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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컴퓨팅의 세계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작업 척척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작업 척척

최근들어 자주 거론되고 있는 이동 컴퓨팅의 개념은 이미 PC의 출현과 함께 예견된 것이었다. 기술의 획기적 진보에 따론 이동 컴퓨팅의 발전 형태는 이제 PDA란 개인용 정보기기의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동 컴퓨팅은 문자 그대로 '이동성(Mobility)을 갖춘 컴퓨터'를 이용해 장소가 어디든 원하는 작업을 수행 하는 것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이동 컴퓨팅의 개념은 지금의 모습을 갖춘 우리 인간이 끊임없이 자연과 환경에 적응, 도전하면서 우리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해 왔듯, 최초 컴퓨터라는 괴물이 우리 사회에 출현했을 때부터 싹트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80년대 초반 모두를 놀라게 했던 PC의 출현은 컴퓨터를 '유리집'(Glass House) 이라 일컬어지던 전산실의 괴물이 아님을 증명했다. 책상에 올라온 이 기계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곧바로 크기를 축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된 운반형 PC(transportable PC)로 변했다. 하지만 초창기의 이 PC는 기존 PC를 약간 축소시킨 크기에 손잡이를 달아놓은 것처럼 투박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양에 너무나 무거워서 실용화되기에는 애초부터 난망이었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무릎에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의 랩톱(Laptop)이 등장하고 비로소 PC에 이동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역시 기술발전의 엄청난 속도는 더욱 더 PC 크기를 줄여나가도록 강요했고 이제는 일반화된 노트북 PC, 손바닥 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의 팜톱 PC, 노트북과 팜톱의 교량역할을 하는 서브노트북, 최근 열풍을 몰고 있는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서 우리생활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축소지향을 추구한 인간의 욕구 만족

기본적으로 이동컴퓨팅은 사무실의 데스크 톱 PC에서 할 수 있는 전산작업을 이동중에도 가능토록 하자는데 그 취지가 있으며, 이것은 독특한 이동 컴퓨팅 기기만의 영역을 구축케 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동 컴퓨팅 기기의 용도로는 일반적인 사무영역 이외에 건설현장이나 창고업무 종사자, 전기 및 각종 계기 검침원, 수송업무 담당자, 보험 설계업무나 영업사원, 기계 수리 보수요원 등 주로 사무실 이외의 지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업무를 들 수 있다.

일부 이동 컴퓨팅 기기들은 특별히 이런 업무만을 쉽게 수행할 수 있도록 바코드 스캐너나 각종 계측기구들을 부착, 혹은 내장 사용하게끔 설계되어 있기도 하다. 또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높아 사무공간의 효율이 강조되는 곳에서는 노트북같은 이동 컴퓨팅 기기들이 부피가 큰 데스크톱 기기들을 대체함으로써 사무실 유지에 따른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서울이나 뉴욕같이 엄청난 교통량으로 고통받는 대도시의 시민들은 전철이나 차안에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도 필요한 사항을 이동 컴퓨팅 기기들로 처리할 수도 있다.

이동 컴퓨팅 기기는 크기에 따라 대략 5가지 정도로 나뉜다. 앞에서 대략 살펴봤듯이 최초의 운반용 PC는 그 무게가 6.8㎏ 이상에 AC전원만을 사용할 수 있었고, 랩톱의 경우 3.6㎏ 정도의 무게에 배터리사용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노트북은 A4보다 조금 큰 크기에 무게는 3.1㎏ 아래로 가벼워졌으며 고성능 배터리에 관한 연구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가장 대중적이고도 합리적인 이동 컴퓨팅 기기로 자리잡았다.

크기만으로 따지자면 서브노트북(subnotebook)이 그 다음에 출현해야 하지만 사실은 팜톱의 개념 출현이 먼저이고 제품도 먼저 출하됐다. HP의 95-LX같은 제품이 그 좋은 예다. 노트북의 경우 데스크톱 PC에 못지 않은 프로세서 파워-이제는 대부분의 노트북이 486급의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있다-를 갖추고 데스크톱에서 가능한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 된 반면, 팜톱은 크기에 따른 제한으로 기본적인 개인 일정관리 프로그램이나 캘린더 , 스프레드시트 등을 내장된 ROM에 넣은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최근에 많이 채택하고 있는 펜 형식보다는 축소된 키보드를 채택하고 있는 점이 PDA와 외형상으로 구분된다.

