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노동의 비중이 높아지고 개인의 창조성이 한껏 발휘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사회.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제3의 물결'의 저자 앨빈 토플러는 "인류사회는 수천년간 제1의 물결(농경사회)과 그후 수백년간 제2의 물결(공업사회)을 지나왔다. 이제 인류는 고도 '정보사회'라 일컫는 제3의 물결에 빠른 속도로 휩싸이고 있다"고 선언했다.
다가오는 미래사회를 일컬어 '정보사회'(information society)라고 부르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사회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러한 정보화의 진전은 이제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미래사회를 예견하게 한다. 미래 정보사회에는 인류의 생활이 더욱 풍요롭고 윤택해질 것이라고 사람들은 기대한다.
그러면 미래의 세상을 유토피아로 바꾸어 놓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정보사회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정보사회의 성격과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서는 먼저 '정보' 및 '정보 사회'에 대한 개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사전적인 의미로서 정보는 '어떤 사항에 관한 알림' 또는 '판단에 필요한 지식'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정보는 가치 개념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즉 정보는 스스로 사회적으로 유용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널리 이용됨으로써 더욱 가치가 높아진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측면이 있지만 정보사회에서 정보가 중시되는 것은 특히 다음과 같은 특성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축적될수록 진가 높아져
첫째 정보는 물질과 달리 아무리 사용해도 없어지지 않는다(비소비성). 둘째 타인에게 양도해도 그대로 이전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고 자신에게도 여전히 남는다(비이전성). 셋째 데이터 베이스(data base)에서 볼 수 있듯이 풍부하게 생산 축적되면 될수록 진가가 더욱 높아진다(누적 효과성). 넷째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미리 그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데 비해 정보의 구입에 있어서는 정보의 내용 그 자체가 가치이기 때문에 사전에 평가할 수 없고, 정보 소유자의 신용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신용가치성). 다섯째 가공 처리되어 상품화된 정보가 금융이나 유통분야에 이용됨으로써 가치 실현의 비용을 절감하여 이윤 증가를 도모한다(가치 실현성). 여섯째 정보는 재화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문화성).
이러한 측면에서 정보는 폭넓게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사회적 정보로서 유용하게 되며 가치도 더욱 높일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편 컴퓨터와 전기 통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은 사회를 혁신적으로 변혁시키는 사회적 기술로서의 자리매김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류 사회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각각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킨 혁신적 기술군이 존재해 왔으며 이러한 혁신적 기술군을 우리는 '사회적 기술'이라고 말해 왔다. 사회적 기술의 큰 조건으로서는 '중추적인 혁신 기술에 새로운 기술이 조합되어 보다 고차원적인 종합 기술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하고, 이 종합기술이 '사회에 널리 보급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을 들 수가 있다. 이러한 조건을 전제로 할때 정보기술 이전의 사회적 기술로서는 수렵 사회를 창출한 수렵 기술, 농업 사회를 창출한 농업 기술 및 공업 사회의 기반이 된 공업 기술이 있으며 이들 기술은 각각의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정보 기술의 발전은 과거 개별적으로 분산되어 있던 정보를 조직화 종합화하고 생산 유통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킴과 더불어 '정보의 사회적 개념'을 증대시켰다. 이러한 사회적 개념의 정보 및 정보 기술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보편화된다고 가정하는 경우에는 이것들이 단순히 '물리적 생산력의 증대'라고 하는 이전의 사회적 기술의 의미에 머무르지 않고 '지적인 정보의 생산 유통의 증대'를 가져오는 이중의 의미를 가지게 되어 이전의 사회적 기술보다 더욱 크게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사회를 변혁시키게 될 것으로 믿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정보 및 정보 기술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보편적인 사회적 기술로 정착되어 적극적으로 사회적 효용과 변혁을 실현하게 되는 사회'가 곧 정보사회라고 일컬어진다.
