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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지렁이·이끼가 사라지고 있다

환경오염의 지표가 되는 생물들

BOD COD DO같은 전문적인 용어보다 더 빠르고 직접적인 환경감시기구가 있다. 몇해 전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생물들이다.

게오르규의 '25시'는 한때 세계적 명작으로 손꼽혔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 소설의 주인공인 순박한 농부(요한 모리츠)에게 유태인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잠수함의 선원들은 공기중의 산소량을 측정하기 위해 토끼를 기르고 있는데 이미 토끼가 숨을 할딱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보다 토끼의 몸이 작으니까 토끼가 먼저 죽겠지만 물위로 올라 올 장치가 파괴된 잠수함의 운명은 뻔하다. 토끼를 쳐다 보지 않더라도 어차피 산소결핍으로 선원전원이 죽게 될 것이다. 따라서 토끼의 상태만 쳐다 볼 게 아니라 힘을 합해 잠수함의 고장난 부상장치를 수리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 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토끼만 바라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현재의 발달된 잠수함에는 각종 계측장치가 완비돼 있으므로 특별히 토끼를 산소상태의 측정용 동물로 활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2차대전 전만 하더라도 이런 경우가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잠수함과 토끼의 이야기나 2차대전과 유태인학살 같은 말을 끄집어 내기 위해 게오르규의 소설을 인용한 것은 아니다.

공기 중의 산소상태를 알기 위해 계측기 대신 생물인 토끼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산소의 상태를 감지하는 십자매

18세기경 영국의 탄광에는 근대적인 배기장치가 없었다. 그래서 광부들이 갱내에 들어갈 때는 카나리아나 십자매 같은 새를 데리고 갔다. 갱내에 일산화탄소(CO) 같은 유해가스가 나오거나 산소(${O}_{2}$)가 희박해지면 사람보다 먼저 새가 요동을 치게 되는데 이것을 보고 위험한 상태임을 인식, 곧 갱으로부터 나오기 위해서였다.

하나만 더 예를 들자. 버려진 마른 우물속의 산소 유무(有無)를 탐지할 때 흔히 촛불을 켜서 내려보낸다. 촛불 대신 작은 새를 내려 보내기도 한다.

또 자연 동굴이나 인공터널 같은 땅굴을 탐험할 때 십자매가 든 새장을 들고 들어간다. 새가 못견디게 몸부림치거나 기운없이 쓰러지면 산소의 부족을 직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금 한 얘기는 모두 새라는 생물을 이용, 비록 국소적이긴 하지만 환경상태의 변화를 미리 알아내는 예를 든 것이다.

생물들은 기상이나 환경의 변화에 대해 본능적으로 그것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또 환경의 변화에 따라 특정한 생물의 번식과 성장에 현저한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가령 메기는 지진이 일어나기 적어도 48시간 전부터 물위로 올라와 요동을 친다. 또 곰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마치 예고하듯이 크게 울부짖으며 굴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비가 내리기 전에 청개구리가 울어 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것은 모두 동물들의 선천적인 생태탐정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이용, 환경오염의 지표로 쓰는 방법을 연구개발 중에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환경오염이 큰 문제가 되고 있고 환경오염의 방지와 환경 정화에 대한 노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우리는 BOD COD 등을 통해 환경오염의 실상을 어렴풋이 파악하고 있는데 이 수치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자연계의 생물들을 활용해 환경오염의 실상을 파악하는 것이 더 직접적이고 쉬운 방법이다.

