의 니오브-티탄(Nb-Ti)계 필라멘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초전도 코일에서 발생되는 중심 자속밀도는 3만5천가우스였다. 또한 초전도 코일을 영하2백70℃로 유지하기 위하여 액체헬륨을 사용한 저온 유지장치를 설치하였다. 저온 유지장치는 헬륨용기, 진공용기와 진공용기에 열의 침투를 방지하기 위한 복사입열 방지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전도 코일로 강한 자장을 발생시켜야 하지만 그 자장은 필요한 영역에만 존재하고 자장의 존재가 유해한 장소에는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반자성체물질로 자기 차폐를 시도하였다. 이와같이 발생시킨 자장에 전류를 흘려보내기 위하여 전극을 설치해야 하는데 해수의 전기 전도율이 낮아 큰 전류를 해수중에 방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전류를 해수에 보낼 때 해수의 전기분해에 의해서 생성되는 가스가 해양오염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고 전극판 표면의 전기부식이 적고 내구성이 커야 하는데 야마토에서는 티탄에 백금을 도금한 전극을 사용하였다.
야마토의 전체적인 선박 건조는 미쓰비시중공업이 맡았지만 내부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은 전문회사가 각각 개발을 수행하였다. 일례로 본선에 들어가는 두개의 스러스터 가운데 한개는 미쓰비시가 제작하였고 다른 한개는 도시바전기에서 제작했는데 지난해 8월 비공식 시운전을 수행한 결과 미쓰비시에서 제작한 스러스터에서 이상이 있어 보완한 후 지난 1월 27일 공식적인 진수를 거행하였다. 이와같이 똑같은 설비라도 복수의 업체를 선정하여 기술을 개발토록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
1백노트도 가능해
아직 초전도선의 개발이 완료된 것은 아니고, 단지 초전도선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선 한척을 건조한 것이므로 향후 많은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초전도선을 실용화하기 위한 당면 기술과제로는 대형 강자장 초전도 코일의 개발, 초전도 자기 차폐기술의 개발, 해수통전 전극판의 개발, 초전도 선박추진시스템의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술과제가 해결되고 초전도 재료의 냉매로 사용되는 헬륨이 질소나 기타 다른 저렴한 가격의 물질로 대체될 수 있을 때 초전도선의 실용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야마토 실험선에서는 8노트(약 15km)의 속력으로 주행시험을 했지만 이와 같은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된다면 이론적으로 초전도선은 1백노트(약 1백80km)의 속력도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최근 다른나라에서도 초전도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일본보다 오히려 미국이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970년 이후 미국에서는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와 ONT(Office of Naval Technology)의 주도아래 초전도 선박추진기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초전도를 이용한 모터개발에 주력해 축계의 소형화와 기관 배치에 효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 유고슬라비아 소련 이탈리아 등에서도 기초적인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초전도 재료에 관한 연구는 어느 정도 국제수준에 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초전도선의 개발은 이제 자료를 수집하여 검토중에 있고, 포항공대에서 소형의 모형을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는 정도다. 전문분야의 연구인력이 부족하고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초전도선 개발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실제 야마토를 개발하는데 일본 관련 기자재업체의 기술수준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약 35억엔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개최된 제1회 초전도 전자추진선 국제 심포지움에 참석하여 국제연구동향을 파악하고 또한 실제 건조한 야마토-1을 견학하면서 느낀 바로는 초전도 전자추진선이 실용화되려면 추진장치의 경량화, 고자장 발생용의 초전도 코일개발을 위시해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최근 초전도 기술개발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어 '20세기 최후의 기술혁명'이라고까지 평가되고 있다.
영하2백70℃ 부근의 극저온 기술이 필요없는 실용적인 고온 초전도의 코일이 출현할 경우 전자 추진장치의 경량화와 함께 그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고, 초전도 전자추진선의 실용화는 예상보다 빨라질지도 모른다.
여하튼 21세기 초에는 초전도선의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므로 초전도 공학을 비롯한 조선공학 유체역학 재료공학 화학공학 등 각 분야의 협력체제를 갖추어 우리도 초전도선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