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양화의 주범 인산염. 그러나 세정력은 뛰어나 보조제다.
페놀오염파동이후 전국적으로 '합성세제 샴푸 안쓰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요즘 지구 저편의 영국에서는 때아닌 무공해세제 유해논쟁이 번져 화제가 되고있다.
논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세제 속의 오염물질(Pollutants in Cleaning Agents)'이란 제목이 붙은 한보고서. 그 골자는 인산염(phosphate)성분이 없는 무공해 세제가 의복의 때를 제대로 세탁해내지 못할 뿐 아니라 섬유 속의 박테리아를 증식시키는 기능까지 한다는것이다.
애당초 무공해세제의 문제점을 시민들앞에 들고나선 것은 올브라이트 앤드 윌슨(Albright & Wilson)이라는 재래식세제 생산회사다. 이들은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인산염이 포함된 재래식세제와 인산염이 없는 무공해 세제로 세탁한 뒤의 섬유표면의 현미경사진 두 장을 확대해서 보여줬다. 놀랍게도 무공해세제로 세탁한 옷의 섬유는 재래식세제로 빤 것에 비해 형편없이 엉클어지고 양모의 경우 모공이 막힌 모습이었다. 이 회사의 대변인은 "소비자들은 흔히 겉보기에 옷이 얼마나 깨끗하게 세탁됐는지로 세정력을 확인할 뿐 섬유수명이나 위생문제까지는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공개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합성세제 속의 인산은 생활하수로 방류돼 물의 부영양화를 초래하는 주요오염물질로 지목돼왔다. 몇년전부터 환경운동단체들의 압력이 거세지자 세제회사들은 종래의 인산을 대체해 제오라이트(zeolite) 등을 사용하고 있다.
세제의 역할은 물과 세탁물이 맞닿는 경계면에 작용해 오물이 세탁물의 표면에서 떨어지게하는 계면활성작용에 있다. 이를 위해 세제는 계면활성제와 보조제(builder)가 주성분이 되는데 인산염은 오랫동안 보조제로 애용돼왔다. 사실 보조제는 그 자체만으론 별다른 세정력을 발휘하지 못하나 일단 다른 요소들과 함께 섞여 세제성분의 일부가 되면 세정력을 급격히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난 50년간 인산염을 보조제로 사용해온 올브라이트 앤드 윌슨사는 어떤 보조제도 인산만큼의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세탁물 표면에 때가 다시 앉는 것을 막기위해 차선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세제 속의 폴리 카르복실레이트(polycarboxylates)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특히 그들은 알루미나규산나트륨을 주성분으로한 무공해세제의 보조제 제오라이트로는 옷감 표면에 얼룩이나 때가 다시 앉는 것을 막을 수없다고 단언한다.
올브라이트사가 옷감표면에 다시 붙는 때를 이렇게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의복의 청결함이나 아름다움을 중요시해서가 아니다. 의복표면의 얼룩이나 때로 인해 생긴 굴곡이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들의 피난처가 된다는 세균학계의 보고서를 근거로 인산염 사용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 89년 이탈리아의 응용세균학회지는 섬유표면의 씻겨나가지 않은 때가 더께를 형성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장소가 되는 것을 보여줬다. 올브라이트 앤드 윌슨사는 곧 실험을 통해 인산염을 보조제로 사용한 세제의 세정력이 제오라이트계열보다 7배나 높다는 것을 밝힌 뒤 멀리 있는 환경보존을 위해 인산염사용을 규제할 것이냐, 걸치고 있는 옷에서 세균이 번식하는 일부터 막아야 할 것이냐는 식으로 묘하게도 문제를 양자 택일로 몰아가고있다. 게다가 이들은 인산염은 무공해세제가 아니더라도 당국이 강바닥에 설치하기로 한 인산염제거 필터를 통해 걸러질 것이며 세제보다는 음식찌꺼기나 농축산폐수속의 인산양이 더 막대하다는 점까지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대로 무공해 세제의 세정력이 인산염을 쓴 재래식보다 뒤떨어진다해도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더 나은 무공해세제이지 이들의 합성세제는 아닐 것이다. 환경문제는 이들이 생각하듯 결코 먼곳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