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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리고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시킨 곳. 요즘에는 미르를 건설해 우주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스타시티를 가보자.

'별의 도시'(Star city). 이름만 들어서는 과학소설속에 등장하는 은하계, 혹은 태양계에 있는 별에 건설된 우주도시를 연상케 하는 도시이름이다.

그러나 스타시티는 우주에 있는 도시가 아니고 옛소련에서 우주개발에 필요한 우주비행사를 훈련시키기 위해 건설한 우주인 도시다. 이 도시는 모스크바 북동쪽 30km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비교한다면 텍사스주 휴스턴시에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존슨유인우주비행센터와 비슷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항공우주 관련 국제학술회의에 참석차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필자는 평소 가보고 싶었던 '별의 도시'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아침 9시 호텔을 나선 자동차는 모스크바 교외 북동쪽으로 달려 10시쯤 숲속에 자리잡은 스타시티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으로 안내인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안내인은 군인이었으며, 그들의 모자와 어깨에는 빨간 별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도 이곳에는 별을 단 군인(장군은 아님)들이 많아서 '별의 도시'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른다.

입구를 지나 승용차로 10여분 쯤 갔을 때 10여층 돼 보이는 아파트가 두동 보였다. 훈련받는 우주비행사들이 살고있는 아파트였다. 외국의 우주비행사들은 본인이 원하면 식구들과 함께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한다. 아파트와 생활 관련 건물들을 지나 좀 더 가니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또 하나의 출입구가 나왔다. 그리고 그 속에 3,4층짜리 10여동의 큰 건물들이 보였다.
 

물속에서의 무중력 훈련
 

10년 활약 예정

안내인은 '보리스 에신'이었는데 그동안 얼마나 안내를 맡았던지 청산유수로 전혀 막힘이 없이 설명해 나갔다. 첫번째 안내된 곳은 ㄷ자 형태로 생긴 건물인데 이곳에는 미르(Mir)우주정거장과 발사용 우주선인 소유즈 TM우주선 등의 실물 모델이 있었다. 이곳은 후보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정거장 내에서 필요한 모든 행동을 연습하는 곳이다. 또 소유즈 TM우주선의 실제 발사 상황을 모의훈련하는 곳이기도 하다.

미르 우주정거장은 본체와 크반트(Kvant) 1,2호 프로그레스 무인우주선(일종의 물자보급선) 그리고 크리스탈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르 우주정거장 본체는 깊이 13.13m, 최대 지름 4.15m, 무게 20t이며 우주에서 10년정도 활동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본체는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일 앞부분에 다섯개의 도킹포트(docking port)가 있고 그 뒤로 작은 작업실과 생활공간이 있으며, 뒷부분은 자세조정용 추진기관과 또다른 한개의 도킹포트가 있는 추진기관부가 있다.

전력은 태양전지판에서 얻는데 본체에는 작은 작업실 주위에 태양전지판을 네개까지 부착할 수 있다. 태양전지판 한개의 길이는 29.7m, 발생전력은 9kW다.

미르 본체의 추진기관부 뒤쪽에는 크반트(Kvant)1호 모듈이 부착돼 있다. 크반트 모듈은 길이 5.8m 지름 4.15m의 크기며, 앞부분은 도킹포트와 작업실, 뒷부분은 각종 우주과학 실험기구와 망원경이 장치된 실험실로 구성돼 있다. 무게는 20t이다.

크반트 1호 뒤에는 프로그레스(Progress) 무인우주선이 도킹되는데, 프로그레스는 소유즈 우주선을 개조하여 만든 무인화물선으로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필요로 하는 음식 추진제 물 등 각종 보급품을 정기적으로 공급한다. 길이는 7.94m 지름은 2.7m 무게는 7t인데, 한번에 2.3t의 화물을 나를 수 있다. 이중에는 우주정거장에서 자세조정에 필요한 추진제가 1t정도 포함돼 있다.

