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육지와 다리가 놓인 강화도는 섬이라는 느낌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그곳에 섬 속의 섬을 이루는 곳이 있다. 강화도 내가면 외포리 앞바다에 위치한 석모도가 바로 그곳이다.
낙조의 풍광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석모도는 635년 신라 선덕여왕 때 낙가산 기슭에 지어진 사찰인 보문사가 자리 잡고 있어 더 유명하다.
보문사 일주문을 지나 300m 정도 올라가면 경내에 도달한다. 경내에 들어서면 바로 왼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석실이 나타난다. 석실 바로 앞 사찰 한가운데는 관음보살을 모신 극락보전이 자리 잡고 있다.
극락보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면 멀리 낙가산 중턱 숲 사이로 하얗게 속살을 드러낸 바위덩어리가 눈에 들어온다. 극락보전 옆으로 난 419개의 계단을 따라 10분 남짓 올라가면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에 10m 높이로 새겨진 마애석불좌상을 만나게 된다. 암벽에 정교하게 조각된 불상의 모습에도 감탄이 나오지만 불상을 보호하듯 지붕처럼 위를 덮고 있는 기이한 모양의 암석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더욱 신기하고 궁금하다.
이 암석에는 마치 사람의 눈썹과 닮았다고 해서 ‘눈썹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눈썹바위가 있는 낙가산의 암석들은 모두 화강암으로 8000만~7000만년 전인 백악기 말 지하 3~4km 부근에서 마그마가 관입해 형성됐다. 눈썹바위는 바로 이런 화강암의 절리에 의한 풍화작용으로 생겼다.
지하 깊은 곳에서 큰 압력에 눌려 있던 화강암이 지표에 노출되면 무거운 하중으로부터 벗어나면서 부피가 팽창해 암석에 금이나 균열선이 생긴다. 또한 대부분의 암석은 습곡과 단층 운동 같은 지각 변동에 의해서 수평 또는 수직의 균열, 즉 절리가 발달하게 된다.
이 때 수평 방향으로 절리가 탁월하게 발달하면 수평 절리면을 따라 침식과 풍화가 집중돼 마치 양파 껍질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기반암에서 암괴가 서서히 분리돼 떨어져 나간다. 이를 수평의 판상 절리에 따른 ‘박리’(剝離)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석모도의 눈썹바위다.
눈썹바위는 원래 하나의 거대한 바위덩어리였다. 실제로 눈썹바위가 있는 낙가산을 해안에서 바라보면 돔 모양의 단일한 암체로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지표에 드러난 거대한 단일 암체를 지형학 용어로는 ‘보른하르트’(bornhart)라고 한다.
보른하르트에 판상으로 발달한 절리면을 따라 침식과 풍화가 일어나 암석들이 아래쪽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지금의 눈썹 모양을 이루게 된 것이다. 눈썹바위 아래로는 기반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괴들이 경사면을 따라 늘어져 있으며 지금도 나무뿌리가 절리면을 파고 들어 쐐기작용을 함으로써 박리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한편 보문사 석실은 동굴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판상 절리에 의해 눈썹바위보다 더 큰 깊숙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눈썹바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알고 석실에 드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