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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제 만능피로회복제인가

자양강장과 피로회복을 외치는 드링크, 과연 심리효과 뿐인가, 아니면 정말 「뽀빠이의 시금치」역할을 하는가? 그 성분을 분석해본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T포장 영업과에 5년째 근무하는 K계장(30)은 보통 하루 3, 4백㎞씩 차를 몰고 다닌다. 거래처가 의정부 인천 구리 등으로 나눠져 있어 다른 영업사원보다 많은 시간을 운전하는 셈이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9시가 넘는다.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11, 12시를 쉽게 넘긴다. 처음에는 안그랬으나 운전을 오래하다 보니 졸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졸음이 쏟아지면 잠시 차를 멈추고 눈을 붙이지만, 요즘은 워낙 차가 많이 밀려 차를 대놓고 쉴 시간도 없고 쉴 장소도 마땅치 않다. 간혹 짬을 내 사우나탕에 들르기도 하지만, 졸음과 피로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 대책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피로회복과 자양강장에 효과가 있다는 드링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K대리가 하루에 마시는 드링크양은 두세병. 언젠가 신문에서 하루에 두병 이상을 마시지 못하게 돼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지만 왜 그런지도 잘 모르겠고, 졸음이 오거나 피로를 심하게 느낄 때마다 습관적으로 마시기 때문에 두병을 넘는 경우도 많다. 2, 3년 전만해도 약국에서만 파는 박카스나 원비등 2,3백원짜리를 즐겨 마셨으나 최근에는 영지나 인삼 로열제리가 들었다는 4, 5백원짜리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이런 류는 카페인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때는 한꺼번에 두병 이상씩 마시는 경우도 있다. 간혹 약국에서 권하는 3천원 이상씩 가는 보약드링크도 마시는 적이 있으나 가격이 부담이 가고 워낙 양이 조금인지라 마시는 맛도 나지 않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찾지 않는다.

뽀빠이의 시금치?

K대리는 드링크제를 마시고 나면 일단 정신이 맑아지고 졸음이 가신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으나 웬만한 피로 정도는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효능을 따져 마신다기 보다는 텁텁한 커피와는 또다른 맑고 산뜻한 기분에다 신맛이라든가 씁쓸한 인삼 맛이나 영지버섯 맛, 새콤한 제리 맛에 길들여져 드링크제를 찾는 것이다.

요즘을 드링크 전성시대라 부른다. 전통적인 의약품드링크(약국에서만 파는 카페인이 함유된 드링크)는 물론 식품드링크(영지 로열제리 인삼첨가 드링크)와 일명 보약드링크라 불리는 미니드링크까지 가세해 드링크류만 수십가지에 이른다. 여기에 최근에는 다이어트 효과로 어필하는 식이섬유 등 기능성 드링크도 합세해 한층 드링크 시장을 달궈놓고 있다. 실제로 약국 매상의 30~40% 이상을 드링크류가 차지하고 있으며 심한데는 60% 가까이를 드링크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제약회사도 마찬가지다. 90년 의약품 생산실적을 보면 마시는 류가 10위 안에 6개, 그중에서도 의약품드링크가 1위 2위 4위를 비롯 4개(박카스 원비 삼정톤 구론산바몬드)나 차지한다(표 1). 유명제약회사 매출고의 절반 이상이 드링크판매액으로 충당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1년에 평균 20~30병의 드링크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과연 드링크제는 어떤 효과가 있길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마시고 있는 것일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뽀빠이의 시금치'와 같은 효과가 있을까. 아니면 드링크를 마시면 갑자기 원기가 솟아나 '타잔'이라도 될 수 있는 것일까. 의약품드링크에 들어 있는 성분을 중심으로 성분과 효능을 알아보기로 하자.

