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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통신공간을 통해 맛보는 새로운 세상

PC통신 어떻게 하나?

차디찬 반도체 덩어리에 불과했던 컴퓨터가 처음으로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정보전달자로 다가온다.

우선 '통신공간'이란 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통신공간에 들어가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것이다. 통신공간이란 가정 학교 직장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세상과는 다른 또 하나의 사회다. 컴퓨터와 통신기기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으며 또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아마 여러분은 통신공간을 경험하는 순간 차디찬 반도체덩어리에 불과했던 컴퓨터가 처음으로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정보전달자 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 그러면 컴퓨터통신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먼저 통신을 하려면 어떠한 준비가 있어야 할까. 가장 기본적인 장비는 물론 컴퓨터다. 요즘 8비트 PC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으므로 16비트 XT기종이나 AT기종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통신을 하기 전에 어느 정도는 PC와 친숙해져야 한다. 컴퓨터를 켜고 끄 는 법, 디렉토리(directory)를 만드는 법이나 파일(file)을 복사하는 법 정도는 미리 알이두어야 한다. 도스(DOS)를 익혀두고 워드 프로세서를 쓸 줄 안다면 통신을 하기 위한 기초실력은 충분히 갖춘 셈이다.

PC통신을 시작하기에 앞서 필요한 몇가지 개념을 간단히 알아보자. 생소한 단어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차근차근히 읽고, 통신을 하는 동안 몇차례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해 보겠다는 마음을 먹는다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항상 켜져있는 호스트

PC통신이란 컴퓨터와 전화를 이용하여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컴퓨터에 입력된 정보는 전화선을 통해 연락하려는 상대방에게 전달되므로 우리는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과 파일이나 편지를 주고받고 대화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두사람이 각자의 PC를 사용하여 통신을 한다면 반드시 두사람이 동시에 컴퓨터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두사람은 사전에 미리 약속을 해두거나 아니면 통신을 시작할때 통신을 시작하겠다고 서로 연락을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두사람 사이에 항상 켜져있는 컴퓨터가 어디엔가 있다면, 서로 약속을 안해도 또 연락을 안해도 편지나 파일을 켜져있는 컴퓨터에 넣어둔다면 언젠가는 상대방이 찾아갈 수 있다.

이때 두사람의 컴퓨터를 매개해 주는 컴퓨터를 중앙컴퓨터 또는 호스트(host)컴퓨터라고 한다. 가능하다면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커다란 용량과 뛰어난 성능을 가진 대형컴퓨터라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PC통신이라고 이야기하면 단지 개인이 가진 PC들간의 통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통신서비스를 하는 회사나 단체가 있어서 중앙에 호스트를 하나 놓아두고 여러 사람들이 그 중앙컴퓨터를 이용하여 서로 통신을 하는 것을 말한다.
 

호스트의 모뎀^「PC서브」의 호스트 모뎀. 전국에서 전화선을 통해 전송되는 정보는 이 모뎀을 거쳐 호스트로 입력된다.


■모뎀/2천4백bps면 충분

앞서 통신을 하기 위해 전화선을 이용한다고 전제했다. 전화선을 통해 음성이 어떠한 전자적인 신호로 바뀌어 전달되듯이 마찬가지로 컴퓨터와 컴퓨터끼리도 전화선을 통해 신호를 교환한다. 그런데 전화선을 통해서 교환되는 신호와 컴퓨터 내부에서 사용되는 신호는 차이가 있다. 가령 컴퓨터 내의 신호는 디지털신호인데 전화선을 통해서 교환되는 신호는 아날로그 신호라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모뎀(modem)이다.