서브노트북은 이름 그대로 노트북의 특성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크기를 더욱 축소시킨 개념으로 팜톱의 제한된 기능을 극복하고 축소를 지향하는 인간의 욕구가 탄생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기술의 발전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서브노트북의 개념은 일시적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지기가 쉽다. 1, 2년이내에 프로세서의 파워가 향상되고 각종 부품의 크기가 축소되면 지금의 서브노트북이 자연스럽게 노트북으로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B5 용지 사이즈나 샐러리맨들이 많이 들고 다니는 다이어리 크기를 연상하면 되는 정도의 크기에 486급의 프로세서를 채용하여 성능에 있어서 노트북과 큰 차가 없다. 작년 세계 최대의 PC시장인 미국에서 열풍을 몰고 왔던 서브노트북의 대표 주자로는 IBM의 ThinkPad 500이나 HP의 OMNI 300이 꼽힌다.

크기로만 보면 팜톱과 같은 범주에 넣어야 할 PDA는 가장 최근에 등장한 개념으로 PDA 이외에도 PIP(Personal Information Partner : IBM에서 붙인 이름), Personal Communicator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그러나 애플의 스컬리 회장이 가장 먼저 언급하였고 또한 실질적으로 애플의 뉴턴이 먼저 출현한 관계로 이제는 PDA라는 이름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PDA는 그 기능이나 목적상 기존의 소형 이동 컴퓨팅 기기와는 그 개념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또 한 그 영향이 우리 인간의 생활모습을 크게 변화시키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손바닥크기의 팜톱은 크기에 따른 기능의 제한으로 특수종사자들만을 사용자로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동 컴퓨팅의 열쇠는 무선통신 기술

이동 컴퓨팅 기기를 논하면서 PCMCIA를 빼 놓을 수 없다. 필자는 PCMCIA 없는 오늘의 이동 컴퓨팅 기기는 있을 수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 PCMCIA는 Personal Computer Memory Card International Association의 약자로,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원래는 메모리를 크레디트 카드 크기의 카드에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협회의 이름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카드의 용도가 입출력장치, 즉 LAN 카드나 모뎀으로 발전했고 최근에는 대용량의 하드 디스크를 출현시켰다.

최초의 메모리 카드는 두께 3.3㎜의 타입 I 으로 분류되며, 주로 입출력 관련 장치나 모뎀용도로 사용되는 타입 II 는 두께가 5.0㎜, 대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위해 출현한 타입 III 는 두께가 10.5㎜다. 이러한 타입은 기술의 발전과 목적에 따라서 계속적으로 IV V 로 진행할 것이며 실제로 지난 추계 컴덱스쇼에서 무선 모뎀을 탑재한 타입 IV 가 목격되기도 했다. PCMCIA 카드가 중요시되는 이유는 그 크기 때문이다. 크레디트 카드 크기이면서도 다재다능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경량, 단소화해야 하는 이동 컴퓨팅 기기의 특성에 안성맞춤이다. 또 PCMCIA 카드는 전력의 소모가 일반 장치에 비해 엄청나게 작아 소형의 배터리로 장시간 사용하길 원하는 이동 컴퓨팅 기기 사용자의 욕구에 적합하다. 이 PCMCIA는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는 이동 컴퓨팅 기기이 외에도 많은 분야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컴퓨터에 완벽한 이동성을 부여하려면 '모든 선으로부터의 해방'(free from wired connection)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곧 무선통신 기술의 발전만이 이동 컴퓨팅 기기의 완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의 무선통신 기술은 흡족한 것은 아니다. 무선통신은 엄청난 하부구조(infra structure)에 대한 투자를 요하며 그 전개방식에 따라 무궁무진한 연구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결국 이러한 투자는 국가의 전략적 경쟁력과도 밀접한 것이어서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에 엄청난 돈과 노력을 퍼붓고 있다. 무선통신은 그야말로 이동 컴퓨팅 기기의 사용자로 하여금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작업이나 통신을 가능케 하는 중추이기 때문에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 워낙 무선통신 기술의 범위가 넓고, 또 난해하므로 간략히 몇가지만 이야기해 보자.

