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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드러내는 「신의 아들」엘니뇨

한반도의 여름철 태풍과도 긴밀한 관계

다양한 기후현상 중에서 해양과 대기간의 마찰로 일어나는 엘니뇨현상 만큼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드물다.

기후의 계절적 변화 이외에도 적도대기에는 또 다른 두개의 준(準)주기적 기후변화가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30~60일 주기로 나타나는 주기진동(계절간 주기진동)이고 다른 하나는 2~10년을 주기로 일어나는 엘니뇨현상(다년간 주기진동)이다. 30~60일 주기운동이 기상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것은 불과 수년 전에 불과하며 엘니뇨현상이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기상학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60년대 후반 부터다. 현재 두 현상의 진행자체는 적도라는 비교적 한정된 지역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30~60일 주기 기후변화는 서인도양에서 시작해 느린 속도로 적도선을 따라 서태평양 쪽으로 이동하는 대류요란(convective disturbance)과 관련된 변화인데, 비교적 높은 온도를 보이는 해수면상의 대기에서 발생하는 대기내부의 역학적 현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비해 엘니뇨현상은 해양과 대기간의 불안정한 물리적 역학적 상호작용에 의한 현상으로 간주된다.
 

(그림1) 전형적인 엘리뇨 기간에 나타나는 해수온도(℃)의 시간적 변화. ①초기상태 ②발달기 ③성숙기 ④반(反)엘리뇨기
 

「남부 진동」과는 사촌간


(그림2) 엘리뇨기간(점선)과 비엘리뇨(실선)기간에 나타나난 워커순환의 변화. 엘리뇨현상이 발생하면 워커순환의 상승부는 중앙태평양으로 이동한다.
 

엘니뇨란 '신의 아들' 즉 아이 예수(El Niño)란 의미를 갖고 있다. 본래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 남아메리카의 서부해안을 따라 적도쪽으로 흐르는 찬 페루해류가 약화되면서 방향을 바꾸어 남쪽으로 흐르는 지역적인 현상을 의미했다. 평상시 이 해류는 용승(湧昇)현상을 일으켜 해저의 영양분이 풍부한 해수를 끌어올림으로써 그곳에 훌륭한 어장을 형성한다.

그러나 엘니뇨현상이 나타나는 동안에는 이 용승작용이 차단된다. 또한 남쪽으로 흐르는 따뜻한 해류의 영향으로 해수면의 온도가 높아져 어장이 일시 중단된다. 그후 몇주 또는 한두달이 지나 페루해류가 다시 강화되면 영양분있는 저층의 찬 해수가 용승, 이곳의 어업활동이 재개된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3, 4년을 주기로 이와 같은 엘니뇨현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수그러들기는 커녕 더욱 더 심화돼 높은 해수면 온도가 그해 말까지 계속된다. 오늘날 우리가 얼른 떠올리는 엘니뇨현상이란 페루 앞바다에서 매년 일어나는 지역적인 엘니뇨현상중 몇년을 주기로 발생하는 바로 이 비정상적인 엘니뇨를 일컫는다.

적도 태평양에서의 평균 수온분포를 보면 서태평양의 수온이 동태평양보다 평균 6, 7℃ 가량 높다. 따라서 기압의 기울기가 동고서저를 나타내게 되므로 서태평양에서는 공기의 상승운동이, 동태평양에서는 하강운동이 있게 된다. 그러면 동태평양에서 하강한 공기는 적도를 따라 서쪽으로, 서태평양에서 상승한 공기는 동쪽으로(상층에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순환을 워커(Walker)순환이라고 하는데 엘니뇨가 기승을 부릴 동안에는 중앙 태평양의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함과 아울러 기압의 동서 기울기가 반전되면서 워커순환의 상승부가 서쪽으로 이동, 적도 태평양의 중앙에 자리잡게 된다. 워커순환 상승부의 이동은 적도 태평양의 동서기압 기울기의 반전과 더불어 일어난다.

그후 엘니뇨현상이 그치면 이 상승부는 원래 위치로 되돌아 가고 기압의 동서 기울기도 이전상태로 회복된다. 이러한 현상을 남부진동(Southern Oscillation)이라고 한다. 남부진동과 엘니뇨는 결국 동일한 현상의 이면에 불과하므로 기상학자들은 이 두 현상을 간단히 엘니뇨/남부진동(El Niño/Southern Oscillation) 또는 ENSO라 부른다.

