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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인용전화기 시대가 온다

급성장하는 이동통신

주민등록번호처럼 사람마다 전화번호를 부여하는 시대가 오면 수첩만한 전화기를 허리춤에 차고…

이리듐(Iridium)프로젝트 미국의 통신회사 모토롤라가 계획하고 있는 전세계적인 이동통신망의 이름이다. 지상 7백 60㎞ 상공의 극궤도에 77개의 통신위성을 쏘아올려 지구 어디서나 휴대용 전화기 하나만 가지면 이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게 한다. 위성통신을 이용하므로 통화가 불가능한 지역이 거의 없고, 정지궤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극궤도를 활용하기 때문에 소출력 및 소형안테나에 의한 송수신도 가능하다. 각 위성은 2천8백회선의 음성채널을 제공, 세계 각국의 21만5천6백명 가입자가 동시에 통화할 수 있다. 이리듐의 원소번호가 77번인 점에 착안해 이리듐프로젝트라 명명됐다.

지난해 이 계획을 발표한 모토롤라는 내년 중으로 시험위성을 발사하며 94년까지 전체 시스템의 설치를 마친후 96년부터 서비스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에 소요되는 경비는 줄잡아 20억달러, 모토롤라는 우주항공기술을 보유한 록히드사 에어로 스페이스사(영국) 등과 손을 잡는 한편 이처럼 막대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기업들에 컨소시엄구성을 제의하고있다.

이리듐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현재 미국 영국 북유럽 일본 등지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휴대용 전화시스템이 모토롤라가 채택한 방식으로 통일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적인 성격을 띤 이동통신시스템들이 전세계적인 통합망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차세대 PCN전화기

국내에서도 최근 몇년간 이동통신이 급속도로 일반화됐다. 가장 초보적인 무선통신기라 할 수 있는 무선전화기(cordless phone)는 이제 웬만한 가정이면 하나식 갖출 정도가 됐다. 지난해에는 무선전화기시장이 일반 전화기시장을 추월했다.

차량전화 휴대용 전화무선호출기 등의 이용도 급격히 늘고 있다. 차량전화(카폰) 휴대용전화 등 셀룰러폰(cellular phone)서비스의 경우 84년 2천6백여명에 불과하던 가입자가 90년말 8만명을 넘어 섰고 올해말까지 15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삐삐로 잘 알려진 무선호출기도 83년 3천9백여 가입자에서 지난해 41만7천명 올해말에는 8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생활무전기가 지난해말부터 시판되고, 선박이나 항공기에서 지상에 전화를 걸 수 있는 디지털통신서비스가 97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동통신은 80년대초부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동통신의 대명사격인 셀룰러폰이 처음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부자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 정도로 여겼다. 현재 33개국에 운영되는 셀룰러폰시스템의 가입자는 1천만명을 넘어섰다. 그중 절반 가량이 미국의 가입자다. 미국에서는 매달 16만명 이상이 셀룰러폰을 신청하고 있다. 이쯤되면 TV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셀룰러폰도 필수품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고 할 만하다.

이동통신기술이 발전해가면서 통신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있다. 즉 전통적으로 어떤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음성이나 정보를 전하는 의미에서 이제는 통신수단을 지닌 사람에서 다른 사람에게로 통신이 가능해진 것이다. 앞으로는 전화번호도 특정 장소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처럼 특정인에게 부여돼, 그가 어디를 가든지 그 번호만 누르면 통화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떠오른 PCN(Personal Communication Network)의 개념이다.

PCN의 초보적 단계로 영국에서 서비스가 시작된 CT-2(Second Generation Cordless Telephone)가 있다. 개인용 컴퓨터 크기 정도의 기지국을 기차역 백화점 공항 등의 공공장소에 설치하고, 주위 2백m 반경 이내에서 1백30g 정도의 가벼운 전화기로 전화를 걸 수 있다. 발신전용이지만 실내 전화단자에 연결하면 착발신이 가능한 무선전화기로도 사용가능하다.

이보다 한단계 더나아간 CT-3, 즉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전화기도 지난해말 스웨덴 에릭슨사에 의해 개발됐다. 일본 NTT는 이용자가 어디에 있건 전국 통신망내에 상대방 ID가 등록된 전화기를 자동으로 탐색 연결해 주는 시스템을 지난해 개발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92년 포켓텔레폰(Pocket Telephone)이란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한국전자통신연구소가 95년까지 CT-3급의 PCN전화기를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11월 서울 명동에서 CT-2에 대한 시범운용을 하기도 했다.
 

카폰^셀룰러방식에 의한 대표적인 이동통신 시스템. 주요도시와 고속도로변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하다.
 

도시를 여러 셀로 나누고

차량전화와 휴대용전화는 셀룰러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셀룰러방식이란 대도시 지역을 여러개의 셀(cell)로 나누고 각 셀마다 기지국(base station)이 있어 이 기지국과 전화단말기가 주파수를 맞추어 통신하는 방식이다. 이때 한 셀에서 사용한 주피수를 인접셀에서도 중첩되게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셀룰러폰의 수용능력을 늘린다. 현재 셀룰러폰은 아날로그방식을 이용하고 있는데 디지털로 바꿔 시스템용량을 3배 이상 확대하려는 시도가 선진국들에서 행해지고 있다.

차량전화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도권 제주권 등 몇개 지역에 국한됐으나 올해부터 전국 주요도시와 고속도로변 어디서나 이용가능할 정도로 사용지역이 확대됐다.

카폰을 이용하려면 한국이동통신을 찾아가 가입청약서류와 해지시 도로 찾을 수 있는 설비비 65만원, 제반 경비 17만~18만원을 내면 된다.