무선통신의 환경은 우리들이 요즘 사용하는 이동전화가 운용되는 셀룰러 환경, IBM과 모토로라가 합작 운용하는 Ardis 네트워크가 사용되는 라디오(radio) 환경, 무선통신을 응용한 LAN WAN MAN 등의 환경, 그리고 위성통신 환경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무선 MAN(Metropolitan Area Network)은 최근 선진국에서 연구가 한창 진행중으로, 고층빌딩과 각종 전파가 난무해 통신장애가 심한 대도시에서 무선방식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다. 위성통신의 대표적 사례로는 모토로라가 추진하고 있는 '이리듐 66' 프로젝트가 있다. 지구궤도에 66개의 위성을 띄워 어디서나 교신이 가능케 한다는 취지인데 워낙 거창한 계획이라 1-2년 이내에 그 성공을 점칠 수 없다.

위성통신이 워낙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좀 저렴한 방법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없는가 하는 연구중 유성폭발(Meteor Burst)이란 재미있는 이름의 것이 있다. 지구에는 하루 평균 수만개의 유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 대부분은 대기권에 진입할 때 이온화된 가스 꼬리를 달고 들어오는데 이 가스꼬리는 전파를 일정방향으로 굴절시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 과학자들이 가스꼬리에 전파를 발사해 위성을 대체하는 효과를 얻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위성통신의 경우 양방향통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유성 폭발방식이 양방향이 되기 위해선 한 쪽에서 전파를 유성을 향해 발사하면 반대쪽에서도 유성에 전파를 발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쪽에서 응답을 하려면 다음 유성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우스운 얘기가 되는 것이다. 황당한 얘기지만 미국에서는 이 기술을 상업화하려는 노력이 진행중이고 실제로 '유성커뮤니케이션', '페가수스 메시지스'라는 회사들이 설립돼 있기도 하다.

셀룰러환경을 이용한 통신중에서 주목할 것은 IBM의 CDPD(Cellular Digital Packet Data)기술이다. 이는 기존의 셀룰러 네트워크상에서 음성과 데이터를 함께 실어 보낼 수 있는 기술로서 현재 미국 대기업들이 응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까지 설명한 것들 이외에 PCN, 혹은 PCS(Personal Communication Network/Service)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나' 통신의 결정판으로, 사용자는 조그마한 단말기를 네트워크에 등록해 언제 어디서나 음성 및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유럽에서 좀 더 빠른 속도로 실현되고 있는데, 아직은 시험단계로, 그 구현방식은 기존의 셀룰러방식을 응용할 수도 있고 CT2(Cordless Telephone 2)라는 방식이 시험되기도 한다.
 

IBM이 개발한 개인용 이동 정보기기 사이몬. 통신기능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아직 초보단계에 불과한 PDA

지난 8월 미국의 애플사는 뉴턴이라는 이름의 1세대 PDA를 선보였다. 이후 추계 컴덱스쇼에서는 탠디와 카시오사의 주머(Zoomer)나 최우수상품으로 선정된 IBM의 사이몬(Simon)이 뒤질세라 선보였다. 그 이후 세계 통신기기 및 컴퓨터 업계에는 PDA의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럼 PDA란 무엇인가 ?

PDA는 외형상 키보드보다는 펜 형식을 위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팜톱과 구별된다. 그리고 기존의 123 스프레드시트 같은 어플리케이션의 수행이 주목적이 아니라는 점도 팜톱과 다르다.

이상적인 PDA는 손바닥에 들어갈만한 크기에 무게는 1.8㎏ 이내이어야 하고 사용자가 펜으로 메모할 수도 있고, 약속이나 해야 할 일 등을 관리해주는 일정관리 프로그램이 탑재돼 있으며, 텍스트 화상 음성 등의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고, 팩스나 E-Mail 등을 보낼 수 있는 통신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강력한 통신기능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 기기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일단 대부분의 PDA들은 펜 운영체계를 가지고 스타일러스(Stylus)라고도 불리우는 전자펜으로 입력을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PDA 개발자들이 PDA의 크기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키보드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 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완벽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양해해야 할 것 같다. 우선 펜 입력을 할 경우 사용자의 필기체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해 엉뚱한 반응을 나타내는 점이 지적된다. 사용자의 필기체를 컴퓨터가 제대로 기계적 언어로 바꾸지를 못하는 것이다. 또한 일단 사용자의 필기체를 기계적으로 읽은 후 반응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점은 1세대 PDA(개선의 여지가 많으므로 1세대라고 칭할 수밖에 없다)가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는 한 예가 될 것이다.