의약품드링크라하면 말 그대로 의약품 취급을 하는 드링크류다. 따라서 약국에서만 취급하며 1백ml당 30㎎ 이내에서 카페인 성분이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의약품이면서도 카페인이 없다는 것을 내세우는 제품도 있다(삼정톤). 가격은 보통 2, 3백원대. 요즘은 식품드링크의 거센 도전에 시달리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나라 드링크 시장의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제제를 기준으로 분류해보면 일반제제류(박카스 알프스) 인삼제제류(원비 삼정톤) 벌꿀제제류(구론산바몬드)로 나눌 수 있다.

의약품드링크가 공통적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자양강장(滋養强壯)과 피로회복이다. 이외에도 간기능 보조, 허약체질 개선, 육체피로 및 식욕증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자양강장은 모든 드링크제의 공통적인 슬로건이므로 드링크를 자양강장제라고 부를 정도. 자양강장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몸의 영양을 좋게하고 뼈대를 강하게 하고 혈기를 왕성하게 함'이라는 뜻이다. 온갖 훌륭한 수식어는 다 갖다 붙여놓았지만 거꾸로 해석하면 딱 찝어 말할 수 있는 구체적인 효과는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이현령 비현령'(耳懸鈴 鼻懸鈴) 이기는 피로회복이나 허약체질개선도 마찬가지다.

보다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드링크에 포함돼있는 성분을 검증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분은 대개 비타민 B군과 타우린산, 그리고 각종 아미노산 종류가 있다. 물론 인삼제제에는 인삼과 백삼, 벌꿀제제로는 꿀이 가장 중요하면서 많이 들어가 있는 성분임에 틀림없다. 또 카페인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성분이다.
 

(표1) 90년 10대 의약품 생산실적
 

비타민B군의 역할

우리나라 의약품드링크에는 비타민B군이 소량 첨가돼 있다. 구체적인 성분표시에서는 티아민(${B}_{1}$) 리보플라빈(${B}_{2}$) 피리독신(${B}_{6}$) 등으로 나타나 있다. 성분표시란과는 별도로 '각종 비타민'이 들어있다고 막연하게 활자화해 홍보하고 있으며 조금 자세한데는 '비타민${B}_{2}$ 등 5종의 비타민'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아무튼 비타민은 소량이라도 때에 따라서는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드링크류에서 중요한 성분임에 틀림없다.

비타민${B}_{2}$는 리보플라빈이라고도 불리는 수용성비타민이다. 이는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또 입술과 혀의 짓무름을 치료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체내에서 ${B}_{2}$가 하는 중요한 역할은 지방이나 단백질을 에너지화하는 것. 물론 ${B}_{2}$가 직접하는 일은 아니고 체내에서 ${B}_{2}$가 효소를 만들고 그 효소가 지방을 연소하여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운동량이 많으면 ${B}_{2}$가 많이 필요하다. ${B}_{2}$가 부족하면 지방이나 단백질 등 영양소를 많이 흡수했다고 해도 쉽게 피로를 느낀다. 우리나라 의약품드링크에는 리보플라빈이라는 이름으로 2~5㎎의 비타민${B}_{2}$가 포함돼 있다(표2).

${B}_{2}$가 육체적인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면 ${B}_{1}$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효과가 있다. 뇌를 조절하는 중추신경의 에너지원은 당질이다. 이 당질이 에너지로 변할 때의 촉매로서 작용하는 것이 ${B}_{1}$이다. 당질을 섭취했다고 해도 ${B}_{1}$이 부족하면 중추신경은 에너지가 부족해 초조해지고 정신이 불안해진다. 한편 ${B}_{1}$도 육체피로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피로를 느끼는 것은 근육 중에 젖산과 피루빈산 등의 피로물질이 쌓이기 때문인데 당질의 대사가 활발하지 않으면 이 피로물질이 발생한다는 것이 이 논리의 근거. 티아민이라고도 불리는 ${B}_{1}$는 우리나라 의약품드링크 중에는 한군데밖에 표시돼 있지 않다. 식품드링크 중에 일부 ${B}_{1}$을 표시해 놓은 제품이 있다.