통화료는 거리에 관계없이 전국을 단일요금으로 적용하는데 기본요금이 월 2만7천원이고 통화료는 10초당 25원씩이다. 공휴일 및 야간시간(밤9시~아침 8시)에는 30% 할인된 요금이 적용된다. 카폰단말기의 가격은 80만~90만원선.

카폰의 출력전력이 6백mW~2W인데 비해 휴대용 전화기의 출력은 10mW내외다. 카폰은 자동차의 전원을 이용할 수 있지만 휴대용 전화기는 주머니속에 넣고다닐 수 있도록 작고 자체에 전원을 내장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휴대용 전화기의 크기는 보통 10.5×3×7.5㎝로 가방이나 핸드백 양복 포켓에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다.

휴대용 전화기의 사용지역 및 신청방법 통화료 등은 카폰과 비슷하다. 그러나 전화기는 카폰보다 2배 가량 비싸다. 제품의 성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백30만~2백50만원 대.

폭발적인 수요증가를 보이고 있는 무선호출기(삐삐 또는 pager)는 지난 6월부터 전용 교환망으로 묶여져 전국단일요금체제로 전환됐다. 따라서 지방에 있는 가입자를 호출할 때도 시내요금만 물면 된다. 기자나 영업사원들이 주로 차고다니던 삐삐는 최근들어 중국집 배달원도 휴대하고 다닐 정도로 일반화됐다. 수도권의 삐삐 가입자만도 30만명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카폰과 삐삐가 잦은 통화체증을 일으켜 사용자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카폰의 경우 11시~13시, 18시~20시에 통화가 잘 안되며 삐삐는 14시~17시 사이에 통화율이 30% 정도로 떨어진다. 대개 카폰이나 삐삐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급한 용무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통화체증은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기도 한다.
 

삐삐로 잘 알려진 무선호출기(pager)
 

규제 심한 생활 무전기

체신부는 지난해 11월부터 0.5W급 생활무전기의 시판을 허용했다. 그러나 등산 낚시 여행 등 레저용으로 큰 인기를 끌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생활무전기의 수요는 미미하다. 이는 정부가 출력 안테나길이 주파수 대역 등에 대해 까다롭게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출력이4~5W 안테나길이가 1.5m는 돼야 불편없이 쓸 수 있는데 현재 나와있는 제품은 출력 0.5W에 안테나길이는 1m가 고작이다. 이에따라 교신거리는 시내 4백m, 야외 2㎞정도로 극히 짧다. 또 주파수 대역도 27㎒로 제한, 혼신과 잡음 등이 섞여 음질이 좋지 않다.

해외를 운항중인 선박 항공기에서 국내 가입자와 각종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디지털통신서비스는 97년부터 제공된다.

한국통신은 최근 4단계 국제해사통신 현대화계획을 마련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우선 93년까지 금산지구국을 통해 인도양을 항해하는 선박 항공기로부터 전화 팩시밀리 텔렉스 조난통신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게 한다. 2단계는 94년까지 태평양 인도양 지역의 데이터통신서비스를 완료하는 것이다. 3단계로는 97년까지 통신위성을 이용, 항공기에서 국내통화를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 4단계는 선박 항공기 등을 국제이동체통신망에 연결해 디지털전화 고속데이터통신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선박에 관한 이동통신서비스를 하는 국제기구로는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해사위성기구(INMARSAT)가 있다. 통신위성 하나가 지구의 3분의 1을 커버하므로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세개의 통신위성을 띄워 지구 어느 곳에서도 통신이 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항공사들간에는 최근 기내(機內)전화가 고객을 유치하는 주요한 경쟁수단이 되고 있다. 미국의 16개 항공사는 1천4백대 이상의 비행기에 기내전화를 설치했다. 일기가 불순할 때나 예기치 않은 연발사태가 발생할 때 기내전화는 긴요하게 이용된다. 사용료는 2달러의 기본료에 1분당 2달러가 가산된다.

국내기술 초보단계

이동통신 단말기들은 궁극적으로 하나로 통일돼 갈 것이다. 쌍방향 통신이 뛰어난 PCN단말기가 대중화될 무렵이면 삐삐는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또 셀룰러폰과 PCN단말기도 하나로 통합될 것이다.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미래에 컴퓨터와 전화기의 기능을 한꺼번에 갖춘 휴대용 단말기가 출현해 기존의 모든 통신기기들을 도태시킬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러나 이동통신의 발달로 야기되는 부정적인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가령 PCN단말기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기 때문에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 이로 인해 업무시간의 실질적인 연장이 이뤄지고 진정한 의미의 휴식공간이 사라지게 된다. 특히 자신이 있는 곳이 항상 추적돼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기 어렵다.

이외에도 무선통식방식은 통신보안을 유지하기가 유선방식보다 어렵다. 생활무전기의 경우 주파수만 맞추면 다른 사람의 통화 내용을 엿들을 수 있다. 통신개방 이후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외국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미국의 AT&T 모토롤라를 비롯 일본의 NEC 도시바 마쓰시타 오키 파라소닉, 캐나다의 노바텔,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 세계적인 통신메이커들이 기술제휴 또는 직접진출 형식으로 국내시장에 파고 드는 실정이다.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기술은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크게 제약받아왔다. 한미통신협상 당시 미국측은 VAN(부가가치통신)과 이동통신 두가지만 양보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할 만큼 이동통신에 관한한 미국의 집착은 대단하다. 현재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등은 미국, 단말기는 일본이 양분할 정도로 국내시장은 이미 외국기업들의 차지가 돼 있다.
 

야외에서 쓸 수 있는 휴대용 셀룰러폰
 

199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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