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포유동물이라도 종(種)이 다르면 노화의 속도가 다르며 동시에 수명에도 차이가 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적으로 늙어가는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한때 '신의 영역'으로 간주되었으나, 최근에는 노화와 수명에 관한 많은 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조직 세포 분자 등의 구조 및 기능의 연구 결과로 노화시에 일어나는 여러 과정이 점차 해명되고 있다.
생물이 아닌 것들, 예컨대 물질의 분자나 물체 등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변화한다. 생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물을 구성하는 세포나 조직의 분자, 또는 복잡한 세포속의 미세구조나 세포자신도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변화가 일어난다. 물론 이러한 변화중 대부분은 정상적인 발생이나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생물 개체 수준에서 보면 가령(加令), 즉 노화(老化)현상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노화의 결과 대부분의 생물은 점차로 쇠약해져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다빈치의 노화론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여러 생물의 고유한 수명을 관찰하고 이를 기록하고 있다. 또 르네상스시대에 살았던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수명과 연관시켜 다음과 같은 흥미진진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는 나이를 먹음에 따라 달라지는 인체해부학적 변화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즉 나이가 들면 혈관벽이 비후, 혈액분포가 편재됨을 의미있게 본 것이다. 그는 이 관찰사실들을 통해 부분적으로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국소적(局所的)으로 생활(활성)이 파괴되고,그 파괴된 것이 쌓이게 되면 서서히 죽음에 이른다고 결론지었다.
1943년 하일부룬(Heilbrun)은 죽음을 가져오는 노화에 대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특히 사람의 경우 몸속의 콜로이드의 탈수(脱水) 또는 중합(重合)에 의하여 노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한 것이다.
현대의 분자생물학은 노화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즉 유전자를 갖고 있는 정보의 전사나 번역을 잘못했거나 체세포 돌연변이의 결과라고 추정하고 있다.
아무튼 노화하고 있는 생물에서 일어나는 공통된 성질은 변화가 진행성이고, 비가역적(非可逆的, 되돌릴 수 없는)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포유동물의 생체기능은 나이를 먹음에 따라 직선적으로 소실(감소)된다. 특히 포유동물의 체내에서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는데 관여하는 중요 기관계(예컨대 심장 혈관 신장 폐)의 기능이 점차 저하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사람의 경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모든 생리적 과정(심장지수 폐활량 등)이 점차로 완만하게 되며 효율도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포유동물의 수명에 관해서 좀더 과학적인 관점으로 살표보자. 특히 체중 뇌중량 대사율과 수명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클수록 오래 산다
확실하게 수명이 밝혀진 동물은 그리 많지 않다. 나름대로 특이한 몸크기를 가지고 있는 동물들만이 대략의 수명이 알려져 있는 것이다(표1). 이들은 성장기를 거친, 즉 그 종(種)의 특유한 몸의 크기에 도달하고 그 이상은 커지지 않는 동물들이다. 더욱이 그러한 크기에 이른 직후에는 노화에 의해 몸이 쇠약해지기 시작한다.
반면 종(種)으로서 특유한 크기를 나타내지 않는 동물, 가령 한없이 성장이 계속되는 동물은 명확한 수명이 없다. 설령 있더라도 수명이 얼마인지 우리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예컨대 파충류나 물고기류의 먹이의 섭취량에 비례하여 성장한다. 따라서 살아있는 한 몸의 크기가 항상 커지게 된다.
하지만 파충류와 물고기류도 시간이 많이 경과하면 성장이 점차 늦어지게 된다. 동시에 노화도 점차 빨라질 것이다. 그 노화속도는 성장에 반비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유동물은 종(種)이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모두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노화된다. 따라서 동물의 수명은 종마다 큰 차이가 있으나 노화과정의 진행속도를 결정하는 몇가지 공통요인이 존재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새쵸(Sacher, G. A)의 연구에 의하면, 동물의 수명과 몸의 크기(체중) 사이에는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다. (그림1)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체중이 작은 동물은 수명이 짧다. 이에 비해 체중이 큰 동물은 수명이 길다.
