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이 소년들보다 언어구사력이 앞선다(?). 물론 일반화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그러나 원숭이의 세계에서는 통하는 얘기임이 최근 밝혀졌다. 적어도 짧은꼬리원숭이의 경우에는 어린 암컷이 어린 수컷보다 의사소통을 잘 하고 있었다.
미국 애틀란타에 위치한 여키스 지역영장류연구센터의 해롤드 고줄과 사라 고줄은 짧은꼬리원숭이의 고함을 분석하다가 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온 황색의 이 원숭이는 위험을 경고하고, 적에게 겁을 주고, 음식이 있는 곳을 알리고, 그들 사회의 계급을 나타낼 때 고함을 질러댔다.
고줄부부는 짧은꼬리원숭이의 비명을 적어도 네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음의 고저와 강약이 분명한 차이를 나타냈기 때문에 구별에 어려움은 없었다. 원숭이들은 공격해온 적의 신분에 따라, 그리고 단지 겁을 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명백한 공격의도를 담고 있는지를 식별해 각기 다른 소리를 냈다. 예컨데 공격자가 '고관'이고 실제 신체접촉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면 '예-'하고 비명을 질렀다. 반면 신체접촉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으면 '차-'하고 말았다.
3세 이하의 짧은꼬리원숭이와 어른원숭이의 고함소리를 비교하던 중 고줄부부는 뜻밖의 사실을 알아냈다. 어른 원숭이의 고함을 흉내내는데 있어 어린 암컷이 어린 수컷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것이다. 그 차이는 28%나 났다. 발음의 명확도에 있어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 결과를 놓고 고줄부부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고심했다. 언어를 익히는 능력에 왜 암수간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아직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이 원숭이가 모계중심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