이외에 크반트 2호와 크리스탈(Kristall)호가 미르 우주정거장의 본체 도킹어댑터 좌우에 수직으로 부착돼 있다. 크반트 2호는 길이 13.73m 최대지름 4.35m 무게 18.5t이며 우주비행사가 우주정거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큰 출입문이 설치돼 있다. 크리스탈호는 이름 그대로 크리스털, 즉 수정을 만드는 우주 실험실인데, 길이는 13.7m 최대 지름4.35m 무게 19.64t이다.

우주에서 미르 우주정거장의 최대 길이는 36m 무게는 90~95t 정도다. 평상시 미르의 상주 우주인 수는 두세명이고 우주인들이 교대할 때는 4~6명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스타시티에 있는 미르 우주정거장은 미르 본체와 크반트 1호 그리고 크반트 2호를 일렬로 조립해 놓았고, 그 바로 옆에는 크리스탈호가 태양전지판 없이 놓여 있다. 이곳에서 우주비행사 후보들이 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을 익힌다. 과거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했던 교관들의 자세한 지도속에 반복 연습을 한다.

장소를 옮겨 소유즈TM우주선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그곳에는 세개의 소유즈 우주선이 있었는데 우주비행사가 탑승해 발사 모의실험을 할 수 있도록 개조해 놓았다.

소유즈 TM 우주선은 원래 소유즈우주선을 개량한 것으로 크게 궤도모듈 귀환모듈 서비스모듈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궤도모듈은 지름 2.2m의 공처럼 생겼으며 우주에서 우주정거장과 도킹할 수 있도록 도킹포트가 앞쪽에 있으며 무게는 1.2t이다.

귀환모듈은 지름2.2m 무게 3.2t으로 궤도모듈 바로 뒤에 붙어 있으며, 궤도모듈과 연결되는 통로와 문이 있다. 발사할 때와 지구로 귀환할 때 우주인이 탑승하는 곳이다. 우주선을 조종하는 각종 장치, 귀환용 낙하산, 그리고 세명의 우주인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설치돼 있다. 세계 최초의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은 키가 1백64cm여서 발사 때 우주비행사가 앉는 좌석(발사할 때 우주비행사가 좌석에 앉아 있는 모습은 누운 상태다)의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지금의 소유즈 TM은 1백 80cm 정도 키의 우주비행사도 우주선에 탑승이 가능하다고 안내인이 설명했다.

귀환모듈 뒤에는 서비스모듈이 붙어 있는데 길이가 2.3m, 지름 2.2m의 원통형 모양이며, 속에는 궤도 변경이나 자세를 제어할 때 사용하는 작은 로켓과 추진제통이 들어 있다.

우주선을 발사할 때 우주인이 탑승하는 방법은 궤도선으로 들어가서 통로를 통해 귀환모듈로 내려오는 아주 불편한 방법을 쓰고 있는데, 스타시티에 있는 소유즈 TM 우주선 모델은 귀환선의 벽을 절단해놓아 쉽게 우주선에 탑승해 각종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편리하게 개조해 놓았다.
 

미르와 똑같은 모습을 갖춘 우주왕복선 훈련장. 태양전지판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실제 미르와 똑같다.
 

무중력 연습

우주정거장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실제로 각종 연습을 하고 우주로 올라가서도 옆의 동료에게 물건을 건네주려다 동료의 얼굴을 때리게 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스타시티에서 무중력 적응연습은 주로 물속에서 한다. 3층짜리 원형 건물의 중앙에 지름 23m, 깊이가 12m의 대형 물탱크가 있고 그 속에는 상하로 움직이는 지름 11m의 원판위에 미르 우주정거장이 설치돼 있다. 물탱크에 물을 채운 뒤 원판을 하강시켜 탱크의 바닥에 미르 우주정거장이 놓이도록 하면 마치 물속(우주공간)에 우주정거장이 떠 있고 그 주위를 돌면서 무중력훈련을 할 수 있게 된다.

수중 무중력 훈련을 할 때 예비 우주비행사들이 입는 우주복은 특별히 고안된 것이다. 우주복의 부력으로 예비 우주비행사의 체중을 상쇄시켜 무중력상태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수중용 우주복은 무게가 2백40kg이나 나간다. 이 수중우주복을 입는데 3명의 보조원이 도와주어야 할 정도로 복잡하다. 수중우주복의 가슴과 등에 붙어 있는 가방에는 납이 들어가 있어 체중과 부력과의 관계를 조절해준다.

