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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독감은 「2란성 쌍둥이」

고뿔의 심술

현재까지 개발된 감기를 겨냥한 약제는 값이 비싸거나 사용이 불편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독감은 백신이 이미 개발돼 있는데···

아마도 감기를 앓아본 경험이 전무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통계적인 수치에 따르면 성인은 1년중 3,4회, 어린이는 1년중 6,7회 정도 감기를 앓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인간은 평생 살면서 최소한 3백번 정도 감기를 앓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사실은 사람에게 가장 흔한 질환이 바로 감기라는 것을 실감나게 해준다. 그러면 이렇게 사람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감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원인과 증상, 치료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기로 하자.
 

감기가 영향을 미치는 신체부위^상부 호흡기가 자극되면 재채기를 일으키고 기도가 자극되면 기침을 하게 된다. 또 후두가 자극받으면 목이 쉬게 되고 폐가 감염되면 기관지염을 일으킨다.


인구 1백명당 41명 꼴

감기는 주로 인두부 코 등 상기도점막에 바이러스가 감염돼 나타나는 증상들을 말한다. 감기를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무려 2백가지가 넘는다. 성인에게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가 전체 감기 원인체의 15~40%를 차지하고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가 10~20%를 점한다. 또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도 30~50%나 된다. 감기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는 리노바이러스도 그 혈청형에 따라 1백여가지나 되는 서로 다른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생후 1년이내에 첫 감기를 앓기 시작해서 1~3세 사이에는 코감기를 중심으로 감기를 자주 앓게 된다. 아울러 이 시기에는 주변의 많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능력이 생긴다. 그러다가 다시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새로운 환경, 새로운 바이러스에 접하게 돼 감기를 앓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 후 점차 면역능력이 생기게 됨에 따하 차츰 횟수가 감소하게 된다.

성인이 되면 연중 3,4회 감기를 앓고 그 증상도 약해지는 게 보통이다. 우리나라의 통계는 확실치 않아 인용할 수 없지만 1981년 미국의 경우, 그해 1년동안 인구 1백명당 41.1명이 감기에 걸렸다고 한다. 또 감기가 전체 급성질환의 19.5%를 차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성인보다는 어린이가, 남자보다는 여자가 잘 걸린다. 또 가족수가 많을수록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미취학아동보다는 취학아동이 더 잘 걸린다.

감기는 이처럼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지만 감기의 전파경로는 아직 확실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기침과 재채기에 의해서 바이러스가 공기중으로 전파되고, 이렇게 오염된 공기가 감기전파의 주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환자와의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더 중요한 전파경로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편 감기는 지역적으로 고립된 곳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주민이 그 지역에 흔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지역에서도 외부인이 내왕하기 시작하면 감기가 유행하게 된다.

같은 호흡기질환이지만 독감(인플루엔자라고 한다)은 감기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감기처럼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지만 감기와는 달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가 주원인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이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항원형에 따라 A B C형의 세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독감의 유행은 항원형의 변이가 심한 A형에 의해 주로 나타난다.

전파경로는 감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포말흡입감염이나 직접적인 접촉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코 입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다. 주로 코 인두부에 감염이 생기는 감기와는 달리 독감은 기관지 폐까지도 침투, 더욱 심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잠복기는 1~4일이고 한번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걸리는 유행병의 양상을 나타낸다.

독감환자는 겨울이나 이른 봄에 많이 발생 한다. 그러나 독감의 유행은 그 기간 및 간격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5~6년씩 독감의 유행이 없다가도 1년에 몇차례씩 유행하기도 한다. 심할 때에는 유행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 가벼운 증상이라도 앓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독감의 소유행은 1~3년, 대유행은 10~15년 간격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감의 유행은 유행지역의 사람들이 원인이 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능력을 갖추게 되었을 때 끝난다. 그러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여러 종류가 있을 뿐더러 항상 새로운 유형이 생겨난다. 설령 어느 한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능력이 생겼다 해도 새로 나타나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를 막아주지 못한다. 게다가 면역능력도 일시적이기 때문에 독감의 유행이 주기적으로 자주 나타나는 것이다. 이때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생겨나는 곳의 지명을 따라 그 이름이 붙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독감이 유행할 때 그 독감의 이름을 홍콩 A형 독감, 상하이 A형 독감 등으로 달리 부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감기의 전파^흔히 감기가 공기를 통해서만 전파되는 것으로 알지만 악수와 같은 직접적인 신체접촉도 중요한 전파경로가 된다. 예를 들어 환자가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할 때 손으로 입을 막는 경우가 많은데 그 후에 다른 사람과 악수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아스피린은 어린이에게 투여할 수 없어

감기의 증상은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난다. 콧물 재채기 코막힘 인후통 목쉼 기침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잠복기는 1,2일로 매우 짧고 증상은 보통 4~9일 정도 지속된 뒤 별 문제 없이 회복된다. 콧물의 경우 초기에는 물처럼 맑은 분비물이지만 차츰 짙어지고 녹황색을 띠게 된다. 이밖에 두통과 미열이 생기기도 한다. 고열이 나거나 전신의 통증이 나타날 경우에는 감기보다는 독감일 가능성이 크다.

독감의 경우에는 잠복기가 1~4일이고 전신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초기에 오한 고열(24시간 내에 열이 40℃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두통 근육통(보통 등 팔 다리의 순서로 생긴다) 등이 나타나고 차츰 호흡기 증상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재채기 기침 인후통 흉부통증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열은 통상 3~5일 지속되는데 열이 떨어진 뒤에도 피로감은 계속된다. 기침과 피로감은 1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특별한 합병증이 없으면 독감도 1,2주 내에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다.

