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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수시 2-1: 구술에서 논술로

수시 1학기 전형이 대부분 폐지되면서 2010학년도 대학 입시의 포문을 열게 된 수시 2-1 전형이 9월 초부터 시작된다.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시작될 수시 2-1 전형 중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특히 논술의 비중이 커진 연세대 전형을 자세히 살펴봤다.

올해 연세대 입시가 작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수시 전형의 선발 인원 조정과 선발 방식의 변화일 것이다. 수시 2-1의 조기졸업자 선발 인원은 소폭 축소된 반면, 글로벌리더 인원이 크게 증가했다. 특기자와 교과 성적 우수자 전형은 폐지됐고 수시 2-2에 있던 일반 우수자 전형이 수시 2-1로 앞당겨졌다.

선발 방식 또한 변화가 보인다. 특히 조기졸업자 전형과 글로벌 리더 전형의 경우 전체 평가 점수의 40%를 차지하는 대학별 고사의 형식이 구술 면접방식에서 논술로 바뀌었다. 서류 전형 후 일정 인원을 우선적으로 선발해 구술 면접을 시행하던 기존의 단계별 전형 방식을 버리고 서류와 논술의 평가 결과를 합산해 총점 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일괄합산 방식을 도입한다. 다만 작년과 마찬가지로 차후 수능 자격 기준을 충족하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학생부 및 논술 평가 결과를 합산한 총점 순으로 단계별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일반 우수자 전형은 기존 전형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

요약하면 연세대는 2010학년도 수시2-1의 모든 전형에서 서류와 논술 평가로 학생을 선발한다. 일괄합산 방식을 도입해 서류가 다소 불리한 학생의 경우에도 논술을 통해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더군다나 학생생활기록부 작성 기준일이 8월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점 논술의 반영 비율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연세대 수시 2-1, 구술에서 논술로

그렇다면 구술 면접과 논술은 어떻게 다를까? 구술 면접의 내용은 학교별, 전형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연세대의 경우 작년까지는 단일 또는 두 개 정도의 전공 관련 교과에 대한 심층적인 지식을 묻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이런 문제의 특성은 과학고와 같은 특목고에서 심화된 학습 과정을 이수했거나,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와 같은 시험을 준비했던 학생들처럼 배경 지식이 풍부한 학생들에게 다소 유리했다.

하지만 논술은 수학, 과학 전체에 대한 과목 통합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배경 지식 외에 제시문과 논제에 대한 이해력(독해 능력)이나 추론 능력,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글로 쓰는 표현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논술고사 출제 경향 분석

연세대는 논술고사 첫 해인 2008학년도를 대비한 두 번의 예시문항 발표와 2008학년도 수시, 정시논술, 2009학년도 모의논술과 수시논술까지 총 여섯 차례 논술 문항을 출제했다. 가장 처음 공개된 2007년 1차 예시문항을 제외한 다섯 번의 논술 고사는 문항 수와 구성 면에서 일관된 방식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수리 논술 1문항, 물리-지구과학 통합 1문항, 화학-생물 통합 1문항 등 총 3문항으로 출제되는 기본 방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다섯 번의 시험에 출제된 15문항의 기출 문제 검토가 필요하다.

작년에 공개된 2009학년도 모의고사는 몇 번의 부침을 거친 연세대 논술 유형의 최종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당 기간 고수하던 수학 1문항, 과학 2문항(물리-지구과학 1문, 화학-생물 1문)의 원칙을 따르고 있으며, 각 문항 내 소문항을 통해 평가하고자 하는 항목들도 비교적 고르게 안배돼 있다. 평가 항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연세대 논술 평가 기준은?

연세대에서 내세우고 있는 논술고사 평가 기준은 크게 네 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이해력이다. 학교에서 배운 교육과정대한 이해와 주어진 제시문과 논제에 대한 이해 모두 측정한다. 적당한 배경 지식 여부와 독해 능력도 중요하다. 우선 주어진 제시문을 왜곡 없이 사실적이고 요약적으로 읽어낸 후 논제에서 요구하는 방향성을 고려해 얻어낸 소재들에 학교에서 배운 관련된 배경 지식들을 떠올리면 된다.

둘째는 분석력이다. 해체하거나 종합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항목이다. 이때 해체나 종합의 대상과 그 분석의 도구는 각각 교육 과정 내 지식과 독해를 통해 이미 얻어 놓은 소재 중에 있다. 분석의 핵심은 인과이다. 촘촘하게 짜인 그물처럼 논리적 비약 없이 원인과 결과를 나열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역시 원인이 되거나 결과로 쓰일 대상들은 이미 앞선 과정에서 발췌돼 있다.

