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성이나 소행성을 한번 발견해보고 싶습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연구소에 갓 입사한 아마추어천문가 조상호씨(24)의 소망이다. 핼리나 오스틴처럼 '상호'혜성을 기록해보고픈 욕심이다.
조씨의 욕심이 실현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주위의 얘기다. 현재 국내에서 아마추어천문가로서 조씨만큼 많은 정보와 관측데이터를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아직까지 미국 NDSOS(딥스카이 관측자 협회) 등 국제아마추어천문가 단체에 레비나 오스틴혜성의 관측데이터와 성운성단 스케치를 보내는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지금의 추세대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도서관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조그만 문고본이 계기가 돼 별자리에 관심을 갖게된 조씨는 중학 3년 내내 육안관측을 중심으로 하늘의 신비를 한껏 감상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4인치 반사망원경을 거금(당시 10만원)을 들여 구입하면서 '관심'을 '탐구'로 바꿔나갔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서울대 아마추어천문회에 가입하면서 동료들과 천체사진에 입문했다.
선배나 동료들이 조씨를 '세새대 유망주'로 꼽는 것은 다른 아마추어천문가보다 상대적으로 학구적이기 때문. 현장에 나가서 열심히 관측만 하면 됐지 무슨 공부가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조씨는 필드에 나가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한다. 현재 천문잡지만 4종(미국의 어스트로노미, 일본의 천문가이드 등)을 구독하고 있고 남의 것 돌려보는 것까지 합치면 한달에 보통 7, 8종을 정독한다고 한다.
천문학을 전공해볼 생각은 없었냐는 질문에 "천문학을 전공했다면 아마추어천문가로서 조상호는 없었을 것"이라며 천문분야에서 아마와 프로의 차이를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레저나 스포츠에서 아마와 프로의 차이는 곧바로 수준의 차이임이 분명하지만 아마추어천문과 천문학은 '분야의 차이'라는 얘기다. 천문학은 이론이며 아마추어천문은 관측.
학문적 성격도 강하다.
아마추어천문은 등산이나 낚시처럼 즐기는 기쁨도 제공하지만 학문적 성격도 강하며 보다 '생산적'이라고 주장한다. 신혜성이나 소행성을 발견한 사람중 아마추어가 상당수이며, 전세계적으로 아마추어천문가들의 관측데이터가 없었다면 천문학은 수십년 후퇴했을 것이라고 조씨는 설명한다.
성격을 묻는 질문에 "좋게 얘기하면 집착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말하자면 아집만 남은 고집쟁이"라고 대답한다. '날카로움을 예쁘게 순화시킨 얼굴'을 가진 조씨는 별과 사랑을 나누려는 초심자들의 순정을 상처없이 가꿔나가려면 무엇보다 주변에 먼저 사랑에 빠진 선배가 있는 것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선배는 단체를 통해 접촉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아마추어천문단체들이 활성화되고 지방과학관 및 천문대의 기자재들이 아마추어들에게 일부나마 개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변의 친구처럼 학자금을 융자받아 천문기자재를 마련하는데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조씨도 아르바이트 수입의 거의 100%를 모두 '밑빠진 독'에 쏟아붓고 있다. 현재 장비구입과 제작에 4백만원 정도를 뿌렸다. 그 결과 6인치 반사망원경과 4인치 굴절망원경을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두달쯤 후에는 13인치 자작망원경을 완성할 예정.
"아마추어천문가중에는 저처럼 데이터를 중시하는 학구파도 있지만 '별하나 나하나'를 세며 여유있게 즐기는 정서파도 있습니다. 또한 망원경 제작에 전력투구하는 자작(自作)파도 있습니다.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요. 어느쪽이든 후배들에게 권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상호'혜성을 관측하려고 법석을 떠는 후배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조상호씨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