전문적인 용어로 이런 생물을 '환경지표생물'이라고 말한다. 요즘은 여러 연구소에서 어떤 오염에 대해 어떤 생물이 어떻게 생태학적으로 반응하는가를 연구중에 있다. 그 연구들이 성과를 거둔다면 지표생물에 대한 좀더 광범하고 정확한 내용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

물방개 놀이가 사라진 이유

여름밤에 등불을 밖에 내놓으면 여러 종류의 날벌레가 날아든다. 예전에는 하루살이류 각다귀류(모기과의 곤충)를 비롯해 심지어는 땅강아지 소금쟁이 물방개 같은 물속에 사는 벌레들도 모여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무리 농촌이라고 할지라도 하루살이나 각다귀류가 날아드는 게 고작이다. 이제는 물속에 사는 곤충들이 모여 드는 일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지금 40대 이상의 장년으로 농촌출신인 사람들은 시골의 웅덩이나 개울에서 망근쟁이와 물방개를 잡고 놀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농촌에 사는 어린이들은 물방개나 망근쟁이라는 이름도 모양도 모른다.

도시의 유원지 부근에 나가면 물방개를 잡아다 큰 함지에 넣어 두고 장사를 하는 사람을 얼마 전까지 볼 수 있었다. 가장자리에 경품을 건 뒤 물방개를 풀어 놓는 게임이었다. 그 물방개가 들어간 곳의 경품을 차지하는 물방개 놀이가 어른 아이 모두에게 흥미를 끌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정겨운 모습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이유는 방개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만큼 수질이 심하게 오염되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다시 말해 수질오염으로 인해 수생곤충들이 살아갈 터전을 잃어버린 것이다.
대체로 개울물의 오염은 개울 연안에서 흘러오는 농약성분과 공장폐수, 가정 하수 등이 주원인이다. 이런 오염을 두고 1급수 2급수 등으로 등급을 매기는데 3급수 이하는 아무 곳에도 쓸모 없는 물이라고 친다.

이러한 물의 등급은 표본이 되는 물을 채취, 엄격한 성분시험검사를 거친 뒤에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눈으로 보거나 그 물에 사는 곤충의 수와 종류를 보고도 수질을 짐작할 수 있다.

1급수는 말하자면 식수로 쓸 수 있을만큼 깨끗한 물을 말한다. 여기에는 적어도 30종 이상의 곤충이 살고 있다. 망근쟁이 소금쟁이 참방개 물방개 물잠자리 왕잠자리 실잠자리 그밖에 이름도 잘 모를 벌레들이 풀이나 개울가 돌 밑에 또는 흙속에서 쉽게 발견된다. 그리고 이들은 밤이 되면 가까운 마을의 불빛을 향해 모여든다.

그러다 2급수 수준이 되면 먼저 망근쟁이가 자취를 감춘다. 수줍어서 모습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살 수 없게 돼 멸망해 버리는 것이다. 참방개도 없어진다. 왕잠자리도 사라진다. 잠자리류는 하루살이나 각다귀, 모기 종류를 잡아 먹고 사는데 물이 더러워지면 먼저 이런 먹이 벌레들이 살기 어렵게 돼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따라서 잠자리의 먹이가 없어져 번식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보다도 잠자리의 혈통 보존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물의 혼탁이다. 잠자리의 애벌레는 물속에서 사는데 물이 더러워지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성충인 잠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물에 사는 곤충과 수질오염의 상관관계를 다각도로 연구, 상당한 부분을 밝혀 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ppm으로 표시되는 DO나 BOD 보다 곤충의 종류와 수질과의 관계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 물의 오염도를 짐작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은 어디를 가나 진실로 맑은 물을 보기가 매우 어렵다. 장마가 져서 산골을 비롯해 온 개울들이 일시적으로 깨끗해질 때 말고는 어디를 가나 맑은 물은 매우 귀하다.

그런 의미에서 웅덩이나 개울의 물위에서 망근쟁이나 날도래가 뛰어 놀고 있으면 그 물은 아직 깨끗하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2급수는 되는 것으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좀더 물속에 들어가 손으로 물밑을 더듬거나 수초를 헤쳐보라. 거기에서 참방개 소금쟁이 등이 나오면 아직은 그런대로 쓸 수 있는 물이구나 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보아도 1m이하의 물속이 보이지 않고 잠자리를 비롯해 물벌레가 전혀 발견되지 않으면 그 물은 이미 죽은 물이다. 나아가 다른 물까지도 못쓰게 만드는 심히 오염된 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염된 한강^불과 20년 전에 비해 물고기의 수가 엄청나게 줄어 들었고 종류도 무척 단조로워졌다.


