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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에 놓인 거대참치 블루핀

회초밥 재료로 일본서 불티나게 팔려

미국과 캐나다 연안의 블루핀은 지난 20년간 무려 90%나 줄어들었다.

빌 캠프는 아주 어릴 적부터 4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대서양의 파도와 맞서 싸우며 살아온 뱃사람이다. 그에게는 어부다운 집요한 소망이 하나 있다. 바로 거대한 블루핀(bluefin)을 좇는 일이다.

참치의 한 종류인 블루핀은 척추동물 중에서도 가장 큰 동물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큰 것은 몸무게가 3천3백여㎏에 총길이도 5m로 뼈 있는 어류 중에 가장 크고 가장 강한 족속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거대한 물고기는 순발력이 요구되는 단거리주자로나 지구력이 관건인 장거리주자로나 두루 챔피언급이다. 급할 때는 한 시간에 80㎞까지 헤엄쳐 갈 수 있고 50일만에 전세계의 바다를 빙 돌아 출발점까지 와도 지치지 않는다. 그러나 해양학자들은 무엇보다도 블루핀의 진화론적인 적응성에 더 감탄을 금치 못한다.

빌 캠프가 10대였던 1960년대에만해도 어부들은 마음만 먹으면 자기가 잡고싶은 만큼의 블루핀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좋았던 시절은 이제 옛말이 되고 말았다.

"과거에는 하루에 7, 8마리쯤의 블루핀을 잡는 일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운좋은 사람이나 일년에 그만한 숫자를 잡을 수 있다"는게 캠프의 증언이다.

가장 큰 물고기의 하나

블루핀 수의 급격한 감소는 순전히 이 생선의 경제적 가치 때문이라는 게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얘기다. 일본사람들이 즐기는 초밥과 회의 가장 인기있는 재료인 블루핀은 일본의 어(漁)시장에서 한 마리당 1만달러(약 7백50만원)에서 1만 5천달러에까지 팔린다.

대량남획으로 블루핀의 숫자가 줄어들자 값은 더 치솟아 수년내로 블루핀 2.2㎏(1 파운드)이 20달러를 호가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자 단순히 스포츠로 블루핀을 쫓던 낚시광들마저 이 '움직이는 화폐'를 찾아헤매는 탐욕스런 사냥꾼들로 돌변해버렸다.

이런 사정때문에 이미 10년전부터 국제법으로 블루핀어획량을 제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대서양에 남아있는 블루핀의 숫자는 20년전에 비해 10%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이 블루핀을 멸종위기의 동식물보호법에 준해 보호하자는 강력한 대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흔히 CITES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 국제법은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동식물의 국제적인 상거래를 일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제안이 특히 의미를 갖는 이유는 지금껏 상업용으로 이용되는 동식물이 이 CITES에 대상이 됐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데 있다.

이 제안은 즉각 블루핀어업을 주로하는 어부들(어선단을 소유한 기업을 포함해서)과 환경보호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먼저 블루핀어업자들은 블루핀의 수가 격감하고 있다는 데이터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의 항공조사를 근거로 블루핀의 수가 서대서양쪽에서만 격감하고 있을 뿐 전세계적으로는 크게 줄지 않았으며 그나마도 최근에는 이 지역에서 블루핀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블루핀어업자들의 주장이 이렇게 드센 이유는 미국정부의 야생 동물 및 어류보호부가 곧 CITES 조항을 재편하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에 블루핀이 새로 대상종목으로 추가된다면 이 조약을 준수하는 모든 국가에서 블루핀매매가 큰 타격을 입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편 블루핀어업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최근 일년중의 참치잡이 성어기를 만난 각 어항에서는 작년까지보다 더 심한 블루핀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일례로 주요참치어항인 뉴욕주 몬타크항의 비공식집계에 따르면 참치잡이가 최고조를 이뤘어야 할 시기에 출선한 배를 통틀어 하루 중 단한마리의 블루핀도 잡히지 않은 날까지 있었다. 그나마 잡힌 것들도 큰 것이 1백50㎏, 심지어 태어난지 일년도 채 안돼 새끼단계에 불과한 50여㎏짜리까지도 있었다. 이것은 성숙한 블루핀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처참할'정도로 작은 것들이다.

이 어린 블루핀들은 잡히자마자 중개업자들 손에 넘어가 트럭에 실려 케네디국제공항으로 운반된다. 이들이 이튿날 다시 내리는 곳은 일본의 나리타공항. 안그래도 블루핀이 없어서 못사는 형편인 일본의 어류중개업자들은 값을 듬뿍 쳐서 현금으로 이 맛있는 생선을 사들인다.
 

좋았던 시절의 스냅사진 한장^1960년대에만 해도 어부들은 자신이 우너하는 만큼 블루핀을 잡을 수 있었다.


하루 어획량이 일년 어획량

다른 모든 참치들처럼 블루핀도 항온(warm-blooded)어류로서 체온이 약 30℃에 이른다. 이들의 순환기구조는 열을 방출하고 다시 흡수하는 것을 몸상태에 맞게 조절하도록 돼 있으며 속도를 최대한 낼 수 있는 지느러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산란지역은 멕시코만으로, 산란을 위해 서대서양의 블루핀들이 북대서양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들의 이동경로를 알아보기 위해 블루핀에 꼬리표를 붙이기도 하는데 종종 바하마의 블루핀이 노르웨이에서 잡히거나 미국 동부해안지역의 꼬리표를 단 것들이 지중해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과학자들조차도 이들이 왜 이렇게 먼 거리를 여행하는가는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먹이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블루핀은 8세 정도가 돼야 산란을 할 수 있을만큼 성숙하는데 암컷 한마리는 한번에 2천5백만개 정도의 알을 낳지만 이 중 극히 일부만이 부화한다. 블루핀의 평균수명은 20년으로 알려져있다.

한편 블루핀 수의 격감은 미국과 캐나다를 끼고있는 대서양 서안에서 특히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 지역에서 블루핀의 숫자는 1970년의 31만9천마리에서 1990년에는 3만마리로 줄었다. 90%에 가까운 숫자가 잡혀서 식탁에 오른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대서양참치보존회가 발표한 것으로 이들은 참치수의 증감과 관련해 엄격한 쿼터제가 실효를 거두었다는 사례도 함께 발표했다. 즉 1981년부터 실시된 쿼터제로 인해 82년에는 수령 6,7세의 블루핀이 1970년 수준의 절반가까이까지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현재 멸종위기의 희귀야생동식물보호법(CITES)은 국회에 계류중이다. 최근에 블루핀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수산업자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들도 일부는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물고기가 사라지게해서는 안된다는데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래도 무언가 규제를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멸종될 때까지 기다리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몬타크 항의 수산물도매업자이자 고깃배의 현장주임인 토미 에드워디스의 말이다.

199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윌리엄 스티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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