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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장미의 등장은 시간문제

장미재배가의 오랜 숙원 풀릴 듯

제로섬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식물들이 줄을 이어 탄생할 수도
 

푸른 장미를 멀지 않아 시장에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푸른 장미가 탄생할 것인가. 최근 유전공학 기법을 활용해 장미 꽃잎을 푸르게 하는 실험이 착수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3세기 초 아랍의 농학자 이븐 알아왐은 그의 식물도감에 푸른 장미를 포함시켰으나 그동안 전설로만 전해내려 왔다. 아무도 푸른 색을 내는 장미를 발견하지 못해 진화론자들은 푸른 장미불가론을 성급하게 단정하기도 했다. 수세기가 지나는 동안 수많은 장미재배가들이 전설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척 애를 썼으나 번번히 허사였다. 행여 하는 마음으로 장미의 변종들을 수없이 교배시켜 보았으나 푸른 색을 얻는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렇게 실패의 행진을 거듭하자 푸른 장미의 재현은 상품가치와는 무관하게 일반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누가 처음 푸른 장미를 바칠 것인가. 최근 일군의 유전공학자들이 손을 들고 나섰다. 유전공학의 위력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 계획의 최종목표는 이상적인 식물을 만들고, 꽃잎의 색깔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미국 오클랜드 소재 DNA 식물기술연구소 리치 조르겐센은 밝히고 있다.

여기서 이상적인 식물이란 꽃이 많이 피고, 줄기가 곧으며, 추위 등 가혹한 환경에 잘 견디고, 꽃병에서도 오래 피어 있는 식물을 뜻한다. 대개 이상식물은 교배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안타깝게도 식물세계에서도 제로섬의 원칙이 적용돼 이상화작업을 더디게 한다. 다시 말해 한쪽을 개선시키면 다른 쪽에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유전공학자들은 비(非)제로섬원칙을 고수하면서 푸른 장미, 이상적인 장미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푸른 장미는 한마디로 슈퍼마우스와 같은 선전용이다. 실용성보다는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더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특이한 장미가 완전히 성공하면 화훼산업의 3대지주중 나머지 둘, 즉 국화와 카네이션도 푸르게 할 작정이다.

장미에 주입할 푸른 색소는 참제비고깔 붓꽃 페추니아 제비꽃에서 추출할 수 있는 델피니딘(delphinidin)이다. 또 화학적으로 비슷한 사이아니딘(cyanidin)과 펠라고니딘(pelargonidin)도 활용하고 있다.

이 세 색소는 모두 디하이드로켐프페롤이란 화합물에서 유래한다. 효소의 도움으로 이 화합물이 세 색소중 하나로 변환되는 것.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미 장미 곁을 떠났거나 장미속에 잠재돼 있는 효소를 발견하는 일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이 효소와 관련된 유전자만 찾아낸다면 그것을 장미속에 집어넣는 것은 오히려 간단하다.

현재 이 일을 주도하고 있는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분교 스테판 베노이트연구팀은 2개조로 나눠 연구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미 몇몇 후보를 찾아냈다. 다음으로 우리가 할 일은 이 '푸른'유전자를 붉은 장미에 이식시킨 뒤 과연 푸른 장미가 피는가를 지켜보는 것이다."

이 계획에 참여한 분자생물학자 에드위나 코니시의 말이다.

연구팀은 곧 이 '푸른'유전자를 아그로박테리움 투메페시엔스라는 박테리아에 삽입시킬 예정이다. 그런 다음 장미의 꽃잎에 상처를 입히고 그곳을 통해 장미가 전에 갖지 못했던 유전자를 집어넣어줄 것이다. 이 작업은 앞으로도 12개월이 지나야 성공여부를 알 수 있다.

만약 푸른 장미가 핀다면 이 '유전공학화'(花)는 상품으로도 인기가 있을까. 일본의 산토리사는 성공을 확신하고 연구팀에 4백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화훼전문가들은 붉은 장미의 자리는 결코 넘볼 수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푸른 장미를 둘러싼 제2라운드는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199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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