자유시간을 창조적 활동에
문화사적으로 볼 때 인간이 혁명의 형태와는 다른 대규모의 사회적 변천을 미리내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들 얘기되고 있다. 정보 사회의 중요한 특징이 바로 미래의 변천을 예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정보 사회의 미래 모습을 잠깐 들여다 보고 넘어가기로 하자. 정보 사회에서는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정보를 얻고 이용할 수 있어 지금까지 시간적 공간적 제약 등으로 발휘되지 못했던 개인의 잠재적 능력이 사회의 각 방면에서 활용되고 개인의 활동 영역도 정신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정보사회의 산업 구조는 지적 노동의 비중이 높아지고 개개인의 창조성이 한껏 발휘되어 이에 따른 산업의 효율화 및 노동 시간의 단축은 개인에게 풍부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다.
사실 정보사회를 생각해 볼 때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자유 시간의 증대와 그 활용이다. 정보사회에 있어서의 자유시간은 양적으로 증가함과 아울러 전 생애에 걸쳐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성격이 강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 실현하기 위해 예술 종교 오락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창조적인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업의 자동화는 직업 구조와 근무 양태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용접 도장(塗裝) 등 위험한 작업, 유해물질의 제조 생산 등 노동 환경이 나쁜 작업, 가공조립 등 단순반복작업이 감소하는 반면 다양한 정보 미디어를 이용한 연구 개발, 관리 감독, 의사결정업무 등 지적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나게 된다.
TV회의 등 영상 시스템을 이용한 재택(在宅)근무 재택학습의 일상화는 교통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것이며, 이에 따른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과 지방화 시대가 촉진되어 인구의 도시 집중에 따른 환경주택문제도 자동으로 해결될 것이다. 홈쇼핑(home shopping) 홈뱅킹(home banking) 재택교육시스템 재택건강지원시스템 등에 의한 가사의 자동화 합리화가 도모된다. 자유 시간에 따른 자기실현 경향이 고조됨과 아울러 사람들의 지역 사회에 대한 참여를 촉진시키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정보사회의 주요한 현상으로는 △고령화 사회의 진전 △여성의 사회 진출증가 △레저 및 소비의 다양화 △이상적인 참여 민주주의 실현 등 인류가 추구해 온 모든 꿈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보사회 초입에 들어섰다
이러한 정보사회는 언제 오는가. 학자들은 다가오는 21세기를 정보사회라고 부르는데는 일치하지만, 현재 정보사회에 진입했는지, 아니면 아직도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 나라마다 정보화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이미 70년대에 정보산업에 대한 지출이 1천3백억달러, 즉 GNP의 30%를 넘어섰으며 취업인구의 60% 이상이 정보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 일본이나 서구에서도 정보산업의 비중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결정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88년에 전화가입자수 1천만을 돌파했고 올해에는 컴퓨터보유대수도 1백만을 넘어섰다. 컬러TV 팩시밀리 복사기 등은 이미 대중화됐고 뉴미디어의 범주에 속하는 CATV HDTV 부가가치통신망 비디오텍스 화상회의 등도 도입단계에 있다.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정보화수준이 정보사회의 문턱에 들어섰거나 정보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정도라고 조심스레 진단한다.
경계해야할 정보의 독점과 지배
산업 혁명의 초기 단계에서 기계 파괴운동이 일어난 것과 같이 정보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도 이행에 수반되는 실업의 증대, 프라이버시의 침해, 컴퓨터 범죄 등의 사회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변화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보사회가 가져올 환상적인 미래만을 무턱대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재도 이미 발생하고 있거나 앞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응전략을 세워 정보 사회로의 원활한 이행을 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정보사회를 위해 고려해야 할 대응책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자동화 과정에서 생길 염려가 있는 고용 기회의 감소에 대해서는 각 산업, 기업의 실정에 따른 노동 시간의 단축이나 다양한 취업 형태의 개발과 작업 분담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완화시키고, 특히 정보 기술의 진보에 따른 새로운 산업, 새로운 직종의 창출을 통해 고용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원활한 노동 이동을 촉진하고 적응력 부족, 스트레스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 이용 능력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 직업능력의 향상 등 훈련 체제를 정비, 시행해야한다.