「피라미 때문에…」는 이제 옛말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그러나 어디를 찾아 가나 물고기의 종류는 무척 단조로워졌다. 수질오염에는 물고기도 매우 민감하므로 물고기를 지표로 수질을 가늠할 수 있다.

우선 가장 깨끗한 1급수의 경우는 온갖 물고기가 살고 있다. 물 중간을 헤엄치는 종류, 돌 밑이나 수초 사이에 숨어 있는 종류, 물밑의 모래나 흙에서 사는 종류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수질이 떨어지고 오염도가 심해질수록 이들 종류는 단순해지고 또 종류에 있어서도 변화가 온다.

물이 더러워지면 가장 먼저 자취를 감추는 것이 피라미(잉어과의 민물고기) 종류다. 이들은 끊임없이 운동을 하고 무리를 지어 흐르는 물을 거슬러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피라미류는 엄격히 동물학적으로 따지면 다시 여러 갈래로 분류되지만 이들 대부분은 맑은 물이 아니면 살지 못한다. 다시 말해 2급수만 되어도 현저하게 줄어든다.

송사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깨끗한 물이 아니면 송사리는 생존하지 못한다. 모래무지(잉어과의 민물고기) 쌀미꾸라지 참종개류도 매한가지며 쏘가리 꺽지 등은 특히 맑은 물에서만 산다.

흔히 낚시꾼들은 어느 낚시터에 가면 피라미 등쌀에 낚시를 못한다고 불평하지만 사실은 그 저수지나 수로가 가장 깨끗한 곳이다.

2급수 정도에서도 잘 사는 것으로는 붕어 잉어종류가 있다. 금붕어 양식장에 가 보면 대개 물밑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붕어는 그만큼 오염에 대해 비교적 강한 물고기다. 이 정도로 오염에 견딜 힘이 있는 수생생물로는 잉어 메기 자가사리 구구리 등을 들 수 있다.

수수미꾸라지 개미꾸라지 등 땅속에 파고드는 종류들은 오염이 심해져도 그런대로 견딘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도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공장폐수로 인한 중금속류 퇴적때문에 3급수 이하에서는 거의 전멸하고 말았다.

30년 가량 전인 1960년대만 하더라도 시골에 가면 어느 개울이나 물이 맑고 거기에는 송사리와 피라미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개울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곧 1급수 하천이 거의 없어지고 2급수 이하로 되었다는 증거다.

낚시터만 해도 그렇다. 이전에는 피라미가 극성을 부려 붕어낚시가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간의 아주 맑은 물이 있는 저수지를 제외하면 거의 피라미의 극성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잡히는 고기의 종류도 지극히 단순하다.

이렇게 되자 미꾸라지마저 농약의 영향으로 전멸해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추어탕은 대부분 양식 미꾸라지에 의존한다. 그만큼 수질의 오염이 극심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렁이와 두더지의 수난

토양오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농약을 안 주거나 또는 아주 적게 주는 논밭에서 주로 퇴비를 거름으로 쓴다면 땅속에서 온갖 벌레가 나온다. 가장 흔한 것이 지렁이 땅강아지 장구벌레 방구벌레 등의 애벌레와 굼벵이류(매미의 유충)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계속되는 농약살포와 화학비료들로 인해 땅을 파도 거의 벌레를 볼 수 없다. 근년에 와서 김을 매는 인력이 부족해져 제초제를 많이 쓰기 때문에 토양오염은 특히 심하다.