PDA의 또다른 외형적 특징은 플로피 드라이브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PCMCIA 슬롯에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PDA에 채택된 프로세서들은 대부분이 인텔 호환칩이 아닌 개발사들의 독특한 칩이다. 이 프로세서들은 각 PDA들의 운영체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데, 뉴턴은 ARM 610이라는 영국에서 개발한 32비트 RISC칩을, AT&T의 EO 440/880는 Hobbit이라는 저전력소모의 32비트칩을 사용하고 있다. PDA자체의 기억용량이 작기 때문에 운영체제가 ROM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간결해야 하는 것도 PDA의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들을 살펴볼 때에 느끼는 점은 아직까지는 너무나 많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어떠한 컴퓨팅 기기들도 운영체제나 어플리케이션이 출중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현재 사용되는 운영체제는 PDA를 만들어낸 회사들만의 고유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호환성에 문제가 많고 표준화가 시급하다. 또한 그 운영체제에서 운용되는 어플리케이션도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고 시험적인 것들이 많아 성능의 평가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통신측면에서도 무선통신 기술이 아직 우리의 꿈을 실현시켜줄 만큼 만족스럽지 못하고, 통신을 가능케 해주는 주변기기들의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기기 자체에 내장돼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아(특히 튜턴) PDA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불만이다. 작년 추계 컴덱스쇼에서 최우수상품으로 선정된 사이몬은 그 자체가 셀룰러폰인데다 팩스 기능 및 E-Mail 전송기능, 삐삐기능, 전자펜을 통한 그림 및 메모입력기능, 터치방식의 명령입력방식과 펜방식의 동시사용가능, 우수한 개인일정관리 프로그램 내장 등의 다양한 기능에도 불구, 가격은 8백99달러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PDA들이 보편화되려면 가격도 7백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PDA에는 독특한 경제학이 적용 된다. 이 세상 대부분의 상품이 원가에 개발비용을 포함시켜 그 위에 마진을 얹는 형태로 판매된다. 하지만 PDA에 적용되는 경제학은 이러한 전통적인 것이 아니다. PDA개발에 투입된 비용을 감안하고 그 안에 장착되는 부품들이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들인 것을 감안하면 대중화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PDA는 PDA들이 운용되는 네트워크의 공식 단말기로 등록해 사용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PDA를 공급하고 대신 사용자들은 일정한 단말기 사용료를 네트워크 사용료와 함께 지불한다. 이것을 통해서 PDA업체는 개발비의 회수와 함께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며 대중화에도 성공한다는 시나리오다. 아직은 PDA자체의 개발이 초창기라 이러한 경제학이 적용된 예는 없지만 무척 재미있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PCMCCIA타입 Ⅲ의 하드디스크
 

PDA는 컴퓨터가 아니다

PDA가 미래의 주역이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더이상 PDA는 컴퓨터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화도 아니다. 즉 미래 이동 컴퓨팅의 주역은 컴퓨터 무선통신 가전산업이 통합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현재의 TV 리모콘 박스만한 크기의 PDA만 가지면 웬만한 것은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상품화 예정인 IBM의 사이몬은 PCMCIA 슬롯에 TV 카드를 꽂으면 액정화면을 갖춘 TV로 변하게 된다. 상대를 보면서 전화를 할 수도 있고 필요한 쇼핑정보를 꺼내볼 수도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외환시장을 다루는 딜러들은 더이상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울 필요없이 집에서도, 달리는 차속에서도 거래를 할 수 있다. 미래의 PDA들은 이처럼 멀티미디어 기능까지도 갖추게 될 것이다.

펜 입력방식마저도 촌스러워지고 음성인식 기능이 보편화돼 주인의 명령만 듣는 충실한 보안기능도 저절로 갖추어질 것이다. 심지어는 사고 인식 (Human Brain Interface)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황당무계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일본의 후지쯔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이고 컴덱스쇼의 IBM관에서도 이와 같은 음성인식이나 사고 인식이 가능하다고 예언하고 있었다.