엘니뇨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은 용승작용의 차단으로 어업에 지장을 받는 에콰도르와 페루해안 지방이다. 또 워커순환 상승부의 이동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파푸아 뉴기니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의 대부분의 지역은 가뭄을 겪게 된다. 반면 적도 중앙태평양에 위치한 여러 섬들과 에콰도르 페루 연안지역은 홍수를 겪는다.

엘니뇨현상의 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전파돼 나간다. (그림3)은 엘니뇨에 의해 적도태평양의 대기가 가열됐을 때 이상기압 패턴이 중위도로 진행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기파는 적도대기에서 일어난 이상현상을 중위도 지역으로 전파시켜 그곳의 날씨를 변화시키는데 이를 원거리연결(teleconnection)이라 한다. 엘니뇨에 의해 전세계가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이 원거리연결에 따른 결과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 알래스카를 포함한 북서 아메리카는 온난한 겨울을 맞는다. 또 미국의 중서부 플로리다와 멕시코만 북부지역, 인도, 아르헨티나 동부해안 등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강수량을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남아메리카 북부지역, 인도 북부지역, 남부 아프리카 등은 건조한 날씨를 맞게 된다.

방금 언급한 지역외에도 세계의 많은 지역이 정도와 양상의 차이는 있으나 엘니뇨에 의한 이상기후를 경험한다.

그러나 중위도 지방의 날씨를 좌우하는 요소에는 엘니뇨 이외에도 여러가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중위도에서의 날씨는 이러한 모든 요소의 복합적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한 지역의 기후변화량중 얼마만큼이 엘니뇨현상에 의한 것인가가 문제이지 실제로 세계의 모든 지역이 엘니뇨의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림3) 원거리연결에 의해 중앙태평양의 엘리뇨현상이 대기파를 타고 중·고위도로 전파된다. 점이 찍혀 있는 부분은 적도의 이상강우지역이고 H와 L은 각각 기압이 이상상승과 하강징역을 나타낸다. 이 그림은 엘리뇨현상이 나타난 해의 겨울에 그린 것이다.
 

금년에 수온이 계속 올라가고


(그림4) 엘리뇨현상이 나타난 해에 발생한 열대성 사이클론(cyclone). 지도상의 소용돌이 모양이 사이클론을 나타내고 점선이 찍힌 부분은 기압골의 범위를 뜻한다. 또 붉은색은 해수의 온도가 올라간 지역을 가리킨다. ①1~5월 ②6~8월 ③9~11월 ④12~이듬해 2월
 

세계기상기구(WMO)와 일본 기상청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중앙태평양의 수온이 금년 4월까지 0.8℃ 정도 높아졌다고 한다. 올 7월중 수온도 전달에 비해 약간 증가, NINO3 지역의 수온이 평균치보다 거의 1.5℃ 높아졌고 적도 태평양과 인도양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수온이 평균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 이후의 진행은 좀 더 기다려 봐야 알겠지만 이 현상이 엘니뇨로 발전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태풍은 일반적으로 해수면의 온도가 높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다. 엘니뇨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과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엘니뇨현상이 나타나면 높은 해수온도를 보이는 지역이 적도 중앙태평양 쪽으로 확장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울러 태풍의 발생지역도 적도 중앙으로 옮겨간다는 사실과 실제 발생횟수는 감소하나 태풍의 위력은 평소보다 더 강해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여름철(8월 중) 태풍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우리는 두개의 여름 태풍을 이미 경험했으므로 엘니뇨가 한반도의 여름철 태풍 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엘니뇨는 그 진행방법이나 지속기간, 세기와 중·고위도 지역에 미치는 영향 등에 있어서 각양각색의 개성을 띠고 있다. 최근의 엘니뇨 발생에 대해 살펴보면 이렇다. 1982년과 83년 사이에 있었던 엘니뇨는 과거 1세기 동안에 발생했던 엘니뇨중 가장 규모와 세기가 큰 엘니뇨로 기록되고 있다. 그 강력하고 광범위한 엘니뇨현상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호주, 남부 아프리카 등지의 밀 호밀 보리 등 농작물 생산량이 그 전해에 비해 50%나 감소했다. 또 에콰도르와 페루에서는 연간 강수량의 최고치를 갱신했고, 어획량이 81년에 비해 역시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또한 아열대 제트기류가 강화돼 미국 캘리포니아와 멕시코만 북부지역은 심한 폭풍우를 겪었다. 이 엘니뇨가 진행되는 동안 전세계적으로 약 80억달러에 달하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1986~87년 엘니뇨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림5) 엘리뇨가 지구의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 엘리뇨가 있었던 해의 지구 평균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켈빈파와 로스비파

엘니뇨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가 살펴보자. 동태평양에서 서태평양 쪽으로 부는 무역풍은 남아메리카 해안의 찬 해수의 일부를 서쪽으로 몰게 된다. 그러면 이 해수는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태양빛과 기타 대기와의 작용에 의해 데워진다. 결과적으로 적도 태평양의 서쪽이 더워지고 용승작용을 일으킨 동쪽은 차지는데 서태평양 쪽으로 몰린 더운 물은 그곳에 더운 물의 층(層)을 두껍게 형성시킨다.