굼벵이나 땅강아지 등 뿌리에 해를 끼치는 벌레도 있지만 이들의 작용에 의해 토양속으로 산소가 공급되고 그로 인해 유익한 세균이 번식되기도 한다.

지렁이가 사라졌다. 시골의 마을안 개울이 시멘트관으로 복개되고 그 밖의 습지는 가정하수, 특히 합성세제가 침투함에 따라 지렁이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만 것이다. 동시에 두더지도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두더지는 땅속의 지렁이나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데 그만 먹을 것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토양의 오염이 심해졌다. 따라서 땅강아지 굼벵이 지렁이 등의 동물이 땅속을 파 들어가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 땅은 심한 오염에 의해 거의 죽어가고 있는 토양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토양이 죽어가면 거기에서 자라나는 풀을 먹는 소나 양, 그리고 그런 땅에서 나오는 채소와 곡식을 섭취하는 가축과 사람도 2차 오염에 허덕이게 된다.

토양오염의 지표가 되는 생물의 생태와 오염도를 연구하는 팀이 국내에도 여럿 있다. 이들은 1㎡의 땅을 30㎝ 깊이로 팠을때 잡히는 곤충의 종류와 수 지렁이의 종류와 수, 토양박테리아의 종류와 수를 가지고 그 상관관계를 추적, 지표생물의 생태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물과 땅이 병들어감에 따라 그 가운데 사는 생물, 특히 수생 곤충과 물고기, 그리고 땅속에 사는 곤충들과 그 애벌레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개 가로수로 포플러 플라타너스 수양버들 은행나무 등을 심는다. 그런데 이들 나무의 상태를 봐도 그 도로연변의 공기가 얼마나 오염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당시 중앙 분리대에 보기 좋으라고 향나무나 측백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향나무나 측백나무는 늘어나는 자동차의 매연에 그을려 자라지 못하고 말라 죽어갔다. 그뒤부터 중앙분리대는 시멘트벽으로 바뀌었다.

향나무나 측백나무는 공기오염에 약하다. 더 약한 것은 잣나무 소나무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육송 등이다. 비교적 강한 것이 은행나무다. 버드나무와 포플러도 약한 축에 든다.

오염에 대체로 강하다고는 하지만 서울의 길가에 늘어선 은행나무가 매연에 찌들어 새까만 잎을 달고 있는 것을 보면 가련한 생각이 든다.


송사리^강이나 시내에서 송사리가 거의 발견되지 않으면 그물은 2급수 이하라고 봐도 무방하다.

 

조류와 균류의 공생을 깨뜨려

우리나라의 산에는 곳곳에 분묘가 있고 비석이 서 있다. 또 무슨 기념비나 송덕비 등은 대개 도시나 읍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 비석이 오래 되면 비바람에 씻기고 거기에 이끼가 끼게 된다.

일본의 환경연구기관은 최근 이 이끼의 상태가 대기오염의 정도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로 이끼를 대기오염의 지표로 삼는 연구가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끼는 시골의 오래된 옛집의 기와지붕에서도 볼 수 있다. 오랜 전에 만든 속칭 '조선기와'는 골을 이루고 있는데 이 기와가 오래되면 표면에 이끼가 낀다.

그런데 이 기와지붕의 이끼와 시내에 있는 비석의 이끼가 차츰 자취를 감추고 있다. 도시의 발달과 자동차의 증가에 따라 대기가 오염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끼도 좋은 세상을 마감하고 만 것이다.

유럽등지에서는 이 사실이 19세기 말엽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뒤 나서서 거론하는 사람이 없어 오래도록 묻혀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끼 종류는 식물학적으로 이끼류에 속한다. 이 식물은 두개의 큰 군으로 나뉘는데 우리가 흔히 이끼리고 부르는 것은 선태류다. 이 이끼 중에는 고운 털모양인 것도 있고 원예에 주로 쓰이는 것도 있다.