모뎀의 성능을 나타내는 단위는 bps(bit per second)다. 이는 단위시간(초)당 전달되는 정보의 양을 의미한다. 흔히 1천2백bps니 2천4백bps니 하는 말로 성능을 평가한다. 현재 우리 전화선에서 안정적으로 가능하고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전송속도는 2천4백bps 급이다.
모뎀은 또한 내장형과 외장형으로 구분된다. 내장형이란 카드형태로 컴퓨터 내부에 부착되는 것을 말하며 외장형은 컴퓨터와는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을 뜻한다. 각기 장단점이 있으니 취향에 맞게 선택하기 바란다. 내장형은 가격이 싼 반면 컴퓨터 본체 속에 들어있어 모뎀상태를 점검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시리얼카드/모뎀과 컴퓨터 연결

RC232C시리얼카드(serial card)는 일종의 인터페이스카드로 통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모뎀과 컴퓨터사이의 데이터 전송을 가능케 해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컴퓨터를 구입하면 내부 에이카드가 부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만일을 위해 구입할 때 확인을 해두는 것이 좋다. 만약 이 카드가 내장돼 있지 않다면 구입처에서 따로 사야 한다. 모뎀과 함께 구입하면 2,3만원이면 가능하다.

설명서에 자세한 그림이 있는 것으로 구매를 하든지 아니면 구매할때 설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컴퓨터를 뜯어볼 용기가 있다면 아무 문제없이 설치가 가능할 것이다. 그냥 눌러 끼우면 되는 것이니까.

프로토콜/컴퓨터끼리의 약속

프로토콜(protocol)이란 일종의 약속과 같은 것이다. 컴퓨터간에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끼리의 약속이 필요하다. 언제 어떠한 형식의 데이터를 보내며 만약 회선상의 문제로 잘못이 생기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서로의 약속을 프로토콜 또는 통신규약이라고 한다. 프로토콜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전문적인 내용이기도 하고 또 지금 당장은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구체적인 사항들은 직접 통신을 하면서 배우기 바란다.

통신에뮬레이터

에뮬레이터(emulator)를 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대신 흉내내다'라는 뜻이다. 컴퓨터공학에서 에뮬레이터는 하드웨어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즉 통신에뮬레이터란 PC와 대형컴퓨터간의 통신을 위해 하드웨어적인 차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해주는 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통신에뮬레이터는 현재 공개소프트웨어(돈을 안주고 마음대로 복사해도 괜찮은 소프트웨어)로 많이 나와있다. 예를 들면 인토크(Intalk) 이야기 한토크(Hantalk) 등이 시중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기능이 대부분 비슷하나 조금씩 다른 특징들이 있다. 인토크는 한글 통신에뮬레이터의 시조로 소프트웨어적으로 한글을 지원한 최초의 에뮬레이터다. 기능이 단순하며 별다른 문제점이 없어 나온지 꽤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이야기'는 경북대학교 '하늘소'라는 컴퓨터연구모임에서 만든 에뮬레이터로서 그래픽문자를 지원한다. 최근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통신프로그램이다. 그 외에도 아주 다양한 에뮬레이터가 우리말 이름으로 나와있다.

통신프로그램을 구하려면 용산 전자상가 어느 곳에 가서 부탁을 해도 착한 주인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복사해준다.

이제 어느 정도 사전준비가 되었다. 설치하는 방법을 알아 보자. 모뎀이나 통신프로그램을 구하면서 동시에 설치방법을 알아두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 될 것이다.

내장디스크(혹은 하드디스크)가 있다면 자신이 통신을 위해 사용할 디렉토리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 그 디렉토리안에는 통신에뮬레이터도 들어 있어야 하고 또한 통신을 통해 자료를 주고받을 파일도 있어야 한다. 내장디스크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통신에뮬레이터를 디스켓에 담아 드라이브 A:를 이용해야 한다.

에뮬레이터를 작동시키려면 먼저 준비된 파일중에 설치방법이 담겨있는 문서파일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를 충분히 숙독하고 설치하면 되는데, 반드시 잊지 말아야할 것은 컴퓨터마다 각기 환경들이 다르므로 제일 먼저 할 일은 에뮬레이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환경을 갖추어줘야 한다. 비디오카드의 종류(허큘리스 VGA CGA 등), 입출력포트번호, 전송속도, 패리티비트 등을 맞추어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각 에뮬레이터마다 환경을 만드는 방법은 차이가 있다.