수년을 주기로 이 더운 물 층의 동서 방향의 기압기울기가 파괴되면서 동서무역풍이 현저히 약화되는데 그 영향으로 적도 해양에 켈빈파(Kelvin wave)가 발생한다. 켈빈파는 적도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는데 서태평양의 더운 물은 이 파를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이러한 켈빈파에 의한 더운 물의 이동은 만일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이 없었더라면 남아메리카 해안에 도착하기 전에 거의 소멸돼 버릴 것이다.

그러나 더운 물이 적도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대류운의 활동도 함께 활발해지게 되므로 켈빈파는 더욱 강화된다. 이러한 적도 태평양의 더운 해수와 대류요란 간의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으로 인해 더운 해수면 온도는 쉽사리 소멸되지 않고 오래 머물게 된다. 아울러 대규모 대류운들도 매우 느린 속도로 동쪽으로 진행한다. 켈빈파가 태평양의 동쪽해안 끝에 부딪치면 로스비파(Rossby wave)가 발생한다.

로스비파는 켈빈파와는 반대로 적도를 따라서 서쪽으로 진행하는데 이 파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엘니뇨현상은 점차 내실을 다지게 된다. 즉 대기와 해양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눈에 띄게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켈빈파나 로스비파와 같은 해양의 파동이 엘니뇨현상의 진행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엘니뇨현상을 유발시키는 원인(triggering mechanism)은 무엇인가. 대체적으로 기상학자들은 해양보다는 변동성이 많은 대기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많은 학설 가운데 설득력있는 것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모든 기상여건이 지극히 정상인 경우, 적도 태평양에 편동무역풍이 꾸준히 불고 있는데 이 바람으로 말미암아 데워진 해수가 서태평양으로 몰리게 돼 동고서저의 기압기울기가 강화된다. 그러나 서태평양에 더운 해수가 충분히 모이게 되면 그곳의 공기는 대단히 불안정하게 된다.

예컨대 작은 대기의 변동에 의해서도 대기가 쉽게 반응, 대류운을 만든다. 이때 이 대류운과 함께 켈빈파가 발생되고 이 켈빈파는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엘니뇨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림6) 지난 10여년간 NINO 1~4지역에서 관측한 이상해수면 온도의 변화. 1982~83, 1986~87년에는 엘리뇨가 발생했다.
 

예고는 아직 어려워

엘니뇨현상의 진행과정과 발생에 관해 우리가 보다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면 이 현상의 예보 역시 가능해질 것이다. 엘니뇨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지도 벌써 10여 년이 지났고 그동안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 이 현상의 완전한 실체, 즉 발생조건과 발생과정 및 진행에 관한 물리적 역학적 과정과 소멸에 이르기까지의 문제중 완전히 해결된 부분은 없다. 따라서 이 현상의 예보나 모사(simulation)는 엄격한 의미에서 현재까지 성공한 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현상을 예보하려면 무엇보다 해양과 대기의 대순환모형을 결합시켜야 한다. 동시에 수치적인 적분기술도 필수적이다. 현재 이 분야를 연구하는 많은 기상학자들이 그러한 결합대순환모형을 제작, 이 현상을 예보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985년에 시작해 1995년까지 진행될 TOGA(적도해양-지구대기)란 대규모 연구 계획이 끝날 무렵이면 해양과 대기간의 상호 작용과 그와 관련된 엘니뇨 남부진동과 같은 현상들을 지금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수년 정도의 장기예보기술을 확립하는데 커다란 발전을 이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용승(湧昇, upwelling)
해양에서 깊은 곳의 물이 표면으로 솟아 올라오는 현상. 강한 바람이 연안수를 난바다 쪽으로 밀어내는 곳에서는 연안의 표면수가 밑에서 보급돼 용승이 일어난다. 이 용승류의 속도는 매우 느려서 1개월에 20m 정도 올라오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곳에는 좋은 어장이 형성된다.

199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안중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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