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조직에 침투하는 메커니즘이 해명돼 전이를 예방하는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암이 공포스러운 것은 암세포가 빠른 속도로 전이하기 때문이다. 최근 암세포 전이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이를 저지하는 약을 개발하는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어 암연구에 대혁명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병리학연구부의 책임자이며 조지 워싱턴 대학 의학과 교수인 랜스 리오타 박사는 암세포가 조직에 침투하는 메커니즘을 해명하고 전이를 예방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컨'지에 밝혔다.
암세포가 전이하기 위해서는 암세포가 혈관내로 들어가는 '침윤'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침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기저막을 통과할 필요가 있다. 침윤하는 세포는 메타로프로티나제라는 효소를 만든다. 이 효소가 기저막의 주요성분인 콜라겐을 절단한다.
흥미로운 것은 콜라겐을 뚫는 이 효소는 처음 만들어질 때는 불활성으로 어떤 단백질도 분해할 능력이 없다. 그것은 활성을 가진 부위를 시스테인을 포함하는 펩티드가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 펩티드와 유사한 물질을 만든다면 암 세포의 전이를 저지할 수 있는 약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효소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TIMP라는 강력한 저지물질이 존재해야 한다. TIMP는 연골과 뼈 등의 정상조직에서 만들어지며 원래는 신경조직의 기저막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하고 생각돼 왔다. 이 물질도 전이 억제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nm23이라는 효소활성을 가진 단백질이 있다면 세포의 침윤능력이 억제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져 있다. 리오타 박사는 실험실 내에서 CAI라는 합성약제를 사용한 임상실험을 해, CAI가 흑색종(腫)과 결장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암이 재발했을 때는 전이가 제1의 원인이다. 조기에 진단해 전이하기 전에 암세포를 제거한다면 근치(根治)가 가능하지만, 현미경적인 전이라도 이미 진단시에 존재한다면 비관적이다.
'전이의 공포'는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그 과정은 오리무중이었다. 과정의 복잡함이 연구를 가로막았던 것이다. 그러나 각 단계마다 진전된 연구결과가 많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이는 종양발육의 우연적인 결과로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전이는 가장 능동적인 과정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종양세포가 주위의 건강한 조직 가운데 침윤하여 가는 단계는 종양의 2차적인 진전의 결정적 증거다. 이 과정은 확실히 종양세포와 정상세포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이다.
NCI의 리오타 박사팀은 암의 침윤과 전이의 기초연구를 두가지 레벨에서 진전시켰다. 침윤이 일어날 때 세포표면에서 전개된 생화학적 메커니즘 연구와 전이를 가능케하는 세포내의 메커니즘, 즉 유전자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전자는 개개의 종양세포 활동을 직접 관찰하면서 단백질을 추출해 정제하는 방법을 말하며, 후자는 전이성이 높은 세포와 전이성이 낮은 세포 양쪽에서 높게 발현되는 유전자를 추출하는 방법이다. 이 결과 암의 침윤과 전이를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유전자와 단백질세트를 명확하게 규명했다.
아무튼 리오타박사의 연구가 결실을 맺는다면 암정복은 한층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