드링크류에 포함돼 있는 비타민 집단 중 제작하는 측에서 중요하게 꼽는 것이 ${B}_{6}$다. 이는 단백질과 필수지방산 대사에 깊게 관련한다. 특히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지방간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높다는 것. 또한 ${B}_{6}$는 ${B}_{12}$와 함께 간의 기능을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피리독신이라는 명칭으로 표시돼 있는 ${B}_{6}$는 모든 의약품드링크에 2~5㎎ 포함돼 있다.

이러한 비타민B군은 개별적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복합체의 형태로 드링크에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다. B복합체의 대표적인 예가 니코틴산이다. 우리나라 의약품 드링크 다섯종에는 니코틴산아미드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 모두 들어 가 있다.

니코틴산이 B복합체라고 해서 이를 과량 섭취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드링크류에 들어가 있는 니코틴산은 소량이기 때문에 이럴 위험은 없지만 과량섭취할 경우 글리코겐의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해 오히려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제품에 있는 티옥토산도 B복합체의 일종이다.

결국 비타민B군은 에너지원으로서가 아니라 연소하기 어려운 체내의 연소물을 연소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드링크제에 포함돼있는 셈.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타민B군을 드링크에서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식생활을 균형있게 한다면 드링크류에서 섭취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풍부한 비타민B군을 섭취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기서 굳이 비타민 성분의 효과를 따진 것은 제약회사가 어떤 근거로 자양강장이나 피로 회복을 외치는지 알아보고자 함이다.
 

(표2) 주요 의약품드링크의 성분
 

심부전에 효과?

의약품드링크 중 인삼제제나 벌꿀제제를 제외한 일반제제류 중에서 타우린산을 주요 성분으로 취급하는 데가 있다. 일본의 드링크 업계에서도 타우린산은 주목받는 성분 중의 하나다. 오사카 대학에서는 심근경색이나 심장판막증 등 선천성 심장질환자에 타우린을 투여하면 심부전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심부전이란 심장이상 때문에 심장박출량이 부족해지거나 동계(動悸, 평상시보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현상), 또는 호흡 곤란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타우린을 섭취하면 심한 운동(조깅 등)을 할 때 맥박수를 억제해줘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 타우린이 간장장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과산화지질이라는 유해물이 간에 축적되는 것을 방지해주기 때문. 최근에는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억제해준다는 실험결과도 발표되기도 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타우린산과 같은 종류로는 글루크로노락톤 아스파라긴산 아미노에틸설폰산 등이 있다.

D제약 연구소의 K부장은 "타우린은 장기간에 걸친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나름대로의 확신을 갖고 주요 성분으로 채택했다"며 타우린을 투여한 마우스와 그렇지 않은 마우스의 유영실험(누가 물 속에서 오래 견디나)과 회전모터실험을 그 일례로 소개했다. 이 두 실험에서 타우린을 투여한 마우스는 그렇지 않은 마우스와 비교해 물속에서 더 오래 견뎠으며 회전모터실험에서도 잘 견뎌냈다.

타우린도 역시 드링크류에서 섭취하기 전에 식품에서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 조개류 라든가 굴 낙지 문어 등 어패류에서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는게 타우린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단백질의 원료라 할 수 있는 아미노산류(카르니틴 등)와 알코올류인 이노시톨 등이 의약품드링크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노시톨은 미생물의 발육을 촉진하며 의약으로서 동맥경화와 지방간의 예방과 치료에 쓰이고 있다. 인삼이나 벌꿀 등은 의약품드링크의 주요 성분이긴하나 여기서는 논의치 않기로 한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들은 드링크류의 성분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현실은 소비자가 이와같은 성분을 인식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드링크를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 들면 육체피로가 심하므로 비타 민${B}_{2}$가 다른 제품보다 많이 든 제품을 찾는다든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비타민${B}_{1}$이 많이 든 드링크를 찾는 일은 거의 없다.

