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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로 실험하다보면 술을 마신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럴 때 음주측정기가 있다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보여줄 수 있다. 실험실에서 음주측정기를 만들 방법은 없을까.


방학 시작과 함께 슬기와 모험이는 학교 과학반 친구들과 과학 축전에 응모할 자신들만의 실험을 만들기로 계획했다. 그러던 어느날,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실제로 가능한지를 조사하는 와중에 에탄올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이 과학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 너희 지금 뭐하는 거냐?
모험이 : 과학축전에 나갈 실험을 구상하고 있는데요.
선생님 : 그런데 왜 이렇게 술냄새가 풀풀 풍기는 거지? 혹시 너희들 딴 짓한 것 아냐?
과학반 친구들 : 아니요. 이건 에탄올 냄새란 말이에요. 일제히 아니라고 말을 했는데도 선생님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신다.
선생님 : 가만있자. 좀전에 교무실 책상 위에 놓인 술병이 사라졌는데…. 이제 보니 너희가 몰래 갖고 와서 마셔놓고선 일부러 에탄올로 실험했다고 변명하는 것 아냐?

더욱 기가 막힌 상황이 되자, 슬기가 나선다.

슬기 : 저희가 진짜로 술을 안마셨다는 증거를 댄다면 되겠어요? 그리고 학교에 저희만 남아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선생님께서 지금 남아있는 다른 애들을 불러다주시면 저희가 범인을 밝혀내겠어요. 이 말을 들은 선생님과 친구들은 모두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슬기는 술을 훔쳐서 마신 범인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 왜 그럴까?!

▶▶▶ 유리관 속 결정의 색깔이 변하는 까닭은?

중크롬산칼륨은 산성 용액(황산 용액)에서 강력한 산화제로 작용한다. 여기에서 중크롬산칼륨은 에탄올을 산화시켜 아세트산을 형성한다. 이때 알코올은 산성 용액 속에서 주황색을 띠는 중크롬산 이온을 구성하는 크롬을 +6가에서 초록색인 +3가로 환원시킨다. 이로 인한 색깔 변화로 알코올이 반응했음을 알 수 있다.

${3C}_{2}$${H}_{5}$OH + ${2K}_{2}$${Cr}_{2}$${O}_{7}$ + ${8H}_{2}$${SO}_{4}$
(주황색)

${3CH}_{3}$COOH + 2Cr₂(SO₄)₃ + ${K}_{2}$${SO}_{4}$ + 11${H}_{2}$O
(초록색)

실험에서 실리카겔은 중크롬산칼륨이 기체상태의 알코올과 반응이 잘 되도록 한다. 실리카겔은 미세한 구멍이 많아 표면적이 대단히 넓다. 황산 용액과 중크롬산칼륨 용액에 넣으면, 실리카겔은 이들 성분을 쉽게 흡착한다. 황산 용액과 중크롬산칼륨 용액을 섞은 액체상태일 때보다, 이들 성분이 실리카겔 결정에 묻어있는 경우에 표면적이 커져서 알코올 증기와의 반응이 높아진다.

산화된 알코올의 양에 비례해 중크롬산칼륨 색깔의 변화정도가 커진다. 중크롬산칼륨이 날숨 속에 남아있는 알코올과 반응해 색깔이 변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초록색의 진한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롤라 하거가 만든 ‘드링코미터’라는 최초의 음주측정기도 같은 원리다. 이 장치는 풍선과 비슷한 플라스틱 주머니와 결정이 들어있는 공기 튜브로 돼 있었다. 운전자가 입김으로 이 주머니를 부풀린다. 그러면 운전자의 날숨에 남아있는 알코올이 튜브 안 중크롬산칼륨 결정과 반응하고, 주황색이 튜브에 표시된 수준까지 변하면 운전자가 음주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간주했다.

오늘날 사용되는 음주측정기는 대개 전자식으로 풍선식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 이 장치에는 튜브로 불어넣은 알코올이 많을수록 강한 전류가 흐르게 돼 혈중 알콜농도에 따라 다른 색의 불이 점등된다.


▶▶▶ 흔들면 푸른색이 나타나는 이유는?

메틸렌블루는 산화되면 푸른색, 환원되면 무색을 나타내는 산화·환원 지시약이다. 메틸렌블루는 보통 산화상태인 푸른색을 띤다. 그런데 용액 속 포도당이 염기성 용액에서 산소와 결합하는 힘이 더 강하기 때문에 메틸렌블루가 산소를 잃고 환원색인 무색이 된다.

그런데 플라스크를 천천히 돌리면 플라스크 중의 산소가 녹아들어 메틸렌블루 지시약은 다시 산소와 결합해 산화색인 푸른색으로 변한다. 산소의 포화정도에 따라 짙은 푸른색을 볼 수 있다. 또한 플라스크를 가만히 놔두면 포도당이 산소를 다시 빼앗아 산화되고, 지시약은 포도당에 의해 환원돼 무색으로 되돌아간다.

이 실험을 여러번 반복하다보면 고무마개로 막은 플라스크 안의 산소량이 감소해 플라스크를 흔들어도 푸른색으로 변하는 정도가 줄어든다. 계속 실험하고 싶다면 공기를 주입하고 지시약을 한방울 정도 더 넣어주면 된다.


슬기는 실험실에서 구할 수 있는 물질로 음주측정기를 만들었다. 이를 갖고 학교에 남아있는 친구들의 음주 여부를 가려내는데 성공해 과학반 친구들의 누명을 벗겼다.

200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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