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개미떼들이 서부 아프리카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땅위에 거대한 가로줄무늬를 만드는 이들의 서식지는 이름하여 '흰개미띠'(termite bands). 그러나 이 개미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자기 동족처럼 인간생활을 위협하는 말성꾸러기는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사는 지역은 땅도 촉촉해지며 곡식도 잘 자란다. 흰개미띠가 발견된 것은 지난 70년대 말. 이 띠에는 골짜기와 언덕이 번갈아 나타나 물결모양을 이루는데 언덕높이가 2m에 이르는 것도 있고 총 길이는 수천㎞에 달한다.
마침내 지난 89년에는 영국정부의 해외 개발부가 운영하는 자연자원연구소(Natural Resources Institute))의 톰 우드와 피터 브린 두 사람이 보츠와나 공화국의 크가파마디 지역을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곧 흰개미가 토양을 변화시키는 생물학적 제제(biological agent)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NRI의 생태학자인 헬라이나 블랙은 "지금까지 곤충학자들은 흰개미를 고약한 해충으로만 알아왔다. 아마도 흰개미가 익충(益蟲)역할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한편 과학자들은 흰개미가 왜 수직 대신 수평방향으로만 집을 짓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블랙은 흰개미들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이런 방향을 취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들은 집을 지으면서 경사진 둔덕을 만드는데 둔덕 사이의 고랑은 우기(雨期)에 빗물이 빠져나가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의 기초조사에 따르면 사탕수수는 둔덕도 고랑도 아닌 그 중간쯤의 위치에서 가장 잘 자란다. 따라서 이 흰개미들이 만들어 놓은 둔덕 중간쯤이 사탕수수가 자라기에 가장 적당한 장소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