보통 감기는 3,4일 앓고 나면 회복되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2차적인 세균감염에 의한 부비동염 중이염 기관지염 등이 생길 수 있고 만성 폐질환이나 천식 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독감의 합병증도 마찬가지로 2차적인 세균 감염이 생겨 기관지염 폐렴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흔하다. 대개는 나이 어린 어린이나 노약자,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 당뇨병 환자, 만성폐질환자에게 2차감염이 많이 생긴다.

A형 독감에서도 생길 수는 있지만 주로 B형 독감에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라이증후군(Reye's syndrome)이라는 것이 있다. 이 병은 2~16세 사이의 어린이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뇌부종 간비대 저혈당 등을 초래하기 일쑤다. 라이증후군은 사망률이 10%나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최근에 이 라이증후군이 아스피린의 사용과 관계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어린이의 독감 치료시에는 아스피린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라이증후군^어린이의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그런데 감기에 잘 듣는 아스피린이 어린이에게 라이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으므로 어린이에게 아스피린을 투약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항생제는 효과 없어

사실 감기를 치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 감기에 걸렸을 때에는 육체적인 과로를 피하고 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때 실내는 너무 덥지 않고 또 건조하지 않아야 한다. 가급적 환자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고 미열이 있거나 두통 혹은 가벼운 몸살기운이 있을 때에는 아스피린(어린이는 아세트 아미노펜)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약국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각종 감기약을 감기치료제로 너무 과신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기를 앓고 있는 사람은 되도록이면 집에서 쉬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첫째 환자가 격리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고 둘째는 안정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기증상이 10일 이상 되어도 좋아지지 않거나 평소 기관지염 중이염 등을 자주 앓아 왔던 사람은 병원문을 두드려야 한다. 그리고 안면부 혹은 귀에 통증이 있거나, 39℃ 이상의 고열이 계속되거나, 천명(숨쉴 때 휘파람소리 같은 소리가 나는 증상)이 있거나, 숨이 차거나, 기침이 심하거나, 인후통과 함께 목이 계속 쉴 경우에는 합병증이 의심되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감기 치료에 있어 항생제 투여는 효과가 없다. 2차적인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쓸 수는 있지만 합병증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감기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오히려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설사 등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독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병의 경과를 다 겪어야 몸의 상태가 정상으로 되돌아 오겠지만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독감환자는 체온이 정상으로 떨어질 때까지 절대안정을 취하고 과일주스나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스피린과 같은 해열진통제를(어린이의 경우에는 아세트 아미노펜)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열이 3,4일 이상 지속되거나 안정시에도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열이 떨어진 뒤에도 1주일 정도는 피곤함이 계속되기 때문에 가능한한 증상이 완전히 좋아질 때까지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항생제 투여는 독감치료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 하지만 세균성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 생겼을 때에는 항생제를 투여하게 된다. 최근에 개발된 아만타딘(Amantadine)이라는 항(抗)바이러스제를 발병후 48시간내에 투여하면 A형 독감의 발병기간을 줄일 수 있고, 전신증상 및 호흡기 증상을 50%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불확실한 비타민C 효과

감기에 대한 예방접종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원인인 리노바이러스도 그 구조가 일부 밝혀지기는 했지만 혈청형이 1백여가지나 되기 때문에 백신의 개발은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숙주의 면역기능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많은 연구의 초점이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에 맞춰지고 있다.

실제로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아주는 특수 손수건(virucidal handkerchief)이 개발되기도 했다. 이것은 손수건을 리노바이러스가 견디기 어려운 정도의 산성환경을 만들어 주는 물질로 처리한 것이다. 실제 임상실험을 통해서도 이 손수건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줄여주는 효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코에 대한 자극이 심해서 그다지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심지어는 감기로 인한 불편감보다 더 심한 자극증상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산성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리노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을 뿐더러 가격이 비싸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또 인터페론을 비강내로 투여하는 방법이 감기에 대한 화학적 예방법으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비강내 궤양, 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뒤따르기 때문에 장기간 투여가 어렵다는 점이 숙제로 남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인터페론 α-2를 비강내에 분무하는 단기간의 화학적 예방법으로 39~41% 정도의 감기 예방률을 보였다고 한다. 이같은 연구를 수행한 연구팀은 리노바이러스가 주범인 감기가 유행할 때에는 인터페론이 매우 유용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인터페론은 앞으로 장기간 사용시의 안정성, 합병증의 예방효과, 비용 등에 대해 연구를 더 해 보아야 한다.

아무튼 현재까지 개발된 감기에 대한 약제는 비싸거나 사용이 불편한 것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한때 비타민C의 다량섭취가 감기예방 및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있어 큰 관심을 끈 적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근거가 확실치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감기를 예방하는 데는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감기의 전파 경로를 차단하는데 주력, 무엇보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 할 수 있다. 감기가 유행할 때에는 손을 자주 씻고 코를 후비지 말아야 한다. 되도록이면 환자와의 접촉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기와는 달리 독감의 경우에는 백신이 개발돼 있다. 따라서 65세 이상의 노약자, 심장질환 만성폐질환 당뇨병 신부전증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들과 같이 독감에 걸릴 위험성이 큰 사람들은 독감 예방접종을 매년 받는 것이 좋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항원성이 매년 바뀌기 때문에 항상 가장 최근에 개발된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그렇더라도 독감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고는 확언할 수 없다(백신접종을 받은 사람의 50~80%가 효과를 보고 있다). 설령 예방접종이 효과가 있더라도 그 기간은 한 겨울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감백신의 접종 시기는 매년 초가을 무렵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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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신호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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