최근의 세계추세를 보면 이러한 환경의 실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PDA시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한 기업도 독자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그만큼 위험도 높고 많은 비용과 기술개발 노력이 투여돼야 하며 한 기업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이루어 낼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EO는 AT&T와 일본 마루베니의 합작품이고 뉴턴은 애플과 샤프, 사이몬도 IBM 벨 사우스 미쓰비시의 합작결과다.

앞으로의 이동 컴퓨팅 기기시장은 예를 들자면 컴퓨터의 IBM, 통신의 AT&T, 가전의 소니가 결합된 형태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장 활발히 보여주는 회사가 바로 AT&T다. 이 회사는 지난 수년간에 걸쳐 미국 합병 인수사상 기록이 될 만한 굵직굵직한 회사 합병거래를 했는데, 대상기업들은 미국 최대의 이동전화업체였던 McCaw를 비롯, 소프트웨어회사 하드웨어 회사 등 다양하다. 결국 AT&T가 꿈꾸는 것은 여러 분야의 통합제왕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또 있다. 최근 미 통신산업사상 최대액수의 흡수 합병으로 기록된 벨 아틀랜틱과 케이블 TV회사인 TCI의 합병도 미래의 컴퓨팅환경구축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사용자가 시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컴퓨터와 가전, 통신의 영역구분이 힘들어지는 세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예언한다. 21세기가 시작되기 전에 컴퓨터라는 용어는 점차 퇴색하고 그 대신 Information Appliance, 굳이 번역하자면 '정보 가전기기'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이 용어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이나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미 우리는 새로운 과학문명의 장을 반 쯤은 열어놓은 것이다.

장미빛 만은 아닌 미래의 이동컴퓨팅

이제 잠시 미래의 환상에서 벗어나 과연 이러한 미래 이동 컴퓨팅의 세계가 좋기만 한 것 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는 죠지 오웰의 '1984'라는 소설을 기억한다. 빅 브라더에 의해 끊임없이 일거수 일투족, 심지어는 사고까지 감시당하고 지배받는 세계에 대해 우리는 기계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경계심을 높여 왔다. 이동 컴퓨팅의 세계에 대한 사회과학적 관점에서의 비판자들은 멀티미디어 기능에 음성인식 화상대화가 가능한 PDA의 출현을 인간성 말살의 신호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상상해 보라. 당신이 언제 어디에 있든 주민등록번호로 등록돼 있는 당신의 PDA는 끊임없이 당신의 소재를 파악해낼 것이다. 사무실에 있든 공원에서 산책을 하든 목욕탕에서 휴식을 취하든 당신의 직장상사는 업무에 관련된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낼 것이고 당신의 호주머니는 관련업체에서 보내온 팩스용지로 가득차며, 당신 집의 거실은 온갖 회사에서 보내 온 광고지로 어지럽혀져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력의 착취형태로 해석 될 수도, 개인 사생활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해석될 수도 있다. 소유한 PDA가 사고인식(Human Brain Interface)기능을 갖추고 생생한 컬러 액정화면을 갖고 있다고 하자. 여러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엉뚱한 생각을 하면 당신의 PDA화면에 그야말로 예기치 않았던 화면이 등장,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인간의 사고마저도 제약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스운 망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술의 발전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법이므로 웃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한 가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의 흐름(transborder dataflow)이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장소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시대가 본격화되면 국경을 초월하는 데이터 통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보력이 곧 미래의 국가경쟁력이요, 힘의 원천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문제는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한다. 주요한 금융 정치 경제 자료나 군사기밀이 통신의 발달에 따라 마구 전세계로 보내진다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일 것이며, 개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신상자료가 여기저기 뿌려지게 되면 사생활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될 것이다. 요즘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는 위성방송을 통한 문화적 침투도 더욱 커다란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이와 같은 비판시각과 함께 인간의 건강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다. 최근 대부분의 컴퓨터 광고들이 유해 전자파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각종 전자제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자파에 대한 관심이 크다. 미국의 경우 무선 전화기를 많이 사용한 사람일수록 뇌종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통계조사가 나온 적이 있어 많은 무선전화 사용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사실을 얘기하자면 아직까지도 전자파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실하게 분석한 자료는 없고 다만 좋지 않을 것이다라는 의견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확실치 않은 이상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미래의 PDA를 두고 판매되기 전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정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간에 이러한 상황도 이동 컴퓨팅 환경의 구축에 비판적으로 작용할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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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홍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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