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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지에서 마스터를 움직이면 슬레이브가 따라 움직이는 것을 컴퓨터 모니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간이식에 관한 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의사가 있다고 치자. 간질환을 앓고있는 사람은 누구나 그의 진료를 받기 원한다. 특히 간이식수술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는 독일에 있다. 따라서 그에게 수술을 받고 싶다면 독일까지 가야한다. 만일 그가 독일에서 서울에 있는 환자의 간이식을 집도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웃어넘길 것이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 원격수술로봇이 등장한 지금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

원격수술은 원격제어 기술을 외과적 미세수술에 적용한 것으로 1940년대 핵원료를 이동시키는 슬레이브 로봇을 마스터로 작동시킨 것이 그 출발점이다. 의사가 마스터를 움직이면 수술도구를 장착한 원격제어용 슬레이브 로봇이 수술을 한다. 수술중 원격지에서 발생하는 소리, 화상, 촉감 등이 LAN, 인공위성과 같은 통신수단을 통해 의사에게 전달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수술도구에서 느껴지는 힘이 마스터를 조작하는 의사에게 직접 전달됨으로써 원격지에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의사의 손 떨림이나 갑작스러운 실수 동작 등은 제어되기 때문에 편안하고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다.

현재 원격수술로봇은 어느 수준까지 개발돼 있을까. 미국의 스탠포드 SRI 연구소에서는 수천 마일 떨어진 거리에서도 수술 중 발생하는 촉감을 의사에게 전달하는 원격시스템을 개발했고, 일본의 도쿄대 공학부에서는 1997년 10월 약7백km 떨어진 거리를 두고 동물의 혈관을 봉합하는 수술을 시연했다. 또 미국의 MIT 대학에서는 복강경 수술을 위한 원격시스템이 개발돼 봉합용 실을 잡고 자르는 동작을 보여줬다.

로봇과 사람의 공존공생 시대

KAIST의 기계공학과 텔레로보틱스 및 제어연구실은 미세수술용 원격수술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1996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개발한 이 시스템은 손잡이를 잡고 움직이면 어떤 동작도 슬레이브에게 전달할 수 있고, 슬레이브에서 발생한 힘을 작업자에게 전달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또 슬레이브는 두 대의 크고 작은 로봇이 연결돼 있어 미세한 움직임은 작은 로봇이, 큰 움직임은 로봇팔이 맡는 협동작업이 가능한 구조로 이뤄져 움직임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연구책임자인 권동수교수(기계공학과)는 실제로 수술은 못했지만 기술적인 것은 거의 완성했다고 밝혔다. 양손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나 더 만들고 안전도와 신뢰도를 확보하면 3-4년 내에 병원에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의사처럼 집도하는 것은 아니다. 장시간에 걸친 외과 수술에서 절개부위를 잡고 있는 것과 같은 보조 행위를 할뿐이다. 하지만 그 역할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의사들은 이러한 연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마디로 대환영이다. 장시간 진행되는 내시경 수술이나 뇌수술에서 물리적으로 보조해줄 로봇이 있다면 의사들의 피로는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들은 아직 선뜻 내켜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러한 망설임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이미 대퇴골 교체 수술과 뇌수술시 위치를 안내하는 로봇시스템이 안정성있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가 공장자동화를 위해 로봇이 등장한 시대라면 21세기는 로봇과 사람이 협동하는 시대다. 이제 수술용 텔레로봇 시스템은 21세기형 의료기술임은 물론 인간과 로봇의 협동을 선도하는 견인차가 될것이다.

199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해윤 기자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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