환경을 맞추고나면 설치는 대강 끝난 셈이다. 다음에는 명령어를 실행하여 통신을 직접 해보면 된다. 인토크같은 경우에는 intalk라는 명령어를, 이야기는 i라는 명령어를 실행시키면 된다. 에뮬레이터 자체의 기능은 그 내부의 도움말(보통 F1키를 누르면 됨)을 참조하기 바란다. 컴퓨터와 전화기, 모뎀과 시리얼카드 통신에뮬레이터가 갖춰지면 컴퓨터통신을 위한 준비는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에뮬레이터를 실행시키고 전화를 걸어보자. 전화거는 방법은 모뎀사용설명서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보통 'atdt 전화번호'라는 명령어로 전화를 건다. 성공적으로 접속이 되었을때는 '삐'하는 소리와 함께 connect라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며 곧 접속화면이 나온다.
 

PC통신을 시작하면서 우선 16비트PC와 모뎀 시리얼카드 통신에뮬레이터를 준비해야 한다.


케텔에 접속하려면

그러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케텔(KETEL,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제공하는 컴퓨터통신서비스)에 접속하는 과정을 설명해 본다. 다른 경우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동소이하다.

at
OK
atdt 312-2868
(지방일 경우에는 지역번호를, 구내전화일 경우에는 9w 또는 9,를 누르고 312-2868)
connect

요즘 통신이용이 폭주하기 때문에 저녁 무렵에는 접속하기가 무척 힘들다. 따라서 시험적으로 접속할 때는 아침시간이나 이른 저녁시간이 좋을 듯 하다. 성공적으로 접속이 되었다면 사용자이름(user ID)을 넣으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아직 ID가 없다면 손님이라는 뜻의 guest라는 ID를 입력하면 케텔을 구경할 수 있다.

PC통신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케텔이나 데이콤(DACOM, 한국데이타통신)의 PC서브 등에가입해야 한다. 이들 통신망에 가입하고 빨리 ID를 나오게하는 방법은 조금 번거로울지 모르지만 직접 찾아가는 방법이 확실하다. 보통 우편이나 전화로 신청했을 때는 1주일내지 보름(유료서비스를 하는 데이콤은 보통 2주이상) 걸리나 직접 찾아가서 서류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며칠만에 ID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한국경제신문 뉴미디어국 케텔담당자 전화번호는 313-5511.

이제 자신의 ID도 발급되었고 성공적으로 접속하였다면 차근차근히 케텔이라는 전체 공간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구경해보기 바란다. 자신이 컴퓨터통신에 직접 참가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케텔에는 전자신문(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신문 등 뉴스기사)을 비롯하여 생활정보, 우스갯소리를 모아논 유머란까지 비교적 다양한 게시판이 있다.

(여러분은 어느덧 통신공간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내딛은 셈입니다. 우선 편지쓰기부터 배워서 잘 들어왔다고 저에게 소식을 보내주세요. 그럼 저는 무척 기뻐할 겁니다. 그리고 반갑게 환영한다는 답장을 해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저의 ID는 theus 90입니다. prometheus라는 신의 뒷음절들입니다.)

동호회 가입요령은 동호회마다 절차가 다르지만 편지쓰는 법을 배워서 직접 동호회 게시판이나 담당자에게 편지하면 매우 친절하게 알려줄 것이다.

PC통신을 위한 참고서적으로는, 서점에 가면 무수히 많은 종류가 나와 있지만 근래에 한국경제 신문사에서 나온 'KETEL사용법'이란 책이 초보자에게 권할 만하다. 이 책에 케텔을 사용하는 방법이 아주 상세히 설명돼 있다.
 

데이콤「PC서브」의 호스트 컴퓨터


함께하는 통신공간

이 글을 쓰면서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함께하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함께하는 방법은 참으로 여러가지가 있구나'하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통신공간을 단지 있는 정보나 이용하고 시간을 때우는 공간, 개인의 이익과 편리함만을 앞세우는 그러한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물론 컴퓨터통신을 이용하면 여러가지 편리한 점이 많다. 그리고 남들이 맛볼 수 없는 재미를 느껴 푹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잊지 말아야할 것은 그러한 편리함과 재미속에서 잊혀져가는 그 무엇이 있고 또한 각박한 우리 세상처럼 통신공간도 이처럼 변해갈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통신공간도 하나의 공동체다. 그곳에도 올바름과 그릇됨이 있고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다툼이 존재하고 우리가 함께하는 공감대가 있다.

199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장영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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