수중우주복 속에는 내복을 입는데 내복의 표면 전체에는 물이 흐르는 프라스틱으로 된 가느다란 관이 붙어 있다. 이 관은 우주인이 수중에서 작업할 때 힘이 들어 발생하는 열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물속에서 우주인이 무중력훈련을 받을 때도 지상에서 공기와 열 흡수용 냉각수를 공급해준다.

예비 우주비행사가 물속에서 하는 무중력 실험의 종류는 걷기, 우주선 문여닫기, 태양전지판 교체작업 등 우주정거장에서 하는 일의 예행연습이다. 특히 우주정거장 밖으로 나가서 하는 임무는 반드시 이곳에서 몇번씩 반복훈련을 받는다.

우주비행사의 임무에 따라서 훈련내용이 달라지는데, 보통 한번 우주정거장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세번의 가상훈련이 필요하다.

첫 단계에서는 1~2시간 정도, 나중에는 5시간씩 훈련한다. 한번의 수중훈련을 받고 나면 보통 2~3kg의 체중이 줄어든다고 하니 수중무중력훈련이 얼마나 힘이 든지 알만하다.

지금까지 소련우주인 중에는 44번 우주정거장 밖으로 나간 것이 기록이라 한다. 보통 한번 미르 우주정거장에 올라가면 1~6번 정도 밖으로 나가며 한번에 3~6시간 정도 밖에서 일을 한다. 예를 들어 우주정거장 밖에서 태양전지판을 하나 교체하는데 3~4시간의 작업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미르 우주정거장에는 네벌의 외출용 우주복이 있으며 밖에서 작업할 때는 보통 두명의 우주인이 함께 밖으로 나간다. 여기서 만약 우주정거장과 연결된 끈이 끊어지면 진짜 우주미아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훈련을 받고 우주비행을 한 사람은 모두 72명인데 그중 17명이 외국인이다. 17명 외국인의 출신국은 체코 폴란드 독일 불가리아 헝가리 베트남 쿠바 몽고 루마니아 프랑스 인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일본 영국 등 15개국이다.

러시아말을 전혀 모르는 외국 예비우주비행사들은 1년 2개월 전에 이곳에 오면 처음 2~3개월간 집중적으로 언어훈련을 받는다. 모스크바 대학교수 중에 15년동안 외국 우주인 언어훈련을 담당한 교관이 있을 정도 그들은 체계적으로 훈련을 시키므로 지금까지 언어가 문제된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러시아말을 모르는 한국인도 우주정거장에 탑승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소련에서 처음 유인 우주비행을 할 때의 우주음식은 보잘것이 없었고 종류도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종류도 많이 늘어났고, 외국인이 특별히 원하는 음식이 있을 경우 비행전에 알려주기만 하면 튜브에 넣어 우주정거장으로 보내준다. 만일 한국의 우주비행사가 장래에 미르 우주정거장에 탑승할 기회가 생긴다면 한국고추장을 우주에서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이곳에는 우주선을 발사할 때에 우주인에 가해지는 압박(공학적인 용어로 G라고 함)을 극복하는 훈련을 하는 곳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가가린 기념관으로 향했다.

가가린 기념관

가가린 기념관은 우주인들과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 있었다. 2층짜리 건물인데 1층에는 식당과 강당, 그리고 소련의 우주개발 관련 전시관이 하나 있었고 2층에는 가가린 전시실이 두개, 일반 우주개발관련 전시실이 하나 있었다.

가가린 기념관 속의 가가린 전시실에는 그가 비행할 때 입었던 우주복, 비행했던 우주선, 그리고 세계 최초로 우주비행을 끝내고 받았던 각종 훈장 등이 전시돼 있었다. 세계 각국을 방문했을 때 받은 각종 선물 등도 전시돼 있으며, 그가 살아 있을 때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도 갖다 놓았다. 소련의 우주비행사들이 스타시티에서 훈련을 마치고 발사장으로 가기 전에는 반드시 이곳에 들른다고 한다. 현재 소련에서 유리 가가린은 아마도 제일 유명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 가가린이 입었던 우주복은 30kg이었는데 지금의 우주복은 겨우 8kg이라고 알려 주었다.

