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에 즈음해 우리나라의 유인우주계획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유인우주계획은 이미 ‘국가우주개발 중장기기본계획’에 의해 2015년까지의 일정이 세워져 있다. 현재는 이 기본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다.
국제우주정거장 활용에 참여
국가우주개발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인우주계획은 신물질과 신약 개발 등 우주환경의 산업적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비용 대비 효과를 최대로 하기 위해 독자추진보다는 국제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기본 전략을 갖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중간 규모의 국가는 유인우주계획을 강대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처럼 국력의 과시와 전략적인 안보를 추구하는 수단으로 대규모로 추진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유인우주개발은 미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 그 중에서도 국제우주정거장(ISS) 참여가 가장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 1996년 과학기술부가 NASA와 우주과학과 지구과학분야에 협력 의향서를 체결한 이후 양 기관은 꾸준히 기초과학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양국에 좀더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대형협력사업을 수행하려는 공통인식 하에 국제우주정거장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기본전략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초기에는 기반이 되는 유인우주기술을 습득해 국제우주정거장 활용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후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을 이용해 신물질과 신약개발 연구를 하고, 이와 병행해 우주인을 선발한다.
이에 따라 1999년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NASA와 함께 우리나라가 참여가능한 분야를 찾고 있다. 2003년 8월 초 과학기술부 차관이 NASA 본부를 방문해 협의한 결과 우리나라가 참여 가능한 분야를 도출했다. 여기에는 우주에서 정밀하게 무게를 측정하는 우주저울, 승무원 주거시설, 우주실험장비, 그리고 디지털 캠코더와 고화질 텔레비전(HDTV) 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 중 적당한 아이템을 선정해 NASA와 구체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과학기술부가 관련 예산을 2004년 중에 확보하면 2005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의 유인우주계획의 초기인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추진하는 ‘우주정거장 활용기술 확보단계’다.
우주강국 성장 잠재력 갖춰
2008년부터 2015년까지는 ‘국제우주정거장 활용’ 단계로서, 우주인을 양성해 2010년쯤 직접 우주공간에서 우주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우주인 선발은 2001년부터 기초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일본 우주개발사업단(NASDA, 현재 JAXA)과의 협력을 통해 우주인의 선발기준과 훈련에 대한 조사를 이미 수행했다.
우주인의 선발은 여러 국가의 예를 볼 때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끄는 이벤트로써 탑승자체에 더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보다는 실질적인 임무를 갖고 우주에서 실험을 수행하는 것에 더 중요성을 둘 것이다. 우주실험의 주된 목표는 우주의 미세중력을 활용한 새로운 약품과 반도체 소재 등의 제품개발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주인도 이런 분야를 전공한 과학자 중에서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이후에 한국은 유인우주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우주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우주공장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하고 본격적인 우주환경의 산업활용에 나설 것이다. 2020년도에 예상되는 달기지 건설, 2030년대의 유인 화성탐사에도 우주선 개발과 한국 우주인의 동참 등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인우주계획은 무인 위성개발에서 얻어진 기존의 우주기술을 한단계 향상시킬 것이다. 우주 미세중력을 이용한 산업은 물론 우주관광과 홍보산업 등의 새로운 21세기형 우주산업을 국내에서 일으키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인우주산업은 정보기술, 생명공학 등의 첨단 산업은 물론 기존의 전통산업에 기초를 두고 있다. 정보기술, 자동차, 전자, 화공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는 빠른 시일 내에 유인우주개발 강국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주산업의 성공여부는 시장경제메커니즘보다는 국가의 전략적인 판단과 투자에 거의 전적으로 좌우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가의 정책적인 배려와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만 경쟁력을 갖춰 새로운 우주산업으로 자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기술적 타당
성을 갖추는 시기에 우주실험용 유인우주선을국제공동으로 개발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