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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위성을 개발하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2019년 7월 초 서울에서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술 스타트업에 필수적인 고급 인력이 풍부한 서울을 떠나는 것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부산으로 떠나는 이유가 있다. 2019년 4월 ‘지역발전투자협약 시범사업’에 부산형 초소형 위성인 ‘부산샛’ 구축을 주요 사업 내용으로 하는 ‘미래해양도시 부산의 해양신산업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 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부산이 인공위성을 보유할 경우 지자체에서 위성을 운용하는 국내 첫 사례가 된다. 기존 산업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려는 부산시의 비전과 인공위성 해양측정기술을 보유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위성 제작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함께 초소형 위성을 이용한 해양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2년경 420km 고도에 12기의 초소형 위성을 띄워 부산항을 1시간 이내 간격으로 상시 관측하는 것이 첫 목표다. 초소형 위성에는 지상에 있는 1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광학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가 탑재되고, 이들이 해양과 항만 지역을 감시한다. 선박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선박용 무선통신기술(VDE)과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도 탑재된다.


박 대표가 우주 스타트업에 뛰어든 계기는 201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최한 제1회 ‘큐브위성 경연대회’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재학 시절 인공위성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한 경험을 살려 대회에 나갔다. 분리형 우주망원경의 기술을 검증하는 초소형 위성 2기를 개발해 2018년 궤도에 올려 보냈다. 


그는 당시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기 위해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등 유럽의 초소형 위성 개발 기업들을 찾아 다녔다. 유럽 정부는 대학 연구실이 보유한 기술을 토대로 설립한 스타트업에 과감히 투자하는 분위기였다. 박 대표는 “한국에도 이런 스타트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2014년 미국의 민간 위성기업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구 전체를 고해상도로 촬영하기 위해 초소형 위성 28기를 발사하는 등 초소형 위성은 2010년대 초부터 상업적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유럽의 위성분석기관 나노샛츠 데이터베이스(Nanosats Database)는 2019년 한 해에만 발사했거나 발사 예정인 초소형 위성이 438기로 지금까지 발사된 초소형 위성 1186기의 37% 수준으로 분석했다. 시장분석기관 마켓앤드마켓은 2022년까지 초소형 위성 시장이 35억 달러(약 4조15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초소형 위성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이다. 개발에서 발사까지 필요한 비용이 대형 위성의 1~2% 수준이다. 대형 위성은 발사에 한 번 실패하면 엄청난 비용 낭비로 이어지지만, 초소형 위성은 한 번에 여러 대를 쏘아 올리는 만큼 일부가 고장나도 나머지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성능은 대형 위성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위성 수십 대가 동일한 장소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며 상시 감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박 대표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15년 3월 자본금 1억 원으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를 차렸다. 인공위성 기술 하나로 스타트업을 시작한 사례가 한국에서는 없을 때였다. 

 

현재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에는 초소형 위성을 쏘아 올린 경험이 있는 연구자만 9명이 있다. 국내에서 초소형 위성 전문 인력을 이 정도 수준으로 보유한 기업은 없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현재 초소형 위성 부품 공급이 주 매출원이다. 과학 연구를 목적으로 국가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정부 기관과 KAIST, 서울대, 연세대 등 대학이 주 고객이다. 지금은 부산 항만 관리에 활용할 초소형 위성과 수목 관리에 쓸 초소형 위성을 개발 중이다. 두 위성 모두 2021년경 첫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기 이상의 초소형 위성을 띄워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판매까지 연결시킨 플래닛 랩스처럼 초소형 위성 개발뿐만 아니라 설계부터 영상 서비스까지 초소형 위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박 대표의 목표다. 위성 개발 단계부터 고객의 목적에 따라 위성을 설계하고 향후 원하는 영상까지 제공한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을 아직 한 기도 보유 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에 50kg 이하 초소형 위성을 수출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박 대표가 회사의 성장만큼 공들이는 것이 또 있다. 한국 우주 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우주 산업은 아이디어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독립적으로 사업을 일구는 IT 업계와는 생태계 조성과 운영 방식이 다르다. 발사체, 통신기술, 위성기술 등 다양한 우주 기술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우주 산업은 다 같이 성장해야 하는 구조”라며 “그래서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국내 초소형 로켓 제작 스타트업인 페리지항공우주와 협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2018년 12월에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 대표 8인 모임인 ‘스페이스 마피아’도 결성했다. 우주 산업에 뛰어든 20대 대표들이 대부분으로 31세인 박 대표가 최연장자다. 초소형 위성과 발사체, 달 탐사 로버 개발, 우주쓰레기 수거 등 세부 사업 분야는 다르다. 


박 대표는 “한국은 기술력과 정보기술(IT) 인프라 등에서 민간 우주 산업이 성장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며 “국내에서 성공적인 우주 스타트업 사례가 하나만 나와도 정부 등의 후속 투자가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대표는 유튜브 채널 ‘스페이스 이디엇’을 개설해 대중에게 우주 기술을 알리는 데도 열심이다. 그는 “초소형 위성 벤처, 우주 스타트업 모두 처음으로 시작한 1호 창업자”라며 “우주 스타트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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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조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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