일반 우주개발전시실을 구경하다가 우주인의 음식중에 마늘이 보여 안내인한테 물어보니 1978년부터 우주비행할 때 마늘을 가져가서 매일 먹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우주정거장에서는 부페식당처럼 각자 음식을 골라서 먹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61년 4월12일 보스토크(Vostok)1호를 타고 처음 우주로 날아가 1시간48분 동안 우주비행을 했을 때에는 아마도 우주에서 물 한모금 마셔 볼 여유가 없었을 것인데, 지금은 외국 우주비행사들이 자기 나라 음식을 갖고 가 우주에서 즐기는 시대로 변한 것을 생각하니 우주비행, 아니 우주여행을 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됐다.

안내를 맡았던 보리스 에신씨는 끝으로 한국의 예비 우주비행사가 이곳에 와서 훈련을 받고 우주비행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주비행사는 아니지만 우주공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20여년 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이곳을 방문하게 돼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었다. 우리도 세계의 우주개발 선진국들과 함께 손을 잡고 공동으로 우주개발에 참여해 후배들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우주로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우주인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시티를 떠났다.

클라칼료프 무사귀환하기까지

우주체류 313일
"지상 4백km 상공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조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태양을 바라보며 대기를 숨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 미르 내부에도 태양과 공기는 있지만 모두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열달 열흘(3백13일) 동안 우주정거장에 남아 여러가지 실험을 마치고 3월25일 무사히 귀국한 옛소련 우주인 클리칼료프(34)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터뜨린 첫마디다. 그는 "우주출장 기간이 원래 예정보다 두배로 늘어난 것 외에는 아무런 사고 없이 모든 업무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귀국했다"고 말하면서 "서방세계의 매스컴이 나를 우주미아로 만든 것 같다"고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외로운 우주공간에서 조국의 운명이 바뀌는 것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미래에 불안을 느꼈음을 애써 부인하지는 않았다.

옛소련은 86년 2월 우주정거장을 지구궤도 4백km 지점에 쏘아올렀다. 그전까지 원시적인 우주정거장 역할을 했던 살류트 시대는 사라지고 새로이 미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주정거장은 몇명의 승무원이 거주하면서 우주공간에서의 아주 미미한 증력을 이용한 각종 실험과 천체관측을 행하는 곳. 때에 따라서는 고장난 인공위성을 수리하거나 보수하기도 한다. 또 달과 행성탐사를 위해 발사되는 여러 탐사선의 중간기지(연료 보급 등) 역할도 한다. 소련이 설치한 우주정거장 미르(러시아 말로 평화라는 뜻)는 본격적인 우주정거장은 아니지만 항상 두명의 승무원이 상주하면서 각종 실험을 하고 있었다.

87년 5월에는 기본 모듈에 승무원 수송용의 소유즈TM우주선과 천체관측모듈인 크반트, 연료와 식량 등 각종 물자를 실어 나르는 무인 보급선 프로그레스가 도킹해 최초의 4모듈 우주정거장의 모습을 갖추기도 했다.

미르에는 항상 선장과 기술비행사 두명의 승무원이 상주하며 이들은 보통 4~6개월만에 교대된다. 클리칼료프가 작년 봄 우주비행사로는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미르 거주 우주인'으로 뽑혀 선장 아르체바르스키와 함께 장도에 올랐을 때는 누구도 그의 가을 귀환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87년 우주비행사가 미르에 거주하기 시작한 이래 30여명의 지구인이 짧게는 1,2주일 길게는 1년 가까이 미르에 거주했으나 사고는 한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미르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유리 로마넨코는 3백26일 동안 미르에 머물렀으며 88년 말에 돌아온 체트프와 마나로프는 3백56일의 우주체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외국 손님 유치 정책

그런데 문제는 어려운 소련의 경제사정에서 발생했다. 1년에 두세번씩 소유즈호를 발사하기가 버거웠던 소련은 한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한번 갈때마다 외국인을 한명씩 태우고 가 1주일 동안 우주여행을 시켜주고 돈(우주선 발사비용)을 지원받는 것. 여기에 1차로 응모한 나라는 돈많은 일본이다. 1990년 12월 일본인 저널리스트 아키야마 도요히로는 비싼 경비를 지불하고 1주일 동안의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두번째는 영국인 여자 샤만으로 바로 클리갈료프와 같은 조가 돼 우주여행을 떠났다.