"손님들이 구체적인 상품명을 찾는 경우가 60~70%이고 나머지는 막연하게 드링크를 달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상품을 원한다고 해서 손님들이 성분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맛에 크게 좌우된다고 봐야지요. 이를테면 신 맛을 즐길 때는 박카스, 인삼맛을 원할 때는 원비나 삼정톤, 꿀맛을 원할 때는 구론산 식으로 말입니다. 제가 직접 권해야 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구체적인 성분 이야기를 하지만요"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20년째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J약사의 말이다.

간혹 성분을 기준으로 드링크를 선택해주는 약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약사는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드링크의 성분이야기를 하지 않는게 관례다. 소비자 측에서 보면 몇백원 안 되는 드링크를 사먹으면서 성분이 어떠냐고 묻기도 쑥스럽고 약사들도 '드링크류는 대동소이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제약회사의 연구소 모습
 

가장 확실한 카페인의「깜짝효과」

비타민이라든가 아미노산 등의 성분에는 사람들이 예민하지 않지만 카페인에는 전통적으로 관심이 많다. 중추신경 흥분제이며 강심제이기도 한 카페인은 소량으로 잘 쓰면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으며 편두통이나 심장병에도 활용된다. 그렇지만 자주 쓰면 중독되며 양이 많아질 때는 극약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의약품드링크가 의약품으로 취급 돼 보사부의 규제를 받고 약국에서만 팔게 하는 것도 바로 카페인이 들어가 있기 때문. 식품드링크나 미니드링크에는 카페인을 넣을 수 없다.

카페인 함량은 의약품드링크 1백ml 중 30㎎(0.03%) 내로 한정돼 있다. 보통 커피 한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 양(1백㎎)에 비하면 많지는 않은 셈. 우리나라에서는 보사부에서 카페인 중독을 방지하고자 하루에 두병 이상을 마시지 않도록 규제하므로 드링크병에는 하루에 두병, 혹은 한병 이상을 마시지 말도록 경고 문귀가 적혀 있다.

의약품드링크 성분 중에 '카페인 효과'처럼 확실하게 나타나는 것은 없다. 뇌혈관을 확장, 두뇌의 피로물질을 씻어주며 대뇌피질을 자극, 가벼운 흥분상태를 유지해주기 때문에 잠을 깨는데 아주 적격이다. 손발의 모세혈관을 확장해 피를 잘 흐르게 하므로 손발이 따뜻해진다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카페인 효과가 지속적이지 못한 '깜짝 효과'며 자주 복용할 때는 중독성이 있다는 데 있다.

강동구 길동에서 부부가 교대로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P약사는 "드링크를 습관적으로 찾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특히 장시간 운전 하시는 분들은 하루에 세병 이상씩 마시기도 한다"며 "이는 맛에 길들여진 측면도 있지만 카페인이 주요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페인 때문에 피로를 잊고 무리하게 몸을 써 신체에 이상이 온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게 제약회사측의 설명. 그 근거로 드링크에 포함돼 있는 카페인 양이 커피나 콜라(1.5~2.5% )에 비해 워낙 소량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드링크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63년 박카스D 단발구론산이 등장했으며 68년에는 알프스D, 73년에는 원비D가 탄생해 드링크 시대를 활짝 열었다. 여기서 D는 Drink의 첫자를 의미한다.