셋째 정보 사회에서는 모든 인류가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인류 생존의 가장 중요한 요체임을 구성원 모두가 자각하고 공동 운명체로서의 사명을 다하도록 하는 인성 교육에 노력함으로써, 발생 가능한 범죄에 대한 원천적인 예방책을 시행해야 한다.
넷째 정보사회의 건설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정보의 대중화, 정보 기술의 보편화를 위한 국가적인 투자와 대책이 수립,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 통신 등 국가 기간적 미래산업에 대해 국민에 의한 민주적인 감시제어체제가 정착되어야할 것이다.
끝으로 세계 각국은 정보사회의 실현에 공동의 이해를 가지고 특정 국가에 의한 정보의 독점과 지배를 감시 배척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시책을 적시에 강구함으로써 정보사회의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지적활동 비중이 높아지고 개인의 가치관도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에 중점을 두는 물질중심의 가치관에서 전 생애를 통해 자기충실에 역점을 두는 가치관으로 전환되고, 사회 전체로서도 인간의 자기 실현 욕구를 증시하는 진정한 정보사회 시스템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제3의 기술혁명 맞고 있다" 다니엘 벨 박사 내한 강연
미래학자이자 '이데올로기의 종언' '후기산업사회의 도래' 등의 저자 다니엘 벨 박사(71·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8일 한국정기통신통사의 초청으로 내한했다.
앨빈 토플러와 더불어 컴퓨터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보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던 그는 힐튼호텔과 연세대 통신공사 등에서 '제3의 기술혁명' 이란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다음은 그의 강연 요지.
우리는 지금 제3의 기술혁명을 맞고 있다. 이 혁명은 2백여년전 제임스 와트의 증기발명, 1백여년 전 전기와 화학의 혁신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기술혁명의 기저를 이루는 네가지 기술혁신은 △모든 전기·기계시스템의 전자화 △반도체 전자제품 등의 소형화 △정보의 디지털화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 등을 들 수 있다.
미래사회에 우리는 컴퓨터에 '파묻히게' 될 것이다. 그것도 대형컴퓨터가 아니라 하나의 칩으로 된 마이크로 컴퓨터가 우리 가정과 공장을 변화시킬 것이다.
마르크시즘을 포함한 고전경제학에서 비생산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서비스'는 후기산업사회에서 질적 변환이 이뤄지고 있다. 교육 보건 전문직 서비스 등 생산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직종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노동력의 30%이상이 전문기술직에 종사하고 있는데 반해 고전적 프롤레타리아는 17%(10년안에 10% 이내)에 불과하다. 또 4%미만의 농민이 미국 전체의 식량을 공급한다. 철강 전기 전화 등 19세기 산업들은 주로 재능있는 발명가들에 의해 주도됐으나 새로운 산업은 이론의 혁신이 사회변혁의 원리가 된다.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튜링의 수학이론, 크릭과 왓슨의 DNA분자의 이중나선발견 등이 그러한 예이다.
후기산업사회에서는 정보산업의 바탕이 되는 교육수준이 높은 아시아 태평양지역이 북미 유럽과 더불어 또하나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사회는 수송수단 에너지시스템 통신 등 세가지 하부구조에 의해 연결되어왔다. 이제 정보사회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고리로서 통신이 수송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와함께 통신망의 발달로 인해 정치사회 문화의 탈집중화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정보사회는 지적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변동과 사회구조상의 중요한 변화는 구별해야 한다. 조지 오웰이 예언했던 비관적인 관료사회는 또하나의 극단적인 기술결정론적인 시각일 뿐, 정보사회에서 인간의 삶의 변화는 정치지도자 등이 다뤄야할 많은 문제들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