뇌중량이 크면 장수
또한 새쵸는 일반적으로 동물의 수명이 뇌중량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림2)에서 알 수 있듯이 뇌중량은 오히려 체중보다 수명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실험결과 뇌중량이 작은 동물에 비해 뇌중량이 큰 동물이 장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물론 뇌중량은 어느 정도는 체중의 크기에 비례하고 있다.
뇌의 중량은 일반적으로 뇌의 발달도를 계산하는데 필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뇌의 발달도는 몸의 크기와는 관계없는데 수명과는 관련이 있어 보인다. 즉 뇌의 발달정도가 노화의 속도나 사망의 확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포유동물에서 체중에 대한 뇌용적의 비율은 생물종의 지능과 상관관계가 있다. 사람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1천4백만년 전에 생존하고 있던 인간의 조상인 라마피테쿠스(Ramapithecus)의 뇌용적량은 3백㎤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대 사람(Homo sapiens)의 뇌용적은 1천4백㎤이다. 이는 인간의 지능발달과 뇌용적 간에 뭔가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빠를수록 단명한다
여러 종류의 동물의 대사율(代謝率, 체중단위 g당 산소소비율)은 몸의 크기와 반비례 관계에 있다. 따라서 동물의 몸의 크기(체중)가 작을수록 대사율이 크다. 예컨대 고래는 크기가 작은 다른 포유류보다 오랫동안 물속을 잠수할 수 있다. 또 일반적으로 작은 동물은 큰 동물보다 더 가쁘게 숨쉰다. 체중이 1백g인 포유류는 체중 1천g인 포유류가 단위 시간당 소비하는 에너지의 1/10보다 더 많은 양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체중이 작은 포유동물일수록 대사율이 높다(표2). 대사율이 높으면 보다 많은 먹이를 섭취하여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된다.
동물의 몸이 작을수록 체적에 대한 체표의 비율이 크다. 따라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대사반응시 작은 동물은 매우 바빠진다. 몸의 크기가 작은데 대사율마저 미미하면 열량의 손실이 열량의 생성을 능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동물의 동작이 빠를수록 수명은 짧다. 빠르게 살면, 즉 대사속도가 빨라지면 수명은 단축된다는 얘기다.
최장수명은 어디나 비슷해
다음은 사람의 수명에 관하여 살펴보자. 사람들은 누구나 복잡한 노화현상의 결과로 죽음을 맞게 된다. 따라서 선진국의 연구자들은 노화과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 사회에서는 이미 여러 질병들이 극복되었다. 건강문제중에서도 제일 큰 관심을 끄는 것은 '노화에 의한 질병과 죽음'일 정도.
사람의 노화에 관한 연구는 이미 많은 진척을 보고 있다. 특히 인구별 사망률, 사인(死因), 생애에 걸친 대사 그리고 생리적인 변화에 관한 많은 연구보고가 축적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인간집단은 시대나 국가에 따라 다양성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그 국가를 둘러싼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지므로 연구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아래(그림3)은 몇가지의 사람 집단에 있어서 생존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생존곡선의 모양은 각 사회의 생활수준과 공업수준에 따라 다르다.
또한 인구밀도 위생시설 영양상태 예방주사나 항생물질의 사용 등 공중위생의 수준이 생존곡선의 모양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저개발국가에서는 젊은 사람의 사망이 많다. 이들의 대부분은 전염병에 의한 짐작할 수 있다.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생존곡선은 더한층 그 모양이 직각형에 근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화가 가장 고도로 발달하면 대부분의 사망은 노화과정의 결과로 일어난다.
또 이 생존곡선은 한가지 의미있는 사실을 드러낸다. 어떤 사회이냐를 불문하고 사람의 최장수명은 90~95세로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공업과 의학이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집단의 내적 특성인 사람의 수명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요컨대 포유동물은 나이를 먹으면 모든 생리적 과정과 항상의 효율성이 저하된다. 이는 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고 있다. 또 동일한 포유동물에서도 종(種)이 다르면, 노화의 속도도 다르게 되며 동시에 수명도 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