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Ⅱ. 본격적인 유전자 시대 개막 알린 영광의 주역들 : 3 현장취재 영국 런던 다국적팀 기자회견장

정보의 자유가 과학을 자유롭게 하리라


생거 센터의 존 설스톤 전 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완성된 인간게놈 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뒷 배 경은 다국적팀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네이처 표지의 일부다.


지난달 12일 영국 런던의 웰컴 트러스트에서 열린 다국적팀의 기자 회견장은 1백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 열기로 가득했다. 당초 2월 15일 네이처지를 통해 발표하기로 돼 있던 것이 11일 발표 내용이 일부 언론에 실리면서 다국적팀이 일정을 앞당겼다. 셀레라 역시 16일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 예정이었지만 마찬가지로 12일 다국적팀과 동시에 자체 작성한 게놈 지도를 공개했다.

기자 회견은 우선 이번 연구의 주역들이 발표의 의미를 먼저 설명한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 응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연사들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다국적팀이 게놈 정보를 공개한 점이었다. 반면 셀레라의 정보는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 유료로 보는 경우에도 그 결과물을 재배포하거나 응용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다국적팀, 셀레라의 정보 유료정책 비난

다국적팀 중 영국 연구소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한 웰컴 트러스트의 이사장인 마이클 덱스터 박사는 “원소주기율표가 개인 데이터베이스에 있어 이를 볼 때마다 대가를 지불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다국적팀의 정보를 전세계 모든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게도 선물이다”고 지적했다. 현재 다국적팀은 미국 국립생명공학정보센터의 유전자은행(Genbank), 유럽 생물정보학연구소(EBI)의 데이터베이스, 일본의 DDBJ(DNA 데이터뱅크)에서 게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발표가 있기 전 두달간 전세계 과학자들이 인터넷 상에 공개된 다국적팀의 게놈 지도를 30만건 이상 검색했다는 사실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인도가 16만건, 멕시코가 6만1천건, 중국과 브라질이 각각 5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도 다국적팀의 성과가 개발도상국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웰컴 트러스트 아프리카 센터의 마이클 베니시 박사는 “아프리카 센터의 과학자들은 개인에 따라 에이즈에 반응하는 양상이 다른 이유를 규명하는 데 게놈 정보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혀 각국의 과학자들이 자국에 절실한 질병치료연구에 게놈 정보는 유용하게 활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연사들의 발표가 있은 뒤 진행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같은 내용이 지적됐다. 연구 성과가 선진국에만 돌아가는 것 아닌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도움되는 정보는 없는게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 “후진국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다국적팀 연구에 참여한 몫은 아주 적지만 이를 이용해 단백질 구조나 기능을 연구하고 질병에 응용하는데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폐렴 같은 후진국형 질병을 극복하는데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되며 알츠하이머 등 선진국형 질병들도 곧 후진국의 질병이 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현재 개발도상국의 과학자들은 설사병, 결핵과 같이 선진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질병과 싸우고 있다. 게놈 정보는 이러한 연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반면 다국적팀의 주장에 따르면 최근 셀레라의 유료 정보에 등록한 기관은 채 50군데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덱스터 박사는 셀레라와 달리 다국적팀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접근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과학이 발달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생거 센터 전 소장인 존 설스턴 박사는 “지난 1998년 셀레라가 인간게놈의 염기 서열을 해독한다고 했을 때 다국적팀의 연구가 없었다면 이미 게놈 정보가 사유재산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가 축하하는 것은 정보의 자유, 정보 접근의 자유, 전세계 수십만명의 과학자들 모두를 위한 자유다”라고 발표의 의미를 정리했다.

또 마틴 보로 캠브리지 의대 유전학 교수는 자신이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연구나 이번 발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먼저 밝힌 뒤 순수한 의학 연구자로서 이번 발표의 의미를 평가했다. 보로 교수는 "일부 연구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유전질환을 연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전질환자를 직접 연구하는 것"이라면서 "이때 게놈 정보가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보로 교수에 따르면 현재 전체 유전 질환 중 약 30%만이 관련 유전자가 분석돼 있다.

다국적팀의 공개 정보 셀레라사 이용 지적돼

한편 셀레라의 게놈 지도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다국적팀은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우선 기본적으로 셀레라가 독창적으로 개발했다는 이른바 ‘샷건’방식이 이번 게놈 지도 작성에서 주도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오히려 다국적팀의 게놈 정보를 이용해 보완했다는 것이다. 다국적팀은 셀레라사 게놈 정보의 약 60%는 자신들의 정보를 ‘복제’해서 해독으로 얻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셀레라는 염기를 15만개씩 무작위로 잘라 해독한 다음 다시 결합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전체 염기 서열이 많은 부분이 비어 있거나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 다국적팀에 따르면 자신들은 셀레라와 마찬가지로 전체 인간게놈의 염기서열 중 94%를 해독했지만 군데군데 빠져 있는 염기서열을 메우기 위한 작업을 실시한 반면 셀레라는 그런 작업을 하지 않았다. 다국적팀이 발표한 게놈 염기서열 중 35%는 이러한 작업을 거쳐 완벽하게 해독된 부분이라고 밝혔다.

설스턴박사는 “지난 98년 셀레라가 인간게놈 염기 서열 해독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샷건 방식은 당시 새로운 기술은 아니었다”면서 “새로운 것은 인간게놈과 같은 큰 게놈에 샷건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셀레라가 샷건 방식을 내걸면서 주장한 ‘보다 싸고, 보다 빠르게’라는 원칙에 다국적팀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좀더 중요한 것은 “염기 서열을 해독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었다는 것. 그런데 지금 밝혀진 것은 기술적으로도 셀레라의 샷건 방식은 인간게놈 염기 서열 해독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또 “자신들이 공개한 게놈 정보에는 아직 보완할 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공개해 많은 과학자들이 점검할 수 있게 한 것은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했다”고 밝혔다.

과학연구프로젝트는 공공연구기관뿐 아니라 개별 기업도 수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게놈프로젝트 역시 기업의 연구 성과를 수렴하고, 필요하면 공동연구도 수행해야 하지 않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설스턴박사는 “과학연구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여기서 당분간 다국적팀과 셀레라의 공동연구는 힘들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기자 회견장은 다국적팀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영국 과학의 업적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영국은 전체 인간 염색체 중 1/3 해독을 담당했다. 영국 정부와 공익연구재단인 웰컴 트러스트, 그리고 생거센터가 그 주역들이다. 이 자리에서 토니 블레어총리는 축하문을 통해 “게놈 정보는 지구라는 행성 위에 사는 모든 사람의 공동 정보다. 이번 연구결과는 항생제 발견보다 우수한 성과다”라는 요지의 축하 인사를 했다. 영국 정부는 게놈 관련 예산을 증액하기로 결정해 1억1천만 파운드(한화 약 2천억원)를 배정했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다국적팀은 앞으로 2020년까지 유전자 차원에서 질병을 사전에 진단할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할 예정임을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연구자들은 그때그때 참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언제 어디서 유전자가 발현되는지, 단백질의 구조가 어떠한지를 밝히는 연구가 진행되며, 다음으로는 유전자를 의학적으로 응용하는 연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개인간 염기 차이를 공동으로 연구하는‘단일염기다형성(SNP) 컨소시엄’이 추진 중이다. 이 컨소시엄에는 웰컴 트러스트와 같은 공익연구재단과 제약회사 등 민간기업, 그리고 공공연구소들이 참여하게 된다. 이 컨소시엄의 정보 역시 공개해서 누구나 접근할수 있도록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완 기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의학
  • 정보·통신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