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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시차 적응 못해 봄되면 온몸이 나른 몸속시계가 수면을 조절한다

봄에 노곤해지고 낮잠을 자게 되는 이유도 몸속시계와 관련이 있다.

춘곤증(春困症)이라는 말이 있다 봄이 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어지고 낮에는 몸이 나른해져 잠이 오는 그런 증세를 말한다. 이 증세는 적어도 아열대 이북에 사는 사람에게는 공통된 현상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행해졌지만 아직 그 원인이 분명히 밝혀져 있지 않다. '봄새벽의 단잠은 천금과 같다'는 말도 있고 '봄날 한식경의 낮잠은 오복 이상'이라는 말도 있다.

봄이 오고 기온이 높아지는 4~6월까지 인체가 나타내는 기온변화에 대한 적응은 과연 어떤 것일까.
 

봄날의 낮잠은 오복 이상
 

몸속시계는 25시제

몸속에도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작용하는 몸속시계(體內詩計)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다. 몸이 노곤해지고 낮잠을 자게 되는 이유도 이 몸속시계와 관계가 있다.

봄은 겨울로부터 여름으로 이행하는 중간 계절인데 위도에 따라 봄이 오는 시기와 가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여름이 다가오면 낮시간이 차츰 길어지므로 사람들의 야간 수면수간이 짧아진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낮잠을 자기도 하고 여름휴가를 떠나기도 하지만 봄에는 아직 몸이 이런 상태에 익숙해 있지않기 때문에 졸음이 오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각종 신경이 모이는 뇌의 시상하부(視床下部)라는 부위 근처에 몸속시계가 위치해 있다. 설령 깜깜한 방안에서 살더라도 이 몸 속 시계는 끊임없이 시각을 보내고 있는데 보통시계와는 조금 다르다. 흔히 주변에서 보는 시계가 일주야를 24시간으로 나누고 있는데 비해 몸속시계는 한시간 가량 많은 25시제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는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비슷하다고 한다.

봄이 되면 해뜨는 시간이 겨울보다 한시간 가량 빨라지는데다 몸속시계는 원래 한시간이 늦기 때문에 봄에는 양자간에 2시간 쯤 격차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우리 몸이 이런 차이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히 졸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몸속시계를 늦추기는 쉬워도 빠르게 만들어 우리가 적응하기란 매우 어렵다. 가령 매일 밤 11시에 잠자는 사람이 새벽 2시까지 버티는 것은 쉽지만 2시간을 당겨 일찍 잠들기는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학생들 중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일찍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증상을 수면지연증후군이라고 한다. 이것도 몸속시계가 원인이다.

시차증도 비슷하다. 가령 김포공항을 하오 3시에 출발해 로스엔젤레스에 닿으면 아침 9시가 된다. 한국에 머물러 있었다면 새벽 2시에 해당한다. 따라서 평소같으면 깊이 자고 있을 시간이므로 아침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졸게 된다. 이것도 역시 몸속시계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데서 연유된 것이다.

김포공항을 떠나 싱가포르나 동남아를 경유한 뒤 런던에 도착했을 경우의 시차증을 한번 가정해 보자. 싱가포르에 갔을 때에는 전혀 시차증을 느낄 수 없으며, 동남아를 경유해 런던에 간 경우에는 LA로 직행했을 때보다 시차증이 가벼워진다고 한다.

봄에 느끼는 졸음도 이 시차증처럼 바깥세상에서 표현된 시간에 몸속시계가 채 쫓아가지 못하는데서 생기는 일종의 수면부족현상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춘곤증은 몸속시계와 몸밖시계(자연시각)와의 차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몸이 여름에 익숙해지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면 여름과 겨울의 잠은 어떻게 다른가. 잠의 변화를 조사한 한 예를 들어본다.

미국의 크라이트만이라는 의사가 1963년에 그의 두딸이 잠자는 동안에 돌아눕는 횟수를 3년간 조사했다. 그에 따르면 여름에는 많이 뒤척이고 겨울에는 뒤척이는 횟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이것은 여름잠이 비교적 얕다는 속설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다.

1971년 독일의 조바노비치교수는 얕게 잠들었을 때 뇌파에 나타나는 K복합이라는 패턴의 출현비율을 통해 여름과 겨울잠을 비교 했다. 그 결과 여름에는 얄은 잠이 잠든 뒤 4, 5시간 뒤에 나타나지만 겨울엔 7, 8시간 뒤에 나타남을 알게 되었다. 그는 여름에 동이 일찍 트기 때문에 그런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새소리 등 외부의 자극이 여름에 늘어나는데서 원인을 찾은 것이다. 이로써 여름잠과 겨울잠이 다르다는 속설이 과학적인 버팀목을 얻게 되었다.

이같은 여름과 겨울의 수면의 차이가 춘곤증을 일으킨다. 때로는 자율신경계의 긴장도가 달리 나타나기도 한다. 겨울에는 교감신경이 긴장상태를 보이는 사람이 많고 운동신경이 민감해져 활동적이 된다. 이에 비해 여름에는 부교감신경이 긴장상태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져 몸이 해이해지고 비활동적인 상태로 바뀌게 된다.
 

춘곤증은 몸속시계와 몸 밖시계와의 차에서 생긴다.
 

몸속시계의 조절

교감신경이 긴장할 때에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 진다. 이들 호르몬의 분비가 적을 때에는 부교감신경이 긴장한다. 호르몬의 증감이나 자율신경의 변화는 여름과 겨울의 인체의 상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과도적 현상으로 봄에 졸음이 밀려온다고 많은 학자들이 설명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구의 계절변화와도 비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년중 낮이 가장 긴 날은 하지(夏至)이지만 실제로 더위가 가장 심한 시기는 7월 말~8월상순 경이다. 하지에 최대의 태양에너지를 받은 지구가 복사열을 발생시키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로 여름이나 겨울을 잘 보내려면 약간의 적응기를 거쳐야 한다. 그 적응의 준비단계로서 봄에 졸음이 많아지는 것이다.

몸속시계는 시상하부의 안에 있는 시교차상핵(視交叉上核)이라는 부분에 위치한다. 이 부분은 코의 시발점과 귀의 중간지점에 있는데 좌우 한쌍이다. 그렇다면 이 몸속시계의 메커니즘은 얼마나 알려져 있나.

몸속시계의 작용메커니즘은 1971년 미국의 모아라는 의사에 의해 처음 밝혀졌다. 그는 흰쥐를 사용한 실험에서 시교차상핵을 파괴해버리면 혈액중의 부신피질호르몬이 분비되는 리듬이 사라져버리는 묘한 현상을 발견했다.

그후 시교차상핵이 쥐 원숭이 등 고등동물의 생체리듬을 관장한다는 사실이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그러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의 경우에는 송과선이 이런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생체리듬의 관장은 동물의 진화와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몸속시계는 수면 뿐 아니라 체온 호르몬 등도 아울러 관장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체온만은 또다른 관장기관이 있다는 설이 새롭게 제기되는 등 아직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수두룩하다.

낮에 시간을 낼 수 있는 경우라면 가급적 10~30분 정도 눈을 붙여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만일 이런 적응을 소홀히 하면 뭔가 탈이 나기 십상이다. 운전자라면 교통사고를 내기 쉽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기계를 고장내거나 불량품을 만들기 쉽다는 현장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또 계수를 다루는 은행원이 틀린 계산을 하게 되고 학생은 수업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아주 숙면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점심식사 후 어디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는 정도의 가면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럴 때 무리하게 운동을 하는 등 격렬한 동작으로 체내의 리듬관장실(室)을 혹사하는 것은 곤란하다.

199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원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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