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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은 늘 장밋빛이었지만 냉정한 현실에 번번이 좌절해야만 했던 드론이 이제 날아오른다. 국토교통부는 10월 31일, 드론을 활용하는 신산업 분야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시범사업에 참여할 15개 사업자와 사업 대상 지역 4곳을 발표했다. 선정된 지역은 부산(중동 청사포)과 대구(달성군 구지면), 강원 영월(덕포리)과 전남 고흥(고소리) 등 4곳. 앞으로 이곳에서는 드론으로 야간 비행과 무인 자동 비행을 시험할 수 있다. 또 충돌 시 받는 충격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다.

“드론이 사람의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야간에도 안전하게 비행하려면 미리 연습하고 시험해볼 수 있는 곳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드디어 만들어진 거죠.” 산학협력연구소 ‘드론프레스’를 이끌고 있는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이번 실증 시범사업이 드론 산업을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반겼다.

그동안 드론은 항공법에 따라 150m 고도 이상 날릴 수 없고, 야간에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는 비행할 수 없었다. 드론프레스는 국립산림과학원, 대한항공, 유콘시스템, KT, CJ대한통운 등과 함께 시범사업을 수행할 15개 사업자 중 하나로 선정됐다. 사업자들은 국토조사와 순찰, 산림보호와 재해감시, 물품수송, 통신망 활용, 레저 스포츠 및 광고 등의 산업에 대해 안전성 검증 테스트를 하겠다고 신청한 상태다.


드론, 활용 가능성 무궁해

산업계가 드론에 주목하는 이유는 활용성 때문이다. 드론에 카메라만 단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드론에 적용할 수 있는 센서는 무궁무진하다. 한 예로 현재는 거가대교와 같이 길이가 8km가 넘는 다리에 균열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볼 때 사람이 직접 가서 육안으로 확인한다. 하지만 드론에 적외선 센서를 달면 훨씬 간단히 검사할 수 있다. 철로도 마찬가지로 드론을 보내 점검할 수 있다. 드론에 분광센서를 붙이면 적조나 녹조가 진행하는 방향, 이안류가 발생한 지역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도 있다. 오 교수는 드론 산업을 ‘무주공산(無主空山)’에 비유했다.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기술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현재 드론 기술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끌고 있다. 중국은 민수시장을 꽉 잡았다(중국의 DJI사는 민간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해 ‘드론 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는 앞선 IT 기술로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된 드론을 예로 들었다. 대용량의 공간 정보를 모아 이동하면서 지상에 있는 사물들에 정보를 전달하는 드론이다. 드론의 가격도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초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드론 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 400만 원까지 내려갔다.


원치 않는 드론 막아내야 대중화도 가능

드론 대중화의 발목을 잡는 것은 사실 기술이 아니다. 드론은 편리한 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갑자기 공중에서 고장이 나서 추락할 수도 있고, 테러리스트가 폭탄을 넣어 운반할 수도 있다. 촬영용 드론이 많아질수록 사생활 침해 위험도 높아진다. 정체불명의 드론이 도시에 나타났다고 하면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어지는 이유다. 최근에는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드론이 해킹에 사용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센스포스트(SensePost)사가 개발한 드론 ‘스누피(Snoopy)’ 는 스마트폰 주위에 둥둥 떠서 해킹을 할 수 있다. 전문 해커 새미 캄카(Samy Kamkar)가 개발한 ‘스카이잭(SkyJack)’은 다른 드론을 해킹할 수 있는 드론이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빼내는 방식이다.





[드론에 카메라만 다는것은 아니다. 산업계는 드론의 다양한 활용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해양 인명 구조활동에 활용된 드론.]



이에 맞서 개발된 것이 ‘드론트래커(DroneTracker)’다. 디드론(Dedrone)사가 개발한 드론트래커는 한 마디로 24시간 드론 감시 장치다. ‘X’자 모양의 본체(아래 사진) 다리마다 각각 오디오, 광학, 적외선 센서를 달고 있는데, 이것들로 주변에 숨어있는 드론을 감지한다. 드론트래커는 한 장소에 여러 개 설치해야 한다. 공격용 드론의 정보가 저장된 데이터베이스 서버를 여러 개의 드론트래커가 공유하면서 일종의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어떤 곳에 드론만 낼 수 있는 ‘웅웅’거리는 저주파 소음이 포착되면, 각각의 드론트래커가 서버와 접속해 이것이 있는 위치와 기종 등을 알아내고, 새롭게 알아낸 정보를 다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침입한 드론을 찾아낸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10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포럼에서는 드론을 잡아 무력화시키는 신기술이 큰 화제가 됐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비영리 연구단체 바텔(Battelle)이 개발한 ‘드론디펜더(DroneDefender)’는 소총 모양으로 생긴 지향성 안테나다(일부 소총에 장착해 사용할 수도 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드론을 발견하면 드론디펜더로 조준하고, 조준경 내에 들어온 드론을 겨냥해서 전파를 쏘면 끝이다. 그러면 드론이 더 이상 원래 조종자의 명령을 따르지 못한다. 실제로 작동하는 동영상을 보면(55쪽 QR 참조) 더 신기하다. 총구를 아래쪽으로 움직이면 드론이 천천히 내려오는데,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줄로 드론을 묶어서 끌어내리는 듯 하다.

드론디펜더가 쏘는 전파는 ISM(Industry-Science-Medical) 밴드 대역의 전파다. ISM 밴드는 산업이나 과학, 의료 분야에서 고주파 에너지를 가할 때 쓸 수 있게 지정해놓은 주파수 대역으로, 이것을 쏘면 드론 주변에 강력한 전자기장이 형성돼 내부의 전자회로가 망가진다. 드론디펜더의 유효 사격 각도는 30° , 사정거리는 최대 400m이다. 배터리는 최대 5시간까지 간다.

과거에도 드론디펜더와 같이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기술이 있었다. 드론에 고출력 레이저를 쏴 격추하는 식이었다. 이 경우 드론이 추락해서 사람들에게 2차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 드론 디펜더는 이런 문제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드론 조종사가 드론을 자폭시켜 증거를 없애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드론을 대상으로 시험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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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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