셋째는 창의적 사고력이다.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주어진 문제에 대한 발상이나 관점의 전환을 통해 대안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며, 도출된 원리를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유형이다. 다른 항목들은 적절한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도 있지만, 없던 창의력이 갑자기 생기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습관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며, 많은 경우 창의적 사고력 측정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뜻밖에도 지구력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제에 대한 집착력은 부족한 창의력을 충분히 보상해 준다. 다만 내용상 논리적 관계에는 억지가 없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표현력을 평가한다. 전체적인 구성 능력,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력, 맞춤법 등을 평가한다. 자연계 논술은 인문계 논술에 비해 많은 논제들에 대해 한 두 단락 수준의 짧은 답안 작성을 하게 되며, 이에 따라 서론-본론-결론 식의 구성까지는 필요 없지만, 글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한 구성 방식을 결정하고, 간단한 개요를 짜는 것이 좋다.

이제 이 평가 항목에 유념해 2009학년도 수시 논술고사를 분석해 보자.

2010학년도에는 예시문항이나 모의고사가 발표되지 않았으므로, 최종적으로 참고할 논술고사는 작년 수시2-2 전형에서 치러진 것이다. 수학 문항의 경우 각 평가 항목별로 한 문항씩 출제된 반면, 과학 문항은 논제 하나하나가 세 가지 능력을 모두 측정할 수 있게끔 출제돼 꽤 까다로워 보인다. 하지만, 지나친 배경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세대에서 추구하는 추론형 논술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연세대, 특목고 학생이 유리하다?

수시 2-1 모집 형식을 보면, 조기 졸업자 전형이나 작년 특기자 전형 수요를 포함한 글로벌 리더 전형의 경우, 전형 특성상 작년과 마찬가지로 자연계 특목고(과학고 등) 학생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경험상 이 응시생들은 다른 응시생 군에 비해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높은 배경 지식이다. 일반 학교와는 달리 심화된 수학, 과학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학교 내신의 문제 수준도 일반 교과 수준을 뛰어 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각종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 수가 일반 학교에 비해 월등히 많다보니, 특정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배경 지식수준이 상당하다.

두 번째 과목 간 불균형이 있다. 각 대학에서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자연계 특목고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전형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특정 과목에 두각을 보이는 특목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 왔다. 서울대의 특기자 전형이 가장 대표적이며, 연세대의 경우도 작년까지 치렀던 구술 면접의 형식은 전공과 관련된 소수의 과목에 대해 심층적인 지식을 묻는 형식으로, 자연계 특목고 학생에게 다소 유리한 전형이었다.

그렇다고해서 연세대 조기 졸업자 전형과 글로벌리더 전형이 특목고 학생들에게 특별히 유리한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과학고 학생들이 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은 일반 학생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수능 준비를 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보니, 특정 과목에 대한 심화 수준은 깊은데 반해 소위 전공(?) 과목이 아닌 경우는 대부분 잊었거나, 교양 수준의 것도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경향은 입시를 앞둔 3학년일수록 더욱 심하다.

수시 2-1 논술, 유의점 몇 가지

연세대 수시 2-1 논술을 대비하기 위한 유의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배경 지식을 잘 관리하자. 워낙 심화된 학습을 하다 보니, 대학에서 요구하는 추론 과정을 이미 배경 지식 형태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배경 지식을 제시문이나 논제를 기반으로 한 형태로 재가공하지 않으면, 암기된 배경 지식의 혐의를 벗기 힘들다. 즉, 답안을 작성할 때에는 반드시 제시문과 논제를 자세히 읽고 그 내용에 기반을 둔 추론 과정을 상세히 서술해야 한다. 대학은 백과사전식 인재보다는 논리적 추론 능력이 뛰어난, 가능성이 큰 인재를 선발하고 싶어 한다.

둘째, 글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응시 집단의 학습 역량과 출제 문제의 수준 측면에서 이해력, 분석력, 창의적 사고력이 변별력을 갖기 어려울 소지가 있다. 웬만하면 이해하고, 분석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학생들도 글로만 써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특히 절대적 배점이 낮아도 최상위권 집단의 학생들을 변별하는 잣대는 뜻밖에 표현력일 수 있다. 써보는 것만이 능사다.

마지막으로 논술 출제 경향은 갑자기 바뀔 수있으니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하자. 높은 배경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풀이식 유형으로 출제될 경우, 특목고 학생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반우수자 전형의 학생들 입장에서는 정말 어려운 시험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애초에 논술고사라는 전형이 도입된 취지에 맞는 유형으로 출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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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지혁·지식집단 로커스 논술연구소 공동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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