다른 하나는 지의류(地衣類)다. 이것은 돌이나 바위 기왓장 비석 등에 붙어 살기때문에 착생식물(着生植物)이라고도 부른다. 이 지의류는 정확히 구분하면 조(藻)류와 균(菌)류의 공생식물이다.

지의류는 고산이나 극지 사막 등 고등식물이 생존할 수 없는 극한상황에서도 끄덕없이 버티며 살아간다.

지의류를 현미경으로 보면 두가지 식물의 공생체임이 금방 드러난다. 뒤얽힌 균사가 식물체를 형성하고 있고 그 사이 사이에 녹색의 단세포로 된 말(藻)이 끼어 있는 것이다.

균류는 버섯과 비슷한 식물인데 자체적으로 탄소동화작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녹색의 말이 동화작용으로 생성한 영양을 얻어 먹고 산다. 반면 단세포인 말은 균사로부터 수분을 얻어 동화작용에 활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공존공생을 하는 셈이다.

이처럼 묘한 메커니즘을 지닌 이끼는 대기의 오염이 심해지면 고등식물보다 먼저 자취를 감춘다. 이 사실에 의문을 품고 연구를 시작한 사람은 핀란드의 이끼전문식물학자 니런더박사였다. 그는 유럽각지의 공원에 서 있는 큰 나무, 정원에 놓인 돌 등을 조사했는데 대도시에서는 예외 없이 이끼종류가 먼저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뒤 대기오염의 정도와 지의류의 변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사람은 일본 시즈오카 대학의 스기야마교수였다.

스기야마교수에 따르면 이끼류는 비가 오면 먼저 균류가 그 빗물을 욕심껏 먹어 물을 저장한다고 한다. 이 수분을 말류가 동화작용할 때 이용한다.

그런데 도시의 대기는 굴뚝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 때문에 심하게 오염돼 있다. 아황산가스가 공중에서 빗물에 녹으면 소위 산성비가 된다. 도시 대기오염의 또 한 계통은 자동차매연이다. 매연중의 질소화합물이 공중에서 빗물에 녹으면 아황산과 질소의 화합물이 된다. 이런 복잡한 화합물이 녹아서 섞인 빗물을 흡수한 이끼는 화학물질의 독성 때문에 균사 자체가 죽어버리고 만다. 따라서 녹색말도 더불어 죽게 된다는 사실이 연구결과 입증됐다.

이끼종류 가운데는 이러한 독성에 대해 상당히 잘 견디는 것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그 종류는 극히 한정돼 있고 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이들마저 차츰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이끼는 회백색을 띤 방사선 모양의 이끼류인데 대기가 오염되면 이것이 맨먼저 죽는다고 한다.

일본 대도시의 여러 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종류 이상의 이끼가 탈없이 자라는 지역은 도심 가까이에는 없다. 적어도 도심에서 50㎞ 이상 떨어진 산간에 가야 가능한 일이다.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종류 수가 줄어 도심지의 가장 심한 오염지역에서는 거의 종적조차 찾기 힘들다고 한다.

깨끗한 채소가 오히려 해롭다

시장의 채소가게에 나가 보면 깨끗한 무 배추가 즐비하다. 도시 사람들이 무조건 깨끗한 것을 좋아하니까 벌레가 끼지 않게 농약을 퍼부었기 때문에 외관상 깨끗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벌레도 못 먹는 약에 절인 채소를 우리는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셈이다.

농약의 남용은 토양오염을 필연적으로 초래하고 우유 소 사람 등이 2차 3차 오염의 피해자가 된다.

우리는 이렇게 오염되어 가는 환경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방치했다가는 인류전체의 멸망을 앞당기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환경오염 물질을 더욱 엄격히 규제해 가고 있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국민 각자의 깊은 이해와 여기서 출발한 환경오염의 범국민적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위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상태를 지표로 삼아 오염의 정도를 관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깨끗한 채소가 오히려 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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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원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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