여행방식은 선장과 기술비행사 둘에다 초청손님 한명이 한조가 돼 떠나서 선장과 기술비행사는 미르에 있는 승무원과 교대하고 미르에 근무하던 두 비행사가 초청손님을 데리고 지구로 귀환한다. 샤만은 곧바로 돌아왔고 선장 아르체바르스키와 콜리칼료프는 미르에 남아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문제는 91년 10월 이들과 임무교대할 소유즈 TM 13호를 쏘아올릴 때 발생했다. 13호의 발사비용을 부담하고 우주비행을 할 차례는 오스트리아인 비보크였다.

그런데 여기서 훼방을 놓고 나선 것이 카자흐 공화국. 소련의 우주기지 바이코누르는 카자흐 공화국 내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공화국에서 카자흐인 한명을 무료로 동승시키라는 압력을 가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옛소련 당국은 14호를 13호 발사후 한달 후에 임시로 발사해 카자흐인을 우주비행 시켜주려 했으나 쿠데타가 발생하는 등 국내 정세가 불안해 예산확보가 여의치 못했다. 궁여지책으로 기술비행사를 빼고 선장 바르코프와 카자흐인 그리고 오스트리아 손님 비보크를 태우고 13호가 발사됐다. 미르에 도착해서 바르코프는 아르체바르스키와 교대했으나 클리칼료프를 교대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클리칼료프는 예정에 없었던 5개월 연장근무를 부여받게 됐다.

클리칼료프는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혼자서 미르에 남겨진 것은 아니었다. 앞 5개월은 선장 아르체바르스키와, 뒤 5개월은 바르코프와 같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외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나 연방이 붕괴되고 새로운 독립국가연합이 세워졌을 때 일손을 놓고 조국의 장래에 대해 열심히 토론도 했다고 고백했다. 갑자기 출장기간이 늘어났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냐는 질문에는 두돌이 채 안된 딸과 아내가 그리웠을뿐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고 덤덤하게 대답하기도 했다.

미르는 90분만에 한번씩 지상과 교신한다. 클리칼료프의 연장근무가 결정됐을 때 지상의 관제센터에서는 1주일에 한두번은 그의 가족을 불러 직접 통화하게 했다. 또한 신문을 매일 관제소 직원이 읽어주기 때문에 소식에 굶주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전파통신 이외에도 물자보급선인 프로그레스가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오가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미르는 하루에 16번씩 지구를 돈다. 수백 km 지구 상공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는 즐거움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가끔은 지구의 색다른 곳을 찾아 사진을 찍기도 하며 소형 라디오를 통해 지구에서 오는 방송 전파를 추적하는 맛도 별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는 우주미아가 돼 심한 절망감에 떨었던 것이 아니라 전지구를 굽어볼 수 있는 우주공간에서 조국의 운명을 느긋하게 지켜봤는지도 모른다.

옛소련의 우주개발정책은 앞으로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만 해도 10분의 1 정도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미르만은 큰 변화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미르만큼 상업적인 것도 없기 때문이다. 1년에 두번씩 쏘아올리는 유인우주선 소유즈TM호의 발사비용을 '손님 유치 정책'으로 해결하고 있고 기타의 보급선은 사람이 타지 않아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미르내에는 수정 생산공장이 있어 질이 우수한 크리스털도 생산한다. 무중력상태에서는 결정성장이 중력의 영향을 받지않아 훨씬 유리하다.

이러한 미르의 상업성으로 바르코프와 클리칼료프를 교대해 두명의 우주비행사가 이미 미르에서 임무를 수행중이고 이번 소유즈TM14호(독일에서 돈을 댔음)에 이어 이번 가을에는 프랑스가 돈을 대 15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소유즈 TM11호의 발사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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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채연석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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