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2년 넘게 닫혀 있던 국경을 속속 열고 있다. 세계인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자유로운 해외 여행이 서서히 가능해질 조짐이다. 한동안 항공기 활동이 뜸한 덕분에 맑았던 하늘이, 항공 운항이 시작되며 다시 오염되지 않을까. 이제 비행기도 화석 연료 대신 옥수수, 택배상자로 만든 친환경 연료를 싣고 날아오를 때다.
기후위기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육상수송의 경우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지만 항공기는 무게와 부피가 커서 전기항공기로 전환하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항공수송 분야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 프랑스 노선에 바이오항공유 도입 발표
지난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수송을 통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2019년 기준 9억 1500만 t(톤)이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2050년 무렵이면 지금보다 배출량이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2020년 국제연합(UN) 산하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꾸준히 증가하는 항공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결의했다. 작년 1월 기준 한국을 포함한 88개 국가가 참여를 선언했고, 일부 국가가 시범운영단계에 참여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에 제동을 걸고 있다. 2027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각국의 항공사는 바빠졌다.
항공부문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항공기를 가볍게 만드는 것, 운항 시 공기저항을 줄이도록 항공기를 역학적으로 개선하는 것, 또는 연비가 개선된 엔진을 사용해 연료를 절감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항공기 부속품, 또는 항공기 전체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는 방안이 떠올랐다. 그렇게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톁ustainable Aviation Fuel)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SAF는 식물성 기름, 해조류, 폐지 등 친환경 원료를 이용해 만든 항공유로, 바이오항공유가 대표적이다.
특히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바이오항공유는 기존 항공유를 이용할 때보다 탄소배출량을 최대 82%까지 줄일 수 있어 효과적인 대안이었다. 비록 아직은 바이오항공유 생산량은 전체 항공유 소비량의 1%도 되지 않지만, 세계 각국의 항공사에서는 탄소감축을 위해 바이오항공유 생산과 사용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18일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프랑스 파리와 인천을 오가는 국제선 정기편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기에 SAF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폐식용유 활용해 환경부담까지 줄여
석유 기반의 자동차 연료가 가솔린(휘발유)과 디젤(경유)로 나뉘는 것처럼, 항공유도 항공가솔린과 제트연료로 나뉜다. 프로펠러 비행기에는 주로 항공가솔린이, 여객기, 전투기 등 제트엔진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항공기에는 제트연료가 사용된다.
항공가솔린보다 제트연료 사용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현재 바이오항공유 연구도 제트연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바이오항공유라 부르는 것은 여객기나 전투기에 쓰이는 바이오 제트연료를 의미한다.
바이오항공유의 원료인 바이오매스는 사실 화석연료의 원료로도 쓰인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 화석연료가 수천만 년 전 땅속에 묻힌 바이오매스를 이용한다면, 바이오연료는 현존하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한다. 화석연료는 오래전 땅에 묻힌 탄소를 사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증가시키지만, 바이오연료는 현세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한다. 또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로 바이오매스를 다시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바이오매스가 바이오항공유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항공유의 대표적인 원료는 팜, 카놀라, 유채 등인데, 이들은 모두 기름함량이 높아 식물성 기름 생산에 사용되는 유지작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작물들은 ‘OTJ(Oil-To-Jet) 기술’을 이용해 항공유로 전환된다. OTJ 기술은 바이오매스에서 기름을 추출한 뒤, 산소를 제거하고 수소와 반응시켜 ‘수소처리 에테르 및 지방산(HEFA)’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바이오항공유 생산기술 중 가장 고도화된 방식으로, 현재 전 세계 항공사에서 사용하는 바이오항공유는 대부분 이 기술로 생성된다.
최근에는 유지작물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부산물에서 추출해 낸 기름이나 폐식용유로부터 바이오항공유를 생산하기도 한다. 온실가스 발생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폐유 처리에 따른 환경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 경제성과 지속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셈이다.
미세조류를 이용해 연료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태양빛과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자라는 독립영양생물인 미세조류를 이용한 것이다. 과거에는 미세조류에서 미생물 오일을 추출했는데, 이는 생산성이 낮아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자들은 종속영양생물인 유지성 효모나 유지성 박테리아에 눈을 돌렸고, 이들을 이용한 바이오오일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런 미생물 발효는 바이오항공유의 원료가 되는 미생물 오일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솔린 대체연료인 바이오에탄올로 이용할 수 있어 활용범위가 훨씬 더 넓다.
이외에도 메탄올, 에탄올, 부탄올 등을 항공유로 전환하는 ‘ATJ(Alcohol-To-Jet) 기술’, 당질계 물질을 이용해 탄화수소로 전환하는 ‘STJ(Sugar-To-Jet) 기술’ 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사실 바이오항공유를 생산하는 방법은 자동차 디젤 대체연료인 바이오디젤 생산방법과 매우 유사하다. 바이오디젤도 식물성 기름, 미생물 기름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기름 생산 공정 방식에 따라 바이오항공유, 또는 바이오디젤이 되는 것이다.
사탕수수대, 거대억새로 만드는 연료
늘어나는 바이오연료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매스의 확보도 중요하다. 실제로 바이오연료 생산 초기에는 사탕수수, 옥수수 등과 같은 당질계, 전분계 작물을 원료로 사용해 작물가격 상승 등의 문제도 있었다.
최근에는 사탕수수대, 옥수수껍질과 줄기와 같은 농업 부산물을 원료로 이용한다. 또 가지치기, 조림사업 등으로 발생한 임업부산물이 원료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폐지, 택배상자 등과 같은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마켓의 확장으로 포장지, 택배상자 발생량이 급증했는데 이를 바이오연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일반작물보다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높은 에너지작물을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거대억새는 작물 생산에 사용되지 않는 비경작지에서 재배가 가능하며 사람 키보다 2배 이상 자랄 수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작물로 유망한 바이오매스 자원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이러한 바이오매스 확보를 위한 정책 및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2021년 IRENA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약 56.9EJ(엑사줄은 1018J이며 1cal는 4.185J)이었던 세계 바이오매스 잠재량이 2050년까지 101.8 EJ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2030년 이후에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통한 속성수 산림부산물 유래 바이오매스 확보와 에너지작물, 유기성 폐기물의 활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위해 바이오연료 사용 의무화해야
바이오연료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바이오연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연구진이 세계적인 수준의 바이오연료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미생물 발효를 통한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및 화학소재 생산 기술과 바이오매스를 열분해해 바이오항공유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국내에서 바이오에탄올은 아직 의무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2030년까지 바이오디젤 혼합율을 현재 3.5%에서 5%로 상향할 계획만 발표된 상황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최대한의 노력이 지금 당장 필요한 지금,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규제 개선, 생산기술 개발 및 설비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수송분야의 탄소중립 실현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선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으로 에너지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미생물 및 생물공정 개발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UST-KIST 스쿨 교수, 고려대 KU-KIST 그린스쿨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