고급드링크 시대

그러나 최근에는 20~30년 동안 별 변화가 없었던 드링크 시장에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른바 식품드링크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 영지버섯에다 로얄제리, 인삼 등의 생약성분을 주성분으로 하는 식품드링크는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돼 가격 제한폭도 없어지고 매체광고도 허용되며 판매장소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자유스러움을 바탕으로 식품드링크는 드링크의 질을 한단계 높여 고급화시대를 활짝 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보통 5백원에서 1천원씩 하는 식품드링크를 보는 눈은 긍정 일변도만은 아니다. 그동안 판매장소 가격 광고 등 '3불통'에 묶였던 의약품드링크의 숨통을 편법으로 터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 없이 가격만 올랐으며 부작용도 많다는 이야기다. 현재 수십종이 난립하고 있는 식품드링크는 대중매체에다 공공연하게 항암 및 성인병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구름버섯의 균사체가 항암효과가 있다고 선전한 W제품. 89년 일본 후생성은 균사체는 항암효과가 없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보약으로 알려져 있는 미니드링크에 이르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종래 드링크 양의 3분의 1 수준(20~50ml)에 가격은 10배(3천원) 이상씩 받고 있다. 비싼 것은 한병에 3만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녹용 우황 사향에다 음양곽 적살모사까지 등장하는 미니드링크 중에는 중국 수입제품(한록보)도 있다. 또 일부 제품은 일본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니드링크는 8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매출력이 급신장했으며 우리나라도 작년에 시장규모가 1백억원을 넘어섰다. 워낙 고가품이므로 매출력 신장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매년 30-40%)이 특징이다.

여기에 기능성드링크까지 등장해 드링크 시장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기능성드링크란 특별한 부가기능이 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장을 깨끗이 해 다이어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식물성식이섬유라든가, 입안의 냄새를 없애주는 구취예방 드링크, 비타민C만을 강화한 드링크 등이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다.

여기서 잠깐 제약회사의 연구비 투자 실태를 알아보자.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광고비 보다 연구개발비가 훨씬 적다. 박카스라는 대표상품에다 한삼D 로열D에 녹황보까지 내고 있는 D제약의 경우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의 1.8% (광고비 3.3%). 그래도 이 수치가 제약회사에서 제일 모범적인 수치다. 결국 연구개발보다는 광고 많이 해 판매하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S대 생약연구소의 어느 교수는 "식품드링크의 경우 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제품도 많다. 일부 회사에서는 의약품드링크 조차 외국의 임상실험 결과를 도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제약회사의 연구개발 투자를 촉구했다. 한의학자들도 미니드링크의 녹용함 유량을 예로 들어 50㎎ 내외의 녹용은 워낙 적어 심리효과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보약이라면 50㎎의 1, 2천 배가 넘는 1백g은 돼야 한다는 것.

일부 약국에서는 이윤이 박한 의약품드링크보다는 식품드링크나 미니드링크를 강권하는 예도 있어 소비자들이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생약 성분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권할 수도 있으나 이윤 폭이 크다는 점이 아무래도 약사의 공정성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오랜시간 밤일을 한 근로자들, 짜증나게 막히는 거리를 장시간 운전하는 기사들, 과로 과음에 시달리는 샐러리맨들, 공부하다 지친 학생들이 애용하는 드링크지만 이를 올바로 선택하고 적절히 이용하는 문화는 정착 돼 있지 않은듯하다. 드링크라면 무조건 '백해무익'으로 치부하는 측과 마치 건강을 돈주고 사는 것처럼 습관적으로 드링크를 마셔 대는 사람만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우리 사회인 것이다.

"2, 3백원짜리에 뭐 그리 대단한 효과가 있겠습니까. 다분히 심리적인 보상이겠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약을 좋아해서 문제예요" 어느 약사의 자조 섞인 말 속에서 우리의 드링크문화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가격이 비싼 드링크는 효과가 더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드링크를 마시는 효과가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렇지만 100% 심리적이지 않다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밝혀주고 권하는 태도가 우선 중요하다. 우리 현실은 국민 한사람 당 1년에 20~30병이나 되는 드링크를 마시고 있으며 더군다나 한가하고 편안한 사람들이 아니라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어쩔 수없이 찾고 있는 것이 드링크이기 때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드링크에서 섭취할 수 있다는 모든 영양소를 균형있는 식사에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더욱더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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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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